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사회과학연구소

DJ 해리와 민서를 기억하며

― 성장에 대한 두 가지 이야기,  영화 “볼륨을 높여라”와 영화 “반두비”

 

유재언 │자료회원

 

pump up the volume

 

볼륨을 높여라(1990)

연출: 알란 모일

시나리오: 알란 모일

주연: 크리스찬 슬레이터

 

지난 12월 5일 2차 민중총궐기에 많은 사람들이 광장으로 나왔다. 아, 미리 말씀드리는데 이 지면에서 최근 논란(이란 말을 쓰는 것이 우습지만)이 되고 있는 평화적 시위, 합법, 비폭력에 대한 얘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노동사회과학연구소 기관지 ≪정세와 노동≫을 구독하는 동지들에게 이런 논란에 대해 얘기를 하는 것은 결례라고 생각하니까 말이다. (무엇이 옳은 것인지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2차 민중총궐기를 언급한 이유는 그곳에 있던 수많은 10대 청소년 동지들에 대한 얘기를 하기 위해서다. 몇몇 어른들은 말씀하신다. 착실하게 학교에서 선생님 말씀 잘 듣고, 공부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 나와 훌륭한 사람이 되어야 할 텐데 몹쓸 인간들에게 물들어 데모라니. 그래서 그 고매한 어른들은 이렇게 말씀하신다. 나라꼴이 말이 아니라고. 그런데 말이다, 내가 봤을 때 거리에 나와 피켓팅을 하던 청소년 동지들도 그 어른들과 같은 마음일 것이라 생각한다. 잠자코 열심히 공부만 하려 했지만 나라꼴이 말이 아니라서 어쩔 수 없이 거리에 나온 것이라고 말이다. 청소년 동지들은 그렇게 거리에 나왔다. 2차 민중총궐기 현장에서 그들은 노동개악, 교과서 국정화, 민영화 문제, 세월호 진상규명 등 요즘 사회이슈들에 대해 구호를 외치거나, 흥겨운 퍼포먼스를 보여주며 자신들의 생각을 보여줬다.

 

나는 이 청소년 동지들에게서 희망을 봤다. 그 희망이란 유아 때부터 어른들, 기성세대가 만들어 놓은 잘못된 제도에 순응하며 자라온 세대(이건 나도 포함된다.)가 이 정권의 만행(세월호 학살, 역사 교과서 국정화 등)덕에 현실 문제에 눈을 뜨고, 자신들을 억압하는 현실을 바꾸기 위해 고민하며 행동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그래서 지금 거리에 나와 투쟁하고 있는 청소년 동지들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영화 두 편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이번에 소개할 작품은 해적방송으로 학생들을 선동하는 성장영화 볼륨을 높여라(Pump Up The Volume, 1990)와 어른들의 위선과 가식으로 인해 세상에 대해 혐오만 가득했던 고등학생이 외국인 노동자를 만나며 다른 시선을 갖게 되는 성장영화 반두비(Bandhobi, 2009)다. 성장영화란 표현을 썼는데 실은 영화의 모든 주인공들은 어떤 방식으로든 다 성장한다. 그러나 굳이 성장이란 점을 강조한 것은 다름 아니라 이 영화의 주인공이 10대 청소년이 어서다. 일반적으로 10대 시절에 갖게 되는 경험들이 더 강렬하게 와 닿아서 자신의 삶에 영향을 끼치게 되고, 그로인해 더 큰 성장을 이뤄내기 때문이다. 혹시 이 글을 읽을 10대 청소년 동지들이 자꾸 10대, 청소년 이런 표현으로 인해 불쾌하시다면 정중히 사과드린다. 내가 아직 필력과 인권감성이 부족해서 내 생각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는 더 좋은 말을 못 찾아서 그런 것이다. 그리고 이 영화에 대한 얘기를 하기 전에 부탁이 있다 이 글을 다 읽은 동지들은 이 영화를 꼭 10대 청소년 동지들에게 알려주시길 바란다. 그만큼 이번에 소개하는 영화는 훌륭한 영화다. 그럼 지금부터 왜 이 영화들이 훌륭한 영화인지 알려드리겠다.

 

#1. 모범생, 세상에 불만이 많은 모범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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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두비(2009)

연출: 신동일

시나리오: 이창원, 신동일

주연: 백진희, 마불 알엄 펄럽

 

볼륨을 높여라의 주인공 전학생 마크 헌터(크리스찬 슬레이터 분) 부유한 환경에서 자란 모범생이지만 내성적인 성격이 너무 강해서 친구를 못 사귄다. 그러니 학교에서는 존재감이 제로인 녀석이다. 같이 수업을 듣던 학생들도 마크가 누군지 모른다. 공부는 잘하니 수업시간에 선생님에게 칭찬받을 때만 마크라는 이름이 불리어지는 정도라고나 할까. 그런데 마크가 밤10시만 되면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버린다. 부모님이 사준 무선통신기로 해적방송을 한다. 몰래하는 방송이고, 아무도 자신을 몰라본다는 생각에 마크는 방송에서 저질스러운 짓을 많이 한다.(음담패설은 기본이다.^^) 그러나 어찌 지저분한 짓으로만 방송분량을 채우겠는가. 마크는 거친 욕설과 함께 세상(주로 학교, 가정)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며 기성세대를 신랄하게 비난한다. 학교의 비리(공금횡령, 학생들에 대한 징계 등)를 폭로한다. 주인공의 방송을 듣는 몰래 듣는 동년배들은 마크에게 환호하고 별명까지 지어준다. 마크의 별명은 Hard Harry(또라이 해리)다. 마크는 학교 친구들의 반응을 확인하고 더 열심히 자료를 모아서 학교의 비리를 폭로하기 시작한다. 영화 ≪볼륨을 높여라≫는 이렇게 재미로 시작한 방송이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으며 더 큰 파장이 생기고, 이로 인해 마크는 세상과 다른 방식으로 마주하며 성장한다는 얘기다.

 

반두비의 주인공 민서(백진희 분) 마크처럼 학교에서는 존재감 없이 조용히 지내지만 그렇다고 얌전한 녀석이 아니다. 학교 친구들은 여름방학이 되자 원어민 영어학원에 갈 생각을 하고, 민서의 엄마는 새로 사귄 애인만 챙기느라 정신이 없는데 민서는 그가 겪고 있는 이런 주변상황, 세상이 불만을 넘어 우습고 혐오스러울 뿐이다. 굳이 표현하자면, ‘왜 저렇게 살아야하나…한심해…’ 정도? 그래도 성적에 대한 부담 때문에 원어민 영어학원에 가려고 민서는 알바를 하지만 학원비로는 부족해서 고민한다. 그러다 우연히 버스 안에서 외국인 노동자 카림(마붑 알엄 펄럽 분)의 지갑을 줍고 발뺌하다가 카림에게 들키게 된다. 카림은 비자가 끝나 가는 마당에 전에 일하던 공장의 사장에게 1년 치 임금이 떼인 상황이라 민서가 어리다고 봐줄 생각이 없다. 카림이 민서를 경찰서로 끌고 가려하자 민서는 카림에게 소원을 하나 들어주겠다고 제안하고, 카림은 민서에게 전 사장의 집을 함께 찾아달라고 부탁한다. 이를 계기로 여고생 민서와 방글라데시 출시의 외국인 노동자 카림은 우정을 넘은 묘한 관계를 맺게 된다. 영화 ≪반두비≫는 이렇게 민서 자신이 부딪히는 현실, 카림이 겪고 있는 폭력, 차별을 통해서 전에는 불만과 혐오만 느꼈던 세상에 대해 좀 더 다른 시선을 갖고 성장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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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는 방송에서 손바닥을 치며 자위행위를 하고 있다고 뻥을 친다.() 민서는 카림의 지갑을 훔치다 들킨다.() 이렇게 대책 없고 한심했던 주인공들이 변한다. 매우 훌륭하게.

 

 

 

#2. 충격과 혼돈, 그리고 부조리한 세상을 향한 외침!

 

볼륨을 높여라의 마크는 이제 신이 나서 방송을 한다. 학교에서 DJ 해리는 유명인사가 되었다. 학교에선 학생들이 해리의 방송을 공테이프(90년대까지는 라디오 방송을 테이프에 녹음하는 친구들이 많았다.)에 녹음해서 공유하고, DJ 해리를 추종하는 열혈 팬까지 생겼다. 그 중에 DJ 해리의 정체가 마크라는 사실을 아는 노라(사만다 마티스 분)는 마크에게 과감하게 접근하며(마크를 좋아하니까^^) 마크 너 때문에 학교 애들이 달라지고 있다고 전하지만 마크는 이때까지만 해도 그저 재미삼아서 방송을 하는 것이었으므로, 변화하고 있는 현실을 일부러 외면하며 평소처럼 친구들의 사연을 소개하고 해적방송을 계속한다. 사연들은 다양하다. 역시 DJ 해리의 음탕한 반응을 기대하며 급조한 음란한 사연도 있고, 부모님의 간섭과 학교 성적에 대한 부담으로 자살을 생각하는 친구, 동성을 사랑하는 마음 때문에 고민하는 친구 등…이 모든 사연들을 마크는 늘 그랬듯이 유쾌하게 상담한다. 왜 이들은 DJ 또라이 해리에게 사연을 보내는 걸까? 이유는 간단하다. 학교, 부모님, 즉 기성세대들은 마크만큼 얘기를 들어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서 사고가 난다. 별 고민 없이 자살 상담을 했던 친구가 그날 밤 진짜 자살을 했기 때문이다. 이 사건으로 DJ 해리는 전국적으로 유명해진다. 해적방송을 통해 학생들을 선동하고, 자살까지 방조했다며 학교에서도 DJ 해리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학생들을 취조하고, 주 연방경찰까지 출동해서 DJ 해리의 해적방송 주파수를 추적하기 시작한다. 마크는 방송으로 자살한 친구에게 미안하다 말하며 방송을 중단하겠다며 수신기를 꺼버렸다 곧바로 다시 켠다. 무언가 큰 깨달음을 얻은 것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자신을 좋아하는 노라의 성원에 큰 힘을 얻은 것은 당연하고. 마크는 방송을 통해 이렇게 외친다.

 

“자살은 나쁘지만 흥미로운 일이죠. 정말 간단하죠? 머리가 복잡하고 고통스러울 때 아주 간단한 해결방법이죠. 그러나 이건 아니에요. 좋은 본보기를 보아야 해요. 자살은 좋은 게 아니에요. 아주 끔찍하죠. 사람들은 흐느끼며 울고, 여자들은 왜? 왜?라고 말하죠. (중략….) 창피하고 지긋지긋해요. 이런 암흑 같은 생활이 우리를 미치게 하잖아요. 그래요, 우리 모두 미칩시다. 자살하는 것보다는 현명해요. 모두 미쳐봅시다. 행동으로 보여줍시다. 그들에게 우리가 정당하다는 걸 보여줍시다!”

 

마크의 선동으로 학생들은 이제 학교를 상대로 대대적인 전면전을 준비한다.

 

반두비의 민서는 카림을 만나며 자신이 얼마나 현실을 몰랐나 깨닫게 되는데, 민서의 깨달음은 당연한 얘기겠지만 이 영화의 연출자 신동일 감독이 이 영화를 보는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다. 이를 위해 우리는 이 영화의 제작년도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이 영화 ≪반두비≫는 2009년에 개봉했지만 촬영은 2008년 이었다. 기억하시겠지만 2008년은 광우병 정국이었다. 촛불을 들고 민중들이 광장으로 나왔던 시기였다. 우리는 그때 이 나라가 어떤 나라인지, 조금이나마 더 잘 알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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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의 선동에 친구들은 환호하며,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한다.() 민서는 카림덕에 몰랐던 현실의 문제를 알게 되고, 자신을 무시했던 백인영어선생을 응징한다.()

당시 그런 상황 때문이었는지 신동일 감독은 이 작품의 몇 장면과 설정에서 당시의 대한민국을 통렬히 비판한다. 예를 들어 민서는 결국 다른 알바를 해서 원어민 학원에 등록한다. 그 학원의 이름은 ‘MB 영어학원’이며, 주인공 민서가 가장 좋아하는 밥반찬은 ‘한우장조림’인데 이 한우장조림 관련해서 아주 작은 에피소드들이 있다. 그리고 이 영화에서 가장 강렬한 비판은 역시 민서가 다니는 ‘MB 영어학원’에서 백인영어강사가 보여주는 우월감과 그로 인해 느껴지는(우리보고 느끼라는) 굴욕감인데 당시 신동일 감독이 이 영화를 촬영하면서 얼마나 분노하고 있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혹자는 신동일 감독의 영화를 통한 현실비판이 지나치게 계몽적(너무 직설적)이라며, 좀 더 유머러스하게 영화적으로 우회하며 보여주면 어땠을까 라며 아쉬움을 토로한다. 나는 이런 비판에 대해 충분히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더 아쉬운 것은 이 나라의 문화, 예술, 교육계에서 보여주는 강박관념이다. 그 강박관념이란 이상하리만치 어떤 진보적인(세상을 바꾸는 메시지를 담는) 내용을 담는 문화, 예술, 교육은 계몽적(직설적)인 성격이 조금이라도 보이면 촌스러운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예 이런 논쟁이 형성이 되질 않고 있다. 실은 이 논쟁(문화, 예술의 사회적 성격)은 20세기 사회주의 국가에서도 있었던 것으로,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이라면 이 문제에 대해 더욱더 적극적으로 토론하며 이 문제를 발전시켜야 나가야 하는데 지금 우리의 현실은 그러질 못하고 있다.

 

잠시 다른 얘기를 했는데 다시 영화 반두비로 돌아와서 한국 사람들이 이렇게 선진자본주의 국가 백인들에게 굽실거리는 모습을 보며 카림은 민서에게 이렇게 일갈한다.

 

“그래, 나 못사는 나라에서 왔어. 그런데 너희들 얼마나 웃긴 줄 알아? 힘 센 백인들한테 아부하고 우리들 막 무시하고 정말 비겁해.”

 

당연히 이 일갈은 민서를 화가 나게 만들었지만, 민서는 또 한 번 다른 세상을 보게 되고 점점 더 성장해 나간다. 물론, 이 장면도 계몽적인 잣대를 들이댄다면 비판의 여지가 있을 것이다. 카림은(정형화된 스테레오 타입의) 착취 받지만 저항하는 노동자고, 민서는 그저 세상에 불만과 혐오만 가득한 생각 없는 소녀였지만 이들이 만나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두 사람 다 성장해간다는 내용… 너무 감독이 바라는 이상적인 모습만 담은 것 아니냐고 말이다. 이래서 영화가 만만한 것 같으면서도 어려운 것 같다. ㅎㅎㅎ 앞에서 잠시 언급한 계몽에 대한 판단은 동지들이 영화를 보시고 직접 해 보시길 부탁드린다.

 

 

#3. 예견된 패배, 그러나 이는 시작일 뿐이다!

 

볼륨을 높여라의 마크는 이제 더 이상 숨지 않는다. 노라와 함께 차로 거리를 누비며 이동방송을 하며 학생들을 선동한다. 학교 운동장(광장)에는 분노로 가득 찬 학생들이 DJ 해리를 기다리고 있다. 학생들이 운동장에서 어떤 행동들을 보여주는지 이 지면에선 함구하겠다. 계속 얘기하지만 영화를 꼭 보시길 바란다. 그러나 마크와 학생들의 저항은 처음부터 패배가 예견된 것이었다. 이미 경찰은 학생들을 둘러쌌고, 이동방송 하는 마크와 노라를 검거하기 위해 주 연방경찰은 헬리콥터까지 동원한다. 마크와 노라는 결국 검거된다. 그나마 마크와 학생들에게 위안이 될 만한 것은 학생들의 이런 가두투쟁으로 인해 학교 내부(일부 교사들)에서 학교의 비리를 세상에 공개하게 되고, 이 학교의 교장은 고발을 당하게 된다. 이때 마크는 경찰 이송차량에 몸을 실으며 마크를 연호하는 친구들에게 이렇게 외친다.

 

“Talk Hard!(목소리를 높여요!)”

 

그리고 마크가 검거되고 시간이 좀 지나자 수많은 10대 학생들이 해적방송을 하면서 자신들의 문제, 현실의 문제를 인식하고 폭로하기 시작한다. 제2, 제3의 마크가 미국 전역에 퍼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만하면 상당히 멋지고 쿨한 결말 아니겠는가.

 

반두비의 민서 역시 마크처럼 카림과의 불행한 결말은 예견된 것이었다. 의식이 고양된 여고생과 똑똑한 외국인 노동자가 만나서 실제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겠는가. 민서와 카림은 우정을 넘어 더 깊은 감정까지 발전하지만 그들은 결국 헤어지게 된다. 카림은 비자기간이 끝난 상황에서 불법체류자가 되어 결국 강제 출국 당한다. 떼인 1년 치 임금은 결국 못 받는다. 그나마 위안이 될 만한 것은 민서가 혈혈단신 카림이 일하던 공장의 사장 집에 쳐들어간다는 것이다. 역시 민서가 사장 집에 쳐들어가서 무슨 짓을 하는지는 밝히지 않겠다. 영화를 꼭 보시라는 무언의 압력쯤으로 여겨주시라. 그리고 민서는 학교를 떠나고 몇 년 뒤 동남아 음식전문점에서 카림과 먹던 음식을 먹으며 옛 생각에 잠긴 채 영화는 끝이 난다. 이만하면 멋있다기보다는 무난한 결말일 것이다.

 

 

#4. 고민하고, 방황하고, 절망하고, 슬퍼하고, 행동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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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는 검거되는 순간에도 우리들에게 외친다. “Talk Hard!”(). 민서는 사장 집에 쳐들어가서 카림을 대신해서 복수한다.()

 

영화 ≪볼륨을 높여라≫, ≪반두비≫같은 10대 청소년, 청춘 영화들은 수없이 많다. 그 영화들에서도 현실의 문제를 보여준다. 그러나 그 영화들과 이번에 소개하는 영화들의 차이점은 ≪볼륨을 높여라≫와 ≪반두비≫는 어찌되었든(한계가 있었지만) 10대 청소년이 스스로 행동했다는 것이다. 기존의 10대 청소년 영화, 청춘 영화들은 어땠는가. 단적인 예를 들어볼까? 한국 영화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10대 청소년 영화의 고전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1989년)≫의 결말은 어땠는가? 이미연이 자살한다. 건물 옥상에 올라가 투신자살한다. 반 친구들은 슬퍼하고, 선생님들도 슬퍼한다. 지금도 수많은 여성팬들의 심금을 울리고 있는 청춘영화의 교과서 ≪아이다호(My Own Private Idaho, 1991년)≫의 리버 피닉스와 키아누 리브스 커플은 처음부터 함께 할 수 없는 커플이었으며, 두 사람은 결국 허무하게 헤어진다. 좀 더 세고 파격적이었던 영화≪몽상가들 (The Dreamers, 2003년)≫도 다르지 않다. 주인공과 그의 친구들은 1968년 프랑스의 현실을 철저히 외면하고 방에 콕 박혀서 옛날 영화만 보며, 고민과 방황하다 섹스에 탐닉한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가스를 틀어놓고 자살하려 했지만, 주인공의 친구들은 격변하는 시대에 용기를 내어 드디어 거리에 나간다. 이 때, 주인공은 그 친구들이 가두투쟁을 하려하자 이것은 옳지 않다며 비난하고 그곳을 떠난다. 쓸쓸하게 허무하게….

 

모든 10대, 청춘영화들의 주인공들은 똑같이 고민하고, 방황하고, 절망하고, 슬퍼했다. 그리고 그 와중에 간간히 희망을 보며 웃었다. 그러나 모두 거기서 끝이었다. 그 누구도 자신들을 힘들게 하는 그 현실을 바꾸어 보려고 행동하지 않았다. 그러나 ≪볼륨을 높여라≫, ≪반두비≫는 이를 극복해냈다. 오히려 슬퍼하기만 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라고 보여줬다. 이 영화에서 보여주는 10대들의 행동, 실천은 분명히 어설프고, 충동적인 면도 느껴질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야말로 10대, 20대 청춘들의 특권이라고 기성세대들은 끊임없이 칭찬하지 않았던가. 이만하면 이 영화가 왜 훌륭한 영화인지 충분히 설명되었을 것이라 생각된다.

 

지금 이 시간에도 거리에 나와 피켓팅을 하는 10대 청소년 동지들에게 다시 한 번 응원의 목소리를 보내며 졸고를 마무리 하겠다. 다시 한 번 외친다. Talk Hard! <노사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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