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사회과학연구소

[회원마당: 이 달의 역사] 3ㆍ15 부정 선거

심미숙 | 회원

 

 

 

1960년 3월 15일의 정ㆍ부통령 선거가 이전보다 훨씬 지독한 부정 선거가 될 징후는 일찍부터 나타났다. 1954년의 사사오입 개헌을 비롯하여 1950년대의 앞선 선거에서 이미 부정 선거를 서슴지 않았던 이승만 정권은 1959년 11월경부터 치밀하게 부정 선거를 준비했다. 자본가, 어용단체, 공무원들이 총력을 기울여 부정 선거 자금을 모으게 만들었고, 만들어진 자금은 재선을 보장하는 유권자를 매수하고 폭력배를 고용하기 위해 살포되었다. 또한 4할 사전 투표, 3인조 투표, 유권자 명부 조작, 완장부대를 동원한 위협, 야당 참관인 축출, 투표함 바꿔치기, 개표 수 조작 등의 온갖 기상천외한 부정 선거 방법을 다 동원했다.

 

민중들의 분노는 이미 선거 운동 과정에서 폭발했다. 2월 28일 야당인 민주당의 강연회가 있을 예정인 대구에서, 학생들의 강연회 참여를 봉쇄하고자 일요일임에도 불구하고 고등학생들을 강제로 등교시켰다. 이에 격분한 경북고, 대구고, 경북사대부고 학생들이 대대적인 가두시위를 벌이기 시작했다. 이어서 서울, 대전, 수원에서도 시위가 일어나고 부산의 해동고등학교에서도 시위의 횃불이 타올랐다. 투표 하루 전인 14일에는 시내의 거의 모든 고등학교가 참가한 대규모 시위가 일어났다. 이것은 한국에서 1990년대까지 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30여 년간 계속된 학생 운동의 시작이기도 했다.

 

3월 15일, 상상을 초월하는 부정 선거가 한국 전역에서 감행되었고, 투표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민중의 분노는 다시 폭발했다. 마산에서 학생들의 주도로 수만 명의 시민이 즉각 시위에 돌입했다. 경찰이 발포를 시작해도 결사적으로 항전을 계속했는데, 이날 8명이 사망했고, 80여 명이 부상을 당했으며, 200여 명이 연행되었다. 이승만이 총투표의 97퍼센트를 획득해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상대 후보 조병옥은 선거 직전에 사망함.) 이기붕의 부통령 표는 822만587표에 달했는데, 당선이 예상되던 현직 부통령 장면은 184만4257표에 불과했다. 이는 일반 여론과는 완전히 동떨어진 것이었다.

 

4월 11일 아침, 3ㆍ15 시위 때 눈에 최루탄을 맞고 사망한 17세 김주열 군의 시신이 마산 앞바다에서 참혹한 모습으로 떠오르자 마산 시민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2차 마산항쟁의 시작이었다. 마산 시민 2만여 명은 이승만 정권 물러가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마산 경찰서와 시청을 향해 돌진했고 파출소를 습격했다. 이날 밤 경찰 발포로 또 2명이 사망했다. 12일에는 마산 시내의 남녀 고등학생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고, 13일에는 여고생들을 선두로 불교대학인 해인대학 학생들까지 시위에 참여했다. 마산은 3일간 시위로 행정이 마비되다시피 했다.

 

일단 점화된 투쟁의 불길은 순식간에 전국으로 퍼져 나갔다. 서울에서는 4월 18일 고려대학교 학생 3,000여 명이 시위를 벌이며 경찰의 학원개입 중지를 요구했고, 재선거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다가 체포된 학생들의 석방을 주장했다. 학생들은 학교로 돌아가던 도중 반공청년단에 속해 있는 깡패들에게 습격을 받았다. 이는 다시 많은 학생과 시민을 분노케 했다.

 

4월 19일의 투쟁은 서울대학교 학생들의 가두시위로 시작되었다. 학생들은 국회의사당에서 선언문을 낭독하며 3월 15일의 부정 선거를 규탄하고 체포된 학생들의 석방을 비롯한 전 국민의 언론ㆍ출판ㆍ집회의 자유를 요구했다. 서울 시내 대부분의 대학생들이 곧 합류했다. 고등학생들도 일찍부터 시위를 벌였고 중학생 일부도 데모에 합류해서 10만 명 이상이 서울 시내를 메웠다. 부산과 광주 등에서도 수만 명의 시위가 벌어졌으며 이날의 전국적인 시위에서 123명이 사망했다.

 

4월 25일에는 대학교수단 데모가 벌어졌다. 대학교수단 데모가 끝난 후에도 시민과 학생의 시위는 계속되었다. 통금 싸이렌 소리에도 불구하고 철야 데모에 들어갔으며, 다음 날 시위 군중은 더 늘어났다. 군인들은 시위 저지에 소극적이었다. 이승만 동상이 끌어내려졌고 시위 군중은 10만여 명으로 불어났고 초등학교 학생도 시위에 참여했다. 이날 부산, 대구, 목포, 포항에서도 시위가 벌어졌으며 경찰의 발포로 여러 명이 죽었다. 4월 혁명으로 희생된 사람은 모두 185명이었고 부상자는 6,000여 명으로 집계되었다.

 

4월 26일에 이승만은 사임의사를 공식 발표했다. 이날, 이승만 파쇼 정권을 무너뜨린 1960년 4월 26일은, 해방 직후를 제외한다면, 한국 역사 전체를 통틀어 민중들에게 가장 자유가 많은 날들의 시작이었다. 보수적인 야당에 표를 던짐으로써 미제와 이승만 정권에 거부 의사를 표명하고 학생들이 이끄는 거리의 투쟁에 개별적으로 참가했던 민중들은, 이제 스스로를 다시 노동조합으로, 진보정당으로, 사회단체로 조직하면서 생존권 투쟁과 민주주의 투쟁에 나서기 시작했다. 민족 통일과 민족 해방의 열망을 거침없이 드러내며 그 쟁취를 향해 전진했다. 일제 치하로부터, 그리고 미군정과 이승만 파쇼 정권에 의해 자신들의 의사에 반하여 만들어진 착취와 억압 체제를 뒤집어엎는 계급투쟁에 대대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대대적인 계급투쟁은 1961년 5월 16일 박정희 군사 쿠데타에 의해 압살되었다.

 

1979년 10월 26일까지 계속된 박정희 파쇼 정권은 한국 현대사를 통틀어 가장 억압적이었고, 동시대 제3세계에서도 유례를 찾기 어려운 독재 권력이었다. 민중들은 반독재ㆍ반파쇼 민주화 투쟁으로 맞서며 부마항쟁과 광주항쟁에 나섰으나 결국 광주학살범인 전두환 신군부 파쇼 정권의 억압 아래 놓인다. 반독재ㆍ반파쇼 민주화 투쟁은 계속되고 더욱 활성화되고 대중적으로 이루어지면서, 1987년 6월 항쟁과 7-8월 노동자 대투쟁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대통령 직선제를 쟁취했지만, 광주학살의 또 다른 주범 노태우를 대통령으로 맞게 된다.

 

1980년대 말과 1990년대 초에는 20세기 사회주의 세계체제의 해체를 겪고,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신자유주의 정권의 폭압에 놓인다. 그리고 촛불혁명으로 무너진 박근혜 파쇼 정권을 지나 촛불정권임을 자처하는 민주적이고 노동존중적인 문재인 정권에 이른 지금까지 한국의 민중들은 민주주의를 향한, 생존을 위한 투쟁, 계급투쟁을 계속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모든 사회의 역사는 계급투쟁의 역사이다. 이 계급투쟁의 역사는 언제까지 계속될까?  노사과연

 

 

[참고 문헌]

서중석, ≪지배자의 국가/민중의 나라≫, 돌베개, 2010.

서중석, ≪사진과 그림으로 보는 한국 현대사≫, 웅진지식하우스, 2005.

박세길, ≪다시 쓰는 한국현대사 2≫, 돌베개, 2015.

채만수, 박정희 시대를 다시 본다, ≪정세와 노동≫ 제84호, 201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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