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사회과학연구소

[현장] 자동차판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고 끝까지 싸울 것입니다

 

최현진 | 금속노조 자동차판매연대 부양지회 지회장

 

 

 

197011월 전태일 열사는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내 죽음을 헛되이 말라!를 외치며 스스로의 몸을 화염 속에 불사릅니다. 그 불씨가 노동 운동의 불씨가 되었고, 한국 사회는 변화해 왔습니다.

 

하지만 50년이 지난 2021년 현재, 근로기준법조차 적용되지 않는 노동자들이 여기에 있습니다.

저희는 현대기아자동차 등 국내 완성차 5개사 판매대리점에서 근무하는 비정규직 판매노동자들입니다. 지난 2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차 파는 알바생 취급을 받으며 현대기아차 본사와 대리점주들의 노동착취에 노예 같은 대우를 당해 왔습니다.

 

현대ㆍ기아차대리점은 IMF 구제금융 당시 회사의 일방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만들어졌습니다. 정규직으로 근무하던 판매직원들을 구조조정이라는 미명하에 절반을 뚝 잘라서 인위적ㆍ반강제적으로 대리점을 만들면서 시작된 것이 지금의 자동차판매대리점입니다.

 

정규직 판매직원 출신인 대리점 소장들은 현대ㆍ기아차 원청의 지시에 따라 대리점 직원들을 관리해 왔고, 입사부터 퇴사까지, 출퇴근 근태관리부터 승진 등 인사까지 모두 원청에서 관리해 왔으며, 제품교육부터 실적부진자교육까지 모두 원청에서 실시해 왔습니다.

원청에서 정한 시간에 출근하여 원청에서 직접 송출하는 영상에 맞추어 체조와 교육으로 일과를 시작하였으며, 정기적으로 원청의 감사를 받으며 본인의 통장은 물론, 가족의 통장까지 제출을 해야 했습니다.

현대ㆍ기아차 원청은 20년간 저희를 대리점 직원, 대리점 가족이라 불렀지만 노동조합이 결성된 2015년 이후부터는 ‘등록인원’이라고 부르며, 저희의 존재를 부정하고 있습니다.

근무하는 장소만 지점과 대리점으로 다를 뿐, 정규직과 똑같은 일을 하고 있지만, 대리점에 근무하는 비정규직 판매노동자들은 기본급, 4대보험도 없고, 10년 넘게 일해도 퇴직금 10원 한 푼 받지 못합니다. 차를 한 대도 팔지 못하면 수입이 0원으로 공짜 노동을 강요받고 있습니다. 심지어 직원들이 돌아가면서 전시장 당직근무를 서야 하지만, 하루 종일 일해도 밥값조차 주지 않았습니다.

원청과 대리점 점주들이 우리를 특수고용노동자로 만들어 놓았기 때문입니다. 우리를 등록인원, 알바로 취급하는 현대ㆍ기아차 자본이 노동자의 등골을 빨아 쟁여 놓은 사내유보금은 100조 원을 넘어선 지 오랩니다.

 

2015. 08. 22. 결성된 ‘전국 자동차판매노동자연대 노동조합’은 노동부로부터 설립신고증을 받고 법내 노동조합으로 출범하였지만, 현대차그룹 원청 기획과 지시로 핵심임원들은 모두 해고되었으며, 대리점 폐업 및 200명이 넘는 조합원의 집단해고로 노동탄압을 당하였고, 대리점주들은 판매노동자를 근로자가 아닌 자영업자라고 주장하며 교섭을 거부해 단체교섭권조차 행사할 수 없었습니다.

금속노조 지회로의 조직전환도 사회적으로 큰 논란과 진통을 거친 끝에 2년 이상 조합원들이 피눈물을 흘리고서야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지노위와 중노위, 행정소송, 고등법원까지 “현대ㆍ기아차대리점의 모든 카마스터는 노조법상 노동자이다. 단체교섭에 응하라”는 판결을 하였으나 원청의 지시하에 대리점 소장들은 계속해서 항소하며 시간을 끌었습니다. 그러나 4년여에 걸친 지난한 법적공방과 투쟁 끝에 2019. 06. 13. 대법원으로부터 자동차판매 카마스터는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라는 확정판결을 받아내었고 2020년부터 대리점 점주들을 기어이 단체교섭장에 끌어내었습니다.

하지만 수개월에 걸친 교섭을 통해 확인한 것은 ‘우리의 사장’이라는 대리점 점주들은 원청으로부터 ‘노동자를 착취할 권리’ 외에는 아무것도 결정권한이 없는 ‘바지사장’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우리가 요구한 ‘교섭요구안’의 단 한 가지도 수용을 하거나 수정제안을 하지 않아 협상이 진행되지 못했으며, “내 권한이 아니니 어떤 것도 들어줄 수 없다”며 ‘철회요청’, ‘삭제요망’만 앵무새처럼 떠들어 댈 뿐이었고, “법에서 의무로 정한 부분만 수용이 가능하다”며 단체교섭을 파행으로 만들었습니다.

 

형식적인 단체교섭의 과정 끝에 각 지방노동위원회의 ‘조정중지’ 결정으로 합법적인 쟁의권을 확보하였지만, 조직력과 조건의 한계로 현재까지는 전면 파업은 돌입하지 못하고 투쟁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수년간의 피나는 투쟁을 통해 ‘할부금융사 강요금지, 당직자 식대 1만 원, 성과급 분배, 원청 감사거부, 인격적인 대우’ 등 많은 부분을 바꾸어 내었지만, 현대ㆍ기아차 원청의 노조파괴 시도는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원청에 의한 기획폐업이며, 이는 조합원의 집단해고라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이미 10여 개의 대리점을 폐업하며, 200명이 넘는 조합원이 단지 ‘노동조합을 가입했다는 이유’만으로 길거리로 쫓겨났습니다.

2019년 충남 당진의 현대차 신평대리점 기획폐업 당시 2달 넘게 대리점을 점거하며 투쟁하였지만, 결국 프락치를 통한 방해공작으로 투쟁이 파괴되었고 이후 제대로 된 대응 없이 조합원들이 투쟁을 포기하고 일터와 노동조합을 떠나가는 일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대리점제도가 생긴 이래로 20년 넘게 대리점이 폐업하면 인근 대리점으로 고용을 승계하고, 대체개소를 하게 되면 다시 해당 대리점으로 복귀하여 근무해 왔습니다.

그런데 2015년 8월 대리점에 노동조합이 생긴 이후부터 대리점이 폐업되면 비조합원만 고용을 승계하고, 조합원들만 쪽집게로 집어내듯 길거리로 내팽개쳐지고 있습니다. 대부분이 10년 이상 현대차와 대리점을 위해 차를 팔아 온 영업사원들입니다.

 

현대차 수비대리점도 2020년 12월 31일 폐업을 직원들에게 통보했습니다. 단체교섭에서 점주에게 폐업소문에 대해 질의하였으나, 점주는 “그럴 일 없다, 만약 폐업하게 되면 3개월 전에 알려 주고, 전체 직원들이 고용승계될 것이니 걱정마라”고 했었습니다. “왜 얘기하지 않았느냐?”고 묻자 점주는 “회사(원청인 현대자동차 부산지역본부)에서 미리 직원들에게 알려 주면 차가 안 팔릴 것이니 끝까지 숨겨라!”고 했다고 합니다.

저희가 고용보장을 요구하자, 원청인 현대차 부산지역본부의 입장은 “지점직원이 아닌 대리점 영업사원은 우리랑 전혀 관계없는 너희들끼리의 일이다. 대리점 대표에게 부탁해서 너희들끼리 해결해라”고 합니다.

다른 대리점 대표는 “너희를 고용했다간 지역본부에 찍힌다. 여기 다녀갔단 얘기도 하지 말아 달라”는 입장입니다.

마치 저희가 유령회사에 근무라도 했는지 어느 누구도 관련이 없다 말하고, 졸지에 키우다 버려진 유기견 같은 신세가 되어 버렸습니다.

 

현대차는 글로벌 기업으로, 대리점주들은 20년간 수십억대의 부자가 되었는데, 우리는 노동조합에 가입했다는 이유만으로 씹다 버린 껌딱지 취급으로 하루아침에 길바닥에 버려지는 신세가 되어 버리고 말았습니다. 노동을 존중한다는 문재인 정부 하에서 말입니다. 20년 넘게 4대보험도 없이 퇴직금도 없이 회사를 위해 온갖 갑질과 비인격적인 대우를 받으면서 일해 왔는데, 이제 노동조합을 가입해서 목소리 좀 낸다고 이렇게 한 가정의 가장들을 집단적으로 해고하는 법은 없습니다. 노동조합은 헌법에 보장된 노동자의 권리이고, 이 권리를 위해 3년 넘게 법적인 투쟁을 통해 이제 대법원의 판결로 노동자가 되었더니 ‘세계적인 기업 현대자동차’는 “어디 감히 비정규직 따위가 노동조합을 해?”라며 살인 같은 해고를 자행하고 있는 것입니다.

 

부산지역 모든 대리점의 인사권과 지시ㆍ관리ㆍ감독을 해 오고 있는 현대차 부산지역본부는 지금이라도 노동조합을 파괴하기 위한 기획폐업ㆍ위장폐업 시도를 중단하고 수비대리점 전 직원의 고용을 보장해야 합니다.

이제라도 현대자동차는 현재의 세계적 위치에 올라설 수 있도록 가장 큰 기여를 한 비정규직 판매노동자들에게 감사하는 태도를 보여야 하며, 생존권을 박탈하는 만행을 즉시 중지해야 할 것입니다.

 

수비대리점 조합원들은 ‘이대로는 억울해서 물러날 수 없다, 노동조합을 지키겠다’는 한마음으로 자동차판매연대지회를 대표해서, 비정규직 판매노동자를 대표해서, 특수고용노동자를 대표해서 생존권을 쟁취하기 위한 투쟁을 해 나가고 있습니다.

저희는 퇴직금도 실업급여도 없이 2020년 12월 22일부터 생활비 0원인 상태로 힘든 싸움을 이어 가고 있지만, 많은 동지들과 단체들의 연대를 버팀목으로 이 땅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자본에 의해 생존권이 박탈되는 것을 막기 위해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고 끝까지 싸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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