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종오
그 곳에는 가 보지 않아도
구멍가게 옆에 쌀집 있고 그 건너
전봇대 끼고 돌아 꺾어 들어가면
사람들이 숨어 하늘 보던 낡은 집을 알 수 있다
주검이 넋을 떠나 보내면서
캄캄한 밤에 담벼락에 붙어 지내고
뜨거운 낮엔 처마 밑에서 견디라고
단말마로 영영 눈을 감던 오월에
사람으로 살기 위해 사람 할 일 했었네
어머니가 아들의 품에서 비로소 체온을 얻고
딸이 아버지한테 따스한 돌을 받고 가슴 미어질 때,
잎새마다 바람 모아 침묵하던 무등산이여
무덤이 보이지 않는 빈 산 또 그윽한 산
그 곳에는 가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사람들은 노여움과 사랑으로 지어진
한 채의 집을 지키면서 어린것들 키우며
이제 땅을 내려다보고 결코 울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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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천문학≫ 제3권, 실천문학사, 1982, p. 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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