노동사회과학연구소

[자료] 중국, 사회주의에서 자본주의로의 후퇴

 

신재길 | 교육위원장

 

* 이 글은, 지난 2월 16일에 진행되었던 <(가칭) 포럼>의 2월 정례 토론회 “중국은 사회주의인가?”에서 발표되었던 글입니다.

 

 

1. 중국 사회 성격을 바라보는 입장

 

중국 사회 성격에 대한 견해는 구쏘련의 네프와 같은 사회주의로 이행하는 과도기로 보는 견해와 완전한 자본주의로 보는 견해로 크게 대립된다. 그리고 자본주의로 보는 견해에는 제국주의로 보는 입장과 주변부 자본주의로 보는 입장이 있다.

중국 사회를 과도기로 보는 견해는 중국 공산당의 공식 입장인 시장 사회주의와 비슷하다. 하지만 구쏘련의 국가자본주의로서의 과도기와 현대의 중국은 정치경제적 조건이 전혀 다르다. 가장 핵심적으로 구쏘련의 국가자본주의 과도기는 국제독점자본으로부터 완전히 독립적인 차원에서 자본주의를 사회주의 혁명의 과도기로 활용할 수 있었다. 그러나 현재 중국의 국가자본주의는 국제독점자본과 연계하에 국제독점자본의 힘으로 중국 국가자본주의가 형성되고 발전하고 있다. 따라서 국제독점자본과의 관계를 고려하지 않고 형태적으로 네프와 유사하다고 하여 사회주의 이행의 장기적 과도기로 평가하는 것은 오류이다.

다음으로 중국 자본주의를 제국주의로 보는 견해도 오류이다. 제국주의의 핵심은 자본수출에 있다. 자본수출은 식민지ㆍ반신민지의 노동력 착취와 자원 약탈의 가장 중심적 수단이다. 중국이 제국주의인가를 평가할 때 중국의 자본수출과 여타 제국주의의 중국에 대한 자본수출의 성격을 비교해 보아야 한다. 그 핵심은 잉여가치의 순유출이 기준이 될 것이다. 중국의 경우 잉여가치의 유출(즉 중국 노동자에 대한 국제독점자본의 착취)가 중국이 자본수출을 통해 얻는 잉여가치의 유입보다 압도적으로 많다. 그리고 중국의 자본수출의 성격도 제국주의적 성격이 많이 약하다. 중국의 자본수출은 자본을 수입한 나라의 노동자를 착취하는 수단으로 사용되지 않고 오히려 중국 자국 노동자의 노동력을 착취하는 수단으로 작용한다. 어떤 나라가 중국의 자본을 이용해 사회 시설을 건설하고자 할 때 중국은 자본을 직접 투자하는 경우보다는 노동자와 과잉상품을 투여하는 방식을 쓴다. 결국 중국 자본이 투자된 나라의 노동력 착취는 거의 없이 장부상 국가부채로 채무국의 굴레만 부과된다. 그리고 이러한 국가부채도 정치적 고려에 의해 주기적으로 탕감되곤 한다. 이를 통해 볼 때 기생적 성격을 갖는 제국주의적 자본수출로 중국의 자본수출을 평가할 수는 없다.[1]보다 자세한 내용은, Minqi Li, “China: Imperialism or Semi-Periphery?”, Monthly Review, Vol. 73, No. 3(July-August 2021) 참조.

 

 

2. 사회주의인가 아닌가의 기준

 

계획 경제와 국유 기업의 존재를 사회주의의 주요한 기준으로 제기하는 견해가 있다. 그러나 이는 사회주의의 기준이 전혀 될 수 없다. 계획 경제는 자본주의 국가나 기업에서도 일상적으로 수행하는 경제 활동 방식이다. 대표적으로 한국의 박정희 정권기의 5개년 경제 계획을 들 수 있다. 그리고 한 나라의 경제 규모보다 훨씬 큰 국제독점기업들은 기업 내 거래를 시장 원리에 의해서가 아니라 계획에 의해 경영한다. 시장도 자본주의 고유의 특성이라 할 수 없다. 구쏘련에서는 시기마다 규모의 정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언제나 시장이 계획 경제의 보완 제도로 활용되어 왔다. 그리고 시장은 노예제나 봉건제에서도 존재하여 중심적 사회구성체의 보완 제도로 기능해 왔다. 따라서 시장이냐 계획이냐는 자본주의냐 사회주의이냐를 가르는 기준이 될 수 없다.

국유 기업의 존재도 마찬가지이다. 국유 기업 자체가 사회주의적 성격을 갖는 것은 아니다. 발달된 자본주의와 제국주의에도 광범위하게 국유 기업이 존재한다. 문제는 국유 기업이 어떤 계급에 복무하는가이다. 이는 국유 기업 자체로 평가할 수 없고 사회 성격에 따라 규정된다.

한 사회가 사회주의인가 아닌가의 기준은 임노동제의 존재 여부이다. 임노동은 노동력을 착취하는 자본주의 제도의 핵심이다. 임노동제는 자신의 노동력을 타인(자본가)에게 판매하는 것이다. 노동력을 판매하는 것으로 이는 노동의 대가가 아니다. 노동력의 사용권은 자본가에게 넘어간다. 이로서 노동자의 사회적 지위는 임금노예로 떨어진다. 사회주의에서는 노동력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노동력이 아님)의 대가로 노동한 기여만큼 자신의 몫을 받는 제도이다. 따라서 사회주의에서 노동의 대가는 노동력 판매 대금인 임금이 아니다. 임금은 노동력 재생산 비용으로 노동력 재생산 이상의 잉여생산물은 노동력 구매자 즉 자본가의 소유가 된다. 그러나 사회주의에서 노동의 대가는 노동력의 판매 대가가 아니기 때문에 노동력 재생산 비용에 제한되지 않는다. 사회주의 사회에서 노동의 대가는 사회적 필요를 제외하고 노동이 기여한 만큼 분배받는 것이다. 따라서 사회주의에서 노동의 대가는 임금이 아니라 생산에 기여한 만큼의 자기 몫이다. 이는 사회주의 제도에 의해 보장된다. 그래서 사회주의 사회에서는 사회 제도가 무엇보다 중요하게 된다.

 

 

3. 중국 공산당의 계급적 성격과 대립

 

중국 공산당의 계급적 기반을 프롤레타리아로 볼 수는 없다. 민족자본가과 농민, 그리고 프롤레타리아 세 계급의 연합 정당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이는 중국 혁명의 주체와 직접 연관되는 것이고, 사회 성격과 관련된 문제이다. 따라서 중국 공산당 내에는 세 가지 분파가 존재한다. 민족자본가를 대변하는 분파와 농민을 대변하는 분파 그리고 노동자 분파이다. 중국은 민족자본가와 농민층이 강력하고 노동자층이 상대적으로 약하였다. 이에 민족자본가와 농민이 연합하여 당을 장악하게 된다. 이에 노동자층이 반발한 것이 문화대혁명이다. 하지만 문화대혁명이라는 계급 투쟁은 마오가 죽자 실패하고 권력은 다시 덩샤오핑을 중심으로 하는 자본가와 농민 연합파에 넘어갔다. 그리고 78년부터 본격적인 자본주의화가 시작된다. 처음에는 공업 분야에서 사영화를 시작하려 했으나 노동자들의 반발로 성과가 없었다. 그래서 자본 연합파는 자본주의화의 약한 고리로 농업 집산화 해체에 나섰다. 농업 집산화를 해체하기 시작할 때 집산화에 대한 농민들의 태도는 대체로 3가지로 나뉘었다. 하나는 집단화 유지ㆍ강화로 농업 노동자층의 입장이고, 둘째는 집단화 해체로 자본가와 소생산 농민층의 입장이었다. 이들이 대략 30%씩을 점유하고 나머지 40% 정도는 어느 쪽이든 좋다는 소극적 계층이다. 이들은 대체로 소농적 열망을 갖고 있는 층이라 할 수 있다. 농민을 대변하는 대중주의자들은 농민의 소농적 열망에 편승하여 농업 집산화 해체에 자본파와 연합하자 집단화 유지ㆍ강화파는 패배하게 되고 공산당 내에서 힘을 잃었다.

 

 

4. 중국의 탈집산화는 농민의 임금노예화 정책이다

 

사회주의 제도 중 중요한 것은 농업의 집단화이다. 농민은 토지 소유에 대한 소농적 열망이 전통적으로 강하다. 따라서 농민이 농업 노동자로 전환하지 못하면 사회주의 제도의 근간이 항상 위협받게 된다. 농민의 농업 노동자로의 전환은 농업 집산화로 표현된다. 따라서 농업 집산화의 해체는 곧 사회주의의 포기로 나아가게 된다. 농업 집산화에 대한 공격은 1970년대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의 부상과 같이한다. “자유 선택”과 자발적 질서 및 효율성을 신성시하는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는 농업 집산화를 1차적 목표로 삼아 전 세계적 공격을 시작했고 중국도 예외는 아니었다. 중국 주자파들은 효율성과 자발성을 내세우며 집단 농장의 비효율성을 공격했다. 이들은 1959-61년의 기근을 농업 집산화 해체의 필요성을 설명하는 중요 요인으로 이용했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른 기만이었다. 곡물 수확량은 농업 집단화 시기인 1956년에서 1980년 사이에 연간 2.79% 증가했으나, 1984년에서 2008년 사이에는 1.09% 성장했을 뿐이었다.[2]Zhun Xu, From Commune to Capitalism: How Chinas Peasants Lost Collective Farming and Gained Urban Poverty, Monthly Review press, 2018, p. 14. 탈집산화를 시작하기까지 20여 년 동안 잘 작동한 집단화를 20여 년 전의 기근을 원인으로 해체를 제기하는 것은 잘못이다.

탈집단화의 실질적 목적은 농업 집단화의 비효율성을 개선하는 것이 아니라 농민-노동자 동맹을 깨고 자본주의 개혁에 대한 잠재적 저항을 줄여 중국의 자본주의로의 이행을 위한 정치경제적 기반을 마련하려는 데 있다.

주자파들이 탈집단화의 또 다른 근거로 제시한 것은 노동 태만이었다. 농업 집단화의 평등주의 때문에 농민이 태만해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계층화, 관료화로 간부-농민, 관리자-노동자 간 분열 때문에 일어난 일의 회피에 기인하는 것이지 집단화의 평등주의에 기인하는 것이 아니다. 집단의 계층화는 실질적 사회주의적 민주주의의 강화로 해결할 문제이지 집산을 해체하여 가족 경영의 소농 집단으로 돌아간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소농 경영으로의 회귀는 농민 분화를 가져와 새로운 부농을 양산하게 되고 농업 자본가를 창출하게 된다. 이것이 실제로 중국에서 일어난 일이다. 그리고 이는 자본가-농민의 동맹을 지속 불가능하게 했고 소농을 대변하던 대중주의자들은 중국 공산당에서 입지를 잃었다. 농업 집산화가 해체되자 농민은 집단적 힘을 잃어버린 것이다. 가족농은 대규모 산업농에 경쟁이 되지 않았고, 영세농으로 전락하거나 농민공이 되었다. 이제 중국의 자본가들은 규모의 경제를 내세워 다시 농업의 대규모화를 기도한다. 이는 대규모 산업 농업을 통한 농업 자본을 위한 것이다. 농업 집단화 해체 이후 중국 공산당 당권파는 국유 기업 개혁을 단행하여 노동자들의 집단적 힘도 약화시켰다. 이후 중국의 자본주의 반혁명은 거칠 것 없이 진행되었다.

농업 집단화의 해체는 한편으로 농업 자본가를 양산하고 다른 한편 광범한 산업예비군을 형성했다. 이들은 도시로 내몰리며 국제독점자본의 착취 대상이 되었다. 이렇게 중국의 반혁명은 20세기 후반 이루어졌다. 60-70년대 계급 투쟁의 패배에 기인한 것이다.

 

 

5. 새로운 노동자 집단의 형성과 새로운 계급 투쟁

 

자본주의는 자신의 무덤을 파는 존재를 스스로 마련한다. 노동자계급이다. 중국의 자본주의화와 그 발전은 광범한 새로운 임노동자층을 만들어 냈다. 이들의 존재는 중국 공산당 내 새로운 사상 투쟁을 일으키는 기반이 될 것이며 중국이 사회주의로 새로이 전환하는 힘이 될 것이다.

 

References

References
1 보다 자세한 내용은, Minqi Li, “China: Imperialism or Semi-Periphery?”, Monthly Review, Vol. 73, No. 3(July-August 2021) 참조.
2 Zhun Xu, From Commune to Capitalism: How Chinas Peasants Lost Collective Farming and Gained Urban Poverty, Monthly Review press, 2018, p. 14.

신재길 교육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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