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사회과학연구소

[회원마당] ILO 핵심협약 비준과 노동법의 단결권 제한에 대한 이해

장인기 | 편집위원

 

 

* 이 글은, 지난 7월 19일 노동사회과학연구소 강의실에서 진행된 노사과연 7월 연구 토론회에서 발표된 것이다.

 

 

1. 들어가며

 

한동안 ILO 핵심협약 비준을 둘러싸고 노ㆍ사ㆍ정 간 갑론을박이 언론을 장식했다. 문재인 정부의 ILO 핵심협약 비준 추진에 대한 노동자들의 요구와 자본가들의 반대가 부딪히면서 정부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이하 경사노위라 한다)를 통해 이른바 사회적 대화를 진행했으나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 그리고 정부는 최종적으로 핵심협약 비준 추진과 노조법 등 법률 개정을 병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노사 관계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법률 개정이 쉽지는 않아 보인다. 이하에서는 ILO 핵심협약 비준과 관련한 논란의 본질이 무엇인지 살펴본다. 그리고 ILO 핵심협약 중 결사의 자유 분야와 관련하여 한국의 노동법이 가진 문제점들을 살펴보고, 단결권과 관련한 법률이 왜 중요한 것인지, 노동자들은 단결권 관련 법률에 대해 어떠한 인식을 가져야 하는지에 대해 서술한다.

 

 

2. ILO 핵심협약 비준 관련 논란의 본질

 

국제노동기구(ILO, 이하에서는 ILO라 한다)는 국제노동기준 설립 및 노동현안 문제를 다루는 UN 산하 전문기구로서 1919년에 창설되어 올해로 창설 100주년을 맞이했다.1) ILO 핵심협약이란 총 189개의 ILO 협약 중 가장 기본적인 노동인권에 관한 규범으로 1998년에 채택된 일터에서의 기본 원칙과 권리에 관한 선언(ILO Declaration on Fundamental Principle and Rights at Work: FPRW)에서 천명된 4개 분야의 8개 협약을 말한다. 8개 핵심협약은 다음과 같다.

 

 

한국은 8개 핵심협약 중 결사의 자유강제노동 금지 분야의 4개 협약을 비준하지 않고 있다.2) 8개 핵심협약을 모두 비준한 국가가 ILO 회원국 187개국 중 141개국, OECD 36개국 중 30개국임을 감안하면 한국의 핵심협약 비준은 이미 상당히 늦은 것이다.

 

ILO 핵심협약 비준은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문재인의 공약이었고, 문재인 정부는 대선 공약의 실천으로 ILO 핵심협약 비준을 추진하고 있다. 국제노총(ITCU)은 국가별로 노동권 수준을 평가하는 ≪글로벌 권리 지수≫ 보고서에서 수년째 한국을 최하 등급인 5등급으로 분류하고 있다. 국제노총은 노동권 수준을 총 6등급3)으로 분류하고 있는데, 5등급은 권리 보장이 안 되는 수준에 해당한다. 6등급(5+등급)은 5등급과 같은 상황이지만, 내전이나 외침 등으로 법 제도가 무너진 경우를 의미하므로 사실상 한국의 노동권 수준은 최하 수준이라 할 수 있다.4) 이처럼 노동자의 권리 수준이 국제적인 기준에서 볼 때 매우 열악하다는 오래된 지적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응답이 ILO 핵심협약 비준 추진이 아닐까 싶다. 물론 그 진정성에 대한 판단은 별개의 문제다.

 

ILO 핵심협약 비준과 관련해서 크게 보면 두 가지 대립이 있다. 첫째는 비준을 할 것인지 하지 않을 것인지에 대한 대립이다. 자본가들은 시기상조라고 하는 반면 노동자들은 이미 늦었으니 빨리 비준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는 법 개정과 협약 비준의 우선순위를 둘러싼 대립이다. 정부는 협약에 상응하는 법률 개정과 협약 비준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해 왔고 노동자들은 조건 없이 협약을 비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첫째 대립과 관련해서는 앞서 언급했던 국제적인 핵심협약 비준 추이, 한국의 노동권 수준 등을 고려할 때 핵심협약 비준이 이미 늦었다고 보는 것에 이의를 달기 어렵다. 둘째 대립과 관련해서는 정부의 입장이나 핵심협약 비준을 둘러싼 상황을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정부는 지금껏 사회적 합의, 노사 의견 수렴 운운하며 협약 비준 절차를 늦춰 왔다. 그리고 협약 비준안을 국회에 제출하는 동시에 관련 법률 개정 작업을 동시에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5) 정부의 입장은 결국 협약 비준은 법 개정이 전제되어야 할 수 있다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지금까지 비준한 ILO 협약들이 국내 입법이 제대로 된 상태에서 비준되었나? 그렇지 않다. 예컨대 주 40시간제 원칙을 담은 ILO 협약 제47호는 주 68시간 행정해석, 근로시간 특례 제도 등으로 협약의 취지가 법 제도적으로 전혀 달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비준되었다.6) 그리고 정부는 경사노위를 통해 ILO 핵심협약 비준과 관련한 사회적 대화를 추진한다는 명목으로 핵심협약 비준과 관련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조법이라 한다) 등 노사관계 제도 개선을 논의해 왔고, 노사정 합의에는 실패했지만 공익위원안이 제시된 바 있다. 결국 국내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핵심협약 비준의 선후가 아니라 노조법 등 노사관계를 규율하고 있는 법률의 개정 여부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핵심협약의 선 비준이 관련 법률의 개정을 견인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ILO 협약 제47호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협약의 비준이 협약의 취지를 충족하는 법 제도의 개선을 반드시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협약 비준과는 별개로 한국의 법 제도가 가진 반노동자적인 지점들을 정확히 드러내고 국가가 그러한 문제점들을 개선하도록 국가를 강제하는 노력이 중요한 것이다.

 

 

3. 단결권을 제한하는 노동법 규정들

 

헌법이 일반적인 결사의 자유 외에 노동자의 단결권을 보장7)하고 있는 취지는 자본가들과 노동자들의 힘의 불균형을 전제로 노동자들이 단결체를 형성하여 교섭력에 있어서 힘의 균형을 맞추도록 하기 위함이다. 그리고 부르주아 국가에서 노사관계는 어디까지나 사적인 영역이므로 국가는 노사자치의 원칙하에서 교섭의 운동장만 기울어지지 않도록 하는 중간자의 역할을 한다(고 주장할 뿐이다!). 따라서 노조법 등 집단적 노사관계법은 노사 간의 힘의 균형을 맞추는 데 있어서 국가가 정한 룰(rule)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과연 이 룰이 노사 간의 힘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공정한 것인지, 국가가 단순히 중간자의 역할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노동자의 단결권을 제한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하에서는 집단적 노사관계법에서 노동자의 단결권을 제한하고 있는 몇몇 법률 규정들이 가진 문제점을 간략하게 정리해 보고자 한다.

 

1) 노조법 제2조 제4호

노조법 제2조(정의) 제4호8)는 노동조합의 개념을 정의하면서, 노동조합으로 보지 않는 경우 5가지 경우를 열거하고 있다. 그중에는 근로자가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하는 경우. 다만, 해고된 자가 노동위원회의 부당노동행위의 구제신청을 한 경우에는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이 있을 때까지는 근로자가 아닌 자로 해석하여서는 아니된다라는 내용이 있다. 이 규정이 의미하는 바는 부당해고 구제절차가 진행 중인 해고자를 제외한 해고자를 조합원으로 가입시키고 있는 경우에는 노동조합9)으로 보지 않는다는 의미다. 조합원이 6만 명에 이르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라 한다)에 대해 해고자를 조합원으로 둘 수 있다는 규약을 이유로 고용노동부가 법외 노조 통보(법률에 따른 노동조합 아님 통보)를 한 것도 노조법 제2조 제4호에 근거한 것이다. 헌법은 노동자에게 단결권을 보장하고 있으며, 그 노동자에는 당연히 해고자도 포함된다. 따라서 해고자를 가입시킬 수 있다는 규약을 두거나 실제 가입시키고 있다고 해서 노동조합의 지위를 박탈하는 것은 헌법상 노동자의 단결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경사노위의 공익위원안도 이러한 문제점에 대한 인식을 같이하고 노조법 제2조 제4호의 개정을 제안하고 있다.

 

2) 노조법 제12조 제3항

노조법은 노동조합 설립 시 행정관청 또는 고용노동부장관(연합단체인 노동조합과 2 이상의 특별시ㆍ광역시ㆍ특별자치시ㆍ도ㆍ특별자치도에 걸치는 단위노동조합의 경우)에게 설립신고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행정관청 또는 고용노동부장관은 노조법 제2조 제4호에 따라 노동조합으로 보지 않는 경우에 해당하거나, 설립신고서 또는 규약의 보완을 요구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일정 기간 내에 보완을 하지 않은 경우에는 설립신고서를 반려해야 한다.10) 그리고 설립신고서의 반려사유가 발생한 경우에는 행정관청은 30일의 기간을 정하여 시정을 요구하고 그 기간 내에 이를 이행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해당 노동조합에 대하여 노조법에 따른 노동조합으로 보지 아니함을 통보해야 한다.11) 이처럼 노조법은 노동조합 설립에 대해 형식적으로는 신고주의를 취하고 있지만, 행정관청이 법외 노조 통보를 할 수 있는 등 사실상 행정관청에 의해 노동자의 단결권이 침해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렇다면 설립신고가 되지 않아 법외 노조가 된 경우 무엇이 문제인가? 노조법은 노조법에 따른 설립신고가 된 노동조합에 대해 국가가 제공하는 일종의 행정서비스 규정을 두고 있다. 노동위원회에 대한 노동쟁의 조정신청12),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 조세의 면제, 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 위촉권 등이 그것이다. 그런데 법외 노조는 그러한 행정서비스를 활용할 수 없다. 심지어 법외 노조는 노동조합이라는 명칭을 사용할 수도 없으며,13) 이를 위반할 경우 형사처벌(5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받는다. 이처럼 법외 노조인 경우 법내 노조(설립신고를 완료한 노동조합)에 비해 상당한 차별을 받으며 사실상 노동3권을 행사하는 데 있어서 큰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국가는 설립신고 제도를 통해 법외 노조와 법내 노조를 차별함으로써 국가가 노동조합을 통제하는 등 노동자의 단결권을 제한하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전교조에 대한 법외 노조 통보다. 이렇게 중요한 노동조합 설립신고에 대한 신고증 교부가 행정관청의 심사행위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따라서 노동조합 설립신고 제도는 노동조합 현황에 대한 정보수집을 목적으로 하는 제도 정도로 전면적으로 재설계되어야 할 것이다.14)

 

3) 노조법 제24조 제2항, 제5항

노조법 제24조(노동조합의 전임자) 제2항은 노동조합 전임자는 그 전임 기간 동안 사용자로부터 어떠한 급여도 지급받아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노조법 제24조 제5항은 노동조합은 전임자의 급여 지급을 요구하고 이를 관철할 목적으로 쟁의행위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15) 이를 위반할 경우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원래 이러한 규정을 둔 취지는 사용자가 노동조합 전임자에 대한 급여 등의 경제적 지원을 통해 노동조합의 자주성을 침해하는 것을 방지하고자 함이다. 사용자가 노동조합의 자주성을 침해하고자 할 목적으로 전임자의 급여 등 경비를 지원해 준다면 이는 부당노동행위로서 규제해야 하겠지만, 노사 간의 정상적인 교섭 혹은 노동조합의 투쟁의 결과로서 확보되는 전임자 급여는 노조법 제24조가 규정하고 있는 전임자 급여 금지의 취지와 전혀 무관하다. 더군다나 전임자 급여를 쟁취하기 위한 쟁의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형사처벌까지 하는 것은 노사자치의 원칙을 한참이나 벗어난 것이다. 전임자에 대한 급여 지급이 사용자가 노동조합을 어용화할 목적으로 이루어진 것이라면 이는 노사관계의 룰을 깨뜨리는 것이므로 마땅히 처벌해야 하지만, 노사 간 교섭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라면 그것에 대해 국가가 개입할 이유는 없다. 한국이 2001년에 비준한 ILO 제135호 협약(노동자 대표 협약)에서도 노동자대표에 대한 편의제공이 적절하게 되어야 함을 규정하고 있다.16) 경사노위의 공익위원안도 노조법 제24조 제2항 및 제5항을 삭제하는 방향의 개정을 제시하고 있다.

 

4) 공무원노조법 제6조

노조법 제5조 단서17)에 따라 공무원의 노동조합 조직과 가입에 대해서는 공무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이하 공무원노조법이라 한다)에서 정하고 있다. 그런데 노조법이 노동조합에 가입할 수 있는 조합원의 범위를 노동자의 역할이나 업무 내용에 따라 제한하고 있는 반면, 공무원노조법 제6조는 노동조합의 가입 범위를 역할이나 업무 내용뿐만 아니라 직급을 기준으로도 제한하고 있다.18) 공무원의 경우 자신의 조직 내 역할이나 업무 내용과 상관없이 5급 이상의 직급인 자는 노동조합에 가입할 수 없다. 그러나 5급 이상 공무원이라고 하더라도 노조법상 사업경영담당자 혹은 사용자의 이익대표자가 아닌 이상 노동조합에 가입을 제한할 수 있는 근거는 찾기 힘들다. 따라서 공무원노조법 제6조는 공무원의 단결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기 때문에 공무원 노조법에서 직급을 기준으로 한 노동조합 가입 제한 규정은 삭제되어야 할 것이다. 덧붙여 공무원노조법상 공무원의 경우 단결권의 제한 외에도 쟁의행위가 금지19)되어 있기 때문에 노동조건의 개선이라는 노동3권 보장의 목적이 근본적으로 달성되기 힘들다.20) 따라서 공무원노조법상 공무원의 쟁의행위 금지 규정 또한 마땅히 폐기되어야 한다.

 

5) 교원노조법 제2조

노조법은 교원의 노동조합 조직 및 가입에 대해서는 따로 법률로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현행 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이하 교원노조법이라 한다) 제2조는 초ㆍ중등 교육법상 교원만을 이 법에 따른 노동자로 보고 있어 초ㆍ중등 교원만을 노동조합 가입 대상으로 하고 있다.21) 따라서 현행 법률하에서는 유아교육법고등교육법상 교원, 즉 유치원 교사나 대학 교수는 노동조합에 가입할 수 없다. 다만 이 문제와 관련해서는 이미 헌법재판소가 교원노조법 제2조에 대해 2020. 3. 1. 기한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바 있다.22) 따라서 교원노조법 제2조는 2020. 3. 1. 전까지 유아교육법고등교육법상 교원을 노동자 범주에 포함시키는 내용으로 법률이 개정되어야 할 것이다. 덧붙여 교원노조법도 공무원노조법과 마찬가지로 노동조합의 쟁의행위를 금지하고 있는데, 이 규정도 노동3권 보장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마땅히 폐기되어야 할 것이다.

 

 

4. 노동자는 어떠한 인식을 가져야 하는가?

 

1) 노동법 체계에 대한 이해

노동법은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하나는 개별적 근로관계법(이하 개별법이라 한다)이고 다른 하나는 집단적 노사관계법(이하 집단법이라 한다)이다. 개별법은 자본가와 노동자 간에 체결한 근로계약을 통한 노동조건을 규율하는 법률 전체를 의미한다. 근로계약은 형식적으로는 자유롭게 체결되는 대등한 계약 당사자를 전제로 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대등한 계약이 될 수 없다. 자본주의하에서의 상시적인 실업, 노동조건 협상에 있어서의 자원의 차이 등으로 인해 자본가가 항상 유리한 위치에 있을 수밖에 없고, 결국 근로계약은 자본가에게 유리한 조건으로 체결될 수밖에 없다. 그러한 양상이 극단적으로 나타난 것이 근대 자본주의 국가에서 행해진, 합법적인 계약에 의한 극단적인 노동착취였다.23) 개별법은 그러한 과도한 노동착취를 방지하기 위해 자본가에게 최소한의 노동조건을 준수하도록 국가가 강제하는 것이다. 최저임금법이 대표적인 예이다. 한편 집단법은 노동조건을 결정하는 것을 근로계약의 당사자 즉 자본가와 개별 노동자에게만 맡겨두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들이 단결체를 조직하여 자본가와 협상을 할 수 있도록 하고, 그 협상의 규칙을 정해둔 것이다. 집단법은 노동조건을 법률로써 직접 규율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들이 노동조건에 대해 집단적으로 자본가와 협상하여 근로조건을 결정할 수 있도록 단결체를 조직, 운영하고 자본가와 협상하는 방식을 규율하고 있는 것이다.

 

2) 법률상 단결권 보장의 필요성

자본가의 입장에서 보면 개별법은 노동조건의 최저 기준을 설정함으로써 자본가의 자유로운 노동조건 결정에 제약을 가하고 있어 이윤의 극대화에 장애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본가는 최저 기준 이상의 노동조건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는 여전히 유리한 위치에 있다. 그리고 노동자의 입장에서는 개별법이 최소한의 노동조건을 보장해 주고 그 기준이 상향됨에 따라 노동조건이 나아지기도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노동조건일 뿐이다. 자본가의 입장과 반대로 노동자는 최저 기준 이상의 노동조건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는 여전히 불리한 위치에 있을 수밖에 없다. 결론적으로 개별법이 보장해 주는 노동조건은 최저기준 딱 거기까지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법률이 보장해 주는 노동조건은 결국 국가가 보장하는 것인데, 자본주의 체제하의 국가가 자본의 이익을 침해하면서까지 노동조건을 보장해 줄 리 없으며, 국가가 설정한 노동조건이 노동자의 정상적인 재생산을 보장할 수 있는 수준인지도 의문이다.

 

그렇다면 노동자는 최저 수준이 아닌 그 이상의 노동조건을 어떻게 쟁취할 수 있는가? 단결체를 통해 집단적으로 자본가와 협상해야 한다. 노사관계를 규율하는 집단법이라는 장치가 공정하고, 노동자들이 힘의 균형을 맞출 수 있을 정도로 조직화된다면 노동조건은 국가가 보장하는 최저 기준을 상회하는 것은 물론이고, 노동조건 결정에 있어서 노동자들이 주도권을 가질 수도 있다. 최근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국가기관을 상대로 협상을 할 수 있는 것도 2011년 7월부터 복수노조 설립이 허용된 것과 무관하지 않다. 단결권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자본가와의 협상력이 담보될 수 없으며, 그렇게 된다면 협상에 의한 노동조건의 쟁취는 물론이고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의 최저 기준을 결정하는 국가에 대한 압력도 약화될 수밖에 없다. 최저임금 결정에 있어서 노동자들의 의견이 관철되는지 보라!24)

 

결론적으로 개별법에 따른 노동조건을 향상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좀 더 넓은 안목으로 보면 노동자들의 단결권 보장을 강화하는 것이 노동조건을 향상시키는 것뿐만 아니라 자본과의 긴 싸움의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따라서 노동자들과 노동조합은 당면한 개별법 관련 투쟁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단결권을 중심으로 한 집단법의 개선을 위한 투쟁에 좀 더 관심을 기울이고 지속적인 힘을 실어야 할 것이다. 국가가 복수노조를 허용하는 입법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13년간이나 그 시행을 유예25)했던 과거를 잊지 말아야 한다. 국가와 자본은 단결권을 확대하는 법 개정을 쉽게 허용하지 않는다.

 

3) 단결권 관련 법률 개선 투쟁의 의미

자본주의 사회구성체의 상부구조로서 법률은 생산관계라는 토대의 반영물이다. 그리고 법률은 자본주의 체제를 유지, 존속시키기 위해 국가가 강제하는 것이며, 국가는 자본주의 체제의 수호자로서 자본의 이익을 대표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법률 자체가 자본의 이익을 위한 제도적 장치라고 이를 도외시할 수만은 없다. 국가는 노동자들의 단결에 대해 법률에 따른 제약을 가해 왔고, 그러한 제약을 벗어날 경우 냉혹한 탄압을 해 왔음을 노동 운동 역사를 통해 숱하게 보아 왔다. 그러한 탄압 속에서도 한국의 노동자들은 투쟁을 통해 전국 단위 복수 노조의 설립, 공무원과 교원의 노동조합 설립과 같이 단결권을 확대하는 법률의 개선을 이끌어 냈다. 결과적으로 법률의 개선이 단결권을 강화하고 또다시 노동자들의 조직화와 자본과 국가에 대한 협상력을 강화하는 역할을 해 왔다. 노동 운동이 법률의 테두리 안에만 갇혀 있어서는 안 되겠지만 자본주의 이후의 사회가 도래하기 전까지 상부구조로서 법률을 개선하기 위한 투쟁은 계속되어야 한다. 특히 집단법은 노동자들의 단결권과 관련한 법률로서 노동자들로서는 자본가들과의 협상 또는 싸움의 무기26)와 관련한 것이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한편 상부구조로서 법률이 생산관계라는 토대의 반영물이기는 하나, 법률이 토대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헌법의 취지대로 법률이 개선되어 단결권을 비롯한 노동3권이 제대로 보장된다면 노동자들의 조직화는 매우 빠른 속도로 가속화될 수 있다. 현재 한국의 특수형태근로종사자 규모가 221만 명27) 수준인데, 이들 중 대다수는 노동3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이들에게 노동3권이 제대로 보장될 수 있도록 노조법이 개정된다면 전체 노동조합 가입률도 상당 수준 높아질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법률 개정을 통해 노동조합 가입률28)이 높아진다면 자본을 상대로 한 협상의 양상도 달리질 수 있다. 노동조합이 국가와 자본을 상대로 한 협상을 주도할 수 있다면 노동자들의 경영 참가를 일반화시키는 것과 같이 생산관계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본가들은 노동자들의 단결권 확대에 지독하게 과민 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ILO 핵심협약 비준과 관련한 노조법 등의 개정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것도 그러한 이유 때문이다. 따라서 노동자들은 단결권을 확대할 수 있는 법률 개선 투쟁이 단순히 법률을 개선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본주의 생산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인식하고 투쟁을 확대하여야 할 것이다.

 

 

5. 나가며

 

부르주아 국가의 법률, 특히 노동법은 자본가들과 노동자들 간의 투쟁의 결과물이며 또 투쟁을 통해 변화 가능한 것이다. 또 과거에는 합리적인 법률 규정이었을지라도 현재는 합리적인 것이 아닐 수 있다. 노동법은 변수인 것이지 상수가 아닌 것이다. 한편 노동법은 자본가들과 국가가 노동자들을 통제하는 제도적인 수단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노동법을 둘러싼 노동자들과 자본가들 그리고 중재자의 외피를 쓴 국가 간의 갈등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노동자들은 현재 상황에서 노동법이 가진 반노동자적 문제점들을 명확히 인식하고, 그러한 법률의 문제점들이 노동자들의 입장에게 개선될 수 있도록 자본가들과 국가를 강제해야 한다. 특히 노동자들의 단결권 보장이 갖는 중요성을 인식하고 단결권 보장을 확대하는 노동법 개선 투쟁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앞서 말했듯이 노동법은 투쟁의 결과물이며 노동자들의 투쟁을 통해서 자본가들과 국가를 강제할 수 있을 것이다.  노사과연

 


1) ILO는 러시아 혁명 이후 공산주의 혁명의 파도를 막고자 1차 세계대전 전승국 주도로 만들어졌다.

2) ‘결사의 자유’와 ‘강제노동 금지’ 분야의 4개 핵심협약을 모두 비준하지 않은 국가는 6개국(한국, 중국, 마샬제도, 팔라우, 통가, 투발루)에 불과하다.

3) 1등급은 노동자들에 대한 권리 침해가 어쩌다 발생하는 상태, 2등급은 권리 침해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상태, 3등급은 권리 침해가 정기적으로 발생하는 상태, 4등급은 권리 침해가 체계적, 조직적으로 발생하는 상태, 5등급은 권리 보장이 안 되는 상태, 6등급(5+등급)은 법치 붕괴로 권리 보장이 안 되는 상태를 의미한다.

4) 윤효원, “ILO 100주년, 한국노동정책의 과제와 새로운 방향 모색”.

5) “이 장관은 지난달 105호 협약을 제외한 3개 협약에 대해 국회에 비준동의안을 제출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와 함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을 포함한 법 개정 작업을 동시에 하겠다고 발표했다.”(김학태, “이재갑 장관 “ILO 협약 비준동의안 9월 국회 제출””, ≪매일노동뉴스≫, 2019. 6. 14.)

6) 윤효원, 앞의 글.

7) 헌법 제33조 ①근로자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하여 자주적인 단결권ㆍ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

8) 노조법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4. “노동조합”이라 함은 근로자가 주체가 되어 자주적으로 단결하여 근로조건의 유지ㆍ개선 기타 근로자의 경제적ㆍ사회적 지위의 향상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조직하는 단체 또는 그 연합단체를 말한다. 다만, 다음 각목의 1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노동조합으로 보지 아니한다.

   가. 사용자 또는 항상 그의 이익을 대표하여 행동하는 자의 참가를 허용하는 경우

   나. 경비의 주된 부분을 사용자로부터 원조받는 경우

   다. 공제ㆍ수양 기타 복리사업만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

   라. 근로자가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하는 경우. 다만, 해고된 자가 노동위원회에 부당노동행위의 구제신청을 한 경우에는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이 있을 때까지는 근로자가 아닌 자로 해석하여서는 아니된다.

   마. 주로 정치운동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

9) 여기서 말하는 노동조합은 노조법에 따른 노동조합을 말한다. 노조법에 따른 노동조합의 결격사유가 있더라도 헌법 제33조 보장하는 노동자의 단결체로서의 지위는 유지된다.

10) 노조법 제12조(신고증의 교부)

   ②행정관청은 설립신고서 또는 규약이 기재사항의 누락등으로 보완이 필요한 경우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20일 이내의 기간을 정하여 보완을 요구하여야 한다. 이 경우 보완된 설립신고서 또는 규약을 접수한 때에는 3일 이내에 신고증을 교부하여야 한다. <개정 1998. 2. 20.>

   ③행정관청은 설립하고자 하는 노동조합이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설립신고서를 반려하여야 한다. <개정 1998. 2. 20.>

     1. 제2조제4호 각목의 1에 해당하는 경우

     2. 제2항의 규정에 의하여 보완을 요구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그 기간내에 보완을 하지 아니하는 경우

11) 노조법 시행령 제9조(설립신고서의 보완요구 등)

   ②노동조합이 설립신고증을 교부받은 후 법 제12조제3항제1호에 해당하는 설립신고서의 반려사유가 발생한 경우에는 행정관청은 30일의 기간을 정하여 시정을 요구하고 그 기간 내에 이를 이행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당해 노동조합에 대하여 이 법에 의한 노동조합으로 보지 아니함을 통보하여야 한다.

12) 노조법은 쟁의행위를 하기 전에 조정절차를 거치도록 하고 있어, 노동위원회에 조정 신청을 할 수 없다면 적법한 쟁의행위를 하기 어렵게 된다.

13) 제7조(노동조합의 보호요건)

   ③이 법에 의하여 설립된 노동조합이 아니면 노동조합이라는 명칭을 사용할 수 없다.

14) 권오성, “ILO 핵심협약 비준 과제 및 쟁점”.

15) 노조법 제24조(노동조합의 전임자)

   ②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노동조합의 업무에만 종사하는 자(이하 “專任者”라 한다)는 그 전임기간동안 사용자로부터 어떠한 급여도 지급받아서는 아니된다. <신설 2010. 1. 1.>

   ⑤ 노동조합은 제2항과 제4항을 위반하는 급여 지급을 요구하고 이를 관철할 목적으로 쟁의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신설 2010. 1. 1.>

16) 제135호 근로자 대표 협약(1971년)

    제2조 1. 근로자대표가 그 직무를 신속하고도 능률적응로 수행할 수 있도록 기업에 그러한 편의가 적절하게 제공되어야 한다.

17) 노조법 제5조(노동조합의 조직ㆍ가입) 근로자는 자유로이 노동조합을 조직하거나 이에 가입할 수 있다. 다만, 공무원과 교원에 대하여는 따로 법률로 정한다.


18) 공무원노조법 제6조(가입 범위)

   ① 노동조합에 가입할 수 있는 공무원의 범위는 다음 각 호와 같다.

     1. 6급 이하의 일반직공무원 및 이에 상당하는 일반직공무원

     2. 특정직공무원 중 6급 이하의 일반직공무원에 상당하는 외무행정ㆍ외교정보관리직 공무원

     3. 삭제 <2012. 12. 11.>

     4. 6급 이하의 일반직공무원에 상당하는 별정직공무원

     5. 삭제 <2011. 5. 23.>

   ② 제1항에도 불구하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공무원은 노동조합에 가입할 수 없다.

     1. 다른 공무원에 대하여 지휘ㆍ감독권을 행사하거나 다른 공무원의 업무를 총괄하는 업무에 종사하는 공무원

     2. 인사ㆍ보수에 관한 업무를 수행하는 공무원 등 노동조합과의 관계에서 행정기관의 입장에서 업무를 수행하는 공무원

     3. 교정ㆍ수사 또는 그 밖에 이와 유사한 업무에 종사하는 공무원

     4. 업무의 주된 내용이 노동관계의 조정ㆍ감독 등 노동조합의 조합원 지위를 가지고 수행하기에 적절하지 아니하다고 인정되는 업무에 종사하는 공무원

19) 공무원노조법 제11조(쟁의행위의 금지) 노동조합과 그 조합원은 파업, 태업 또는 그 밖에 업무의 정상적인 운영을 방해하는 일체의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20) 노동조합의 설립과 단체교섭은 결국 단체협약 체결을 통한 노동조건의 향상을 주 목적으로 하는 것인데, 단체행동권(쟁의행위)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은 노동조합이 사용자에 대한 핵심적인 압력수단이 없다는 것이다.

21) 제2조(정의) 이 법에서 “교원”이란 「초ㆍ중등교육법」 제19조제1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교원을 말한다. 다만, 해고된 사람으로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82조제1항에 따라 노동위원회에 부당노동행위의 구제신청을 한 사람은 「노동위원회법」 제2조에 따른 중앙노동위원회(이하 “중앙노동위원회”라 한다)의 재심판정이 있을 때까지 교원으로 본다.

22) 헌법재판소 2018. 8. 30. 선고 2015헌가38 전원재판부 결정.

23) 아동에 대한 과도한 노동 착취 등이 노동법(공장법) 탄생의 계기가 되었다.

24) 7월 12일 최저임금위원회는 역대 세 번째로 낮은 수준의 인상률로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했다. (1998년 9월-1999년 8월 적용 최저임금 인상률이 2.7%, 2010년 최저임금 인상률이 2.8%였다.) 이로써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을 실현한다는 문재인 정부의 공약은 사실상 실현 불가능한 것이 되었다.

25) 1997년 복수노조 설립을 허용하는 노조법 개정이 있었지만, 그 시행이 계속 유예되어 13년이 지난 2011년 7월이 되어서야 복수노조 설립이 허용되게 되었다.

26) 맑스가 ≪공산당 선언≫에서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고 한 것도 노동자들의 단결 그 자체가 자본과의 대결에서 가장 큰 무기이기 때문일 것이다.

27) 한국노동연구원,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규모 추정”.

28) 현재 한국의 노동조합 가입률은 10% 남짓이다. 이 정도 수준이기 때문에 국가나 자본은 총파업에 대해 두려움을 갖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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