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경동 | 시인
희한한 세상, 모두 기를 쓰고
법 내로 들어가겠다는데
국가가 나서서 모두를 법외에서 살라 한다
오늘도 시청광장, 불법선거를 바로잡자는
국정원 규탄촛불의 메아리가 법 밖으로 내몰리고
강정에서 밀양에서 질서유지선 밖으로
내몰리는 이들 신음소리가 들린다
해고자 아홉 명을 핑계로
6만 전교조 교사들이 법외로 내몰리고
자유게시판 글을 핑계로
10만 공무원들이 법외로 내몰릴 처지
일부의 회합을 빌미로
20년 합법정당도 법외로 퇴출
IMF조약 밖으로 내몰린 농민들
거리정화법 바깥으로 내몰려
가로수에 목을 매단 노점상
뉴타운법 바깥으로 쫓겨난 망루 위에서
화형당한 철거민들도 있었다
공기업을 끝내 사유지로 내몰려는
철도가스의료공공 민영화법
대법원 판결도 소용없는 콜트-콜텍, 현대자동차비정규직
국회에서 맺은 사회적 합의서도 무용지물인
쌍용자동차 한진중공업 기륭전자. 2년마다
법 바깥으로 내몰리는 1000만 비정규직 시대
목숨을 반납하고서야 벗어날 수 있는
법외 인생들의 천국
도대체 그 법 안에는 지금 누가 살까
모두를 법외로 밀고 그 법 안에서
오늘 안전한 자는, 오늘 행복한 자는
오늘 웃는 자는 누구일까. 잘됐다
다시는 저 비좁은 법 내로
들어가지 말자. 저 소수의 가당찮은 법 내로
기를 쓰고 들어가려 하지 말자
법외에 다른 세상을 만들자
이 위대한 국가가
오늘 기를 쓰고 밀어내는 것이
우리가 그토록 기다려왔던
내일임을 고마워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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