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사회과학연구소

철도공사 내 비정규직 정규직화 진통과 노동조합의 대처

최광석 | 회원, 철도노조 조합원

 

 

 

1. 서론Ⅰ 정부의 가이드라인 및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개요(생명안전 업무포함)

 

2017년 7월 제출된 정부의 자료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보면 공공부문 비정규직은 약 31만 명으로 16.9%를 차지하고 이중 파견・용역 규모는 약 12만 명, 기간제는 약 19만 명을 차지한다. 필자가 소속된 철도공사 차량정비 업무는 가이드라인이 제시하는 생명・안전 업무로 분류되어 직접 고용이 원칙인 상태이다. ‘다만 생명・안전 업무의 판단기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으로 생명・안전 업무의 구체적 범위는 기관별 노사 및 전문가 협의(이하 노사전문가 협의), 다른 기관의 사례, 업무 특성 등을 참조하여 기관에서 결정’ 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사회적 합의, 노・사・전문가 협의체 등의 문구를 곱씹어 보면 정규화 대상의 업무 범위 및 인원이 매우 유동적이며 추상적일 수밖에 없다고 느껴지는 것은 필자만이 아닐 것이다.)

 

 

2. 서론Ⅱ 노・사・전문가 협의체의 역할과 직접고용의 범위

 

공기업으로 분류되는 철도공사의 2018년 6월 28일에 이루어진 비정규 정규직화 2차합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노사 및 전문가 중앙 협의기구] 노사합의서에 ‘국민의 생명, 안전에 밀접한 생명안전 업무 및 주요 시설물 CCTV감시 업무는 한국철도공사가 직접 수행하고, 그 종사자 1,432명(참고:2017년도 공사 안 1337명(노동조합 요구안 4992명)에 비해 약 7%가 늘어난 수치이며 커다란 변화는 없다)은 근로조건 등과 관련한 협의를 통해 2018년 10월 1일부터 공사에서 직접 고용한다.’라고 합의되었으며 분야별 직고용 예정인원은 다음과 같고, 본문과 관련하여 직고용 대상 부문은 아래 표에서 차량정비 분야 중 일부인 170여 명의 KR테크 비정규직 열차정비 노동자들이다.

 

 

전환직급, 정년, 임금 및 처우, 근로형태 등 세부사항에 대해서는 노사 간 별도로 협의한다.

또한 기타 자회사(아래 표)업무 중 생명안전업무 등으로 직접고용 여부와 관련해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 열차승무, 역무, 입환(역・기지 내 열차 입출고 시 물리적인 노동) 등 아래 업무에 대해서는 전문가 조정을 의뢰하고, 전문가 실사 등을 거쳐 제시된 조정안에 따르며 실행 방안 등을 노사 간 협의한다.

 

 

이밖에도 생명 안전 업무에 해당하나,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 발표(2017년 07월 20일) 이후 신규 용역 미 발주분과 설계 변경으로 증원된 업무 357명은 공사에서 직접 수행한다. ※ 대상인원은 [노사 및 전문가 협의기구] 협의과정에서 변동 될 수 있음

향후 노사전문가 협의체에서 7월 20일부터 8월 14일까지 직무별 현장 실사 진행예정이며 8월 24일 전문가 조정한 제시가 있을 예정이다.

 

 

3. 서론Ⅲ 철도노조, 지방본부, 지부 집행부의 활동개요 및 기조와 사측의 태도

 

철도노조의 조직대상은 정규직 뿐 아니라 자회사, 외주 용역업체 노동자도 포함된다. 철도 노조는 조직적 인적 피해를 입으며 구조조정, 민영화저지 투쟁에 장기간 집중해왔다. 그러나 구조조정의 결과인 외주 용역업체 노동자의 조직화에는 손을 대지 못하고 있었다. 문재인 정권의 소위 ‘비정규직 정규직화 가이드라인’ 발표 이후 관심을 가지고 조직화에 돌입했으나 그마저도 지방본부별 적극성에 차이가 있어 조직화의 시너지 효과를 보지 못했다. 정규직화와 업무환원은 동전의 양면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정규직에 대한 설득과 비정규직 조직화가 지금껏 철도노조 집행부의 기조였다.

2017년 3월, 철도노조 부산지방본부는 새 집행부가 구성되면서부터 전국과 지역의 연대사업과 함께 비정규직 사업을 본부의 중요 사업의 하나로 배치하였다. 뿐만 아니라 17년 5월부터 부산고속철도차량 정비 업무를 담당하는 KR테크 조직화를 시작으로 외주용역 간접고용노동자를 노동조합에 가입시키고 정규직화 활동을 추동해 왔다. 또한 철도노조 정규직 부산고속차량 지부장, 지부간부들과 더불어 신생지부 KR테크 조합원들과 정규직화 출근 선전전을 1년 가까이 진행하고 있다.

한편 철도공사는 홍순만 전 사장의 사퇴 후 사장 공석기간동안 소극적이던 태도를 취해오다가 오영식 사장 취임 전 정규직화 규모가 확정되는 듯 했다. 그러나 정작 사장 취임과 민주당의 지방선거 압승 이후 정부의 태도가 일변, 자회사 노동자는 공사 직접고용에서 배제하는 태도를 취하였다. 결국 노사전문가 회의에서 전문가 중재안에 따르는 방식으로 합의함에 따라 노동조합 운신의 폭도 확 좁아진 상태이다. 현재는 8월 14일까지 전문가 현장실사를 거쳐 8월 24일 중재안을 제시할 예정이다.

 

 

4. 본론Ⅰ 호남고속 신규조합원들의 성명서 발표와 이에 대한 부산고속차량 지부의 대응

 

위와 같은 흐름 속에서 2018년 4월 16일 호남 철도차량정비단에서 철도노조 정규직 신규조합원들이 집단적으로 노동조합 탈퇴를 내걸고 아래와 같이 비정규직 직접고용에 반대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게 된다.

호남 철도차량정비단 신입 노조원 62명은 조합원의 상의 없이 이루어진 직접고용 합의를 규탄하는 바 로테코(열차정비 외주업체)직접고용이 현실화되면 전국철도노동조합을 탈퇴할 것을 서명하였습니다. 결코 로테코 조합원으로만 이루어진 지부는 코레일 조합원 없이 이끌어 갈수 없을 것입니다. 우리는 전국철도노동조합의 모든 활동을 거부하고, 우리 권리를 찾기 위해 끊임없이 투쟁하겠습니다. 호남 철도차량정비단이 시작입니다. 로테코 직접고용에 대한 사실을 듣지 못하였거나, 알아도 직접 행동에 나설 수 없었던 전국에 있는 신입사원 직원 분들이 권리를 찾기 위해 투쟁할 것입니다.1)

호남 신규조합원들의 성명서 발표 직후 철도현장에서는 2017년 이후 입사자들을 중심으로 성명서를 낼 것인가에 대한 논의와 규합이 시작되었다. 부산고속차량지부(216명) 인원 중 신규조합원의 비율은 약 15%(호남은 신규조합원 비율이 60% 이상)로 호남에 비하면 아주 낮은데 이들의 연령은 20대 후반과 30대 초반이 대부분이며 소통에 있어서도 속도감 있고 조직적임을 알 수 있었다. 하루에도 수차례 호남 신규조합원들과 통화와 SNS 소통이 오가는 것을 현장에서 확인하였고 업무에도 지장이 발생할 정도(선배들의 노동 강도와 짜증이 상승)로 이들 신규조합원들은 ‘호남의 성명서 소동’에 동요하고 있었으며 바로 다음날 규합된 20여 명의 지부 신규조합원들이 지부장과의 면담을 요청하였다.

지부간부들의 토론이 분주해졌다. 신규조합원 집단행동에 대해 강경한 대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우세한 가운데 온건하게 대처 하자는 진영(필자 포함)도 있었다. 일단 신규조합원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파악하여 대처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20명이 넘는 신규조합원들이 지부장과 정면으로 대립하였고 무려 세 시간에 가까운 면담을 마치고 지부장은 녹초가 되어 돌아왔다.

 

“뭐라 카등교?”

 

신규조합원들이 주장하는 요지는 다음과 같았다.

호남과 같이 노조탈퇴를 내세우지는 않겠다. 그러나 성명서는 기어코 발표하겠다. 호남에서 자신들의 동기들이 집단행동으로 고립되어 있는 상황에서 모른척하기도 동지적 의리로서 어렵다는 것. 그리고 지부장과 지부간부들이 왜 ‘성명서를 내는 것 자체가 탈퇴를 내걸지 않더라도 호남 신규조합원들과 뜻이 같다’고 여길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는지 납득하기 힘들다고 하였다. 서로 간의 주장이 평행선을 달리는 가운데 지부장은 이들이 성명서를 내어서 지부의 단결력이 훼손되는 것은 결코 용납할 수 없으며 기어이 내겠다면 ‘지부장 불신임과 세트로 내라’고 마지막으로 통보하고 돌아 왔다는 것이 요지다.

지부 간부들 사이에서 또 다시 논쟁이 시작되었다. 솔직하게 이야기하자면 순진한 필자는 “그렇게 성명서를 내고 싶어 하는데 지부의 위력으로 누르기만 할 것이 아니라 이들이 원하는 대로 하게하는 것도 방법이지 않겠능교?”라는 창의적인(?) 발언을 했다가 대다수의 지부간부들에게 비판을 받았다. 만약 성명서가 나가게 되면 정규・비정규직 조합원의 갈등, 선배・후배 간의 갈등 등 지금보다 더 큰 현장의 분열이 일어날 것이며, 더 문제가 되는 것은 향후 당면한 투쟁이 있을 때 마다 신규조합원들이 이런 식으로 규합해서 이렇게 뜻을 모아 철도노조, 지부에 반하는 여론을 조성하여 집회도 참석하지 않고 파업도 불참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노동조합의 권위에 대한 올바른 인식, 현장 감각이 살아있는 지적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지부간부들이 아무리 원칙적이고 대의에 맞는 주장을 해도 이들의 마음은 콩밭에 가 있는 상태였다. 지부장 이하 간부들이 괴로워하고 있을 때 불행인지 다행인지 일부 선배조합원들이 “신규조합원들한테 질질 끌려 다니고 이게 뭐하는 짓이냐?”라고 격려 섞인 비난이 일기 시작했다. 일부 선배들은 신규조합원들의 집단행동을 직접적으로 나무라기 시작하였다. 노동조합은 멀고 같이 일하는 선배는 가까운 것인지 의외로 며칠 만에 기세가 확 누그러들었다. 그들은 선배들 눈 밖에 나면 일도 못 배우고 회사 생활에 직접적이고 실질적인 피해가 온다고 보았을 것이다. 또한 이러한 흐름을 자연스럽게 방조한 측면이 지부에게도 있다고 솔직히 시인하지 않을 수 없다. 그만큼 힘들었고 누가 좀 도와 줬으면 했었다.

며칠 동안 현장의 짧고 굵은 내홍이 있은 뒤 부산고속차량, 고양(수도권)고속차량, 강릉 고속차량지부에서 동조(?) 성명서가 막힘으로써 호남 신규조합원들은 더욱 다급해졌고 온 동네 신규조합원들을 헤집고 다니면서 탄원서 제출을 독려하였다. 하지만 더 이상 지부 단위로 나오지 않았으며 기껏해야 수도권에서 무슨무슨 지부연합 등으로 본인들 이름도 적지 못한, 자신감 없는 성명서가 도처에서 나타나기는 하였다.

성명서 파동 3~4일 후 부산고속지부에 철도노조 중앙의 실장들이 내려와서 지부장, 간부, 신규조합원들과 간담회를 열었다. 약 두 시간 동안 질의응답 시간이 있었고 그 이후 신규조합원들의 태도가 많이 바뀌었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호남의 성명서에 나타나 있듯 그 동안 자신들의 주장이 철도노조 중앙에 전달되지 않고 의사결정이 내려진다는 불만이 있었고 이를 중앙에서 그리고 지부에서 최소한 들어주고 반영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라는 것이 노동조합의 중론이다. 부산 고속차량지부의 청년조합원 간담회 질문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일련의 질문들을 통해 그들의 이해 관심사를 파악할 수 있다.

 

1. 직접고용은 찬성한다. 하지만, 6급채용은 반대한다. 경력 가점 등을 주어 시험을 치게 하는 공개채용이 맞다고 본다. 7급이나 무기 계약직은 찬성한다.

2. 철도노조는 철도종사자만을 위한 노조인가? 모든 노동자를 위하는가?

3. 세척, 도장업무 등 3D업무는 외주가 맞는 것이 아닌가?

4. 반대성명서를 탈퇴성명서로 간주하는 것은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우리들의 목소리를 차단하는 것 아닌가?

5. 7급은 정원으로 인정되지 않는가? 6급으로 들어오면, 승진 등 현 신입직원들과의 차이가 필요하다.

5. KR테크 직원 정규직 전환 시 기재부로부터 정원, 예산을 승인 받지 못했을 때의 대책은 무엇인가?

 

 

5. 본론Ⅱ. 내홍의 흐름과 철도노동조합 각 현장에서의 여론

 

하루 지난 4월 19일자 철도노조 홈페이지의 여론을 추려보며 현장의 분위기에 접근해 보자.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둘러싼 현장의 논쟁이 뜨겁다. 지난 4월 13일 호남고속차량 소속 조합원 62명이 “한국 철도차량 엔지니어링의 정규직 전환 시 철도노조를 탈퇴한다”는 내용으로 로테코 직원들의 직접고용을 반대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62명의 조합원들은 직접 고용 시 노동조합을 탈퇴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3일 후 수도권동부본부 청량리차량, 이문차량, 평내차량, 분당차량, 부발차량 소속 48명 조합원들도 가세했다. 이들은 “기회는 모든 국민들에게 균등하지 못하고, 과정은 강압적이며, 결과는 정의롭지 않을 것”이란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대전철도차량정비단 조합원 35명도 4월 18일 이들의 주장에 힘을 싣는 성명을 발표했다.

 

철도노조 홈페이지 열린 광장과 블라인드 앱에서는 연일 격한 논란이 펼쳐지고 있다. 최근 블라인드를 접한 부산고속차량 지부장은 “노조를 적폐로 규정하면서 차마 상상도 못한 욕설과 비하적 표현을 보며 당혹감에 밤잠을 이루지 못했다. 블라인드 글을 보고 우리 소속 신규조합원들을 보면 자꾸 서로가 오버랩 되면서 혹시 속으로 다 저렇게 생각하는 게 아닐까하는 선입견이 생기는 게 두려웠다. 더 이상 블라인드를 들어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내일모레 정년을 앞둔 노조활동의 관록이 묻어나는 한 간부는 “현장에서 죽지 않고 일하기 위해, 민영화라는 괴물과 싸우면서 온갖 해고와 징계를 무릅쓰고 노동조합을 지켜왔다. 때로는 소중한 동지를 떠나보내면서까지 투쟁을 멈출 수 없었던 이유는 철도노동자의 삶과 고용을 지키고 후배들에게 물려줘야 한다는 나름의 신념이 있었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이제 마흔에 들어선 젊은(?) 간부는 “선배들이 과거의 경험만을 가지고 신규조합원들을 이해시키려는 노력은 부질없다”고 단언한다. 선배들의 경험과 최근 현장의 분위기는 실제 괴리가 크다. 이전과 같은 간부들의 성실함과 치열함을 볼 수 없다는 게 조합원들의 공통적인 분위기다.

여전히 신규조합원들의 입장은 강경하다. 직접고용을 하더라도 공정한 절차에 따라야 한다는 입장이다. 근무경력을 인정하다 하더라도 같은 6급으로 전환될 경우 진급 등에 있어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정규직화 직접고용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신규조합원들의 목소리는 배제됐다고 주장한다. 지부장들이 과연 현장의 의견을 제대로 수렴해서 대의원대회 등을 거쳐 정책방향을 결정하는 것인지 의구심이 든다고도 이야기한다.

한 간부는 “노동조합이 그동안 신규조합원들의 목소리를 듣는데 소홀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면서 “지금이라도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합의점을 찾아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이어 “노동조합이 결론을 정해놓고 접근할 경우 갈등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부산지방본부의 한 간부는 신규조합원들의 의견에 일부 공감하면서도 “비정규직으로 오랜 기간 차별받으며 근무했던 전환 대상자들의 고통과 취업난 속에서 힘겹게 공부해 들어온 신규조합원들의 고통의 무게를 누가 어떻게 저울질 할 수 있겠냐”라며 되묻기도 했다.

본조합 미디어소통실장은 “고용노동부 가이드라인을 직접 분석해서 공부하고, 나름의 논리를 만들어 선전하는 방식, 전국의 입사 동기들과 규합하여 스스로 조직하는 모습 등을 보면 어떤 면에서는 오히려 기존 간부들보다 훌륭하다”고 말했다.

 

성명서 사건이 한 풀 꺾이고 약 한달 후 철도노조 위원장이 지부를 방문하여 직접고용 전환방식에서 비정규직의 6급채용 시 호봉 및 경력제한, 승진제한, 임금제한을 통하여 6급 공채로 들어 온 조합원들과의 형평성을 맞추려는 안을 제시하였다. 참고하면 6급이 되면 좋은 점은 인건비를 7급보다 기재부로부터 더 많이 책정 받을 수 있는 점. 7급이라는 비정상적인 인원을 해소할 수 있다는 점, 7급은 무기 계약직 개념에 가까워 고용은 보장되나 승진은 노・사간 합의 없이는 진행되지 않는다. 철도노조는 공채로 채용되지 않고 특정직으로 분류되어 채용된 직원들을 7급->6급으로 수년에 걸쳐 점차적으로 정규직으로 합의한 전례가 있었다. 적체된 상위직급(3, 4급) 인원을 늘리기 위해 기재부와 협의 시에도 6급이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큰 점 등이 있다.

 

 

본론Ⅲ. 부산고속차량 지부의 대처 및 철도노조 중앙, 각 지부의 대응에 대한 평가

 

되돌아보면 지부의 적극적인 대처라고 할 만한 것도 없었다. 직고용을 위한 노사전문가 협의가 진행되는 가운데 지금까지 협의체에서 결정된 정규직화의 구체적인 내용도 없었을 뿐이니 지부는 수세적인 입장이었다. 초동대처가 힘들었던 이유는 철도노조 중앙에서도 해당 지부에 대해 직고용의 형태에 대해서 구체적인 노동조합의 안을 전달해주지 않았던 것도 있었다. 하지만 엄연한 노사전문가 협의체에서 치열한 협상의 단계에서 미리 노동조합의 의중을 여기저기 떠벌리는 것이 협상에 도움이 되겠는가? 그런 중에도 지부 간부들이 대처를 잘 한 것은 철도노조의 원칙적인 입장을 반복해서 강조하거나 신규조합원들과 격하게 논쟁하지 않고 침착히 대응했다는 점(당신들의 의견을 철도노조 중앙에 전달하여 반영토록 노력하겠다는 원칙적 수준), 이러한 수세적인 상황을 혼자서 해결하려고만 하지 않고 선배조합원들과 문제점을 공유했다는 것, 현장이 동요하는 상황에서도 철도노조의 기조인 ‘비정규직 정규직화’라는 대의를 믿고 신규조합원들의 성명서 소동에 부화뇌동치 않고 진중하게 시간을 보냈다는 점 등이다. 이런 경우 필자는 시간이 약일 때가 있다는 것도 배웠다. 또한 이후부터 선배・후배 조합원 간의 분열을 막기 위해 노력했으며 철도노조 중앙과 지부의 소통, 지부와 신규조합원 간의 소통도 신속히 되도록 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오랫동안 헌신적으로 지부 간부로서 성실히 복무해온 지부장의 권위가 빛을 발했다는 점은 의미 있는 성과였다.(필자는 이것이 가장 크다고 본다.)

약 4개월이 지난 지금 결국 호남신규조합원들에서만 20여 명의 탈퇴자가 발생하였고 현재까지 더 이상의 큰 동요는 없는 형국이다. 물론 부산, 고양, 강릉 고속차량은 탈퇴자도 발생치 않았고 현장도 불만은 잠재되어 있으나 소강상태이다. 급한 불은 껐으나 여전히 불씨는 남아있다.

 

 

결론. 같은 시대를 다르게 살아온 우리. 남은 과제는 무엇인가?

 

올바른 관점을 가진, 노조 중앙과 현장지부 지도부의 중요성이야 더 말할 것 없다. 다만 노동자들을 분할하고 이들을 서로 적대시하는 논리가 지배하는 자본주의를 노동조합이 승인하는 한 올바른 논리적 대응이 나오기 쉽지 않다. 기껏해야 정부의 공공부분 정규직화라는 지침을 ‘노동조합이 앞장서서 거부 하겠냐’는 것 정도인데 언제 철도노조가 정부의 지침을 따르며 투쟁을 해 왔던가? 신규조합원들에게 특권의식을 내려놓게 하고 올바른 노동자 의식을 점차적으로나마 심어 줄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 조성이 시급하다. 또한 지부간부와 신규조합원의 직장 내 인간적 유대관계를 빠른 시일 안에 조직해 나가는 것도 효과적일 것 같다.

같은 시대 다른 조건에서 철도 선후배들은 살아왔다.

철도노동조합의 역사는 멀게는 2000년 민주노조 직선제 투쟁(어용 집행부 몰아내기 투쟁)부터 2002년 민영화저지 파업, 2016년 성과연봉제 폐지 투쟁 등의 파업과 투쟁의 역사였다. 필자 또한 십여 년 전 철도 입사 당시만 해도 노동조합에 막연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다. 자본에 종속된 언론만 접한, 자본의 논리만 주입 받아온 결과였다. 하지만 여러 파업들, 투쟁들을 통해서 양질의 전화가 일어나듯 노동자 의식이 성장을 했던 것이다.

한편 우리 신규조합원들은 동시대를 어떻게 살아왔는가? 만성적인 공황의 결과 끊임없는 정규직일자리 감소가 일어났고 이에 따라 공공부문까지 비정규직 일자리가 꾸준히 증가해왔다. 자본주의가 강제하는 그 좁은 정규직 취업문을 통과하느라 이들이 지출한 비용은 막대하다. 이러한 시점에서 시험을 치르지 않고 입사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자신들과 같은 정규직대우(물론 승진이나 급여 호봉 등에서 이들과 일정한 차이가 있다고 하더라도)를 받는다는 것을 이들은 쉽게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다. 노동자 의식이 아직은 미약한 신규조합원들과 철도 공공성을 사수하기 위해 숱한 투쟁을 거친 그들의 선배들이 동시대, 같은 현장에서 살아가고 있음을 모두 이해해야한다. 그야말로 ‘젊은 보수와 늙은 진보’라 표현할 만하다.

 

처해진 환경, 조건이 의식을 1차적으로 규정한다고 말한다. 그렇지만 의식의 능동성과 이를 뒷받침 하는 실천이 조건을 변화시키기도 한다고 변증법적 유물론은 말한다. 비정규직 철폐가 노동자계급의 큰 전략이라면 이로 인해 발생하고 있는 현장의 진통에는 ‘슬기로운 전술’로서 대처해야 할 것 같다. 예컨대 현장 정서를 무시한 노동조합의 일방적인 원칙사수를 강요만 할 것이 아니라, 그리고 원칙을 강고하게 사수해야 한다면 중앙과 지부에서 원칙의 구체적 내용을 설명할 수 있는 간부들의 역량도 향상시켜야 한다. 노동조합의 헤게모니를 장악하고 있는 간부들의 ‘원칙은 지키되 구체적이고도 유연한 대응’, ‘신규조합원들의 집단이기주의적 여론 형성에 대처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 등도 여전히 남은 과제이다.

 

모든 비정규직의 철폐라는 기치, 나아가서 가진 자는 더욱 부자가 되고 나머지 절대다수는 있으나마나한 아니 오히려 없어지는 것이 나은 잉여인간으로 전락하고 마는 썩어빠진 이 자본주의를 철폐하자는 기치를 내걸고 노동자들이 싸울 수 있을 때 노동자 계급의식도 올바르게 성장해 나가지 않을까?

해결의 기미가 보이는 않는 만성적, 세계적 공황에서 정규직 노동자들의 자기방어기제, 특권의식은 자연스럽다. 전망이라고는 보이지 않는 사실 상 예비 룸펜프롤레타리아트들이 우글대는 현실에서 나락으로 떨어지기 두려워하는 정규직노동자의 몸부림은 철저히 방어적일 수밖에 없다.

이 안에 뛰어들어 맨땅에 헤딩하는 심정으로 조금씩이라도 정규・비정규 노동자들 간의 차별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을 고민하고 올바른 이론・실천으로 무장하려는 노력, 더불어 여러 활동가들을 과학적 이론을 향해 견인시키는 역할, 작금의 운동현장에서 ‘조합주의’, ‘노사합의주의’, ‘정규직 양보론’의 논리를 깨부수기 위한 현장 노동자들의 의식을 개선시켜 나가야 함을 과제로 고민하며 글을 마친다.  <노/사/과/연>

 


1) 아래는 성명서 전문이다.

한국철도공사 호남고속차량지부 조합원 일부는 하기와 같은 이유로 현재 진행 중인 한국철도차량엔지니어링의 정규직 전환 시 전국철도노동조합에서 탈퇴하기로 서명하였다.

1. 정부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무시한 강압적 추진

1) 가이드라인 6조 2항: 현 근로자 전환 채용에 관한 원칙 ㄱ) 현 근로자의 전환을 원칙으로 하되, 채용 대상자에 대해서는 최소한의 평가절차를 거쳐 추진. 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전환 정책을 예견한 불공정 채용도 우려되므로 가이드라인 발표 직전에 채용된 경우에는 보다 엄격한 평가 절차를 진행 ㄷ) 객관성이 결여된 평가절차나 객관성이 결여된 임의적 평가 시 향후 법적 분쟁이 예상되니 유의 위 조항들과 같이 전환에 앞서 엄중한 전환 원칙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평가절차에 관해선 아무런 언급 없이 조건 없는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향후 절차에 대한 준비도 없는 무분별한 전환이야 말로 채용비리이자 적폐일 것이다.

2) 가이드라인 6조 3항: 예외 (경쟁 채용) ㄱ) 공정채용이 보다 요구되는 업무는 현재 근무 중인 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경우 여타 국민들의 공공부문 채용기회가 박탈되는 불공정이 발생함 ㄴ) 이 경우 경쟁 방식에 의한 채용을 원칙으로 하되,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정책의 취지를 고려하여 가점부여, 제한경쟁 등 일정부문 비정규직 보호도 병행할 필요가 있음 실업자 수가 100만 명을 넘으며 청년 실업률이 11%를 돌파하는 현 시국에서 공공기관의 일자리를 비정규직에게 무조건 승계하는 것은 평등한 기회에 맞지 않으며 청년들이 선호하는 일자리를 강제로 선점하는 행위이다.

3) 가이드라인 3-1-3항: 정규직 전환 기준 (생명안전 업무는 직접고용) ㄱ) 국민의 생명・안전에 밀접한 관련이 있는 업무에 비정규직을 사용할 경우 업무 집중도, 책임의식 저하로 사고 발생의 우려가 있으므로 직접 고용이 원칙 ㄴ) 다만, 생명안전 업무의 판단기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으로 생명・안전업무의 구체적 범위는 기관별 노사 및 전문가 협의, 다른 기관의 사례, 업무 특성 등을 참조하여 기관에서 결정 ㄷ)향후 이해관계자 및 전문가 의견수렴 등 사회적 공감대 형성 과정을 거쳐 공공・민간부문에 모두 적용되는 공정하고 합리적인 생명・안전업무의 기준을 수립할 계획 전국철도노동조합 가장 강력히 주장하는 부분으로 ‘생명 안전 업무에 관해선 직고용이 맞다’라는 조항이다. 그러나 이하 조항에 대한 설명 없이 저 한 문구만을 내세우며 비정규직 직접고용은 당연한 것으로 설명해왔다. 하지만, ㄷ) 항에 따른 사회적 공감대 형성 및 합리적 기준이 없는 상태이며 이해관계자, 직원들의 의견수렴은 단 한 번도 없고 통보하는 방식이었다. 더불어 ‘기관별 노사 및 전문가의 협의’ 에 관해 교수를 비롯한 노사 전문가들이 토론에 있다고만 할 뿐 실질적 협의사항과 다른 기관들의 사례가 충분히 반영이 되었는지에 대한 설명도 없었다.

4) 가이드라인 7항: 정규직 전환 이후 임금체계 ㄱ) 과도한 국민 부담이 발생하지 않도록 기존 근로자와의 연대 및 협조를 통해 추진 ㄴ) 기관별로 임금체계를 설계할 때, 동일 직종의 임금체계를 충분히 조사・검토하되, 기관의 예산사정과 전환 전 임금체계 등을 우선적으로 고려하여 지속가능하고 합리적인 임금체계 설계 현재 한국철도공사는 매년 임금체계에 관련하여 골머리를 앓고 있다. 성과 상여금(12/15)문제, 직렬간 임금격차, 복잡한 통상임금구조, 공공부분 기본급 최하위와 같은 문제들이며 어느 하나 해결되지 않고 매년 전 직원들이 피해를 보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한국철도차량엔지니어링을 비롯한 많은 수의 직고용이 이루어 졌을 시, 기획재정부에서 지정해주는 총액임금을 제외한 성과상여금 문제는 어떻게 해결 할지 문제이며 이는 과도한 국민부담(국민 부담을 걱정하는 따뜻한 마음도 보인다!)으로 이어질게 당연한 부분이다. 더불어 직원 수가 늘어날수록 정부의 부담도 커질 것 이며 현재 직원들의 인건비 문제에 손실이 없을 것이라고 장담 할 수 없다. 이러한 가장 중대한 문제들조차 해결 되지 않은 채 정규직 전환에만 혈안이 되어있는 전국철도노동조합의 자세에는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있다.

 

2.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건에 대한 불충분한 설명 및 강압적 이해 강요 1) 위 항목과 같은 규정들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없을뿐더러 노사 및 전문가들이 어떤 식으로 토론을 하고 진행이 되고 있는지에 대한 설명은 단 한번 도 없었다. 아무런 조건 없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기존 정규직 직원에 대한 역차별이자 형평성에 어긋나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전국철도노동조합은 관례상 전에도 전환된 적이 있기에 신규 직원들이 이해하고 따라야한다 라는 식으로 강요만 해오고 있었다. 2) 전국철도노동조합은 비정규직의 직접고용이 총 인원 증가에 따른 인건비 증가로 임금손실은 전혀 없을 것이다 라고만 근거 없는 주장만 내세워 왔으며 정규직 전환의 방법과 과정은 무시한 채 단순히 조합원 늘리기에만 집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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