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사회과학연구소

맑스-엥겔스 저작선집 세미나 후기

백남주 | 세미나 팀원

 

‘맑스-엥겔스 저작선집(이하 선집)’ 세미나를 해 보자고 마음먹은 것은 대학원 수업에서 ≪자본론≫을 읽고 나서였다. 처음 ≪자본론≫을 읽다보니 맑스가 정리해 놓은 자본주의의 모순들과 작동법칙들을 단순히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힘겨웠다. 시간이 조금 흐르자 ≪자본론≫에서 제기하고 있는 명제들의 도식적인 이해가 아니라 맑스가 어떤 과정과 고민 속에서 ≪자본론≫을 쓰게 되었는지 궁금해졌고, 그의 다른 저작들을 보고 싶어 세미나에 참여하게 되었다.

 

그런 면에서 맑스와 엥겔스의 초기 저작이 실려 있는 <선집 1권>은 흥미로웠다. 변증법적‧사적 유물론을 정립해가는 과정, 프롤레타리아트의 존재를 발견해 나가는 과정, 진정한 해방의 의미와 과제를 고민하는 과정 등을 엿볼 수 있었다. 이러한 맑스-엥겔스의 사회현상에 대한 분석과 발견은 추상적인 하나의 화석화된 법칙을 찾는 과정이 아니었다. 철저히 현실적인 생활관계로부터 출발해 변화하고 발전하는 과정이었다.

 

엥겔스는 하이쩬 씨가 공산주의적 교의의 핵심이 ‘사적소유의 폐기와 생활 재화의 공동이용’이라고 정의한 부분을 비판하며 “공산주의는 결코 교의가 아니라 하나의 운동이다 ; 공산주의는 원리들로부터가 아니라 사실들로부터 출발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현재의 생산력과 교류수단들이 성장하여 개인적 교환과 사적소유로는 감당할 수 없게 되는 상황 때문에 사적소유는 철폐될 것임을 강조한다. 스스로에게 맑스의 명제들을 하나의 교리로서 이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문해 보게 된다. 프랑스 등과 비교되는 독일의 현실적 상황 속에서 각종 이론들의 한계를 지적하고 혁명의 방향을 고민하고 있는 부분에서도 주어진 현실에서부터 출발하려는 맑스와 엥겔스의 방법론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선집 1권>에서 개인적으로 관심이 갔던 것 중 하나는 민족문제를 다루고 있는 부분이었다. ‘노동사회과학연구소’의 세미나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도 비슷한 맥락이었는데, 대학원 수업 중에 받게 된 ≪정세와 노동≫에는 민족문제와 통일문제에 대한 내용들이 실려 있었다. ‘맑스주의자들은 민족문제‧통일문제를 고민하지 않는다.’는 일종의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던 터라 ≪정세와 노동≫의 글들은 새롭게 느껴졌다.

 

엥겔스가 “독일이 행하는 억압으로부터 폴란드의 해방이 이루어지지 않고서는 독일의 해방은 이루어 질 수 없습니다.” 라고 말하고 있듯이 맑스와 엥겔스 역시 당시의 타민족의 독립문제, 노동계급의 부르주아에 대한 투쟁과 민족적 착취 문제의 관계 등을 고민하고 있었다. 아직 초기 저작들 밖에 읽지 못했지만 이후 맑스와 엥겔스의 민족문제에 대한 생각들의 변화들을 추적해 보는 것도 ≪선집≫ 읽기의 재미가 될 것 같다.

 

후기를 쓰기로 하고 다시 한 번 책을 뒤적여 보다가 당시 체크 해 둔 다음의 대목이 눈에 들어왔다.

 

“대부분의 파업들은 노동자들에게 불리하게 끝난다. … 사람들은 질문할 것이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노동자들은 그 수단이 전혀 무익하다는 것이 명약관화한 그러한 경우들에도 파업을 하는 것인가? 왜냐하면 … 인간으로서, 노동자들은 상황에 자신들을 내맡기는 것이 아니라 상황이 자신들에게, 인간들에게 맞추어져야 한다고 선언해야 하기 때문이다 ; 왜냐하면 그들의 침묵은 이러한 상황의 승인, 호경기에는 노동자들을 착취하고 불경기에는 노동자들이 굶주리게 내버려두는 부르주아지의 권리의 승인이 되기 때문이다. 노동자들은 그들이 모든 인간적인 감정을 아직 상실하지 않은 한 이러한 것에 맞서서 저항해야 한다.”

 

최근 진보진영이 어렵다는 이야기들을 많이 한다. 정권의 시대착오적인 탄압이 하나의 원인일 수 있겠지만 우리 안의 문제도 크다. 물론 위 문장을 그대로 받아들여 앞뒤 가리지 않고 파업을 해서는 안 될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투쟁의 승패를 떠나 어떤 형태로든 정권의 탄압과 자본의 공세에 맞서 우리의 목소리를 내야 하지 않을까?!

 

특히 맑스와 엥겔스는 “어떤 계급을 억압할 수 있기 위해서는 그 억압받는 계급에게 적어도 노예적 생존을 이어갈 만한 조건들이 보장되어 있어야 한다.”, “자신보다 앞서 지배했던 계급의 위치를 [뒤이어] 차지하게 되는 모든 새로운 계급은 그들의 목적을 관철하기 위하여 반드시 그들의 이해를 사회의 모든 성원의 공동 이해로서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고 있다. 현재 세계적인 양극화는 더욱 심화되고 있고, 2008년의 세계적 공황으로 현재의 자본주의 이데올로기가 세계의 보편적 공동 이해를 대변하는 것이 아님이 명백해졌다. 미국 주도의 세계 자본주의 질서는 위기 해소를 위해 더 많은 착취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적극적으로 새로운 시대를 준비해야 할 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선집 1권≫ 세미나가 끝이 났다. 1권에 담긴 맑스와 엥겔스의 고민을 얼마나 이해했는지를 따져본다면 부족한 것이 훨씬 더 많을 것이다. 하지만 이후 맑스와 엥겔스의 저작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준비운동을 했다는 데서 위안을 삼아본다. 이후 이어지는 저작들에서도 맑스와 엥겔스의 현실에 바탕을 둔 치열한 고민들이 어떤 과정과 상황 속에서 변화‧발전해 가는지를 아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 될 것이다. 나머지 저작들도 완독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노사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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