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사회과학연구소

‘투쟁하는 현장몸짓패’는 왜 노동자대회 무대에 설 수 없었나?

  

조명제 | 부산지회 회원

 

 2018 전태일 열사정신 계승! 전국노동자대회가 지난 11월 10일 서울에서 열렸다. 해마다 열리는 이 전국대회는 노동자 민중의 당면 과제를 대중적으로 제기하고, 투쟁 승리를 위해 전국노동자들의 결의를 모으는 장이라 할 것이다. 대회 날이 잡히면서 당일의 대회를 위한 문화선동대와 문화기획단 구성, 대회 기조와 관련한 논의 등도 진행되었다. 이 과정에서 주요하게 두 가지 문제가 붉어지고 결국 해결되지 못한 채 ‘현장몸짓패’는 대회 무대를 포기하게 되었다. 그 두 가지는 ‘조직운영의 비민주성’과 ‘대회 기조 관련’이다.

 

운영의 비민주성과 독단적 결정

총책을 문화국장으로 하고, 총연출, 총기획, 매체별 연출자 각 1인, 매체별 문선대장으로 구성된 문화기획단과 노래, 몸짓, 영상, 풍물 4개의 문선대가 꾸려지며 각 문선 매체의 연출자 혹은 연출단위를 선출하는 과정이 이어졌다. 과정은 모르지만 몸짓패를 제외한 다른 문화패의 연출자는 수월하게 정해졌다. 몸짓패는 내부의 의견을 모으면서 ‘몸짓 선언’을 90% 가까이 추천하게 된다. 그런데 이 절대 다수의 추천을 무시하고 문화국장이 다른 사람을 연출자로 결정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유는 총연출 담당자와의 호흡을 생각해서 정했다는 것이고, 그 권한은 문화기획단 구성과 관련해 ‘총기획, 총연출, 매체별 연출은 매체별 문선대의 추천을 받되 최종 결정은 문화국장이 선임한다.’라는 ‘전국 현장문화패장단 및 문선대 초동주체 회의’ 내용을 근거로 한다는 것이다. 연이은 회의에서 문화국장의 독단에 대한 성토가 이어지고, 다수의 의견을 무시한 연출자 선정의 합당한 이유를 요구했으나 위의 답변으로 일관할 뿐이었다.

 

어떤 일을 결정할 때 내부의 다양한 의견이 나올 수 있다. 치열한 토론을 거치면서 다수의 공감을 얻는 안이 도출되게 된다. 이견이 심해 다수결의 표결을 거치더라도 일단 결정되면  통일된 입장을 취하는 것. 노동자 조직이라면 언제나 이런 원칙을 가지고 회의를 진행해야 한다. 바로 민주집중제의 원칙이 언제나 유지되어야 하는 것이다. 다수의 몸짓패가 연출자를 추천하며 그만한 이유를 표시했으나, 문화국장은 납득할만한 대답은 않은 채, 권한만을 주장하는 꼴이 된 것이다. 그러나 대회를 앞두고 연출자 선임 문제에만 매달릴 수 없는 상황이라 다수의 몸짓패원들은 불만을 삭이고 이후 준비를 해나가게 된다.

 

대회 기조 논의와 일방적 결정

대회 기조와 관련 몸짓문선대 회의에서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몇 가지로 구분해 보면,

-. ‘노조할 권리’ 보다는 ‘노동기본권 쟁취’ 주장

-.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이하 경사노위)로 대표되는 사회적 합의주의 거부

-. 정권의 기만성(노동법 개악, 직무급제) 폭로와 공약파기 문제제기

로 정리될 수 있겠다.

 

몸짓연출자는 몸짓문선대의 의견을 반영해 전체 연습(10/21) 때 구체적인 연출안을 가지고 연습하자고 했다. 21일 문선 내용을 토론하는 자리에서 연출자의 입을 통해 “경사노위 거론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 문선대 중앙의 입장이라는 말을 듣게 된다. 분위기는 심각해지고 정회 후 패별 논의가 진행되었다. 속개된 회의에서 각 패별, 개인별 결단성 발언이 이어졌다.

-. 사회적 합의주의의 주요한 기구로서 경사노위를 비판하고 거부하는 내용이 중요하다

-. 사회적 합의의 종류는 다양한 만큼 경사노위에 국한될 필요는 없다. 그러나 논의를 봉쇄하는 집행부의 태도는 이해할 수 없다

-. 각자의 의견을 일일이 소화할 수는 없다. 집행부의 기조에 따라야한다

 

결국 몸짓 문선대 일부는 남고 다수(투쟁하는 현장몸짓패라 이름 지음)는 노동자대회 무대 문선을 보이콧 하게 된다. 10월17일 경사노위 참여를 안건으로 한 민주노총 정책대의원대회가 무산된 직후에도 그 참여의 의도를 숨기지 않는 집행부의 태도가 공개적으로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조직의 집행부가 기존의 기조를 바꾸지 않고 있는 마당에 그것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내용으로 문선을 주장하는 것이 애초부터 무리일 수도 있다. 그러나 여기서도 결정의 일방성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어떻게 보면 집행부 기조와 별개로 정권의 눈치를 보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들었다.

 

대회 프로그램 중 쌍용자동차, KTX해고승무원의 발언 코너가 있다. 연출자의 설명은, 투쟁을 통해 얻은 소중한 승리의 의미로 배치한 것이라 한다. KTX승무원의 경우 복직 합의 내용이, 본래 하던 승무업무가 아닌 생소한 다른 업무에다 일부 인원만 순차적으로 배치하는 것이었다. KTX승무원들과 복직투쟁을 함께 해 온 나뿐만 아니라, 당사자 어느 누구도 승리라고 말하는 것을 들어본 적이 없다. 쌍용자동차의 합의가 승리라고 할 수 있을까? 장기간 투쟁의 결과이기도 하지만, 수많은 목숨을 바치고 오랫동안 이어온 투쟁의 고통으로 인해 울며 겨자 먹기로 받아들인 것 아닌가? 쌍용자동차 합의 당시 문성현 노사정위 대표의 뛰어난 ‘연기’와 망연자실 혹은 멍하게 서 있던 노동자 대표의 모습이 겹쳐 보였다. 얼마든지 ‘사회적 합의’로 우리의 과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보이고 싶은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었다.

 

투쟁사업장 문화제와 노동자 대회에서 현장몸짓패의 활동

정권과의 싸움을 마다 않는, 투쟁하는 노동자들의 천막농성장이 청와대 옆 인도를 따라 늘어 서 있는 곳으로 몸짓패는 달려갔다. 수천, 수만의 대오는 아니지만, 힘들게 투쟁하는 동지들을 응원하고 노동자 투쟁의 올바름을 공유하는 자리였다. 다음날 노동자 대회 현장에서는 나름 조직적으로 움직였다. 한 무리의 몸짓패는 ‘경 사 노 위 참 여 반 대’가 적힌 한 글자씩의 피켓을 들고 대오 속에 자리 잡았다. 몇 팀은, 자본가를 위한 노동법 개악과 직무급제 강행하는 문재인정권과의 투쟁을 내용으로 하는 현수막과 피켓을 들고 대오 속을 이동하며 선동하였다. 비록 대회 무대에서 갈고 닦은 몸짓을 선보일 수 없었지만 마지막 가두행진이 끝날 때까지 거리문선, 거점 선전전 등 바쁘게 움직이며 최선을 다했다.

 

 돌이켜 볼 때 문화국장을 비롯해 집행부의 잘못된 기조와 운영에 대응해 열심히 논의에 참가해 비판하고 급기야 대회 불참을 선언한 것은 옳고 당당한 태도였다. 이전의 유사한 경험에서 정신적 고통과 피로를 겪었는데 또다시 동료들에게 스트레스로 남지 않을까 서로 우려했는데 기우였다. 변함없이 지칠 줄 모르고 함께 논의하고 결정하는 전통을 재현했다. 특히 최근 몸짓패 활동을 하는 동지들에게는 시시콜콜 모두의 동의를 구하고 정리하는 과정이  피곤하고 지루하며 불필요한 과정으로 여겨질 수 있었을 텐데, 불만이 있어도 끝까지 이해하며 함께 했다. 기대가 컸을 노동자대회 무대까지 사양하며 함께 해줘서 서로간의 신뢰는 더 깊어졌다 . 그리고 전국적으로 ‘사회적 합의 거부’와 ‘경사노위 참여반대’가 일정한 세를 이루고 있는 지금, ‘투쟁하는 현장몸짓패’가 그 흐름에 나름의 역할을 한 것은 앞으로의 활동에 이정표 역할을 할 것이다 .

 

노사정위의 대를 이은 경사노위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사회적 합의주의’의 대명사 ‘노사정위’. 그 선대의 위업을 이어받아 업종별 위원회, 계층별 위원회, 그리고 특별위원회 등 보다 세분화 된 모습으로 경사노위가 재탄생했다. 11월22일 노동자 측으로 민주노총 빠지고 한국노총만이 참가한 상태로 출범한 것이다. 이 사태에 대해 정부가 적반하장으로 민주노총을 비난하자, TV의 한 토론 프로그램에 등장한 민주노총의 간부는 정부가 민주노총의 경사노위 참여 분위기를 망쳤다고 책임을 돌렸다. ‘경사노위 참여’ 방침에는 이견이 없어 보였다.

 

현 정권은 노동자 민중이 투쟁한 의미를 그대로 받아 들어선 정권이 아니다. 독점자본의 요구를 잘못 이해하고, 제대로 성과를 내지도 못한 채 전 민중적 저항에 직면한 박근혜 집행부를 교체해 등장한 정권이다. 거기에 노동자 민중의 투쟁을 이용한 것이다. 혹은 기껏해야 대중의 분노에 놀란 지배계급이 대중의 뜻을 왜곡해 내세운 정권이다. 노동자 민중의 투쟁이 지배계급에게 위협이 되지 않는 한, 그 투쟁의 성과물은 지배계급의 또 다른 한 부류에게 넘어갈 수밖에 없다. 그렇게 탄생한 문재인 정권은, 2007년 이후 세계적인 공황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국내외 독점자본의 위기 해결의 의무를 수행해야 한다.

 

IMF위기 즉 자본의 위기 때 등장한 김대중 정권이 맨 먼저 노동자에게 들이민 것은 정리해고법과 파견근로제법이다. 수많은 노동자를 ‘합법적 해고’로 죽음으로 내몰고, 파견근로제를 확대해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법에 노동자 스스로 도장 찍게 만든 것은 폭력적인 공권력에 의해서가 아니라 노사정위원회를 통해서이다. 또한 노무현 정권은 ‘9.11 노사정 합의’를 통해, 필수공익사업의 범위 확대와 파업 시 대체근로의 전면 허용 등을 확보해, 착취에 저항하는 노동자의 단결권과 단체행동권을 제약하는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그 바통을 이어받은 문재인 정권이 본질에서 전혀 다르지 않은 경사노위를 우리 노동자에게 들이밀고 있는 것이다. 소위 ‘민주적’이라는 정권들이 자본의 이익을 위해서는 극우정권과 똑 같은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비정규직 제로화 시대를 열겠다며 호기롭게 등장한 문재인 정권은 2018년 상반기를 거치며 독점자본의 한 기구임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연장근로 포함 주 52시간 노동을 명문화하면서 휴일근로 시간에 대해 추가 지급되어야 할 임금을 지급하지 않도록 한 노동법 개악과 최저임금 산입범위의 확대와 같이, 자본의 요구를  충실히 이행하는 본래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은 직무급제, 탄력근로제 확대를 주장하며 더욱 노골적으로 노동자를 공격해오고 있다. 보다 심각한 것은 ‘사회적 합의’의 ‘대의’에 입각해 투쟁의 무기를 버리고 정권의 지시에 따르라는 것이다.

 

이런 정권의 공세에 대응해 2018 노동자대회는 반노동자적인 문재인 정권의 본질을 폭로하고 투쟁을 결의해야 하는 자리여야 함이 마땅했다. 또한  역동적으로 진행되는 한반도의 정세에서 문재인 정권은 미국과 국내 독점자본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이런 시기 노동자계급은 ‘국가보안법 철폐’, ‘북미 평화협정 체결’ 등을 외치며 한반도 평화의 주체로 나서야 하고 대회에서 이런 입장을 천명했어야 했다. 그러나 몸짓패 내에서도 이런 한반도 정세와 관련한 논의는 없었으니 앞으로의 과제라고 하겠다.

 

노동자의 문화선동

노동자 문화선동의 한 모습인 몸짓은 당연히 노동자의 계급성으로부터 나온다. 지배 수탈의 노자관계를 통해 굴러가는 이 자본주의 사회는, 노동자로 하여금 단결하게 하고 투쟁하게 만든다. 투쟁은 변혁적일 수밖에 없다. 사회의 구조를 근본적으로 깨부수지 않으면 자유롭고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없을 뿐 아니라, 애써 내딛은 한 발자국의 전진도 다시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뒷걸음치게 만들기 때문이다. 또한 모순의 한 복판에 있는 노동자계급의 변혁적 투쟁만이 여타 피지배계급, 계층을 평등세상으로 이끌어 갈 수 있다. ‘노동자계급만이 유일하게 옳다’라는 말은 주관적 관념적 언사가 아니라 자본주의 사회와 노동자계급의 물적 토대로부터 나온 표현이다. 자주적이고 민주적인 절차와 활동은 계급단결의 관건적인 요소로 모든 관료적인 행태를 거부한다.

 

단결과 투쟁과 변혁성. 그리고 자주적 민주적 활동은 노동자문화에도 그대로 반영될 수밖에 없다. 다른 문화선동 매체와 마찬가지로 그 실천의 한 형태인 몸짓패 역시 그 내용을 반영하고 제시해야 할 것이다. <노/사/과/연>

노사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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