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과연
해고대란을 멈추기 위해
전국 20대 도시에서부터 투쟁의 봉화를 올립시다.
2018년 12월 11일, 우리는 김용균님을 만났습니다. 스물 넷 젊디젊은 목숨이 한 맺혀서 우리가 김용균이라고 외쳤습니다. “일하다 죽지 않게, 차별받지 않게” 비정규직 노예제도를 없애야 한다고 싸웠습니다. 50년 만에 산업안전보건법이 개정됐지만, 그 안에 김용균은 없었습니다. 한 해 2400명의 노동자들이 여전히 일하다 죽어갑니다. 삼표시멘트에서, 강화도 공사장에서 끼어죽고 부딪혀 죽습니다. 이천물류창고에서, 현대중공업 조선소에서 불타죽고 가스로 질식해 죽습니다. 김용균이 죽었던 그 발전소에서 화물노동자가 또 깔려 죽습니다.
설상가상! 코로나 재난이 덮쳤습니다. IMF 때보다 더 심하다는 해고대란, 실업대란 속에 비정규직, 중소영세,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이 가장 먼저 잘려나가고 있습니다. 고용보험조차 가입되어 있지 않은 절반 이상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휴업수당, 실업급여조차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직장갑질 119 설문조사 결과에 의하면 비정규직의 실직경험은 정규직의 7배, 실직한 비정규직의 85%는 실업급여조차 받지 못했습니다. 실업급여, 고용안정지원금, 휴업수당 가운데 하나라도 혜택을 받은 사람의 비율이 29%에 불과합니다. 비정규직 제로시대, 전국민고용보험시대의 기초를 열겠다던 문재인 정부에서도 노동지옥, 재벌천국의 대한민국입니다.
고통스런 현실의 절망보다 무서운 것은 우리의 무력함입니다. 노조에도 접근하지 못한 98% 비정규직의 처지도 가혹한데 코로나19를 이유로 집회를 금지하며 저항마저 재갈과 족쇄를 채웠습니다.
김용균을 떠나보내던 날, 우리는 김용균이 되어 용균이와 다시 만나겠다고 했습니다. 어느때보다 그 약속이 절실합니다. 절박하게 우리의 행동이 필요합니다. 일하다 죽고, 차별받고, 해고되고, 생계조차 막막한 1100만 비정규직 노동자의 고통을 끝내기 위해 용균이를 떠나보내며 피눈물로 다른 세상을 만들겠노라 약속했던 우리들이 시작해야 합니다. 살고 싶다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절규를, 일하다 죽지 않게 차별받지 않게,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바라는 1100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소망을 우리가 앞장서 외칩시다. 함께 하자 먼저 손을 맞잡읍시다.
해고대란을 멈추고, 노동자 민중의 희망을 밝히는 투쟁의 봉화를 전국 20대 도시에 밝힙시다. 매주 한 번, 같은 날, 같은 시간, 각 도시의 가장 많은 노동자 시민이 함께 할 수 있는 곳에서 “해고금지, 모든 노동자에게 생계대책을” 요구하는 투쟁의 장을 만듭시다. 비정규직이 앞장 서고 지역과 현장의 노동자들, 제 시민사회 단체와 함께 합법과 불법, 대면과 비대면을 넘나들며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을 모색하고 할 수 있는 모든 실천을 해 봅시다.
20대 도시의 투쟁봉화를 시작으로 노동자 민중의 생존권을 지켜내고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는 30대 도시, 50대 도시, 100대 도시로 확대하는 전국투쟁여지도를 만들어 나갑시다.
비정규직 이제그만은 투쟁의 봉화를 먼저 쏘아올릴 20대 도시 조직화를 시작했습니다. 지역과 현장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여 10월 8일에는 “해고금지, 모든 노동자에게 생계대책을” 전국 비정규직 긴급행동을 비정규직 이제그만 대표자회의를 통해 최종확정할 것입니다.
자본과 정권의 탄압을 뚫고 청와대와 국회를, 대검찰청과 광화문을 투쟁으로 돌파해 왔던 자랑찬 동지들! 절망과 무기력을 끝장내고 투쟁과 희망의 봉화를 지역과 현장에서부터 우리가 함께 쏘아 올립시다.
해고를 금지하라! 생계대책 마련하라!
일하다 죽지 않게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하라!
원청 사용자 책임 인정, 노조할 권리 보장, 노조법 2조 개정하라!
노동자 민중 생존권 사수! 노동해방 평등세상 쟁취하자!
2020년 9월 22일
비정규직 이제그만 공동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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