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사회과학연구소

누가 내란범인가

지난 8월 28일, 국정원은 이른바 ‘내란음모’사건을 발표하고, 9월 4일에는 이 사건의 주모자라는 이석기 의원을 국회의 동의를 얻어 체포했다. 국정원은 이른바 ‘RO’(알오) 조직원 130여명이 5월 12일 비밀리에 모였고, 참석자들은 권역별 토론에서 ‘시설 파괴 및 타격’, ‘총기 준비’, ‘국가기간시설 근무자 포섭’ 등의 발언을 했다는 ‘녹취록’을 증거라고 제시하고 있다. 그러면 내란죄가 무엇인가.

국토를 참절하거나 국헌(國憲)을 문란케 할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죄(형법 제87조).

국토를 참절한다는 의미는 영토권의 일부 또는 전부를 배제하는 것이고, 국헌을 문란하게 한다는 것은 헌법 또는 법률에 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 헌법 또는 법률의 기능을 소멸시키는 것 또는 헌법에 의해 설치된 국가기관을 강압에 의해 전복 또는 그 기능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는 것을 말한다(형법 제91조 1·2항).

처벌은, 수괴(首魁)는 사형이나 무기징역 또는 무기금고, 모의에 참여하거나 지휘하거나 기타 중요한 임무에 종사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처하며, 살상·파괴 또는 약탈의 행위를 한 자도 같다(형법 제87조 1·2항). 그리고 부화수행(附和隧行)하거나 단순히 폭동에만 참여한 자도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금고에 처한다(형법 제87조 3호). 한편 내란목적의 살인을 저질렀을 경우는 사형, 무기징역 또는 무기금고에 처하고 예비·음모·선동·선전 등의 경우에도 3년 이상의 유기징역이나 유기금고에 처한다… (형법 제90조 1항). <다음(daum> 백과사전>

국정원은 이석기 의원의 혐의를 애초의 ‘내란음모’에다 ‘내란선동’을 추가했다고 한다. ‘내란음모’가 성립하려면 실행능력을 갖춰야 하지만, ‘내란선동’은 선동하는 말만으로 처벌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가 정말 ‘내란음모’를 했는지, ‘내란선동’을 했는지, 혹은 그도 저도 아닌지 우리로서는 알 수 없는 일이다. 국정원조차도 ‘내란음모’는 아닌 것 같지만 ‘내란선동’은 맞는 것 같다고 쭈뼛거리고 있는 지경이니 말이다. 그리고 130명이나 되는 이른바 ‘RO’ 조직원들이 ‘비밀리에’ 모일 수 있는 것인지도, 아니, 이 감시 사회, 감시 체제에서 130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비밀리에’ 모이겠다고 언감생심 마음이라도 먹을 수 있는 것인지도 역시 우리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우리는 “국토를 참절하거나 국헌(國憲)을 문란케 할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죄”인, 즉 내란죄를 범한 사람들을 분명하게 알고 있다. 박정희는 5·16군사 쿠데타, 즉 “폭동”을 일으켜 “국토를 참절”했고, 민주적으로 구성된 제2공화국을 붕괴시켜 “국헌(國憲)을 문란케” 했다. 전두환, 노태우는 “공인된”1) 내란범이다. 그런데 “수괴(首魁)는 사형이나 무기징역 또는 무기금고”에 처해졌는가? “모의에 참여하거나 지휘하거나 기타 중요한 임무에 종사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처”해진다는데,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정권에서 매우 “중요한 임무에 종사한” 박근혜, 김기춘, 강창희 등등은 또 어떠한가? 그들은 여전히 “중요한 임무에 종사”하면서 되레 “내란범을 처벌하겠다”고 하고 있지 않은가.

위의 경우는 벌률적으로도 분명한 내란이지만, 이것뿐이 아니다. 한홍구 교수는 “한국전쟁” 전후의 민간인 학살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죽이는 방법이 모두 동원된 한국전쟁

참으로 죽이는 방법도 가지가지였다. 때려죽이는 타살, 구살, 주먹으로 처죽이는 박살(搏殺), 몽둥이로 때려죽이는 박살(撲殺), 격살, 쏘아죽이는 사살, 총살, 포살, 칼로 찌르거나 베어죽이는 자살, 찢어죽이는 육살, 육시, 생매장해 죽이는 갱살, 바퀴로 치어죽이는 역살… 죽일 사람이 없을 때 가족 등 다른 사람을 대신 죽이는 대살 등 인류의 역사에 있었던 사람 죽이는 방법이 모두 동원된 것이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의 현실이었다.

죽이는 방법도 가지가지고, 학살이 일어난 곳도 전국 방방곡곡이지만, 한 가지 공통점은 문자 그대로 죽은 자들이 뼈도 못 추렸다는 것이다. 고양 금정굴이나 지리산 외공마을에서는 일부나마 유골을 발굴하다가 쏟아져 나오는 유골을 감당할 길이 없어 다시 흙을 덮어버렸고, 경산 코발트 광산에서는 지금도 유골을 발굴 중이다… 아무리 적게 잡아도 50만, 어쩌면 100만 명이 ‘빨갱이’라는, ‘반동’이라는 손가락질 하나로, 심지어 그런 가족을 두었다는 이유만으로 목숨을 잃어야 했다.” 한홍구, “우리는 무덤 위에 서 있다”, ≪대한민국사≫제1권. pp. 122-123.

이렇게 “8·15 해방” 이후 일제잔재를 청산하고 민족 민주 정부 혹은 민족적 자주 정부를 세우고자 열망하던 노동자 인민들은 이승만의 극우반공정권과 미제국주의에 의해 거대한 규모로 학살되었다. 그리고 국가권력은 그 “무덤 위에 서 있다.” 우리는 그 “무덤” 밑에 가위눌려 있다.

그러나 그렇게 멀리 갈 것도 없다. 불과 수년전 이명박 정부도 용산에서 철거민을 학살하고, 평택에서 쌍용차 노동자들을 학살했다. 군대, 경찰, 국정원, 감옥 등 입법 사법 행정부를 총동원하여 전인민을 감시하고 통제하며, 의식을 조작하고, 폭력으로 짖누르며, 나아가 공공연하게 학살해왔던 것이 바로 국가 권력이다. 그래서 그랬던 것일까, 현재 새누리당의 중진이자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장윤석 의원이 검찰 간부로서 애초 전두환ㆍ노태우 사건을 담당했을 때,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며, 공소권을 포기했던 것도?

이제 다시 저들은, “국정원 해체! 박근혜 퇴진!”을 외치는 촛불투쟁에 위기를 느껴, 국정원을 돌격대로 하여 인민을 내란으로 겁박하고 있다. 무엇을 위해서? 유혈적 독재체제를 위하여! 노동자 인민의 노예화를 위하여! 자본의 천년왕국을 위하여!

***

그러나 이 어이없는 정국에서 민주적 노동자 인민이 잃기만 한 것은 아니다. 생각나는 대로 적자면, 이번에 얻은 다음과 같은 대중적 인식은 중장기적으로 힘을 발휘하며 노동자 인민의 승리에 밑거름이 될 값진 소득이다.

첫째, 저들은 언제고 무슨 짓이고 못 벌일 짓이 없는 집단이라는 것,

둘째, 민주주의 운운해온 민주당 역시 저들과 별반 다를 바 없는 저들의 아류이며, 그러한 한 이 집단엔 어떤 미래도 없다는 것. ― 특히 이들은 직접 자신들의 문제였던 ‘김대중 내란음모’ 조작 사건의 교훈조차 챙길 능력·의사가 없는 집단이라는 것.

셋째, 정의당 의원들을 포함하여 그 동안 언필칭 ‘진보’ 혹은 ‘좌파’를 자처해온 일부 유명 지식인들의 파쇼 아류로서의 진면목. <노사과연>


1) “1심 법원은 12·12 군사 반란 및 5·18 내란 및 5·18 광주 민주화 운동 유혈진압 혐의에 대해 전두환을 내란 및 반란의 수괴로 판시, 사형 판결을 내렸다. 2심에서는 전두환에 관한 형은 무기징역으로 감했다. 그리고 대법원은 두 전 대통령 및 다른 피의자들이 “반란수괴·반란모의참여·반란중요임무종사·불법진퇴·지휘관계엄지역수소이탈·상관살해·상관살해미수·초병살해·내란수괴·내란모의참여·내란중요임무종사·내란목적살인·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과 같은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판결, 확정했다. 이로 인해 〈전직대통령예우에관한법률〉에 의거해 전두환, 노태우는 기본적인 경호 이외의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를 박탈당했다.” “전·노 두 전직 대통령 법적 심판”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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