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사회과학연구소

그 선을 넘겠소!

박현욱|노동예술단 선언 “몸짓선언”, 자료회원

 

1. “그 사람 법 없이도 살 사람이야.”

어렸을 땐 종종 어른들이 이런 말을 하면 그게 무슨 의미인지 잘 알지 못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인격적으로 훌륭한 사람’이란 의미더라.

음… 그 어른들의 말이 맞다면,

그럼 결국… 법이란 사람들이 인격적으로 문제가 많기 때문에 존재한다는 뜻인데.

2. 역시 공당의 국회의원이라 그런지 틀린 말은 안 하신다.

“헌법 밖의 진보는 국민이 용납하지 않는다”

소위 요즘 벌어진 ‘진보당 내란음모 사건’을 두고 노동자계급정치세력화의 선봉으로 원내에 진출한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한 말이다.

당연히 헌법이란 한 국가의 질서를 수호, 유지하기 위해 존재한다.

그리고 소위 ‘국민’이란 그 국가의 권력 주체이다. 대한민국 헌법에만 봐도 (국가의)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잖아.

그러니 그 권력의 주체들이 자신들의 권력을 옹호하고 있는 헌법 밖의 그 어떤 세력이나 움직임 따위를 용납할 리 만무한 일이다.

3. 예전엔 지하철 역사에 열차가 진입할 때 이런 방송이 흘러 나왔다.

“열차가 들어오고 있으니 승객 여러분께서는 안전선 밖으로 한 걸음 물러서시기 바랍니다.”

뭐… 정확친 않지만 대충 이랬다.

응? 열차가 들어오니 안전선 밖으로?

도대체 어디가 안이고 어디가 밖이냐?

승객이 안전선 밖으로 물러나야 하는 거면 안전선 안에 있는 것이 열차이고 결국 이 안전선은 사람이 아니라 열차의 안전을 위한 안전선이었던 게냐?

암튼 이런 논란이 벌어져 지금은 그 방송 내용이 바뀐 것으로 알고 있다.

내, 외. 안과 밖.

내란 음모라… 대게 사람들은 그 ‘내’가 자신이 들어 있는 ‘안’이라고 자동적으로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소위 본인들이 속한 내부에 난리를 일으키는 일이라고…

1-1. 암튼 법이라는 것이 결국 사람들이 전부는 인격적으로 훌륭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로부터 발생할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장치라고 한다면, 궁극적으로 그 ‘법’이라는 것 자체가 필요 없게 되는 사회를 향해 나아가려 하는 게 ‘진보’일 게다.

그렇기에 어느 사회의 진보적 성숙도와 그 사회가 가진 성문법전의 두께는 반비례한다고 봐야할 일이다.

그럼에도 소위 ‘법치주의’의 신성성이 여전히 강조되고 있는 현실을 보면 우리 사회가 인격적으로 아직 한참 덜떨어진 사회란 얘기일 텐데…

2-1. 진보. ‘역사 발전의 합법칙성에 따라 사회의 변화, 발전을 추구함’

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갖고 있다. 또한 흔히 진보진영이라는 것을 사전은 ‘역사의 진보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사회를 변혁하려는 세력’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뭐… 인격적으로 더 성숙해지는 사회로(즉 법이 점점 필요 없어지는) 나아가는 것이 변화 발전일진데…

그렇기에 위의 그 국회의원님 말씀에 대해 외람되게 한 말씀 드리자면, ‘헌법 밖의 진보’라는 말은 그냥 동어반복일 뿐이다.

그 시대의 질서에 대한 물리적 규정력을 가지는 ‘법’테두리 안에 존재한다면 그건 이미 사전적 의미의 ‘진보’혹은 ‘진보진영’과 서로 부딪치는 개념이 되어 버린다.

당연히 당대 사회의 법 테두리 밖으로 뛰쳐나가려 하니 사회의 변화 발전을 추구할 수 있을 것이며 나아가 변혁을 추진할 수 있는 거 아닌가?

그러니 그 분의 진심을 헤아리자면 이렇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진보는 국민이 용납하지 않는다.”

3-1. ‘이 선을 넘지 마시오’

어떤 사회적 혹은 국가적 부당함에 항의하려 했던 경험이 있는 이들에겐 지긋지긋한 말이다. 흔히 공권력(사실은 국가권력)이라고 일컬어지는 경찰들은 언제나 그들 앞에 노란색 경계선을 치고 그 앞에 이렇게 써놓는다. ‘이 선을 넘지 마시오’

그래서 그 노란 선 앞에선 항상 혼란스런 광경이 펼쳐진다.

“국가의 모든 권력의 주체인 국민에게(헌법에 근거하여) 감히 어찌 국가가 물리력을 동원해서 선을 치고 넘지 못한다고 한단 말인가?”

대게 그 실랑이는 자신들로부터 나온다고 굳게 믿었던 권력의 물리력 앞에 무력하게 그 선을 넘지 못하는 ‘국민’으로서의 본인 모습을 확인하는 것으로 정리되기 일쑤다.

이 선을 넘지 말라는 것. 그 이유는 그 선의 안쪽(내)을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서이다.

그리고 그 선을 넘지 말라는 준엄한 명을 받는 이들은 그 선 앞에서 깨닫는다.

그 안전선 안에 있는 것이 권력이고, 실은 그들이 그토록 믿었던 것과 다르게 자신들은 권력의 안전을 위해 선 밖에 물러나 있어야 하는 이들임을.

1-2. 그렇다. 아직 인류가 성숙하지 못했기에(맑스의 표현을 빌자면 아직 인류역사의 ‘전사’이기에) 이 사회는 여전히 복잡한 성문법전을 필요로 하는 것일 테다.

성숙하지 못했다는 것, 아직은 전사라는 것, 그것은 여전히 인류가 ‘계급지배 사회’임을 의미한다.

그렇기에 법이란 본질적으로 계급지배 사회의 지배계급이 그들 지배를 유지하기 위한 물리적 수단으로서의 장치이다. 당연히 자본주의 사회인 지금 사회의 법이란 자본가계급의 지배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장치임이 그 본질이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이 사회의 대다수 민중은 사실 ‘법 없이도 살 사람들이 아니라 (현재의) 법이 없어야 살 사람들’인지도 모른다.

2-2. 국가도 마찬가지이다. 본질적으로 국가란 지배계급의 관리기구이며 물리적인 지배권력 그 자체이다. 그러한 질서의 가장 기본적인 운영원리가 천명되어 있는 게 바로 헌법이며 그 헌법에서 밝히는 바 ‘국가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고 한다면 당연히 ‘국민’이란 국가권력의 주체 즉, 지배계급을 의미하는 것이다. 자본주의 국가인 대한민국의 국민은 그 지배계급 즉, 자본가들이다. 혹은 적어도 그 자본가의 지배질서 유지에 부역하는 무리들(자본의 하사관계급)까지이다.

물론 그들 자본가계급은 이러한 지배 피지배의 질서가 들통날까봐 짐짓 시민이니 국민이니 하는 모호한 개념으로 물타기를 하지만 언제든 그 질서가 모순으로 첨예해질 때면 그 본질적인 즉, 계급적인 속성을 여과 없이 드러낸다. 혹, 믿기지 않으니 그런 현장이 있다면 증거를 대라 하신다면, 지금 당장 대한문 앞에 가서 1박2일만 있어보실 것을 추천드린다.

그리고 실은 위의 그 국회의원님은 누구보다 이런 현장을 다수 경험하신 분이다. 진보 즉, 현 질서를 변혁하려는 것을 국민 즉, 현 질서의 지배집단이 용납하지 않는다는 그 분의 말은 그런 오랜 실천적 경험에 바탕을 두고 나온 말이며 바로 그런 의미에서 진실이다.

3-2. 그저 이 소위 ‘헌법 밖 진보 운운’해프닝은 단지 진보적이라고 하시는 정치인분들, 혹은 노동자계급의 이해를 대변해 정치에 나서셨다고 하는 몇몇 정치인 분들이 실은 그들 자신이 ‘안전선 안’에 있는 분들임을 커밍아웃 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내란 음모… 어쩌면 그 ‘내란’이란 말 자체가 그들 지배계급의 음모인지도 모른다.

질서를 변혁하고자 하는 이들은 실은 그 내부 시스템에 지배 받으며 시스템의 일부로 살아가지만 권력적으로는 그 내부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봄이 더 정직하다. 아니 그 내부에 있는(그것이 국민이든 지배계급이든) 이들의 안전선 외부에서, 끊임없이 권력의 안전선 밖으로 한 걸음 물러설 것을 강요받는 이들이라고 보는 것이 맞을 게다. 그것을 인지한 사람들이 그들의 안전선 안으로 몰려들까봐 짐짓 그들 모두가 ‘내부’에 있는 것으로 착각하게 하기 위한 음모.

4. 현재를 살아가는 이들은 어쩔 수 없이 법적 행정적으로 ‘국민’이라는 신분을 부여받는다. 아니 엄밀히는 강요받는다고 봄이 타당할 것이다. 하지만 본질적, 계급적으로는 대다수 민중은 국민이 아니다. 실은 그래서 그들은 투쟁을 하면서 애국가를 부르지 않고 투쟁가를 부른다. 국민의례를 하지 않고 민중의례를 한다. 적어도 지금의 국가는 그들의 것이 아니라 그들을 지배하는 지배자들의 것이니까.

국민이 아닌 그들은 지배자들의 ‘헌법’을 뛰어넘으려 하는 ‘진보’를 지향하며 지배자들을 지키는 안전선 밖에서 그 선을 허물어뜨리기 위해 투쟁한다.

그러니… 이 자본주의 국가의 국민이거나 혹은 그러고자 하는 분들은

부디 민중의 진보를 향한 투쟁 현장엔 얼쩡대지 말아주시길… <노사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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