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퇴진 투쟁, 평가와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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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인 | 편집출판위원장

 

 

 

들어가며

 

지난 3월 10일,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8명의 전원일치 의견으로 박근혜의 파면을 선고했다. 이로써 지난해 10월 말부터 전개된 퇴진 투쟁의 한 국면은 일단락되었다. 보다 정확하게 말하면, 12월 9일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통과된 이후 진행되었던 탄핵 절차가 마무리된 것이다.

박근혜 퇴진 투쟁이, 최순실 등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들이 불거지기 시작한, 특히 최순실의 태블릿 PC가 JTBC를 통해 보도된 직후인, 지난해 10월 말/11월 초부터 국민적 규모로 전개되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하지만 그 이전에도 박근혜 퇴진 투쟁은 완강하게 진행되어 왔다.

박근혜 퇴진 투쟁은 2012년 12월 19일 대선 직후부터 이미 시작되었다. ① 18대 대선은 총체적 관권ㆍ조작ㆍ부정선거였으며, 이에 따라 박근혜의 당선무효와 관련자 처벌을 요구하는 투쟁이 전개되었다. ② 2014년 4월 16일 이후에는 세월호 진상 규명 및 책임자 처벌을, 일부에서는 여기에 더해 학살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투쟁이 전개되었다. ③ 2013년 8월 28일 내란 음모 조작 사건으로 시작된 일련의 종북ㆍ공안몰이는, 9월 2일 이석기 의원 체포동의안 통과, 11월 5일 통합진보당에 대한 정당해산심판 청구로 이어졌고, 2014년 12월 19일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으로 정점에 달했다. 이에 민주주의 파괴, 유신 부활 정권에 대한 퇴진 목소리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④ 2015년에는 박근혜 정권의 쉬운 해고, 노동 개악, 노동 탄압, 연금 개악 등에 맞선 민주노총의 4.24 총파업이 진행되었고, 그 연장선에서 노동자ㆍ농민ㆍ빈민ㆍ청년학생 등의 요구들을 모아 청와대로 진격하자, 박근혜 정권을 끝장내자는 11.14 민중총궐기가 진행되었다. 11월 14일 1차 민중총궐기는, 박근혜 정권에 억눌려 왔던 노동자ㆍ인민 대중의 분노들이 총결집하여 폭발하는 양상으로 전개되었다. ⑤ 이날 집회에서 백남기 농민이 경찰의 물대포를 맞고 쓰러져 의식불명에 빠졌고, 2016년 9월 25일 317일의 사투 끝에 결국 사망하였다. 열사의 사망 이후 정확한 사인 규명을 위해 시신을 부검하겠다는 후안무치한 정권에 맞서, 민중들은 끝까지 고인의 시신을 지켜내었고, 파렴치한 학살 정권에 더욱 분노하였다. ⑥ 2016년 전개된, 박근혜 정권에 맞선 민주노총의 총파업ㆍ총력투쟁들과 제 민중 단위의 투쟁들은, 조금씩 박근혜 정권을 끝장내자는 기조로 상승하고 있었다. 일례로 11월 12일을 예정하여 준비되고 있던 2016 민중총궐기는, 7월에 이미 반박근혜 기조 아래 박근혜와 청와대의 실질적 무력화, 박근혜 정권 퇴진 요구 확대라는 목표를 제출하고 있었다.

이렇게 박근혜 퇴진 투쟁이, 18대 대선 직후부터 시작되어 지금까지 줄기차게 전개되어 왔다는 점을 다시 한 번 확인해 둘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3월 10일 헌법재판소의 선고로 박근혜는 파면되었지만, 박근혜 퇴진의 이름으로 줄기차게 요구해 왔던 것들은 하나도 실현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단락 지어진 것은 탄핵의 절차일 뿐이고, 그동안 요구해 왔던 해결해야 할 수많은 과제들은 여전히 우리 앞길에 놓여 있다는 것, 그래서 우리는 박근혜 퇴진 투쟁은 박근혜의 파면으로 끝난 것이 아니라, 여전히 계속되어야 한다는 것을 분명히 해야 한다.

이 글은 이러한 인식을 기반으로, 현재의 상황을 대략적으로 살펴보려 한다. 또한 퇴진 투쟁의 과정에 있었던 몇 가지 지점을 반성적으로 평가하고, 향후 투쟁의 과제를 간략하게 제출하고자 한다.

참고로 필자는 ≪정세와 노동≫ 제129호(2017년 1월호)에 제출된 2016/17 촛불의 교훈―중간 평가와 향후 과제를 통해, 2017년 1월까지의 투쟁 상황을 나름대로 중간 정리한 바 있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중복되는 내용은 최대한 생략하고, 몇 가지 지점을 추가하는 데 그치려 한다. 그래서 두 편의 글을 함께 읽어 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현 상황에서의 몇 가지 추가적 단상

 

1. 지배 체제는 공고하다

지난해 10월 말/11월 초부터의 퇴진 투쟁, 특히 탄핵 과정을 되돌아보면, 한국의 지배 체제가 아주 견고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1월 세상을 뒤흔들었던 수백만 대중들의 퇴진 요구는, 국회에서의 탄핵 소추, 헌법재판소에서의 심리 및 선고라는 합법적 절차로 수렴되었다. 여기에 여론을 만들어 내는 언론들의 힘까지 더해져, 대중들의 행동은 철저하게 체제 내적으로 제한되었다.

갈등조정이라는 이름으로, 대중들의 이해 충돌 및 불만 등을 체제 내로 수렴하는 것이 소위 정치의 주요한 역할 중 하나라고 한다면, 이번 퇴진 투쟁에서 정치권은 자신의 역할을 충분히 수행했다.

헌법재판소의 권위는 그 어느 때보다도 높아졌다. 국회에서 탄핵 소추안이 통과된 이후, 국민들은 닭 쫓던 개마냥 헌법재판소의 판결만 바라보게 되었다. 탄핵 인용을 주장하든, 탄핵 각하ㆍ기각을 주장하든 모두 헌법재판소의 권위 앞에 조아렸다. 선고가 임박해질수록 이러한 경향은 더욱 심해졌는데, 막바지에 이르러 친박 세력이 입장을 바꿔 그 권위에 도전하고 불복하겠다는 주장을 거세게 제기할수록, 다수의 국민들은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최고의 권위를 가진 것이고, 모든 국민은 여기에 복종해야 한다는 경향을 더욱 뚜렷이 보여 주었다.1)

대중들의 의식은 언론이 만들어 주는 프레임을 넘지 못했다. 독립미디어, SNS 등의 성장으로 기존 제도 언론의 프레임을 뛰어넘는 것이 가능해졌다는 세간의 평과는 달리, SNS는 독자적인 정보 생산의 기능보다는 기존의 정보들을 확대ㆍ재생산하는 역할을 주로 하는 것으로 판명되었고, 독립미디어들 역시 독립영화들이 상영관을 찾지 못해 고전하듯 대중과의 접촉면을 찾기 쉽지 않았다. 기존 언론들과 몇몇 주요 포털들이, 여론을 독점적으로 만들어 내고 유통시키는 구조 속에서, 대중들은 저들이 만들어 놓은 프레임대로 움직였다. 저들이 정세를 분석ㆍ판단해 주었고, 향후 상황을 예측해 주었다. 그리고 이것은 저들의 신문ㆍ방송ㆍ잡지ㆍ포털 사이트 등을 통해 퍼져 나갔다. 대중들은 그러한 정보를 기초로 상황을 판단하고 행동할 수밖에 없다. 대중 매체들이 저쪽으로라고 외치면 모두 저쪽으로 몰려갔다. 이쪽으로라고 외치면 모두 이쪽으로 몰려갔다. 그 과정에서 개인들의 SNS는 이러한 정보들을 확대ㆍ재생산했다.

세상을 뒤흔들 것 같았던 퇴진 요구를 탄핵 절차로 수렴한 정치권, 여론을 독점하고 있는 매스 미디어의 힘, 그리고 그 뒤에 있는 재벌(독점자본)과 미제국주의(미국 정부와 독점자본)… 이러한 것들의 앙상블로서 다수 국민들이 보여 준 평화 시위! 투철한 준법정신! 헌법2) 숭배! 한국이 자랑하는 높은 교육 수준(사회화 수준)만큼이나, 한국의 지배 체제는 얼마나 견고한가!!

 

2. 박근혜 세력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박근혜가 파면된 이후 친박 집회의 규모는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하지만 여전히 작지 않은 정치 세력으로 존재하고 있음도 분명하다. 청와대를 나와 자택으로 들어가며 그는 지지층들에게 시간이 걸리겠지만,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정치적 재기의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는 것이다.

여러 자본주의 국가의 정치가 그러하듯, 한국의 정치 역시 금권을 기반으로 하는데, 박근혜 세력은 여전히 일정한 세력을 유지하고 정치를 재개할 정도의 금권을 가지고 있고, TK를 중심으로 한 지역적 기반도 있다. 또한 이번 탄핵 과정을 계기로 줄어들기는 했지만, 박정희라는 유산을 배경으로 하는 전통적인 지지 기반도 여전히 존재한다.

또한 언론과 공공기관, 국정원, 검찰 등에 여전히 자신들의 세력이 존재한다. 그중에서 특히, MBC가 노는 모습을 보면 가관이다. 아무튼 차기 정부가 들어서면, 언제나 그러했듯 이러한 기관들을 장악하기 위한 세력 간 싸움이 벌어질 것이다. 살아 있는 권력인 차기 정부가 이러한 기관들을 장악하게 되겠지만, 기존 세력들을 완전히 척결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3. 대선 정국에서의 혹세무민

5월 9일이 차기 대선일로 지정되었다. 대중들의 관심은 대선으로 쏠리고 있고, 언제나 그렇듯 대선 주자들은 혹세무민하고 있다. 저들은 약간의 차이가 있겠지만 대개 분열을 통합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한다.

그런데 첫째, 분열을 치유하고 국론을 하나로 모아 대통합을 이룩한다는 말은 모두 사기이다. 저 분열은 근본적으로는 경제적 위치가 다르기 때문에 생기는 것인데, 모든 국민을 같은 지위로 올려놓을 수 없는 마당에야 대통합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아니면 엄청난 수완으로 그러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모두 하나라는 의식을 심어주는 것인데, 설령 이것이 가능하다고 해도, 이게 바로 사기가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사실 이 분열은 지금의 체제에서는 줄어들기는커녕 더욱더 확대될 것이며, 동시에 더욱더 적대적인 양상으로 나타날 것이다. 100% 대한민국이라는 사기에 속는 것은 한 번이면 족하다!

둘째, 자신이 적폐 청산의 적임자라며 적폐를 청산하고, 공정한 사회,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사람들이 있다. 그가 선의로 이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든 혹은 그렇지 않든, 이것 역시 혹세무민하는 것이다. 지금 대선에 출마하고 있는 어떤 후보도 적폐를 청산할 수 없다. 왜냐하면 필자가 알고 있기로 그 어떤 후보도 지금의 체제를 넘어서려고 하지 않는데, 지금의 체제를 넘어서지 않는 한 적폐는 청산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렇게 말할 수 있겠다. 그가 정말 적폐를 근본적으로 없애려는 사람이었다면 지금 대선 후보가 되지도 않았을 것이고, 혹시나 선의를 가지고 기득권 세력에 저항해 자신이 생각하는 적폐들을 청산하려 한다고 해도, 그가 생각하고 있는 적폐청산으로 정말 공정한 사회, 새로운 대한민국이 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말이다.

셋째, 심지어 한상균 위원장을 사면하고 노동부 장관에 임명하겠다는 약속을 하는 후보도 있다. 이것 역시 선의로 한 약속이든 아니든, 중요한 것은 그래서 그의 약속대로 된다면, 정말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 새로운 대한민국이 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먼저 물어야 한다. 그가 속한 당의 정책은 친노동자적이었는가? 집권 후 그는 당론을 거부할 것인가? 그럼 그는 왜 지금 그 당에 속해 있는가? 그의 선의가 증명되려면, 실권 없는 노동부 장관 한 자리가 아니라, 기재부 등 모든 장관의 자리를 혹은 더 많은 공직을, 재벌 등 기득권 세력에 저항해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 의지가 있는 사람들로 채워야 한다. 그래서 이 사회를 근본적으로 바꾸어 내야 한다. 그런데 과연 그는 그럴 생각이 있는 것인가? 혹은 만약 그가 그렇게 한다면 그것은 그가 속해 있는 당의 집권이라 말할 수 있겠는가? 결국, 선의라면 그는 불가능한 꿈을 꾸고 있는 것이고, 아니면 이것 역시 포퓰리즘을 이용한 사기일 뿐이다.

 

4. 이것이 탄핵 이후 현재의 대략적 상황이다

이처럼 지배 체제는 여전히 견고하고, 박근혜 세력은 쉽게 무너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차기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온갖 거짓말들로 대중들을 현혹하고 있는 것이, 탄핵 이후 현재의 대략적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누군가에게는 이미 끝났겠지만 우리에게는 아직 끝나지 않은 이 투쟁을 계속 밀고나가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고민해야 한다. 지금의 정국에 발목이 잡히고, 그것에 빨려 들어가지 않기 위해서는, 어떤 끈을 놓지 않고 꼭 붙들고 있어야 하는가?

간략하게라도 이러한 과제들을 도출하기 위해, 우리가 지난 시기 놓쳤던 것들을 먼저 반성적으로 검토해 보자.

 

 

몇 가지 반성적 지점

 

1. 민주노총의 11.30 총파업

2016년 11월, 주말 집회 인원이 백만 명을 넘어서는 등 국민적 압박 수위가 높아지고 있었다. 하지만 청와대는 버티기로 일관했고, 이는 다시 대중적 분노를 불러일으키며, 집회의 규모는 점점 더 커져 갔다. 정치권은 초기에는 2선 후퇴, 거국내각, 책임총리 등의 해법을 논의하다가, 대중적 압박이 높아지자 점차 탄핵 절차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와 같은 시기에 조직 노동자의 대표 단체인 민주노총은 많은 역할을 주문받았다. 민주노총은 이미 민중총궐기투쟁본부와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이하 퇴진행동) 등에서 구심적 역할을 해 왔다. 하지만 박근혜 정권이 흔들리고 있는 이때, 그동안 박근혜 퇴진에 앞장서 왔던 민주노총이 전면에 나서 투쟁을 더욱 상승시켜 내야 한다는 목소리들이 많았다.

지금 같은 시기에 공공파업을 엄호하고 더욱 확대해야 하는 것 아니냐?, 평생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기회인데, 지금 안 싸우고 뭐하냐는 말들이 많았다. 하지만 한쪽에서는 또 총파업이냐, 총파업을 할 역량은 되느냐?는 회의론도 만만치 않았다. 이러한 논쟁들이 오가며 총파업 일정은 상당히 늦춰졌다.

11.30 총파업의 기조를 확인해 보면, 박근혜 즉각 퇴진, 박근혜 정책 폐기 대중 투쟁을 전 민중적 항쟁으로 상승시켜 나가자는 것을 가장 주요하게 놓고 있다. 당시 필자는 11월 30일 총파업은 다음과 같은 계획을 가지고 준비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① 야당에서 탄핵을 주장하고 있으며, 일부 운동세력들도 여기에 동조하고 있다. 만약 탄핵 절차에 들어가게 된다면, 모든 논의들은 탄핵으로 수렴될 것이다. 탄핵이 아닌 강력한 투쟁으로 박근혜를 퇴진시켜야 한다는 것을, 총파업 과정(기조, 발언 등)에서 분명하게 주장해야 한다. ② 박근혜를 퇴진시킨다고 해서 바뀌는 것은 없다. 중요한 것은 대통령의 얼굴이 바뀌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삶이 바뀌는 것이다. 총파업은 박근혜 퇴진을 넘어서는 투쟁을 조직하는 것, 앞으로 우리의 방향은 그것을 향한다는 것을 분명히 선언해야 한다. 박근혜를 끌어내리고 우리의 삶을 바꾸어 내는, 전 민중적 투쟁에 민주노총이 앞장선다는 것을 분명히 해야 한다. ③ 11.30 총파업은 퇴진 국면 이후 첫 대규모 주중 집회이다. 또 조직 노동자들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집회이다. 지금의 주말 집회는 평화 기조에 머물러 있다. 박근혜는 완강하게 버티고 있다. 어떤 방식일지는 함께 고민해야 하겠지만, 무엇인가 돌파구가 될 수 있는, 지금의 방식과는 다른 방식의 집회(완강한 가두투쟁 등)를 준비해야 한다. ④ 1차 총파업 후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최소한 1박 2일 일정의 단위사업장대표자회의를 소집하고, 충분한 토론 과정을 통해 대표자들의 결의를 끌어내야 한다. ⑤ 그러한 과정을 통해, 대표자들이 현 시점에서의 역사적 책무를 인식하고, 단위 사업장에서의 다양한 투쟁(집회, 선전전, 가두투쟁 등)을 전개하고, 2차 총파업 등 파상적 파업 투쟁을 준비해야 한다. ⑥ 총파업의 핵심은 사회의 작동을 마비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수준은 그렇지 못하다. 선전ㆍ선동ㆍ조직 역량을 총동원하며, 파업의 기세를 점차적으로 그러한 수준으로까지 상승시켜 내야 한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다 아는 것처럼, 11.30 총파업은 정세의 변곡점으로 작용하지 못했다. 민주노총이 총파업을 중심으로 투쟁의 주도권을 가져오기엔 정세가 이미 무르익었다. 주말 집회(11월 26일)의 규모는 이미 거의 2백만에 육박했고, 야당들은 탄핵 준비에 들어갔다. 이어진 주말 집회(12월 3일)는 2백만이 넘는 규모로 진행되었다. 이것은 야권에 탄핵을 압박했고, 12월 10일 국회에서의 탄핵소추안 가결과 함께, 그렇게 탄핵 절차는 시작되었다.

탄핵 가결 전날인 12월 9일, 74일간 파업을 이어왔던 철도노조도 복귀를 선언했다. 그리고 박근혜를 끌어내릴 2차 총파업은 논의에 부쳐지지도 못했다. 이제 모든 것은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맡겨지게 되었다. 이후 집회에서 외쳐진 박근혜 퇴진은 사실상 말뿐이었고, 그것의 실제 내용은 헌법재판소의 조속한 탄핵 인용 선고 촉구였다. 그리고 당연한 수순으로, 헌법재판소의 탄핵 선고 이후 치러질 조기대선은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관심이 싹트기 시작했다.

 

2. 민주노총의 정치 및 대선방침

지난해 8월 22일 개최된 정책 대의원대회에서, 민주노총 주도의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 전 조합원이 참여하는 대선 후보 선출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정치전략(안)이, 성원 미달로 인한 대의원대회의 유회로 통과되지 못했다. 이후 민주노총은 대의원대회 무산의 책임 공방을 둘러싸고 집행부 사퇴/사퇴 철회 등의 내홍을 겪었고, 그 결과 10월 4일 열린 17차 중집에서는, 2017년 정기 대의원대회에는 제 진보정당 및 의견그룹들이 폭넓게 공감할 수 있는 정치 방침과 대선 방침을 제출하도록 하고, 이 안을 제출할 정치현장특위를 구성하기로 결정하였다. 이렇게 구성된 7인의 정치현장특위는 여러 차례의 회의 및 제 정당ㆍ의견그룹들과의 간담회, 토론회 등을 거쳐 새로운 안을 제출했으나, 이 역시 2017년 2월 7일 개최된 64차 정기 대의원대회에서 부결되었다.

64차 정기 대의원대회에 제출된 안의 핵심은 2017년 대선에 민중단일후보를 내고, 그 성과를 중심으로 2018년 지자체 선거 전 선거연합정당을 추진한다는 것이었다. 이 안에 대해, 각 정당 및 조직별로, 후보는 받겠지만, 정당은 안 된다는 견해, 2018년이 아니라, 지금 당장 창당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견해 등등 수많은 의견들이 쏟아졌다. 또 후보는 반드시 완주해야 한다는 조건을 거는 곳도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단일후보를 할거니 말거니, 당을 만들거니 안 만들거니 하는 과정에서, 정작 중요한 것은 논의되지 못했다. 그것은 어떤 기조로 선거를 치를 것이며, 어떤 당을 만들 것인가의 내용이었다. 사실 어떤 기조로 선거를 치르자는 것이 합의가 되어야, 그 다음 후보는 어떻게 선출할 것인가를 논의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어떤 당을 만들 것인지를 이야기하고 난 후에야 비로소 당을 같이 만들 것인지 아닌지를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은가?

당시 필자는 민중단일후보의 전제 조건으로 완주 여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다음과 같은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① 자본주의에 대한 폭로 ② 선거 제도에 대한 폭로 ③ 선거와 투쟁의 병행. 선거 시기 총파업 등을 포함한 구체적 투쟁 계획의 제출 ④ 선거 이후 평가할 지점의 선(先) 제출. 그 평가를 기초로 한 향후 계획의 제출.3)

물론 당시 이런 필자의 주장에 대해, 이건 단일후보를 안 하겠다는 말과 같은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렇다. 필자의 의견으로는 최소한 이런 조건도 갖추어지지 않는 선거 참여는 우리 운동의 발전에 아무런 득도 없다. 오히려 선거에 대한 환상만을 더 조장할 뿐이다!4)

이렇게 후보를 중심으로 한 대선 방침은 구체적인 내용에 대한 논의도 없이, 선거연합정당과 연동되어 폐기되었다. 그리고 3월 7일 열린 65차 임시 대의원대회에서는, △ 한국 사회의 진보 변혁적 재편을 위한 요구와 의제를 전면화한다. △ 대선 투쟁실천단을 조직한다. △ 진보진영 후보를 지지한다. △ 보수정당을 상대로 한 정책적 견인이 아닌, 조직적인 지지로 경도되는 것을 금지하며, 의제-투쟁을 중심으로 한 대선 대응사업의 성과가 이후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기틀이 될 수 있도록 한다는 대선 대응 기본 방침이 통과되었다.

 

 

향후 과제

 

퇴진행동은 조직 해산 등을 포함한 향후 전망에 대해, 3월 6일 워크숍, 8일 15차 운영위, 10일 8차 전국대표자회의에서의 논의를 통해, △ 대선 시기까지 조직을 운영한다. △ 조직적 정리 과제, 비상한 대응이 필요한 과제를 기본으로 놓고, 그 외에 합의한 과제를 공동으로 실천한다. △ 3월 25일, 4월 15일 2차례 집회 개최를 확정하고, 5월까지 참가단체가 동의하는 중대한 사안 발생 시 필요에 따라 집회를 여는 것으로 한다는 것을 결정했다. 15일 6차 전국운영위에서는 △ 적폐청산 및 개혁입법 과제, △ 토론회 개최 등 대선 공동 대응이 추가로 논의되었다.

그런데 5월 9일 대선 시기까지 2차례 집회를 하자는 것은, 우리 앞에 남아 있는 과제들에 비추어 보면, 사실상 면피용 결정이며, 실제로는 투쟁의 마무리를 선언한 것과 다름이 없다. 사실 우리가 달성해야 할 과제들은 하나도 실현되지 못했고, 그래서 투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관점을 가지고 있다면, 지금은 투쟁을 정리할 때가 아니라, 오히려 박근혜 없는 박근혜 체제는 계속되고 있다는 것을 더욱 강조하고, 탄핵 국면에서의 대중적 승리감을 바탕으로 투쟁의 수위를 더욱 올려 나가야 하는 것이 상식이라고 생각된다.

최소한 여전히 대중적 요구가 큰 박근혜 구속-처벌만 가지고도 일정 규모 이상의 주말 집회를 계속 진행할 수도 있을 것이다. 여기에 우리가 박근혜 퇴진과 함께 줄기차게 요구해 왔던 과제들을 가지고 투쟁을 계속적 전개할 필요가 있다.

퇴진행동의 이름으로 더 많은 집회를 진행하게 하는 것이 좋겠지만, 저들이 같이하지 않는다면 민중총궐기투쟁본부의 이름으로(지금이야말로 제대로 된 민중총궐기투쟁이 필요한 때가 아닌가!), 그것도 안 되면 민주노총의 이름으로, 대선 국면에 지속적인 투쟁을 배치할 필요가 있겠다. 민주노총은 지난 11.30 총파업이 정세의 변곡점이 되지 못했던 것을 반성적으로 평가하고, 현 시기 대중적 요구들을 전면에 부각시켜 내며, 향후의 투쟁을 선도적으로 이끌어나가야 한다.

투쟁의 방식과 내용은 함께 고민하면서 보다 구체적으로 실천해 나가야 하겠지만, 투쟁의 방식에 있어 후보자들에게 공개 질의서를 보내고, 토론회를 개최하고, 결의대회를 개최하는 수준을 넘어설 필요는 있겠다. 투쟁의 내용에 있어서도 후보들의 약속을 받아내는 것을 넘어서, 지금 당장 할 것을 압박해야 한다. 다수의 당들이 선거 공약으로 내고 있는 것은, 지금 당장 입법할 것을 압박해야 하는 것이다. 물론 총파업 등 총력 투쟁이 6월 말로 준비되고 있는 지금, 대선 기간의 압박 전술은 어떤 것이 있을까 하는 고민이 크지만 말이다.

아무튼 6월 말/7월 초 사회적 총파업이 준비되고 있다. 제출된 계획에 대한 구체적인 평가는 별도의 문건으로 제출해야 하겠으나, 대략 제일 먼저 드는 생각은, 최저임금1만원, 비정규직철폐, 재벌체제해체로 사회적 총파업의 동력을 모을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2015년에 계획되었던 상반기 총파업과 하반기 총파업도 지금의 계획과 유사했다. 하지만 원했던 목표를 달성하지는 못했다. 따라서 지금의 계획은 다양한 측면에서 수정ㆍ보완될 필요가 있겠다.

6월 말/7월 초로 투쟁을 시기 집중했다는 것만으로도 일정한 성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비정규 조직 사업의 계획도 일정하게 담겨 있다는 점도 높이 평가할 만한 지점이다. 하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각 산별이 자기 문제를 가지고 얼마나 갈 수 있을까 하는 점, 정권에 얼마나 큰 타격을 줄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그리고 동시에 사회적 총파업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사회적으로 얼마나 큰 반향을 가져오고, 이를 기반으로 앞으로 조직사업을 해 나갈 수 있을까 하는 점들이 중요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사회적으로 보다 주요하게 다루어질 필요가 있는, 구조조정 중단, 청년실업 해결, 복지확충 등 또 다른 의제들도 강조될 필요가 있겠다. 그리고 실제 민주노총은 이러한 의제들이 포함되어 있는 대선 투쟁 5대 의제ㆍ10대 요구가 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의제와 요구들을 대선 국면에서 최대한 강제해 내는 것이고, 이것을 중심으로 차기 정권 출범 이후에도 그 투쟁을 상승시켜 나가는 것이다.

그런데 6월 말/7월 초로 예정되어 있는 사회적 총파업은, 그중에서 최저임금1만원, 비정규직철폐, 재벌체제해체에 큰 방점을 두고 있고, 5대 핵심요구도 대선 과정에서의 요구와 달라진다. 등등.

아무튼 상세한 분석은 다음으로 미루고, 당장의 짧은 생각은 이렇다. 지금의 대선 투쟁에서 집회 등 투쟁의 기회를 최대한 늘려야 하고, 그 방식과 내용도 보다 적극적인 방향으로 기획해야 한다. 대선 국면의 투쟁과 요구들이 6월 사회적 총파업으로 일관성 있게 직접적으로 이어지며, 투쟁이 계속적으로 상승할 수 있도록 배치되어야 한다.

따라서 예를 들면, 6월 사회적 총파업은 체제 청산(적폐 청산) 총파업이라는 총기조하에, 비정규직 철폐, 최저임금 1만원, 청년실업 해결, 사회공공성 강화, 민주주의 실현 등을 요구하는 총파업으로 계획될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하는 의견이다.

사회적 총파업이라면, 새롭게 들어선 정부를 향해 비정규직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겠느냐고, 조선업 등의 구조조정은 어떻게 해결하겠느냐고, 청년 실업은 어떻게 해결하고, 최저임금은, 사회공공성은, 국가보안법 폐지ㆍ국정원 해체 등 민주주의의 강화는 어떻게 하겠느냐고 호기 있게 물어야 한다. 그리고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당장 내려오라고, 우리 손으로 해결하겠다고 외치며, 정권에 맞선 전면적인 투쟁을 재개해야 한다. 결국 박근혜가 내려와도 우리 삶은 달라진 것이 없다고, 다시 투쟁에 나서야 한다고, 그래야 우리들의 삶이 바뀔 수 있다고 외치며, 정권에 맞선 전면적인 투쟁을 재개해야 한다. 이러한 모습이 사회적 총파업의 상이지 않겠는가!

아무튼 이 부분은 빠른 시일 내에 보다 상세한 별도의 문건으로 제출하도록 하겠고, 다음으로 넘어가자.

지난 1월의 원고에서도 말한 것처럼, 지금의 투쟁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는 결국 독자적인 정치조직의 건설이다. 그것이 개인들이 모인 것이든 몇몇 단체ㆍ조직들이 모인 것이든 간에, 같은 기조를 가지고 투쟁하는 개인ㆍ단체ㆍ조직들이 집단적 토론으로 보다 통일적인 전술 방침을 수립하고, 지역과 산별에 걸쳐 보다 조직적인 집행력을 높여갈 필요가 있겠다. 또한 공동의 사상ㆍ이론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즉 사상의 통일성을 높여내기 위한 학습과 토론의 과정도 놓쳐서는 안 되겠다.

독자적인 전국적 정치참모부가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과학적 이론으로 현실을 끊임없이 해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실천을 조직하며, 이렇게 과학적 사상과 현실의 투쟁ㆍ경험을 통해 다시 의식이 성장하는 선진적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위의 실천 과정들을 전개해 나갈 때, 우리는 비로소 그것에 한 발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끝으로 대중 매체가 사고와 행동의 준거가 되는 시대에, 이러한 매스 미디어의 영향력을 어떻게 극복해 나갈 것인가 하는 생각과 구체적인 방안 마련이 필요할 것이다. 함께 고민해 보자.

 

 

나가며

 

박근혜는 파면되었지만, 박근혜 퇴진 투쟁이 이루고자 했던 과제들은 여전히 남아 있다. 상투적인 말 같지만, 투쟁은 끝나지 않았다. 이러한 인식에서부터 다시 출발해야 한다. 퇴진의 요구는 체제 내로 수용할 수 있었지만, 퇴진을 넘어서는 요구를 어떻게 체제 내로 수용할 것인가?

단언컨대 어떤 정권이라도 자본주의 체제가 유지되는 한, 그것의 일부를 제외하고는 절대로 수용할 수 없을 것이다. 전선은 바로 여기에 있다.

태산명동 계일필(泰山鳴動 鷄一匹). 태산이 울리고 움직였는데, 고작 튀어나온 닭 한 마리 잡은 것에 그쳐서야 되겠는가!

 

덧붙여: 매번 광화문 광장에서 집회를 하면서도, 미국 대사관을 향한 직접적인 항의는 없었다. 항상 거기에 있어서 그 존재를 몰랐던가! 싸드 배치를 강행하려는 미국을 향해, 우리의 강력한 반대를 보여 줄 필요가 있겠다. 이후 광화문 광장의 집회에서는 미 대사관을 향한 직접적인 항의의 표현을 준비하자. 여기에 더해 가능하면 촛불을 대표하여, 대사 면담을 추진하고, 우리의 반대 의사를 직접적이고 분명하게 표현하자.  [노/사/과/연]

 

 


1) 헌법재판소는 사회의 갈등을 헌법적 테두리 내에서 해소하는 기능을 한다. 헌법의 이름으로, 체제 내 수용 가능한 것과 배제해야 할 것에 대한 판단을 내리는 것이다. 따라서 헌법재판소는 말 그대로 체제 수호의 법률적 보루인 것이다. 나아가 지금의 헌법재판소가 과거 통합진보당을 위헌정당으로 해산 판결(인용 8명, 기각 1명)했던 바로 그 재판부로 구성되어 있음도 기억해 둘 필요가 있겠다.

2) 여기에서 말하는 헌법은 대한민국의 현행 헌법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대한민국의 헌법 일반을 지칭하는 것이다.

3) 이 중 ①, ②, ③은 김해인, 2016/17 촛불의 교훈―중간 평가와 향후 과제, ≪정세와 노동≫ 제129호(2017년 1월호)에 상술되어 있다. 다만, ④의 내용은 초보적인 수준으로 제출되어 있다. 이후 간담회, 토론 등의 과정에서 조금 더 명확한 형태로 제출한 선 평가 지점 및 향후 계획 제출은, 선거 공동 투쟁의 성과의 유실을 막기 위한 장치로 제출된 것이다. 지난 김소연 선본의 경우, 선거 이후 평가와 향후 계획을 둘러싸고 얼마나 많은 내홍을 겪었던가!

4) 김해인, 같은 글을 참조하라.

노사과연

노동운동의 정치적ㆍ이념적 발전을 위한 노동사회과학연구소

Mar 27th, 2017 | By | Category: 2017년 03월호 제131호, 정세 | 조회수: 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