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사회과학연구소

[현장] 직무급제 7문 7답

 

김태균 | 연구위원

 

 

* 이 글은, 2020년 새해 벽두부터 교보생명을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는 직무급제 관련 현장 조합원 교육 자료입니다. 노동조합원을 제외한 임직원을 중심으로 추진되었던 기존의 직무급제와는 달리 교보생명의 경우 전체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직무급제가 추진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또한 교보생명 이외에도 많은 손ㆍ생보 사업장 및 금융 사업장에서도 직무급제가 추진될 것이 예상되어, 이에 대응하기 위한 손ㆍ생보 현장 활동가들의 현장 교육 활동을 위해 제작된 자료입니다.

 

 

직무급제 7문 7답을 준비하며

 

2020년 새해 벽두부터 주요 언론은 교보생명이 전체 임직원을 대상으로 직무급제를 도입한다는 소식을 실었다. 이번 교보생명의 직무급제 도입은 일반직 노동자를 포함해서 전체 노동자를 대상으로 그리고 제조업도 아닌 금융 산업에 직무급제를 도입한다는 점에서 아마도 처음 있는 일로 평가되고 있다.

직무급제는 기존의 연공서열을 중심으로 한 연공제 임금체계와는 어떠한 차이가 있는 것인가? 직무급제가 도입되면 노동자 입장에서는 어떠한 변화가 있는 것일까? 불필요한 노사분쟁을 야기하면서까지 직무급제 도입을 서두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등 직무급제 도입을 둘러싸고 다양한 논의가 벌어지고 있다.

이에 직무급제 7문 7답은 직무급제 도입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다양한 논의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제작되었다.

 

 

문1. 직무급제이란 무엇인가?

답1. 직무급제는 직무의 가치에 따라 임금이 지급되는 임금체계이다.

 

직무급제란 노동자의 노동력의 대가인 임금을 지급하는 임금체계의 한 유형이다. 노동자가 받는 임금의 형식적 체계는 크게 ① 임금 수준, ② 임금 구성, ③ 임금 구조로 나뉜다. 임금 수준은 기업에서 노동자들에게 지급하는 평균임금의 수준을 의미한다.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임금피크제도나 최저임금제도가 모두 임금 수준 관련한 임금체계의 개편 논의이다. 임금 구성은 임금 명세서에 나오는 명목, 즉 고정급(기본급, 각종 수당, 고정 상여 등)과 성과급 중심의 변동급과 복리후생비 등의 비중이 어떻게 구성되는가에 대한 부분이다. 마지막으로 임금 구조는 임금 중 기본급 임금 수준을 어떠한 기준으로 결정할 것인가 하는 부분인데, ① (직급이나 임금 등급(호봉)을 몇 개로 나눌 것인가 하는) 임금 등급의 수, ② 등급 간 임금 차이, ③ 출발이 되는 기본급(예를 들면 초임 호봉) 임금 수준, ④ 기본급의 일괄 인상 또는 개별 인상 등 기본급의 인상 방법 등이 있다.

직무급은 노동하는 노동자의 특징과는 무관하게 직무의 가치에 따라 기본급이 결정되는 임금체계이다. 예를 들면 어떤 직무가 월 기본급 100만 원으로 책정되었다면 그 직무를 수행하는 노동자의 특징(나이, 성별, 학력, 고용형태, 국적 등)과 무관하게 심지어 비숙련자이건 숙련자이건 노동자의 숙련의 정도와 무관하게 월 기본급 100만 원을 받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반해 노동자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연공제도는 직무급제도와는 반대로, 수행하는 직무(업무의 내용)와 무관하게 그 노동자가 보유한 특징, 예를 들면 근속년수에 따라 기본급이 책정되는 임금체계이다.

 

 

문2. 임금 지급의 기준이 되는 직무에 대한 가치는 어떻게 결정되는가?

답2. 직무 가치의 결정 기준은 기업 이익에 대한 복무 여부이다.

 

직무급제도는 근속년수, 나이, 성별, 국적, 고용형태 등 노동자의 인적 특성과는 무관하게 배치된 직무에 따라 임금(기본급)이 결정되는 임금체계이다. 직무급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임금 지급의 기준이 되는 직무에 대한 가치 결정 과정이다. 직무의 가치를 결정하는 과정에는 다음과 같은 원칙이 적용된다.

 

직무 가치 결정의 원칙

① 어떤 직무가 기업의 이익에 복무하는가?

② 각각의 직무의 가치를 결정하는 단위가 공정한가?

③ 결정된 직무 가치에 따라 누구(노동자)를 배치할 것인가?

 

 

① 어떤 직무가 기업의 이익에 복무하는가?

기업의 기초 단위라 할 수 있는 직무의 가치는 기업의 목표, 즉 기업의 이익에 얼마만큼 복무하는가가 판단 기준이 된다. 여기서 기업의 이익의 크기는, 노동자의 노동력에 의해 새롭게 창출되는 가치 중 노동자에게 지불되는 임금으로 소요되는 부분을 제외한 크기, 즉 잉여노동에 의해 창출되는 가치의 크기와 관계한다.

따라서 기업의 이익에 복무하는 직무의 가치란 어떤 직무가 노동자의 잉여노동을 극대화하는 것인가, 다시 말해 노동자의 잉여노동을 얼마만큼 착취하는 것인가가 판단의 기준이 되는 것이다. 결국 회사의 이익에 복무하는 직무의 가치란, 어떤 직무가 노동자의 잉여노동을 가장 많이 착취하는가가 유일한 판단 기준이 된다.

 

② 각각의 직무의 가치를 결정하는 단위가 공정한가?

흔히 직무의 가치를 결정하는 결정 구조에 노동조합이 참여하면 공정한 가치 결정이 가능하다고 판단을 하곤 한다. 그러나 직무의 가치가 높은 직무는 기업의 이익을 높게 하는 직무, 즉 노동자의 노동력을 가장 많이 착취하는 직무일 수밖에 없으며, 직무 가치를 결정하는 구조에 노동조합이 참여해도 직무의 가치=기업의 이익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오히려 노동조합의 참여 그 자체가 직무급제 실시 이후 발생되는 노동자들의 불만을 무마하는 명분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또한 직무 가치를 결정하는 구조에 노동조합이 참여하는 것은 직무급제 도입에 대한 기업과 노조의 공동책임을 확인하는 결과를 야기할 뿐이다.

 

③ 결정된 직무 가치에 따라 누구(노동자)를 배치할 것인가?

노동조합의 참여 여부를 떠나 특정한 직무의 가치가 결정되면 이제는 그 직무에 어떤 노동자가 배치될 것인가가 문제가 된다. 특정한 직무에 대한 노동자의 배치 권한은 지금의 노사관계에서도 흔히 다툼의 여지가 있는 부분이다. (인사) 배치라 불리는 특정한 직무에 대한 노동자의 배치와 관련한 권한은 소위 경영권이라는 개념으로 기업의 고유권한이라 주장되고 있다.

각각의 직무에 따라 임금 수준이 결정되는 직무급제에서의 노동자 배치는 결론적으로 노동자 개개인의 임금을 결정함을 의미한다. 결국 직무급제는 직무의 가치에 따른 임금 수준의 차이를 통해, 소위 경영권이라는 (인사) 배치 권한을 활용해서 기업이 일방적으로 노동자의 임금을 결정함을 의미한다. 결국 노동자의 임금을 기업이 일방적으로 결정하기 때문에 직무급제에서는 보다 높은 수준의 임금을 받기 위해서=보다 높은 가치를 부여받는 직무에 배치되기 위해서 노동자들은 상호 간 경쟁을 하게 된다.

 

 

문3. 언제부터 한국에 직무급제가 도입되었는가?

답3. 한국에 자본주의가 정착된 1960년대부터이다.

 

한국에서의 직무급제 도입은 1950-60년대 금성사로부터 시작되었다. 금성사의 도입 이후 1980년대에는 대부분의 제조업에서 직무급제 도입을 서둘렀다. 1980년대 말 포스코에서 실시했던 직무급제는 65개 등급의 직무급제였는데, 직무 가치 평가를 위한 전담 부서를 두어 직무의 가치를 결정했다. 생산직은 이동에 따라 담당 직무 등급이 달라졌으며, 사무 관리직은 직무 수당 형태의 직무급이 적용되었다. 이후 포스코의 직무급제는 각각의 직무 가치의 결정 구조와 노동자의 배치 등에 대한 노동자의 불만이 발생하면서 노동조합이 직무급제 폐지를 요구하여 단일 호봉제와 직능급제로 개편된 바 있다.

전체적으로 보면, 직무급 호봉제(-70년대)→능력주의 연공급(80년대-)→직능ㆍ능력급 연봉제(90년대-)→연봉제/직군관리제/직무등급제(2000년대 이후)로 한국의 임금체계가 변화되어 왔다. 2017년 출범한 문재인 정권의 경우 출범과 함께 공공부문에서의 직무급제 도입을 추진하였다. 또한 문재인 정권은 2019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노사협의로 직무급제를 도입하는 공공기관에 대해 인센티브를 주겠다는 등 직무급제 도입을 국가 차원에서 적극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문4. 직무급제가 실시되면 노동자에게 어떠한 일이 발생하는가?

답4. 임금이 삭감되고, 노동자 상호 간에 경쟁이 치열해지며, 노동조합의 임금 교섭권이 무력화된다.

 

① 임금을 삭감하는 임금체계이다.

직무급제는 직무별 가치에 의해 임금 수준이 결정되는 임금체계이다. 직무별 가치는 기업의 이익에 얼마만큼 복무하는가, 즉 노동자가 생산하는 잉여가치로부터 창출되는 이윤을 취하는 기업의 이익에 어느 직무가 더 많이 복무하는가를 의미한다. 결국 직무급제는 기업이 더 많은 이윤을 취하기 위해, 즉 노동자들로부터 더 많은 잉여가치를 착취하기 위해서 도입하는 것이며, 따라서 직무급제의 도입을 통해 노동자들의 임금을 얼마만큼 삭감할 것인가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 되는 것이다.

 

② 노동자 상호 간의 경쟁을 부추긴다.

노동자를 어느 직무에 배치할 것인가 하는 것은 인사권이라는 이름으로 철저하게 기업의 경영권에 해당(?)한다. 직무급제가 도입되면, 노동자의 입장에서 보다 높은 임금 수준의 직무에 배치되기 위해서는 기업이 요구하는 스펙을 중심으로 노동자들 상호 간에 경쟁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된다. 결국 직무급제 도입으로 노동자들은 상호 간에 살인적 경쟁으로 내몰리게 된다.

 

③ 임금 교섭권을 무력화함으로써 노동3권을 무력화한다.

노동자들에게는 헌법으로 보장된 세 가지 권리가 있다. 노동자 스스로 노동조합을 건설하고 참여할 수 있는 자주적 단결권, 노동자들의 임금 및 노동조건을 사용자와 집단적으로 교섭할 수 있는 단체교섭권, 그리고 마지막으로 교섭력을 확보하기 위한 단체행동권이 노동자의 세 가지 권리이다. 노동3권은 각각의 권리가 독립되고 분산된 개별적 권리가 아니라, 노동자의 권리라는 이름으로 하나가 될 때만이 비로소 각각의 권리가 유지될 수 있는 서로 긴밀하게 연계되어 있는 종합적 권리이다.

그런데 직무급제가 도입된다는 것은 노동자의 임금 수준을 기업이 일방적으로 결정함을 의미한다. 기업이 노동자의 임금 수준을 일방적으로 결정한다는 것은 노동자들이 자신의 임금을 노동조합을 통해 사측과 교섭하고 투쟁해서 결정하게 되는 단체교섭권이 무력화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노동3권의 주요 내용인 노동조합의 임금인상을 위한 교섭권이 유명무실화되는 것은 결국에는 노동자의 자주적 단결권, 단체교섭권 그리고 단체행동권이 무력화되는 것, 즉 종합적으로 노동3권이 무력화됨을 의미하는 것이다.

 

 

문5. 직무급제 도입의 과정은?

답5. 직무급제는 노동자들의 저항을 피하기 위해 비조합원에서 조합원으로, 부분에서 전체로 도입된다.

 

직무급제 도입은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한 노동자들의 저항을 피하기 위하여 비조합원에서 조합원으로 그리고 부분에서 전체로 도입된다.

직무급제는 노동조합의 저항을 피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투쟁력이 떨어지는 비조합원에서부터 도입이 시작된다. 전체적으로 비조합원에 직무급제도가 도입되면 그 이후 서서히 조합원을 대상으로 직무급제 도입이 전개된다. 임원→직원, 일반사무직→생산직 등이 바로 이러한 경우이다. 또한 직무급제는 같은 직에서도 한꺼번에 도입되지 않는다. 노동자가 수령하는 전체 임금에 있어서 직무급제가 도입되는 것이 아니라 예를 들면 기본급은 기존의 연공제에서의 기본급 수준을 유지하면서 직무급제 수당을 도입하는 등 부분에서 전체로의 도입을 통해 노동조합의 저항을 피하게 된다.

 

 

문6. 왜 지금 직무급제가 논의되고 있는 것인가?

답6. 직무급제는 기업의 경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비용(임금) 절감 전략이다. 직무급제가 도입된다는 것은 기업의 입장에서 경영(경제) 위기 상황이라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직무급제는 자본의 위기를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위기관리의 형태이다. 지금 직무급제 도입이 논의되는 이유는 직무급제 도입을 통해 비용(임금)을 삭감해야지만 기업이 현재 상태(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기업의 위기 상태를 반증하는 것이다.

기업의 위기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우선 첫 번째는 특정한 개별 기업이 아닌 전체 기업의 위기 상태를 의미하는 경우이다. 그리고 두 번째는 기업 간 경쟁에서 나타나는 개별 기업의 위기 상태이다. 한국 자본주의는 지난 2008년 미국의 금융 위기와 2010년 유럽의 재정 위기 이후 약 10년 동안 장기적 침체 상황에 있다. 즉, 한국의 전체 기업은 세계 자본주의 경제 위기=공황의 한복판에서 장기적 저성장이라는 경제 위기 상태에 놓여있는 것이다. 이러한 장기적 저성장이라는 경제 위기 상황에서 개별 기업들은 살아남기 위한 살인적 경쟁에 내몰리고 있는데, 교보생명을 중심으로 금융 산업에서 시도되고 있는 직무급제 도입 시도는 바로 이러한 기업의 위기 상황을 보여 주고 있는 것이다.

 

 

문7. 직무급제도 도입에 대한 노동조합의 대응 방안은?

답7. 노동조합은 직무급제 도입 초기부터 도입 거부라는 명확한 입장을 가지고, 직무급제를 거부해야 한다.

 

직무급제는 노동자들의 임금을 삭감하고, 노동자들 상호 간의 경쟁을 유발시키며, 단체교섭 권한의 무력화를 통해 노동조합 자체를 부정하는 기업의 위기관리 전략이자 노동조합 무력화 전략이다. 직무급제는 노동조합의 저항을 피하기 위해 조합원이 아닌 비조합원을 중심으로, 임금 전체가 아닌 일부에서부터 도입되어 이후에는 전체로 확산된다. 그리고 설사 도입이 되더라도 직무 가치를 결정하는 단위에 노동조합의 참여를 보장하는 등 노동조합의 저항을 피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취하게 된다.

흔히 노동조합 차원에서는 비조합원에 도입되는 것이기 때문에, 직무의 가치를 결정하는 단위에 노동조합이 참여하기 때문에 등 다양한 논리를 전제로 직무급제 도입에 대한 저항을 주저하는 경우가 나타난다. 그러나 결국 직무급제는 개별 노동자의 임금을 삭감하는 것을 넘어 노동조합의 기본 임무인 임금인상을 위한 단체교섭권을 무력화시킴으로써 노동조합 자체를 무력화한다는 점에서 전 조직력 역량을 동원하여 초기부터 직무급제 도입을 저지해야 한다. 즉, 직무급제의 도입은 노동조합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에, 노동조합은 직무급제 도입 초기부터 도입 거부라는 명확한 입장을 가지고 직무급제를 거부해야 하고, 사활을 걸고 직무급제의 도입을 저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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