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사회과학연구소

세계 정세와 반박근혜 전선의 유지, 발전의 조건

문영찬 | 연구위원장

 

 

 1. 머리말

 

새정치연합의 박영선이 새누리당과의 세월호 법안 야합으로 물러난 후 등장한 문희상 새정치연합 비대위원장의 제 1성은 세월호 법안에 대해 ‘유가족의 동의가 아닌 양해’를 구하는 것으로 하겠다는 선언이었다. 그는 즉각적으로 새누리당과 야합하여 세월호 법안에 대한 합의안을 도출하였다. 이어서 정기국회에의 참여 그리고 국정감사일정에 들어갔다. 이에 대해 세월호 유가족들은 반발하고 야합하는 보수양당을 규탄하고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유가족의 반발은 보수양당의 합의가 수사권, 기소권이 있는 특별법과는 거리가 멀고 나아가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을 이룰 수 없다는 것 때문이었다. 박근혜 정권은 박근혜 자신이 세월호 특별법은 자신의 소관이 아니라는 선언을 통하여 세월호 참사에 대한 진상규명을 실질적으로 거부하였고 이어서 정권 전체가 조직적으로 세월호 참사 덮기에 나섰다. 이에 대해 새정치연합이 맞장구를 친 것이다. 새정치연합은 국정감사에서 세월호 진상규명에 나서겠다고 하지만 이는 박근혜 정권이 쳐놓은 테두리 안에서 진상규명 흉내를 내어 민중들을 기만하는 데 동참하겠다는 것이다.

박근혜 정권은 세월호 참사에 대해 이러한 입장을 천명한 후 담배값 인상, 주민세 인상, 공무원 연금개악 등 민중에 대한 수탈을 선언했고, 더불어 자본가들에 대한 세무조사 유예, 경제살리기 드라이브로 나서고 있다. 이렇게 공공연한 반민중적 입장을 보이면서도 박근혜정권과 새누리당은 이른바 민생살리기를 외치는데 이들의 민생의 대상은 민중이 아니라 자본가들이라는 것임을 말하는 것이다.

한편 이러한 공공연한 반민중적 입장에 대한 민중들의 반발이 커지자 박근혜 정권은 소위 통일대박론에 따라서, 아시안 게임 폐막식에 이북의 지도층이 참석한 것을 계기로 남북관계 개선을 도모하는 제스춰를 취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노동자, 민중진영, 진보민중진영이 새롭게 전열을 가다듬고 정확한 정세분석에 입각한 새로운 실천, 과학적 실천에 나서야 하는 때임을 말해준다. 자유주의 세력인 새정치연합이 반박근혜 전선에서 사실상 이탈하고 있는 상황에서 세월호 투쟁을 핵으로 하는 반박근혜 전선의 유지와 발전을 위한 조건을 해명하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한편 현 단계에서 정세에 대한 인식, 정세분석은 한국 내의 정세를 초점으로 해야 하지만 동시에 한국의 정세에 깊은 영향을 미치는 동아시아 정세와 세계 정세에 대해서도 수행되어야 한다. 이러한 국제정세는 그 자체는 한국의 정세가 아니지만 한국의 정세에 대한 조건으로서 역할을 하며 이렇게 국내정세와 국제정세에 대한 분석이 통일될 때 정세분석은 완성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면 먼저 세계대공황이 불러오고 있는 세계정세의 전개, 세계질서의 변동에 대해 고찰해보자.

 

 2. 세계질서의 지각변동

 

현재 세계를 지배하는 지배적 질서는 무엇인가? 일각에서는 현재의 세계질서는 제국주의 체제가 아니며 세계는 단일한 제국으로 되었다고 하는 주장도 있으나 이는 헛소리이다. 현상적으로는 WTO, IMF 등으로 단일한 세계경제 체제가 성립되어 있는 것 같고 세계화에 대한 목소리가 높았던 것이 얼마전이었으니 이러한 주장이 나올 법도 했다. 그러나 세계 각국의 민중투쟁으로 WTO 질서는 약화되었고 대신에 각국 간에 개별적인 자유무역협정체제인 FTA가 성행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을 떠나 세계질서가 제국주의 질서가 아니라는 주장은 근본적으로 잘못되었다. 이는 쏘련 붕괴 후에 미국중심의 단일한 세계질서가 성립되었고 제국주의의 성격을 탈각했다는 것인데 제국주의의 본질적인 지표가 변화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현재의 지배적인 질서는 제국주의 질서라고 보아야 한다. 레닌은 《제국주의론》에서 제국주의의 본질을 가리키는 지표를 해명한 바 있다. 레닌은 제국주의의 경제적 본질을 자본주의의 독점단계라고 한 바 있다. 즉, 20세기 초에 성립한 제국주의는 선진자본주의 국가들이 자유경쟁 단계에서 독점자본주의로 전화한 것을 기초로 했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자본주의의 독점단계가 곧 제국주의인 것이다. 이를 기초로 레닌은 제국주의의 특징을 분석했는데 산업자본과 은행자본의 융합을 통한 금융자본의 지배, 상품의 수출을 넘어선 자본의 수출, 제국주의 열강 간의 세계분할, 그리고 이러한 제국주의 지배의 결과 자본주의의 기생성과 부패성이 특징적이며 이러한 제국주의는 사멸해가는 자본주의라고 결론을 내렸었던 것이다. 이러한 제국주의의 본질적 특징은 현재 21세기에도 전혀 변화하지 않았다. 독점자본주의는 세계자본주의의 기본적인 체제이며 소수국가의 금융자본이 전세계 민중을 수탈하고 있고 또 선진제국의 자본의 수출을 통한 해당 국가에 대한 경제적 사회적 지배는 오히려 강화되고 있고 기생성과 부패성은 신자유주의하에서 극에 달한 것이 현실이다. 그런 점에서 현재의 세계질서는 레닌이 《제국주의론》을 썼던 당시와 본질적으로 변한 것이 없다. 변화한 것은 사회주의 국가진영이 세계의 일부분으로 떠올랐다가 쇠락한 점 그리고 식민지체제가 붕괴되고 신식민지 체제로 변화한 점, 제국주의 질서의 주도국가가 변화한 점 등이다. 그런 점에서 현 단계 세계질서의 본질은 제국주의 체제라고 하는 것이 올바르다. 그러면 여기서 이러한 제국주의 질서의 변동, 나아가 세계대공황하에서의 세계적 지각변동을 고찰해보자.

위에서 제국주의의 본질적 측면을 고찰한 것을 기초로 제국주의 질서의 골격을 이루는 제국주의 모순에 대해 살펴보면 레닌은 제국주의 국가와 제국주의 국가 간의 모순, 제국주의 국가 내의 자본가계급과 노동자계급의 모순, 제국주의와 식민지(약소국) 간의 모순 등을 분석했었고 이와 더불어 사회주의 국가와 제국주의 국가의 모순이 있다. 이러한 제국주의체제의 모순은 현 단계 세계질서의 변동의 분석을 위한 기본적인 틀로서 여전히 유효하다. 여기에 더해 현재의 세계정세는 세계대공황에 의해 규정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 모순과 대립에 앞서서 세계대공황의 현단계가 분석되어야 한다.

현재 세계질서는 지각변동을 겪고 있는데 이러한 지각변동의 기초는 세계대공황이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세계대공황은 유럽, 미국, 일본 등의 재정위기를 거쳐 현재는 중국, 브라질, 러시아 등 신흥국의 위기로까지 발전하고 있고 2014년 현재 유럽의 디플레이션 현상을 동반한 경기침체, 중국의 과잉생산공황의 양상을 띠는 경기둔화, 일본의 경기침체 등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미국의 양적 완화축소와 더불어 신흥국들의 위기가 심화되고 있다. 이러한 세계대공황은 1990년대와 2000년대 세계를 휩쓸었던 자본의 세계화의 산물인데 세계화 자체가 현재의 공황을 세계 대공황으로 이끌고 있다는 점에서 세계대공황은 세계화의 파탄이고 따라서 세계질서의 지각변동을 불러오고 있는 것이다.

2008년 위기를 거치며 미국의 헤게모니는 급격하게 실추되었고 중국-러시아 축이 부상하고 있다. 특히 중국의 부상으로 동남아, 중남미, 아프리카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급격하게 상승하였고 중국의 부상은 최근에 IMF 등 기존의 세계경제질서를 대체할 수도 있는 새로운 세계은행 체제, 개발기금을 도모하는 단계에까지 도달하였다. 이와 더불어 주목되는 것은 브라질 등이 미국의 헤게모니에서 벗어나 독자적 입지를 강화하고 있고 중남미의 상당수 국가가 미국 헤게모니에서 벗어난 ‘좌파’정권을 수립하는 양상까지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또 베네수엘라, 이란 등도 미국의 헤게모니가 약화됨에 따라 반제적 성격을 강화하고 있는 양상이다. 검은 대륙 아프리카는 오랜 기간 경제발전에서 어려움에 처했으나 최근 중국의 자본 수출 등을 기초로 자본주의 발전이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다. 전통적으로 미국과 일본의 텃밭이었던 동남아는 현재는 중국과 미-일 동맹의 각축장으로 변해 있다. 2008년 이후 두드러진 이러한 양상은 세계질서의 지각변동이라 할 수 있는데 이를 정리하면 미국의 헤게모니의 쇠퇴, 중국의 부상, 약소국가에서 자본주의 발전과 일부국가에서 반제적 성향의 강화 등으로 요약될 수 있다. 이에 대해서 그리스 공산당은 미국-영국-이스라엘 축과 중국-러시아-이란 축의 대립구도로 파악하고 있다. 이러한 대립구도의 중간에 있는 세력이 인도와 동남아, 그리고 유럽의 상당수 국가라 할 수 있다. 이북과 쿠바 등 극소수의 사회주의 국가는 이러한 구도 속에서 사회주의의 유지와 발전을 도모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이 최근까지의 상황의 기본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상황에 대해 미제국주의는 자신의 헤게모니 실추를 만회하려는 전략을 펴고 있는데 최근의 아시아로의 복귀전략은 그러한 헤게모니 만회전략의 일환이다. 최근 한반도에 요격미사일 시스템인 사드의 배치의 추진, 일본의 군국주의화에 대한 지원, 홍콩시위에 대한 지지, 인도, 아프리카와의 외교전략 강화, 우크라이나 내전에 대한 개입, 시리아 내전에 대한 개입 등이 그러한 미국의 다급한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현재 세계의 주요 분쟁지역은 두 군데이다. 하나는 동지중해이고 다른 하나는 동아시아이다. 동지중해는 현재 세계의 화약고라 할 수 있다. 자본주의의 착취와 수탈에 항의하는 그리스 민중의 투쟁이 벌어지고 있는 곳이 동지중해이고 내전이 벌어지고 미국의 폭격이 이루어지고 있는 시리아가 동지중해이며 내전이 NATO세력과 러시아 세력의 국제전 양상을 띠는 우크라이나가 동지중해 근접지역이다. 지구의 지각변동이 지진을 불러오듯이 세계질서의 지각변동이 집중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곳이 동지중해이다. 동지중해는 또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대립, 그리고 이집트 민중의 시위에 대한 폭력진압, 리비아에 대한 제국주의의 침탈이 이루어진 곳이기도 하다. 이러한 동지중해와 더불어 동아시아는 또 하나의 주요한 분쟁지역이다. 남-북한이 사상, 정치적 대결을 벌이고 있는 지역이고 중국과 미-일 동맹이 대결하고 있는 지역이며 최근까지도 중국과 일본의 영토분쟁, 중국과 동남아 일부국가의 영토분쟁이 벌어지고 있는 지역이다. 이렇게 중국-러시아-이란 축과 미국-영국-(일본)-이스라엘 축의 대립이 동지중해와 동아시아에서 지각변동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세계정세는 세계대공황이 세계질서를 근저에서부터 변동시키고 있는 가운데 2008년 이후로 양대 세계축으로 나뉘어지고 있고 이렇게 양강구도의 사이에 광범한 중간세력이 형성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계급투쟁의 관점에서 보면 이러한 세계질서의 분열 가운데 반제적 경향이 서서히 강화되어 가고 있고 공황의 심화에 따라 세계 각국에서 노동자계급과 민중들의 사회주의를 향한 투쟁과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이 발전할 것이다.

 

 3. 중국의 부상과 미-일 동맹의 반격

 

그런데 이러한 세계정세에 대한 분석으로부터 곧바로 한국의 정세분석으로 나아갈 수는 없다. 왜냐하면 한국은 동아시아라는 지역에 속해 있고 세계정세는 이러한 지역의 정세를 통하여 굴절되어 한국의 정세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세계정세와 한국의 정세라는 범주 사이에 동아시아 지역정세라는 범주가 설정되어야 한다. 이는 변증법의 보편-특수-개별이라는 범주에 상응하는 것인데 세계정세의 보편성이 동아시아라는 특수에서 어떻게 발현되는가를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세계화의 파탄과 세계질서의 분열이라는 세계정세의 보편성은 동아시아의 경우 중국과 미-일동맹의 대립이라는 형태로 발현되고 있다. 즉, 동아시아 정세의 기본축은 중국과 미-일 동맹의 대립이다. 이러한 대립은 2008년 이전에도 존재했지만 2008년 이후에는 차원을 달리하고 있는데 2008년의 금융위기로 미국이 백척간두에 몰리는 사이에 중국은 막대한 투자를 통해 위기를 극복하면서 일본을 제치고 G2로 떠올랐다. 그 과정에서 중국경제는 섬유, 신발 등 경공업중심의 수출구조에서 중공업중심구조로, 나아가 최근에는 IT 등 첨단산업의 수출구조로 비약을 했다. 이러한 경제의 발전에 기초하여 중국은 그 영향력을 동남아에 확대했는데 동남아의 경제가 중국경제에 연동되면서 발전을 하게 되는 구조가 형성되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중국과 동남아는 각각 제 1의 무역상대국이 되었다. 중국은 또한 아프리카에 막대한 자본을 수출하고 무역을 하고 있는데 이는 모택동 당시의 사회주의적 우호관계를 자본주의적 관계로 변화시키면서 이루어진 것이었다. 예를 들면 모택동 당시 중국사회주의는 동아프리카의 잠비아와 탄자니아에 무상으로 철도를 깔아주었었다. 이에 대해 아프리카에서는 중국에 대한 친선의 감정이 광범했는데 등소평 이후 중국은 이러한 점을 활용하여 상품수출과 자본수출을 증대하였고 지금은 아프리카와 중국이 제 1의 무역상대국이 되었고 중국자본이 광범위하게 아프리카에 수출되면서 아프리카에서 자본주의 발전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동아프리카를 비롯하여 아프리카 주요 국가는 최근 5-10%의 경제성장율을 보이고 있다. 중국은 또한 중남미와도 광범한 관계를 확대하고 있는데 브라질은 최근에는 중국과의 관계증진을 기초로 미국으로부터 독자노선을 걷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중국은 경제성장에 기초하여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데 이러한 중국의 부상에 대하여 미국은 아시아 복귀전략을 선언했고 미-일 동맹의 강화를 통해 중국에 대한 반격을 도모하고 있는 것이다. 2013년 박근혜 정권 출범 직후 한반도에 몰아쳤던 전쟁위기는 중국의 부상에 대한 미-일 동맹의 반격의 첫 시도였다고 할 수 있다. 한국은 그에 대해 민족의 이익이 아니라 예속적인 한-미-일 동맹의 이익을 추종하여 전쟁위기에 가담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2014년 중국의 경제위기가 가시화됨에 따라 중국과 미-일 동맹의 대립의 2라운드가 시작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기존의 중국경제의 구도는 막대한 투자의 제고를 수출로 밀어내어 성장하는 것이었다. 연평균 20%가 넘는 투자증가율은 중국경제를 떠받치는 축이었는데 수출이 정체하면서 투자 또한 하강곡선을 그리고 있고 부동산가격이 하락추세에 접어들었다. 그리하여 중국경제의 위기가 전 세계의 주목을 받는 가운데 미국은 중국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일본의 집단자위권을 핵으로 하는 군국주의화에 대한 용인과 지지, 홍콩의 시위에 대한 미국의 지지, 한반도에 미사일 요격시스템 사드의 배치 추진, 중국과 영토분쟁을 하는 동남아 국가와의 연합군사훈련 등이 그러하다. 이러한 양상은 중국경제의 위기 상황이 심화됨에 따라 그 정도를 더할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대립은 한편으로는 일정한 상호의존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과거 미-쏘의 냉전과는 성질을 달리한다. 기존에 동아시아 제조업은 미국이라는 수출시장을 전제로 하는 것이었다. 중국의 경우 미국에 대해 막대한 무역흑자를 얻고 있는데 이를 통해 축적된 외환보유고를 미국 국채에 투자하여 무역흑자를 환류하는 방식을 택해왔다. 그에 따라 중국은 미국의 최대 채권자이다. 이러한 경제적 상호의존이 미국과 중국의 대립이 극단적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제약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중국과 일본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상호 간에 무역의 비중이 높고 또 중간재인 부품과 기술들에 대한 중국의 일본 의존도가 높다. 따라서 중국과 미-일 동맹의 대결은 상호 간의 전면투쟁 보다는 중간의 매개지역인 한반도의 위기, 동남아 일부지역의 위기라는 국지적 현상으로 제한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물론 이러한 양상은 공황이 향후 어떻게 전개되는가에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세계정세, 동아시아 정세의 전개는 한국의 사회주의자들에게 이중의 의미로 다가온다. 하나는 이러한 세계질서의 변동이 한반도에서 전쟁위기를 불러올 가능성이다. 중국의 과잉생산공황이 금융위기의 형태로 폭발할 경우 이는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의 격동을 가져올 수밖에 없고 자신의 패권의 실추를 만회하려는 미제국주의로서는 전쟁위기를 통한 패권만회를 도모할 가능성이 큰 것이다. 더구나 일본의 경제위기가 심각한 상태에서 국내정세의 모순을 대외적 요인을 통해 해소하려는 일본 지배계급의 요구가 미국의 의도와 맞물릴 경우 한반도의 정세는 심각해질 수 있는 것이다. 한국의 사회주의자들과 노동자계급은 이러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반제, 반전, 한-미-일 전쟁동맹 반대를 기치로 싸워야 한다. 이러한 위기를 성공적으로 이겨낼 경우 한국의 정세는 근본적으로 변화할 것이며 정세는 급격히 고양기로 접어들 수 있을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세계질서의 변동, 동아시아 정세의 변동은 한국의 사회주의자들과 민중들에게 새로운 전망을 가져오는 것이다. 미국의 헤게모니 쇠퇴와 중국의 부상은 한국사회를 짓눌러왔던 분단 이후 60년 체제의 이완을 의미하는 것이고 이는 세계체제의 균열을 의미하는 것이다. 노동자계급이 사회주의로 무장하고 투쟁한다면 이러한 지배질서의 균열을 뚫고 변혁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여기서 한국의 변혁에 대한 중국의 역할 혹은 태도를 분석한다면 중국은 미제의 약화는 환영하지만 한국의 노동자계급과 민중이 사회주의로 나아가는 것은 반대할 것이라는 점이다. 왜냐하면 사회주의 시장경제는 사실상 자본주의의 위장막에 지나지 않고 현재 중국자본가계급의 노동자계급에 대한 착취와 수탈은 전세계에서 수위를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이중적 측면, 세계질서 변동과 동아시아 질서변동의 이중적 측면을 고려하면서 한국의 사회주의자들은 변혁의 전망을 개척해 가야 한다.

 

 4. 한국자본주의의 위기 전개의 특징

 

현재의 박근혜정권의 반동적 공세는 한국경제의 위기를 기초로 하는 것이다. 박근혜 정권은 이데올로기 차원에서 파시즘을 전적으로 승인하면서 심지어 내란음모 사건 조작, 통합진보당에 대한 해산청구, 전교조에 대한 무력화시도 등 한국사회를 파시즘으로 이끌어 가려 하고 있고 그에 따라 한국 사회는 격렬한 진통을 겪고 있다. 최근의 세월호 사건 나아가 세월호 학살은 박근혜정권의 반동적 공세의 산물이며 동시에 박근혜 정권의 약점과 한계를 드러낸 사건이다. 박근혜정권은 전력을 다해 세월호 학살을 덮으려 하고 있으며 최근 새정치연합은 노선을 수정하여 박근혜 정권과 야합하려 하고 있다. 그에 따라 한국의 정세는 새로운 갈래길에 접어들고 있고 노동자, 민중이 어떠한 길을 가느냐에 따라 한국의 정세는 새로운 양상을 띠게 될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정세를 분석하기에 앞서 살펴야 하는 것은 한국의 경제위기 양상이다. 왜냐하면 한국의 모든 계급 세력들의 판단과 정치행위를 좌우하는 것은 경제위기의 전개양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자본주의가 어떠한 위기양상을 보이고 있고 어떤 지점에 접어들고 있는가가 정세분석 차원에서 파악될 필요가 있다.

2008년 이후 한국자본주의에 대한 이러저러한 논쟁과 발언들이 있었다. 한국자본주의가 영-미와 같은 금융자본주의의 길을 걸어서는 안 된다는 장하준 교수의 주장, 여전히 재벌개혁이 우선이라는 참여연대, 이병천교수 같은 주장, 그리고 8,90년대의 사회구성체 논쟁이 다시금 한국자본주의 논쟁이라는 형태로 부활되어야 한다는 주장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의 상당부분은 부르주아적 내지는 소부르주아적 경향에 기초한 것이었고 현실의 한국자본주의 운동에 영향을 미치기에는 무기력했고 그에 따라 한국자본주의는 자신의 발전경향을 지속해왔고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을 거쳐 지금의 박근혜 정권의 경제정책에 이르게 되었다. 박근혜정권은 일차적으로 경제위기를 관리가능한 범위에 묶어두기 위해 한편으로는 경제살리기를 다른 한편으로는 민중에 대한 전면적 수탈과 정치적 억압의 정책을 구사하고 있고 심지어 파시즘적 지향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이러한 박근혜정권의 정책은 한국자본주의 모순의 격화를 방지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자본주의의 모순을 심화시키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어째서 그러한가?

한국자본주의의 근본모순은 그것이 자본주의라는 점에서 생산의 사회적 성격과 취득의 사적, 자본주의적 성격 간의 모순이다. 이 근본모순은 이제는 초등학생도 인식할 정도가 되었다. 삼성자본, 삼성전자라는 회사 하나가 한국경제 전체를 좌우하는 양상은 수많은 사람의 공동의 노력의 산물인 부가 이건희, 이재용 한 사람의 수중에 집중되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점이 한국사회를 갈등으로 이끌고 있고 수많은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는 것이 최소한의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다 인식할 정도가 되었다. 그러나 박근혜 정권은 이러한 모순에 대해 해소 내지는 모순의 격화를 방지할 의사와 능력이 없다.

그리고 한국자본주의의 특수성으로서 예속의 문제는 어떠한가? 한국자본주의는 제국주의 경제질서에 편입된 상태에서 서서히 그 지위를 상승해왔고 이제는 아(亞)제국주의라는 평가까지 받는 상태가 되었다. 그러나 정치는 경제의 집약이라고 했듯이 한국의 미-일에의 예속적 동맹은 한국자본주의의 제국주의 경제질서에서의 지위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러한 한국자본주의의 예속적 지위는 여러 가지 현상으로 나타나는데 수출과 수입을 포괄하는 무역의존도가 한국의 경우 OECD에서 1, 2위를 다투는 점, 제국주의 금융자본이 한국의 은행과 재벌 등 한국경제의 관제고지를 점령하고 있는 점, 한국의 독점자본들은 제국주의와의 예속적 동맹하에서만 축적의 확대가 가능하다는 점, 소위 내수와 수출의 양극화에 따라 수출이 정체하면서 한국경제의 내수가 얼어붙고 있는 점, 독점자본들의 시장의 확대를 위한 농업개방의 결과 한국의 농업이 파탄지경이라는 점, 지배계급은 이를 한-미 FTA 등으로 제도화하고 있다는 점 등 한국자본주의의 예속성으로 말미암은 왜곡은 한국자본주의의 불균등성을 극도로 심화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자본주의에서 불균등 성장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이는 세계적 차원에서도 관철되며 일국 내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한국자본주의의 경우 이러한 불균등성이 한국자본주의의 예속적 구조로 말미암아 극단화된 상태로 재생산되고 있는 점이 두드러진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의 압도적 지위가 말하는 독점자본가들 간의 불균형, 독점자본과 중소자본의 불균형, 제조업과 농업의 불균형, 노동자계급 사이의 불균형, 억압적 고용구조로 말미암은 광범한 자영업자의 창출과 그들의 급속한 몰락 등 자본주의에 고유한 불균형이 한국사회의 경우 여타의 자본주의 국가에 비해 극단적인 양상을 보이는 것이다. 그러한 불균형은 노동자계급의 입장에서는 착취의 극단화이고 민중의 입장에서는 수탈의 극단화이다. 한국은 OECD에서 자살율이 1위이고 사회보장은 바닥을 기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착취구조에 기초한 한국자본주의의 극단화된 불균형이 바로 지금의 한국경제 위기의 진정한 원인인데 박근혜정권과 한국의 지배계급은 원인을 인식할 능력도 해결할 의사도 없는 것이다. 정반대로 박근혜정권이 이끄는 한국자본주의의 길은 그러한 모순, 불균등성을 지속적으로 심화하고 재생산하는 것이다.

2008년 당시 한국자본주의는 위기에 처했으나 중국경제의 성장으로 말미암아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 그에 따라 한국경제의 중국의존도는 급속히 확대되었고 한국 수출의 1/4을 중국에 의존하는 상태가 되었다. 이렇게 중국 덕분으로 2008년의 위기를 극복한 한국경제는 세계대공황이 심화됨에 따라 다시금 위기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다. 더구나 이제는 중국경제의 성장으로 말미암아 중국자본과 경쟁하게 되면서 한국 경제는 새로운 상황을 경험하고 있다. 휴대폰에서 이미 중국제품들이 삼성을 몰아세우고 있고 중국에 대한 수출품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던 중간제품들도 중국의 기술수준의 향상으로 인해 수출이 격감하고 있다. 나아가 그러한 중국제품들과 세계시장에서 경쟁이 새롭게 대두되고 있다.

또한 미-일 동맹에 기초하는 일본엔화의 평가절하, 엔저가 한국경제를 압박하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에도 일본엔화의 평가절하가 한국의 수출을 압박한 것이 위기의 한 원인이었는데 지금 바로 당시와 같은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97년과 달리 지금은 일본의 경제위기 정도가 비할 수 없이 심각하고 일본은 엔화의 평가절하를 아베노믹스의 기본으로 설정하고 있어서 한국경제가 받는 압박은 97년보다 더욱 클 수 있다.

더구나 세계대공황의 진전은 한국의 수출시장 전체를 압박하고 있는데 세계무역의 증가율 자체가 2012년을 전후하여 거의 정체하고 있어서 수출시장의 절대적 양이 제한되고 있는 것이다. 2012년 전만해도 세계무역증가율은 10%내외였지만 그후 급속하게 축소되어 이제는 0에서 2내지 3%정도에 불과하여 무역의 증가가 세계경제성장을 이끌던 상황은 더 이상 아닌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내수는 어떠한가? 내수는 소비와 투자로 구성된다. 소비는 민간의 소비와 정부의 재정소비를 말한다. 민간의 소비는 사실상 마이너스 상태인데 최근에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부동산 띄우기에 나섰으나 그것은 소비의 제한적이고 일시적인 증가를 야기할 수 있을 뿐이다. 경제가 침체하는 상황에서 부동산 경기가 지속적으로 상승하기는 어려울 수밖에 없고 나아가 노동자와 민중들의 소비능력은 실질임금의 저하, 사상최고의 가계부채로 말미암아 제한되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의 재정정책으로 인한 지출이 증대되고 있으나 세금수입은 2013년과 비교하여 오히려 줄어들고 있고 따라서 국가부채의 증대를 야기하고 있다. 국가부채의 지속적인 증대는 한국도 유럽과 같은 재정위기의 가능성이 증대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투자는 어떠한가? 자본가들은 지금 돈이 없어서 투자를 안 하는 것이 아니다. 주요 독점자본들이 사내에 유보하고 있는 자금은 수백조원에 달할 만큼 막대하다. 문제는 그 자금이 투자되지 않고 유보만 되어 있어서 잠재적으로는 자본이지만 현실적으로는 자본으로 기능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즉, 주요 독점자본들은 투자를 회피하고 있는 것인데 이는 두 가지 때문이다. 하나는 경기가 안 좋은 상황에서 기업의 생존이 문제가 될 때를 대비하여 투자가 아닌 사내 유보를 하는 것이다. 또 하나는 투자를 할 수 있는 동인, 즉, 투자를 통한 이윤의 확보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자본주의에서 생산력 발전의 박차는 이윤인데 이윤의 증대전망이 보이지 않을 때는 투자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리하여 투자와 소비 양 측면에서 한국경제는 내수의 위축을 겪고 있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부가 넘치는데 그 부가 자본의 형태를 취한다는 이유 때문에 인민은 파탄하고 경제 전체는 위기에 처한 현실! 바로 이것이 지금 한국자본주의의 현 주소인 것이다.

 

5. 반박근혜 전선의 유지, 발전의 조건

 

새정치연합이 문희상 비대위원장 체제로 들어간 후 새정치연합은 새누리당과 야합하고 세월호 유족 나아가 민중들을 배신하였다. 그들은 이제는 반박근혜 전선에서 이탈하였고 국정감사에서 박근혜가 쳐놓은 테두리 내에서 세월호 ‘진상규명’을 하고 그를 통해 세월호를 덮는 데 조력하고 있다.

따라서 이제는 노동자, 민중진영이 반박근혜 전선을 주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광화문의 세월호 촛불집회에서는 소수가 모여서 보수양당의 야합을 규탄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새정치연합에 대한 노동자, 민중세력의 전면적인 평가가 필요하다. 새정치연합은 기득권세력이다. 이들은 이미 김대중, 노무현 정권하에서 권력을 잡았던 세력이다. 즉, 이들은 한국의 지배층의 일원이고 지배계급의 대변자인 것이다. 새누리인가, 새정치연합인가를 결정하는 것은 한국의 독점자본가들이고 그 배후에서 조종하는 미제국주의이다. 새누리와 새정치연합은 이들 예속독점자본과 미제국주의의 카드일 뿐인 것이다. 박근혜 정권이 NLL 대화록을 공개하고 파쇼적 행보를 보일 때 새정치연합은 반발하여 반박근혜 블록에 가담하였고 장외투쟁도 하였다. 특히 세월호 참사 이후 이들은 진상규명을 외치고 문재인 의원의 경우 단식까지 하였다. 그러나 이제 이들의 본 모습이 드러났는데 이들의 이러한 행동은 자신의 권력에의 접근이 차단되는가 아닌가에 따른 것이었을 뿐이다. 박근혜가 공공연히 파쇼적 행보를 보일 때 이들은 선거를 통한 집권가능성이 물 건너가기 때문에 반박근혜 전선에 섰지만 세월호 진상규명투쟁을 통해 한국의 국가권력의 반동성과 반민중성이 드러날 위기에 처하자 박근혜와 야합에 들어간 것이다. ‘세월호 유족의 동의가 아닌 양해’를 구하면 된다는 문희상의 발언에 이들의 정치적 입장이 요약되어 있다. 부르주아 정치세계에서 동의가 아닌 양해는 법적인 의미가 없는 것이고 이는 세월호 유족을 젖히고 박근혜와 야합에서 들어가겠다는 선언이었고 민중배신의 선언이었다. 이들의 이러한 배신은 자신들의 집권가능성이 박근혜의 전면적인 파쇼화로 인해 물 건너가기 전에는 되돌리지 않을 성질의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반박근혜 전선은 어떻게 유지, 발전될 수 있는가? 반박근혜 전선의 유지, 발전의 조건은 무엇인가?

현재 박근혜 정권의 반동적 공세는 총체적인 것이다. 먼저, 이데올로기 차원에서 파시즘을 승인하고 있고 진보적 이데올로기를 억압하고 있다. 한국사 교과서에 대한 국정화의 시도를 비롯하여 전교조에 대한 무력화 시도 등 이데올로기 공세를 가하고 있고 내란음모 사건조작, 제도적 진보정당인 통합진보당에 대한 해산청구 등 정치적인 반동적 공세를 가하고 있고 경제적 차원에서도 전면적인 민중수탈의 길을 걷고 있다. 담배값과 주민세에 대한 인상과 자본가들에 대한 세무조사 면제는 민중수탈을 통한 한국자본주의의 구원의 길을 가겠다는 선언이었고 특히 공무원 연금 개악은 민중에 대한 경제적 공격의 신호이다. 공무원에 대해서조차 연금을 개악하고 수탈한다면 여타의 민중들의 처지는 어떠하겠는가?

이렇듯 박근혜 정권의 반동적 공세는 이데올로기, 정치, 경제의 측면 등 총체적인 것이고 따라서 노동자, 민중진영, 진보민중진영은 박근혜 정권 퇴진을 내걸고 혼신의 투쟁을 전개해야 한다. 새정치연합이 반박근혜 전선에서 이탈하여 반박근혜 전선이 일시적으로 위축되고 교란될 수는 있지만 이제는 진보민중진영이 박근혜 퇴진을 내걸고 한국 사회의 정치의 주역으로 나서야만 할 상황인 것이다.

한국사회에서 새정치연합으로 대표되는 자유주의 세력은 독자적 전망을 갖는 세력이 아니다. 뿐만 아니라 이들의 민주주의에 대한 입장은 매우 불철저한데 김대중, 노무현 정권하에서조차 국가보안법은 존속되었고 국가정보원은 이들 정권을 떠받쳤던 것이다. 따라서 반박근혜 전선이 유지, 강화되기 위해서는 자유주의세력과의 절연과 운동을 체제내화시키는 경향과의 단절을 이루면서 노동자계급이 중심이 되는 진보민중진영이 한국의 정치질서를 새롭게 재편하는 길을 걸어야 한다. 박근혜와 비타협적 투쟁의 주역으로서의 진보민중진영! 이라는 각인을 한국사회에 새기는 길을 걸어야 한다. 소위 진보의 재구성과 같은 정치공학적인 것이 아니라 박근혜와의 비타협적 투쟁전선의 강화를 통한 진보민중진영의 성장! 이것이 현재 노동자, 민중의 침로이다.

 

 6. 사회주의 변혁단계에서 정세분석론

 

새정치연합이 반박근혜 전선에서 이탈한 현재 반박근혜전선의 질은 무엇인가? 민주주의 전선인가 반자본주의 전선인가? 그런데 그 전선의 성격은 새정치연합의 이탈과는 무관하게 박근혜정권의 공세의 성격과 노동자, 민중투쟁의 성격에 의해 규정되는 것이다. 현재 박근혜정권의 반동적 공세는 이데올로기 차원에서 파시즘적 억압, 정치적 측면에서 통합진보당에 대한 해산청구, 전교조에 대한 무력화시도 등 민주주의의 부정으로 나타나고 있고 경제적 측면에서는 민중에 대한 전면적인 수탈로 나타나고 있다. 또한 민중투쟁의 핵심은 세월호 투쟁인데 세월호 투쟁의 본질은 국가폭력에 대한 항의, 학살에 대한 항의이며 이는 본질에 있어서 민주주의 투쟁인 것이다. 여기에 더해 공무원 연금 개악반대 투쟁, 의료민영화 반대투쟁, KTX 민영화 반대투쟁 등이 진행되고 있다. 이를 분석해보면 박근혜정권과 민중들이 부딪히고 있는 주된 전선은 민주주의전선이며 의료민영화, KTX 민영화 등 독점자본의 수탈의 강화에 대한 투쟁은 경제적 성격이 주된 것임을 알 수 있다. 즉, 독점자본을 중핵으로 하는 한국자본주의에 대한 항의는 아직 전면화되지 못하고 있고 주요 전선이 아닌 부차적 전선의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반박근혜 전선의 성격의 주된 측면은 민주주의 전선이라는 점이며 아직은 반자본주의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러한 점을 전제로 현 단계에서의 정세분석론에 접근해보자. 정세분석은 계급역관계의 변화를 파악하는 것이다. 최근까지 운동의 지지부진한 상황은 정세분석론을 쟁점으로 만들지 못하고 운동은 지배계급과 정권의 공세에 대한 수세적 투쟁에 머물러 왔었다. 즉, 즉자적 투쟁에 머물러 왔고 따라서 의식적 투쟁, 과학적 실천을 전제로 하는 정세분석은 그 과학성이라는 점에서는 많이 부족했었다. 비과학적 정세분석은 과학적 실천을 낳을 수 없는데 이제는 이러한 상황이 종식되어야만 하는 때가 되었다. 새정치연합이 민중배신을 선언하고 박근혜와 야합하는 상황, 세월호 투쟁이 분기점에 처한 상황, 한국자본주의의 위기가 결절점을 앞두고 있는 상황 등 한국의 정세가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가 기로에 놓인 상황은 정세분석의 과학성을 회복해야만 하는 때임을 말하는 것이다.

기존에 NL진영의 일부는 정세를 객관정세와 주체정세로 나누어서 파악했다. 거기서 주체정세를 더욱 우선시하는 경향이 있었다. 이는 이들이 주체를 중시하는 사고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은 정세가 과연 무엇인가를 되짚어 보게 하는 것이다. 정세는 흔히 계급 간의 역관계라고 한다. 이러한 계급간의 역관계는 주관적인 것인가, 아니면 객관적인 것인가? 각 계급세력들의 힘은 각각의 주체에게는 물론 주관적인 것이다. 그러나 그것들의 상호연관이 주관적인 것인가? 정세는 이러한 각각의 계급들의 힘의 상호연관을 파악하는 것인데 이러한 상호연관 자체는 객관적인 것이다. 주관적 힘들의 상호연관의 질서로서 정세의 객관성! 이렇게 정세의 객관성을 승인할 때만 정세분석의 과학성이라는 개념이 성립하는 것이다. 주관에 좌우되는 것에는 과학성이라는 개념 자체가 성립할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객관정세와 주체정세를 가르는 틀은 올바르지 못하며 정세분석 자체는 객관적인 정세를 분석하는 것임이 승인되어야 한다.

그러면 이것으로 정세분석의 전제가 마련된 것인가? 기존에 정세분석의 상당수는 각 세력들의 동향을 분석하는 것이었다. 이렇게 각 계급세력들의 동향을 종합하면 정세분석이 완성되는가? 그렇지 않다. 각 세력들의 전략과 동향에 대한 분석은 각각의 주체상태를 분석하는 것이다. 그러나 정세는 이러한 주체상태들의 상호관계를 분석하는 것이며 각 주체상태를 종합하는 것과 그것들의 상호연관을 분석하는 것은 질이 다른 것이다. 즉, 동향분석과 정세분석은 질이 다른 것이다. 그러면 동향분석과 정세분석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다른가? 동향분석의 초점은 각 계급 주체의 주관적 힘과 상태, 전략에 대한 분석이라면 정세분석은 각 계급세력이 부딪히고 있는 전선의 현실, 힘들의 상호작용 자체를 분석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상호작용 자체는 객관적인 것이므로 그것은 겉으로 드러날 수밖에 없다. 즉, 전선의 쟁점, 계급상호 간 투쟁의 쟁점이 객관적 정세를 드러내는 지표가 되는 것이다. 세월호 투쟁은 국가의 폭력이라는 작용과 민중들의 항의라는 작용이 상호작용하여 만들어내는 쟁점이다. 의료민영화 투쟁은 국가와 자본의 민영화라는 작용과 노동자, 민중의 항의가 상호작용하여 만들어내는 쟁점이다. 이렇게 계급투쟁의 쟁점은 각각의 계급세력이 부딪혀 만들어내는 객관적인 것이고 따라서 정세를 드러내주는 것이다.

이렇게 계급투쟁의 쟁점을 분석하는 것을 통해 계급역관계가 어떠한 상황인지 파악가능하다. 주체의 역량분석이 아니라 객관적인 계급투쟁의 쟁점 분석을 통해 현재가 퇴조기인지, 고양기인지, 혁명적 정세인지 분석 가능한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계급투쟁의 쟁점들은 동일한 질을 갖는 것이 아니며 크게 보면 정치투쟁의 쟁점과 경제투쟁의 쟁점으로 나뉠 수 있고 물론 정치적 성격과 경제적 성격이 교차하는 것도 상당하다. 그러나 정치적 성격의 쟁점인가, 경제적 성격의 쟁점인가를 나누는 것은 중요한데 왜냐하면 정세를 직접적으로 규정하는 것은 정치적 성격의 쟁점이기 때문이다. 정치적 성격의 쟁점이 거의 없고 경제적 성격의 쟁점이 대부분일 때는 지배체제가 안정되어 있다는 것을 말하고 정치적 성격의 쟁점이 대부분을 차지할 때는 정세가 상당히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이러한 계급투쟁의 쟁점을 규정하는 기초로서 경제적 상황이 언급되어야 한다. 한국 자본주의의 재생산과정이 안정되어 있는가, 위기에 처해 있는가가 계급투쟁의 기초로서 분석되어야 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재생산과정의 위기여부는 사회를 구성하는 모든 계급과 국가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경제적 토대가 상부구조를 기초지운다는 맑스의 사적 유물론을 따를 때 재생산과정의 위기 없는 정치적 위기라는 것은 예외적인 것이다. 그런 점에서 한국 자본주의의 재생산과정의 위기여부, 토대의 분석은 정세분석의 기초로 위치지워져야 한다.

그런데 여기서 조금 더 들어갈 필요가 있다. 정세가 계급역관계라면 그 상호관계는 그 사회구성체가 당면해서 어떠한 변혁을 앞두고 있는가라는 점에 의해 근본적으로 규정되는 것이다. 8, 90년대 민족민주변혁 단계에서는 계급역관계의 핵심은 군사파쇼와 여타 세력 간의 상호관계였다. 파시즘의 약화여부, 파시즘에 반대하는 투쟁의 성장여부가 정세분석의 핵심이었고 사회주의 세력의 성장정도는 정세분석 차원에서는 부차적인 것이었다.

그러나 한국 사회는 90년대, 2000년대를 거치며 계급대립구도 자체가 변화하였고 그에 따라 당면 변혁의 성격이 변화하였다. 즉, 파시즘을 내세우는 반동부르주아와 그 대립세력으로서 중소자본가를 대표하는 자유주의세력 및 노동자, 민중세력의 구도가 근본적으로 변화하여 독점자본가 및 중소자본가를 한 블록으로 하는 보수강경파와 보수온건파 세력 대 노동자 민중 세력의 대립구도로 변화하였고 그에 따라 한국의 변혁은 사회주의 변혁으로 성격이 변화했던 것이다. 다만 8, 90년대의 민족민주변혁이 유산된 결과 당면한 사회주의 변혁은 민족민주적 과제를 포함하는 사회주의 변혁의 성격을 띠게 된 것이었다. 이렇게 계급대립구도가 근본적으로 변화했기 때문에 김대중, 노무현의 집권이 가능했던 것이다.

이렇게 당면변혁의 성격이 변화한 사실은 정세분석의 기준을 변경시키는 것이다. 즉, 사회주의 변혁 단계에서 정세분석의 초점은 자본가계급 대 노동자, 민중 간의 역관계의 변화가 주된 것이고 이는 정치의식면에서 반자본주의 의식의 성장정도에 의해 특징지워지는 것이고 자본가계급 내부의 대립을 표현하는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 간의 대립, 보수강경파와 보수온건파 사이의 역관계의 변화는 부차적 지위를 점하는 것이다. 따라서 정치적 쟁점에 대한 분석도 한국자본주의에 대한 항의, 반대의 성격을 띠는 쟁점이 있는가, 어느 수위로 표현되는가가 주요한 것이다. 물론 경제적 재생산과정의 위기여부, 경제적 투쟁의 쟁점, 정치적 투쟁의 쟁점이라는 분석틀은 여전히 유효하지만 그 그릇에 담기는 내용물이 바뀌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한국 사회의 사회주의 변혁 단계에서 정세분석론이 정립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박근혜정권이 파쇼화공세를 밀고 나가고 있는 현재의 상황은 정세분석에 한층 복잡한 어려움을 안겨주고 있다는 점이다. 박근혜 정권의 파쇼화 공세가 전략적 성격을 띠고 자유주의세력의 집권가능성이 봉쇄된다면 8, 90년대와 같은 정세분석의 틀이 유효하겠지만 지금의 상황은 그렇지 않다. 현재의 박근혜 정권의 파쇼화공세는 총체적인 것인데 이는 경제위기라는 상황에 의해 규정되는 것이다. 즉, 박근혜정권의 파쇼화공세는 아직 전략의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고 정세적 측면에 의해 규정되는 것이고 노동자, 민중진영, 진보민중진영의 반박근혜전선의 성격이 민주주의 전선의 성격을 띠는 것도 정세적인 것이며 변혁단계가 사회주의 변혁에서 민주주의 변혁으로 후퇴했기 때문은 아니다. 또한 새정치연합으로 대표되는 자유주의세력의 집권가능성이 봉쇄된 것은 아니며 이들의 반박근혜전선에서 이탈이 역으로 이들의 집권가능성이 현 단계에서 존재한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세분석의 초점은 박근혜 정권에 반대하는 민주주의 투쟁의 성장정도이다. 왜냐하면 정세분석은 전략단계를 도출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전술에 봉사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전략단계를 도출하는 것, 변혁의 성격을 규정하는 것은 정세분석에 기초하는 것이 아니라 계급대립구도의 변화에 대한 분석이기 때문이다.

 

 7. 결론

 

현재 세월호 투쟁을 핵으로 하는 반박근혜 투쟁은 기로에 처해 있다. 새정치연합은 민중배신을 선언하고 박근혜와의 야합으로 접어들었고 반박근혜전선은 교란되고 있다. 더구나 세월호 대책회의 등에서 새정치연합으로 대표되는 자유주의세력과의 연합을 추구하는 세력이 일정하게 존재하는 점은 세월호 투쟁과 반박근혜전선이 일시적이나마 약화될 가능성이 있음을 말해준다.

그러나 현재의 전선의 교란은 충분히 극복될 수 있고 새정치연합은 민중들의 뇌리에 배신자로 각인될 것이다. 왜냐하면 당장은 진보민중진영의 주체역량이 약하지만 세계대공황의 전개와 한국자본주의의 위기가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권으로 대표되는 한국의 지배계급은 정치적 억압과 민중에 대한 수탈을 선언하고 있는데 이러한 상황은 새정치연합의 이탈에도 불구하고 반박근혜전선이 유지가능하고 노동자계급이 전선에 결합하는 것에 비례하여 그 전선이 발전될 수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한국의 사회주의자들에게 분발을 촉구하는 것이다. 노동자계급이 전선에 결합할 수 있도록 이끌 수 있는 세력은 사회주의자들 이외에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게 노동자계급을 전선으로 조직하면서 지난 개량주의 시대의 찌든 때를 말끔히 씻어내고 박근혜와의 비타협적 투쟁 속에서 노동운동을 재건하고 진보민중진영의 새로운 정립을 이루어내야 한다.

지금의 상황은 개량주의 시대가 끝나고 새로운 변혁의 시대로 이행이 시작되는 시기이다. 그러한 변혁의 시대를 안아오기 위한 첫걸음은 박근혜의 파쇼적 반동공세를 물리치는 것이고 새정치연합의 이탈로 교란되고 있는 반박근혜전선을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것이다. 노동자계급이 그러한 반박근혜 전선의 주역으로 나설 때 어느새 노동해방의 신새벽은 성큼 다가올 것이다.

 

노동해방, 인간해방의 새 시대를 향하여 전진 또 전진! <노사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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