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사회과학연구소

[회원마당] ≪좌충우돌 아줌마의 북맹탈출 평양이야기≫*를 읽고

천연옥 | 부산지회장

 

 

* 김이경, ≪좌충우돌 아줌마의 북맹탈출 평양이야기≫, 내일을여는책, 2019.

 

 

이 책은 지난 70년간 분단과 국가보안법 아래 가려져 있던 북의 모습을 지난 10여 년간 직접 북을 방문하고 보고 듣고 느낀 것을 쓴 것이다. 저자는 2001년부터 2012년까지 <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 사무총장으로서 남북교류협력 사업을 위해 한 달에 서너 번씩 금강산, 개성, 평양을 다녀왔다. 이 책이 출판된 것은 평창 올림픽 이후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 등으로 조성된 한(조선)반도 평화 분위기에 힘입어 가능해진 것 같다. 이 책은 여러 가지 면에서 사회주의 북의 모습을 경험을 통해서 쉽게 풀어 쓰고 있으나 여기에서 내가 그 많은 부분을 다 언급할 수는 없다. 그래서 특히 마음에 와닿는 여성 문제와 유아 교육에 대해 느낀 것을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독일 사회민주당의 지도자였던 아우구스트 페르디난트 베벨(1840-1913)이 1879년에 쓴 ≪여성론≫ 서문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한 사회 조직 내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지위에 관계되는 문제가 바로 여성 문제의 핵심이다. 어떻게 하면 여성이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계발하고 또 모든 방면에서 유감없이 발휘하도록 할 수 있을까, 그리하여 결과적으로 완전하고도 동등한 권리를 누리는 인류 사회의 유능한 일원이 되도록 하는 방법은 과연 무엇일까 하는 것 등이 중심 문제이다. 생각해 보면 이 문제는 인류 사회가 억압과 착취, 궁핍과 비참에서 벗어나 개인과 사회 모두의 건강을 되찾으려면 어떤 형태의 제도가 필요한가 하는 문제와 직결되어 있음을 바로 알 수 있다. 오늘날 여성 문제가 결국은 일반 사회 문제의 한 측면에 해당하는 것으로 인식되면서 지각 있는 사람이라면 정신력을 총동원하여 이 문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도록 되고 있는 것도 바로 이와 같은 연유에서이다. 여성 문제의 궁극적인 해결책은 사회의 구조적 모순과 그로부터 비롯된 악을 제거하는 과정 속에서만 찾아질 수 있다.1)

 

여성이 완전한 동등한 권리를 갖기 위해서는 육아와 가사 노동의 독박으로부터 해방되는 것이 가장 필요한 일이다. 북의 유아 교육과 보육 정책을 보면 그 사회의 수준을 알 수 있다. 북의 보육 정책은 출산 전부터 시작된다. 임신 8개월이 되면 산전 휴가 60일, 아기 탄생과 함께 식량 일일 50g이 아버지 직장에서 배급표로 나온다. 출산 후 3개월까지는 산후 휴가 90일이 보장된다. 이것만 보아도 한국의 남녀고용평등과 일ㆍ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에 보장된 산전 산후 합하여 90일보다 훨씬 훌륭하다. 아이가 태어나면 육아 전쟁이 시작되는 한국과 달리, 북은 생후 4개월부터 36개월까지 탁아소가 젖먹이반(4개월부터 8개월까지), 젖떼기반(18개월까지), 교양반(19개월에서 36개월까지)으로 전국에 28,000개에 이르는 탁아소가 1,281,000명의 아동을 보살핀다. 37개월부터 48개월까지 유치원 준비반을 거쳐 만 5세까지 유치원을 의무 교육으로 하고 있으며, 전국에 13,638개의 유치원에서 69,774명의 아동을 교육한다. 이것은 2012년 자료인데, 한국의 2016년 자료에 의하면 국공립 유치원과 사립 유치원을 모두 합하여 8,987개로 북의 절반을 조금 넘는데, 북의 인구가 남쪽의 반 정도라는 점을 감안해서 보아야 한다. 북의 탁아소 풍경은 직장 탁아가 일반적이지만, 주말에 아이를 찾아가는 주탁 제도도 있다. 탁아소와 유치원은 모든 교육이 무상이듯이 무료이다. 만 5세 이상의 유치원 높은 반부터 의무 교육이고, 그 전에는 의무 교육은 아니다. 직장 생활을 하지 않는 전업주부(북의 표현으로 가두여성)들은, 아이를 집에서 키우기도 한다. 탁아소 교사들은 아이를 탁아소에 맡기지 않은 집을 찾아다니며 적극적으로 탁아유치 사업을 한다고 한다. 저자가 방문한 김정숙 탁아소는 서너 살쯤 되는 아이들이 손님들을 위해 공연을 하는데 어찌나 아이들이 개성이 넘치고 당당하던지, 어려서부터 탁아소에 맡기면 개성이 죽고, 북은 주입식 체제찬양 교육을 시킨다고 배워 온 것과는 너무 달랐다고 한다. 어렸을 때부터 재능이 꽃피울 수 있도록 가르치고 격려하는 것이지, 억지로 강요당하거나 주눅 들고 야단맞은 흔적을 찾을 수가 없었다고 한다. 가끔씩 텔레비전에서 보았던 북 어린이들의 공연도 이렇게 탁아소, 유치원부터 갈고닦은 실력이겠구나 싶었다.

 

현재 시청률 30%가 넘는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 딸이란 주말 드라마가 있다. 거기에 나오는 은행에 다니는 첫째 딸은 유치원에 다니는 딸아이를 친정 엄마에게 맡기다가 친정 엄마가 더 이상 아이를 돌볼 수 없게 되자 시어머니에게 아이를 맡기게 된다. 손녀를 봐주는 것을 너무 힘들어 하는 시어머니 때문에 결국은 육아 도우미를 고용하면서 힘들어 하는 그 여성을 보면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라는 경제 강국 한국에서 여성의 현실은 북보다 더 열악함이 확실하다. 사립 유치원과 민간 어린이집이 난립하는 한국은 보육도 하나의 시장이고, 원장들은 보육 교사들의 노동을 착취하면서 돈벌이에 혈안이 되어 있다. 저출산율 때문에 난리를 피우면서도 자본주의 남쪽은 사회주의 북녘 같은 제도를 도입할 수 없다. 정부가 사립 유치원에 지원하는 지원금으로 명품을 사고 피부 미용을 하는 원장들의 문제가 불거지자, 정부는 사립 유치원의 공공성을 확대하겠다면서 회계 씨스템인 에듀파인과 유치원 3법을 추진하였다. 그러자 <한국유치원총연합회>는 집단 개학 연기를 하면서 맞섰지만, 교육청이 법인 허가 취소 카드로 강력하게 대응하자 결국 백기를 든 사건도 있었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마련한 유치원 3법은 비리 유치원을 근절하기 위한 유아교육법, 사립학교법, 학교급식법 개정안이고, 올해 말에 국회에서 논의될 예정인데 통과될지는 미지수라고 한다.

 

≪영웅적 투쟁, 쓰라린 패배: 사회주의 국가 쏘련을 해체시킨 요인들≫의 저자 바만 아자드는 쏘련을 위시한 20세기 사회주의 성과들을 언급하면서 특히 여성 문제에 대해 다음과 같이 지적하였다.

 

헌법과 법률을 통해 사회주의는 곧바로 여성의 평등한 권리를 전면적으로 승인하였는데, 이들 권리는 심지어 20세기 말에도 수많은 발달한 자본주의 국가들에서조차 충분하게 실현되고 있지 못한 것들이다. 쏘비에트 국가는 체계적으로 여성의 적극적인 경제활동 참여를 촉진하였고, 동일노동에 대한 동일임금을 보증하였다. 이미 1980년대 중반에는 사회주의 국가인 쏘련에서 여성은 그 사회의 경제 활동 인구의 51% 이상을 점하고 있었다. 많은 경제 분야에서는 여성이 남성보다 훨씬 앞서 있었다. 쏘련에서는 예컨대 여성은 의사와 의료노동자의 75%, 교사의 73%, 문화노동자의 70%, 무역부문 노동자의 76%, 통신노동자의 68%를 점했다. 여성의 직장 진출과 사회생활의 모든 분야에의 그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한층 더 촉진하기 위해서 사회주의 사회는 여성에게 직장에서의 보육, 충분한 임신ㆍ출산 휴가, 육아 여성 노동자의 노동일 및 노동주의 단축, 유아 보육 기간 동안의 재택노동 알선 등의 써비스를 체계적으로 제공하였다. 수세기에 걸친 여성 억압이라는 부정적인 유산이나, 특히 20세기 초의 러시아 사회의 후진성 때문에 여성의 상태가 이상적인 사회주의 사회에서의 그것과는 좀 먼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 해방이라는 분야에서의 사회주의의 역사적 성과가 전례 없는, 부정할 수 없는 것이었음은 확신을 가지고 주장할 수 있다.2)

 

20세기 사회주의 세계 체제의 해체 이후 구상무역(물물교환)에 의존하던 북은 달러가 없이는 아무것도 구입할 수가 없게 되었다. 이것이 90년대 고난의 행군의 근본 원인이었다. 미 제국주의는 지구 상에 마지막 남은 사회주의 국가인 꾸바와 북(조선)을 전복하기 위해 경제 제재와 전쟁 위협으로 고립, 압박을 끊임없이 해 오고 있으며, 반쏘, 반공, 반북 이데올로기로 무장한 남쪽의 자본가 정권은 한미 동맹의 하위 파트너로서 어떠한 자주적 결정도 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북을 이야기하고 통일을 이야기하면 같은 민족이니까, 민족은 하나니까라고 쉽게 이야기한다. 나는 그것만으로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정몽준도 이재용도 같은 민족 아닌가? 모든 통일은 좋은 것인가? 독일식 통일도 통일인가?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막연하게 같은 민족으로서 북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주의 북이 어떤 사회인지 어떤 원리로 어떻게 작동하며 그 속에서 인민들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보여 준다. 가끔씩 통일전망대 같은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북의 어린이들을 인터뷰한 것을 본 적이 있다. 장래 희망을 물으니 조국과 인민들이 더 편하고 잘살 수 있게 하기 위해 과학자가 되겠노라고 대답하는 것이다.

사회주의 북을 올바로 이해하는 것, 그것이 인류의 위대한 도약이었던 1917년 10월 러시아 사회주의 혁명을 이해하고 노동 해방의 미래로 나아가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노사과연

 

 


1) A. 베벨, ≪여성론≫, 이순예 역, 까치, 1987.

2) 바만 아자드, ≪영웅적 투쟁, 쓰라린 패배: 사회주의 국가 쏘련을 해체시킨 요인들≫, 채만수 역, 노사과연,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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