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사회과학연구소

뽕짝이 아니라, 노동자계급 대안문화의 복원의 길로!

박문석 │ 연구위원

 

1. 대중문화란?

어느 시대에서나 그 사회의 지배적 이데올로기는 그 시대 지배계급의 이데올로기이다[1]칼 맑스, ≪독일이데올로기≫

 

대중문화란 지배계급이 묵인하고 허용하고 의도하는 틀 내에서 제작・유포・향유(강제)되는 것이다. 따라서 대중문화는 지배계급의 이해관계와 의지에 반해서 형성될 수 없다. 우리가 의식하든 의식하지 못하든, 대중문화에는 철저히 계급적 이해가 관철되고 있다. 그리고 그 계급은 바로 지배계급을 의미한다. 활동가들이 대중문화의 계급적 속성을 간파하지 못하고 노동자 민중운동을 이끈다면, 그 실천적 결과는 자본가계급의 이해에 복무하는 것으로 귀결이 될 것이다.

생산수단을 사적으로 소유하는 자가 생산물에 대한 지배력을 행사한다. 언론사와 각종 매체로 대표되는 이데올로기적 생산수단이 사적으로 소유되는 만큼, 그 생산물 또한 생산수단을 독점적으로, 배타적으로 소유한 지배계급의 것이 된다. 자본가계급과 국가권력이 엄청난 물량 공세를 통하여 체계적으로 작동시켜 온 이데올로기적 생산물이 대중의 의식을 장악하게 되고, 결국 대중의 의식은 지배계급이 조장하는 내용대로 길들여지게 되며, 이러한 현상들은 선거철이면 더욱 선명하게 확인될 수 있다.

 

의식은 경험과 학습의 반영이다.

 

생존 투쟁에 바쁜 대중은 TV에서 쏟아져 나오는 정보를 비판적 관점 없이 대부분 그대로 받아들인다. 살아온 일생 동안 그렇게 교육받고 길들여져 왔기 때문에, 이것을 극복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인터넷과 SNS 또한 지배계급의 통제 하에 있어서, 대중의 손에 들린 스마트폰에서도 가짜 정보가 판을 치고, 출판물도 왜곡된 내용 일색이다. 대중들 다수는 책을 읽지 않으며, 노동자계급의 사상과 투쟁의 역사마저도 왜곡된 채로 인식되고 있으며, 지배계급의 이데올로기적 물량 공세 속에서 운동의 전망은 흐려지고, 운동의 대오는 분열되어, 독점자본의 이해에 실천적으로 복무하는 종파주의만이 득세한다. 제대로 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길은 너무도 제한적이기 때문에, 이를 극복하기 위해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올바른 정보의 관리와 보급을 위한 투쟁 또한 치열한 계급투쟁의 영역이다.

지금 여러 매체를 통해 전달되는 한국사회 대중문화의 현실은 노동자계급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절망적이다. 한국사회의 대중문화는 왜곡된 역사와 퇴폐 향락을 자극하는 내용들로 가득 차 있고, 이제는 TV조선에서 불을 붙인 ‘뽕짝’ 문화가 전체 노동자, 민중들의 주요 관심거리가 되었다. 한쪽 손에는 뽕짝으로, 생활에 지친 고달픈 인민들을 몽롱하게 하고 체념 의식을 확산시키고, 다른 한 손에는 코로나라는 쇠방망이로 인민들의 뒤통수를 치면서 독점자본에 봉사하는 지배 권력. 그것을 모르는 인민 대중은 일상 속에서의 대화와 토론 또한 대부분 가짜 뉴스와 연예인들 사생활이나 막장 드라마 내용을 주요 소재로 한다.

이러한 어려운 조건 하에서 노동자 계급 대중의 정치의식을 고취시키고, 생산력 발전의 결과를 기초로 형성되어 가는 사회혁명의 전망 하에, 역동하는 정세를 반영한 혁명적 대중투쟁으로의 전진은 어떻게 가능할 것인가?

 

2. 노동자계급의 대안문화

부르주아지가 지배하는 대중문화에 대한 대립물로서, 노동자계급의 대안문화의 위치가 설정된다. 노동자계급의 대안문화의 목표는 자본가계급의 지배문화를 극복해 가고자 하는 것이며, 노동자계급의 대안문화의 내용은 노동자계급의 독자적인 사상과 조직 문화, 행동 양식, 창작 예술 등 노동자 대중의 전 삶을 포괄한다. 계급 갈등이 치열한 생산 현장에서의 문화적 충돌과 생활(노동력 재생산) 공간에서의 문화적 긴장은 늘 발생하기 마련이며, 또 그러한 긴장을 노동자들은 목적의식적으로 유지, 발전시켜야 한다. 왜냐하면 그러한 긴장의 끈이 조금이라도 느슨해지는 순간, 달콤하며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부르주아 문화가 노동자들에게 사정없이 스며들기 때문이다.

지배계급은 오랜 세월 교육제도를 통한 체계적인 세뇌와 이데올로기적, 문화적 물량 공세를 통하여 노동자계급의 독자적인 대안문화가 형성되는 것을 방해해 왔다. 연령과 성별에 따른 유교 문화의 잔재와, 학연과 직장 내 선후배 관계에 의한 위계질서가 지배하는 군사문화의 잔재 또한 노동자계급의 대안문화의 형성을 가로막는 요인이다. 그리고 상당수 노동자들이 갖고 있는 허구적인 중산층 의식은 노동자들의 계급의식을 말살시키며, 자본주의 사회의 구조적인 모순과 계급간의 갈등을 은폐하고, 노동자들의 저항의식을 마비시킨다.[2]참고자료: 신재걸. ≪자본주의와 노동자문화≫

노동자계급의 문화는 크게 보면, 일상 속에서의 문화와 투쟁 현장에서의 문화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투쟁의 시기와 투쟁 공간에서뿐만 아니라, 일상적 시기 모든 삶의 영역에서 노동문화는 노동자의 생활 전반에 녹아들면서, 노동자의 삶의 질을, 건강한 삶의 양식을 높이고, 노동자들의 의식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계급 대립이 첨예한 투쟁 시기보다, 오히려 일상 시기 다양한 영역에서 치고 들어오는 자본의 이데올로기적, 문화적 공세가 더욱 위험하다. 일상 시기에 자본과 정권은 계급 갈등을 완화하고 은폐하기 위해 다양한 문화적인 공세를 끊임없이 취한다. 그리고 이러한 자본의 문화적 공세는 저들 지배계급이 노동자계급을 분할 통치하는 데 봉사하는 체계의 일부분을 구성한다. 그렇기 때문에 노동자계급은 이에 맞서 대안적 노동문화를 발전시키면서. 부르주아적, 소부르주아적 개인주의를 극복하는 공동체적 조직과 문화, 이데올로기를 확대, 강화하는 데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만약 지배계급이 조장하는 문화를 노동자계급이 함께 누린다면, 노동자계급이 노예의 처지에서 해방되는 길은 멀고도 먼 미래의 일이 되고야 말 것이다.

 

3. 지배계급의 문화에 잠식당한 노동자, 민중의 투쟁문화

언제부터인가 노동자들의 투쟁 현장은 그냥 ‘집회’ 현장일 뿐이고, 노동자들의 투쟁과 ‘집회’는 공권력의 질서(통제)유지선 속에 안주하고 있다. 투쟁하는 현장인지 시민들의 문화행사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집회의 긴장감도 없고, 투쟁 의지를 고취시키는 힘찬 선동 프로그램도 없거나 미흡하다. 투쟁 현장이 이러하다 보니 집회 현장에는 이제는 경찰병력의 동원도 보이지 않는다.

한편, TV조선이 불붙인 “뽕짝” 문화는 선거운동 판뿐만 아니라 시위 현장에까지도 영향을 주고 있다. 노동자 투쟁 현장에서 간간히 울려 퍼지는 “뽕짝”. 이제는 투쟁가도 “뽕짝”이고 노동자 풍물도 “각설이”로 등장한다. 집회 대오의 분위기를 띄워보고자 개사곡이든 뭐든 한 번씩 등장하는 모습이기는 하지만, 이것은 저들 지배계급이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의 투쟁 대오 속으로 저들의 의도를 관철시켜서 투쟁 판이 맥없는 판으로 흐르게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투쟁은 투쟁다워야 한다. 투쟁이 시끄럽고 격렬해야 타격과 압박의 효과가 있고 요구가 관철되는 것이다. 노동자 대중의 심장을 울리는 힘찬 투쟁가와 문예 선동의 내용으로 투쟁의 열기를 고조시키고, 그렇게 함으로써 힘 받은 투쟁 대오가 지배계급의 통제선을 무력화시키고 투쟁대오는 위력적인 투쟁으로 진출해 나가게 되는 것이다.

과거 80년대와 90년대에 걸쳐서 한국 노동자, 민중들의 투쟁문화는 외국에서도 관심을 가질 만큼 격렬했다. 그것은 노동자, 민중들의 요구가 절박했고 또 탄압이 거세었던 만큼 투쟁 또한 격렬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2020년대 현재의 요구는 그 절박함에서는 과거 80년대와 비교하여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생산력 발전에 따른 자본의 구조조정과 노조 투쟁에 대한 탄압은 지금도 여전하지만, 겉으로 드러나는 공권력의 물리적인 공세는 과거에 비해 일정 정도 약화된 모습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한편으로, 노동자계급의 투쟁이 순화되어 공권력이 나서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지만 다른 한편으로 생산력의 발전과 경제 공황으로 인해 자본의 구조조정이 필연적이라는 점, 그리고 그에 대한 노동자계급의 저항이 격렬할 수밖에 없다는 점은, 노동자계급이 대오를 정비하면서, 이데올로기 공세와 변화하는 공권력의 공세에 대응하는 태세를 갖출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 게다가 현재 독점자본과 국가권력은 코로나19 방역 통제를 가장하여 노동자, 민중에 대한 파쇼통치를 더욱더 강화하는 상황이다. 노동자계급의 투쟁이 기존의 국가보안법과 질서유지선을 넘지 못하는 상황에 더해, 이제 마스크 안에 투쟁이 갇혀버리는 상황이 되고 있다.

 

4. 어떻게 해야 하는가?

먼저 노동조직 내 조직문화의 혁신이 요구된다. 조직 내 민주주의가 관철되지 못하면, 창발적인 노동자문화가 발전할 수가 없다. 민주주의는 토론문화를 통해서 발현된다. 그렇지만 토론 자체만으로 민주주의가 담보된다고 할 수는 없다. 토론이 제대로 된 토론이 되기 위해서는 충분한 정보가 있어야 하고, 그것들을 분석하기 위해서 이론에 대한 학습이 전제되어야 한다. 따라서 다양한 수준의 학습모임을 조직하여 노동자들의 이론적 소양을 높여야 한다. 이론적 소양이 부족할 경우, 부르주아 지배계급의 문화적 공세에 맞서 버티는 힘이 약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한편으로 이론적 소양을 높이기 위한 학습과 선전에 대한 노력을 기울이면서, 다른 한편으로 노동자 대중에게 보급할 대안적 문화를 발굴하고, 조직하고, 보급하는 데 소홀해서는 안 된다. 그런 점에서 노동자계급 내 문화일꾼들의 책임은 막중하다. 그렇지만 노동자 문화에 있어서 내용 없이 형식만 강조하다가는 오히려 부작용만 초래하기 마련이다. 그런 점에서 문화일꾼들은 노동운동 이론에 대한 학습과 창작활동과 선전, 선동의 기량을 높이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하나의 사례를 들면, 부경몸짓패의 경우 몸짓 강습이 있는 날이면 노동운동 이론을 다루는 사전 학습을 2시간 정도 진행한다. 이론의 학습이 먼저이고 그 다음이 강습과 피나는 훈련이다. 이러한 과정이 반복되면서 몸짓패의 기량이 올라감과 함께 이론적 소양도 올라가고, 매 시기 투쟁 정세의 토론을 기초로 작품을 구성하게 되어, 노동자계급 대중에게 선전, 선동할 정확한 내용을 놓치지 않고 있다. 이는 노동조합 문선활동의 모범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올바른 내용을 담아서 훌륭한 창작물을 만들었다고 해도, 그것을 노동자계급 대중들에게 보급하고 선전, 선동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면 말짱 헛것이다. 대중조직에서는 노동예술 창작물의 집단적 관람과 보급에도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많은 투쟁가와 민중가요가 만들어져 있지만, 요즘 노동자들이 부를 줄 아는 것은 ‘임을 위한 행진곡’, ‘파업가’, ‘철의 노동자’, ‘비정규직철폐연대가’ 정도이다. 이것도 노동자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않고 흘러나오는 음악에 맞춰 팔뚝질만 하는 것으로 대충대충 넘어가는 지경이다. 조합원 대중이 좋아할 만한 많은 노동가요나 민중가요가 많이 있지만, 이러한 것들을 가르쳐 주지 않으니 몰라서 못 부르는 것이다. 당장 투쟁가나 민중가요 배우기부터 시작해보자. 뽕짝보다 백배 천배 내용도, 가락도 좋다.

일상 시기 노동자 문화제나, 투쟁 현장에서의 투쟁문화제를 활성화하여 노동대중의 참여 정도와 노동대중과의 접촉의 기회를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이러한 활동은 그 자체가 교육이기도 하다. 또한 가족을 동반한 역사 기행이나 산행 또는 야유회할 때, 공동체 놀이를 통한 결속력 강화도 좋을 것이다. 독서모임, 영화보기 모임, 민중가요 부르기 등 다양한 문화 소모임의 조직화와 안정적인 활동을 위한 내용적, 물질적 지원의 방법도 강구해야 한다. 이렇게 계급 대중의 자발적이고 능동적인 다양한 소모임 활동이 활발하게 진행된다면, 노동조합은 활기를 띠게 될 것이며, 노동조합의 간부역량을 키우고 확대해 가는 것도 문제없을 것이다.

 

5. 왜 지금인가 ?

지금의 정세는 자본주의가 체제 위기로 다가서고 있다는 것을 가리키고 있다. 그리고 그 위기의 근본 원인은 인간노동을 배제하고 자동화, 무인화로 달려가는 생산력 발전이, 생산수단에 대한 자본주의적 사적 소유와 충돌하고 있다는 점에 있다. 즉, 생산의 사회적 성격과 소유, 취득의 사적 성격 간의 모순이라는 자본주의의 근본 모순이, 인공지능(AI) 등 생산력 발전의 가속화로 인해 극대화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2007년 말 미국에서 금융위기의 형태로 시작된 세계 대공황의 영향이 미처 극복되지 못한 상태에서, 2020년 재차 세계 대공황이 발발하였다. 그리고 지금의 세계 대공황은 코로나19 감염병의 확산이라는 조건으로 인해 세계 각국에서 5-10% 이상의 마이너스 성장을 가져오기도 했다. 이러한 경제 공황의 전개에 대해 제국주의 독점자본들은 공황 탈출의 가능성을 전기자동차나 코로나 백신 주사 등의 새로운 수요 창출과 전쟁의 길에서 찾고 있다. 국내 독점자본들은 투자처가 없어 투기를 통한 돈 놓고 돈 먹기에 정신이 팔려 있다. 반면에 전국 각 사업장에서는 구조조정으로 인해 해고된 노동자들이 계속해서 넘쳐나고 있다. 2021년 1월 현재 한국의 실업자는 1년 전보다 100만 명 이상이나 격증한 상태이다. 그리고 경제 공황 상황에서 자본의 광기어린 착취와 억압은 새로운 세상을 염원하는 노동자계급의 혁명적 투쟁이 일어나기까지는 그치지 않을 것이며, 자본가계급은 노동자계급에 대한 공세의 수위를 높여 갈 것이다.

그리하여 지금은 역사의 주역이자 생산의 주체인 노동자계급의 운동이 다시금 불타올라야 하는 시기이다. 그러나 우리 노동자계급의 의식을 지배하는 자본가계급의 이데올로기가 이러한 역사의 진전을 지체시키고 있다. 계급 적대와 착취 관계를 은폐하고 노동자계급의 혁명적 진출을 가로막는 자본의 이데올로기 공세를 넘어서야만, 노동자계급은 노동해방을 향한 길을 제대로 찾아갈 것이다. 즉, 역사발전의 필연성을 입증할 사회혁명의 길만이 유일한 대안임을 확인하면서, 혁명적 실천으로 나아가기 위해, 우리는 지배계급의 문화와 단절하고 우리 노동자계급의 대안문화를 찾아가야 한다. 자본가계급이 이데올로기적 물량 공세를 통하여 우리의 의식을 지배하는 한, 역사가 달라지는 것은 오랜 세월을 필요로 할 것이다. 그리고 그 오랜 세월이 지나는 동안 노동자, 민중들의 고난의 세월이 깊어질 것이기에, 우리는 역사적 요구에 부응하여 노동자계급이 주인이 되는 노동해방 세상을 쟁취하기 위해, 바로 지금 투쟁의 횃불을 치켜 올려야 하는 것이다.

 

6. 노동자계급 대안문화의 복원을 위하여

1980년대 말 노동운동에서 광범위하게 지배적이었던, 노동해방의 이념을 담지한 전투적 투쟁 기풍을 다시 복원해야 한다. 그래야만 정세의 주도권을 노동자계급이 거머질 수 있고 세상을 바꾸는 투쟁으로 나아갈 수 있다. 그런데 지금까지 계급협조주의 세력의 득세가 노동자계급 운동의 발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던 만큼, 계급협조주의를 극복하는 투쟁을 벌여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사회적 합의주의 등 계급협조주의는 노동자계급의 대의를 자본가계급에게 팔아넘겨, 노동자계급의 단결을 와해시키는 주범이다. 그리고 한편으로 계급협조주의와 투쟁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지금의 전투적 조합주의의 한계, 즉, 자본주의를 넘어서는 노동해방의 전망, 변혁의 전망을 담지하지 못하는 한계를 넘어서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대안적 문화에 적용하면, 노동자계급의 철학・역사・이념이 담지된 학습과 투쟁, 선전・선동의 문화가 필요하다. 노동자계급의 대안문화는 부르주아 지배 질서에 파열구를 낼 수 있는 내용으로 다양한 형식을 통하여 전개되어야 한다. 우리는 이것을 가까운 역사 속에서 충분히 배울 수 있다. 학습 소모임으로부터 시작하여 풍물・노래・몸짓・집체극・시・그림・연극・소설 등등. 노동자 대안문화의 르네상스라 할 정도의 풍성한 역사적 경험들이 전노협 시절 발전하여 축적되었던 바, 이를 끄집어내는 것으로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이러한 것들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노동조합 내 이러한 활동을 보장하고 지원할 수 있는 부서의 활성화와 더불어 재정과 역량의 배치와 육성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노동운동 진영 내부에서 이러한 부문에 대한 관심이 떨어진 지 오래이기에, 노동자계급 대안문화가 무너져 내린 것이며, 이것은 곧 노동운동의 활력 저하와 질적 후퇴로 연결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노동자계급의 대안문화를 복원하는 데 있어 전망은 그리 나쁘지 않다. 왜냐하면 더 이상 나빠질 것이 없기 때문이다. 지금은 바닥을 차고 올라가는 일밖에 남은 것이 없다. 뭐든 시도해야 한다. 모든 것은 하나의 방향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는데, 그 방향은 체제의 전환이며, 자본주의 사회를 계급 없는 사회로의 전환시키는 것이다. 그러한 투쟁의 흐름에 노동자계급의 올바른 대안문화가 큰 힘으로 작용할 것이다. 노동자계급의 의식을 마비시키는 부르주아 대중문화의 영향을 척결하고, 노동해방의 전망을 밝힐 대안문화를 복원하고 새롭게, 더 높은 수준으로 발전시키는 데 집중해 보자.

 

끝으로, 신라대학교 비정규직 청소노동자들의 집단해고에 맞선 대학본부 점거 투쟁 현장에서 낭송된 시 한 편을 소개한다.

 

 

“당장 해고를 철회하라!”

-김일석의 시

 

느거 함 봐라

구찌나 페라가모도 없고

나이키 프로스펙스도 한 켤레 없는

청소노동자의 농성장에 울긋불긋 널브러진

저 신발들을 본 어느 늙수그레한 시인이

모래땅에 핀 패랭이꽃 같다 하면 낭만 과잉이랄 테고

얼기설기 세월 보낸 옛집 문간에 새겨진

눈물의 땟자국 같다 하면 비극 과잉이랄 테지만

이웃집 누이나 아재의 질펀한 주름살 같다 하면

느거는 어때, 느낌 좀 있나?

느거 보기엔 말이다

남루하게 뒹구는 저 삼선 슬리퍼나

만 원짜리 시장표 싸구려 운동화들이

억척의 생애 버팅기다 낙오한 체제의 패잔병이나

음험한 불순분자들이 뒤엉킨 어떤 상징 같기도 하겠지만

느거가 집무실에서 복도에서 강의실에서

뜨거운 카푸치노 홀짝이며 고상하게 기대어 쉴 때

질긴 육체노동의 숙명에 기꺼이 따르면서도

이번엔 그냥 당하지 않겠다는 결기로 단단히 붙들고 선

늙은 노동자의 발은 눈에 안 보이제?

아이들 학비로 교통비로 식구들 병원비로

쌀값 찬값 몇 번이면 하루 새 다 녹는, 그래서

그저 봄꽃이 부럽기 만한 춘궁기의 월급봉투로도

피 말리는 생애의 급류 오르내리며 산 게 대체 몇 해였나

남들처럼 봄이라고 니기미, 꽃놀이 한 번 못 갔는데

가장 낮은 곳 가장 서러운 숨통에 칼날 겨누며

이리 야비한 해고라니, 정녕 천박한 새끼들!

느거 함 봐라, 바닥에 누운 저 신발들과

이 봄 기필코 이겨 당당히 일어서겠다는

늙은 비정규직 청소노동자의 발들을 보란 말이다

살아보니 여기저기 몸도 아프고

새끼들 신랑 각시 제때 챙기지 못해 천날만날 서러워도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종종걸음으로 나와

온종일 쓸고 닦으며 잠자리 날개만큼이나

버석버석한 세월 부대끼며 살아왔지만

단 하루도 무너지지 않고 몸부림쳐온

저 발들의 선연한 내력이야말로

지천으로 터지는 초록빛 봄 이파리보다야

학교 구석구석 쓸고 닦고 씻어온

청소노동자가 열 곱절은 더 장하지 않나

느거 함 봐라

아니, 존경하는 총장님 실장님 교수님들

느거 품위 있는 걸음걸이와 절제된 목소리조차

집무실과 강의실의 명예와 교양조차, 저 좆도 없는

싸구려 신발들의 주인인 노동자에게서 왔다면 느거는 어때?

그래, 밑바닥의 잡것들이 들고 일어나

세상 뒤집어엎을 듯 매일 뒤엉기니 많이 불편하지?

노예처럼 부려먹던 것들인데 어쩌면 좋나 싶지?

한방에 내쫒으려니 만만찮지?

아무튼 씨발, 당장 해고를 철회하라!

해고를 철회하라! 노사과연

References

References
1 칼 맑스, ≪독일이데올로기≫
2 참고자료: 신재걸. ≪자본주의와 노동자문화≫

노사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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