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사회과학연구소

무작정 희망을 가진다면…

이영훈 | 회원, 건설노조 조합원

 

 

 

1.

 

혁명革命[발음: 형명] revolution

명사

1. 헌법의 범위를 벗어나 국가 기초, 사회 제도, 경제 제도, 조직 따위를 근본적으로 고치는 일.

2. 이전의 왕통을 뒤집고 다른 왕통이 대신하여 통치하는 일.

3. 이전의 관습이나 제도, 방식 따위를 단번에 깨뜨리고 질적으로 새로운 것을 급격하게 세우는 일.

 

한국에서 제일 잘나가는 검색포털 네이버에서 혁명이라고 검색하면 나오는 뜻이다.

2017년 2월 13일 월요일, 처음으로 이 글을 끄적이는 시간. 사람들이 너도나도 혁명을 떠들어 대는 이 시국. 집회 현장에서 온갖 단체들이 다 나와서 뿌려 대는 유인물에도, 방송에서도, 신문에서도, 혁명이란다. 뭐가 달라졌나? 대통령이 아예 쫓겨나기라도 했나? 정권이라도 바뀌었나? 하다못해 민중의 삶의 질을 바꿀 수 있는 상황이라도 만들었나?

뭐 그렇다. 너도나도 개나 소나 그놈의 촛불혁명! 사람 몇백만 명 모인 게 그런 분위기가 날 수는 있어도 뭐가 혁명이라는 건가? 야당이건 여당이건 권력 가진 놈들이 쫄기는커녕 계산기 두드리면서 저울질하고 자빠져 있는 모습은 뭐냔 말이다.

 

 

2.

 

남들이 맹목적으로 진실을 추구할 때 기억하라, 진실이란 없다. 남들이 법과 도덕의 규율에 갇혀 있더라도 기억하라, 모든 것이 허용된다. 우리는 어둠 속에서 빛을 섬긴다.

 

어디서 나온 어떤 불순한 역사와 전통을 가진 단체의 강령 같아 보이지만 올 초에 시원하게 망한 영화 ≪어쌔신크리드≫에 나오는 대사다.

남들이 법과 도덕의 규율에 갇혀 있더라도 모든 것이 허용된다니. 저런 게 현실 단체의 강령이었다면 아마 국가보안법이나 태평양 건너 미국의 애국법으로 밟혔을 듯하다. 그런데 현실은 상상을 뛰어넘는(?) 법인지라 이미 정치인, 기업 관계자 분들과 국가 요직 한자리 차지하시는 수많은 분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법과 도덕 따위 자기 마음대로지 않나? 민중들은 법과 도덕에 갇혀 저항조차 눈치 보며 하고 있고. 그들이 진실을 요구하며 촛불을 밝히고 요란한 조명을 광장에 비추는 이 시국에도, 지배계급은 그들의 얼굴마담을 스스럼없이 내치며 사상적 경제적 정치적 억압을 멈추지 않고, 역설적으로 수많은 저항하는 민중들이 어둠 속에서 신음하며 한줄기 빛과 희망을 갈망하며 애쓰고 있는데 혁명이라뇨?

 

 

3.

 

구관이 명관이다 [속담]

1. 무슨 일이든 경험이 많거나 익숙한 이가 더 잘하는 법임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2. 나중 사람을 겪어 봄으로써 먼저 사람이 좋은 줄을 알게 된다는 말.

 

한국에선 민주정부(?) 10년 이후 이명박, 박근혜 정권으로 죽겠다고 난리들이고, 멀리 물 건너 미국에서도 요즘 대통령이 바뀌고 난리들이다. 저놈들도 제정신이 아니네, 오바마가 얼마나 좋은 대통령이었는데 어쩌니 하면서 한국에서는 손가락질하기 바쁘다.

오바마에 대한 대중의 현재 반응은 (지금 내가 접하는 기사들은 한국 언론을 통해서 주로 접했기에 미국 본토에서는 어쩐지 모르겠지만) 마치 김대중, 노무현을 보는 것 같다. 그래서 무섭다. 지배계급을 위한 권력자의 충실한 모습은 눈 녹듯이 사라지고 매력적인 개인의 모습만이 남은. 그 이후 이어지는 훌륭한 지도자라는 환상에 목매는 불쌍한 가족과 이웃들의 모습도.

 

 

4.

 

58% 고공 지지율 오바마, 역대 최저 40% 트럼프에 바통터치(≪연합뉴스≫, 2017. 1. 18.)

 

그가 얼마나 훌륭하길래 현 시국에서 트럼프보다 더 좋은 소리를 듣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기억하는 훌륭한 오바마 치하의 미국은 좀 달랐던 걸로 기억한다.

이라크전 끝낸다더니 증파하고 금융위기 발발하고 나서 월가와 금융자본에 무한 구제와 혜택을 퍼붓고 이에 참다못해 월가를 점령하라는 시위가 나타나고 경제는 끝을 알 수 없는 공황 속에 0% 금리와 양적 완화 그 외 기타 등등… 아 최근에 한국에 고고도 미사일 방어 어쩌구저쩌구하던 2조 원짜리 싸드 설치하라고 하던 정권도 오바마 정권 아니던가? 너무 좋은 분이 미국의 대통령이라 그 치적도 몰라보고… 죄송합니다.

물론 의료보험 부활시키겠다고 오바마 케어니 제조업 회귀니 뭐니 온갖 다른 얘기하는 분도 있겠지만 글쎄? 전자의 업적들이 너무나 대단해서 별 볼 일 없어 보인다.

마냥 까대는 것 같지만 그의 첫 임기 초 영화감독 마이클 무어의 서한을 인용해서 현 정세와 나름 비교해 보겠다. (사실 인용하지 않은 첫 부분은 마음에 안 드는 부분도 있지만.)

 

오바마, 심장의 소리를 들어라…마이클 무어 공개서한(≪프레시안≫, 2009. 12. 2.)

 

오바마 대통령께.

당신은 진정 또 하나의 전쟁 대통령이 되고 싶으신가요? 육군사관학교에서 아프가니스탄 철군이 아닌 증파를 선언한다면 당신은 새로운 전쟁 대통령이 됩니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에요. 당신이 최악의 선택을 한다면 그것은 당신을 대통령으로 뽑아 준 수백만의 사람들이 가졌던 희망과 꿈을 짓밟는 일입니다. 당신의 연설 한 번으로 당신을 당선시키기 위해 선거운동의 중추가 됐던 수많은 젊은이들은 환멸에 찬 냉소주의자가 될 것입니다.

우리 경제는 여전히 무너져 있고 우리의 귀한 청년들은 교만과 탐욕의 제단에 바쳐지고 있습니다. 그런 때에 당신이 정녕 전쟁 대통령이 되고자 한다면, 미국이라는 이 거대한 문명은 빠른 속도로 붕괴하고 역사에서 지워져 버릴 것입니다. 제국들은 종말이 목전에 오기 전까지는 그게 그렇게 가까이에 있는지 결코 생각지 못했습니다. 제국들은 어떤 더 사악한 것이 무지렁이들을 복종시킬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러지 않았습니다. 제국은 언제나 그 무지렁이들에 의해 무너졌습니다.

 

우리네 민중의 현재 세상살이를 저 비참한 표현에서 얼마나 아름답게 쓸 수 있나? 오바마의 미국과 전 정권인 조지 W. 부시의 미국과 뭐가 다른가?

 

… 당신이 재임 첫해 동안 했던 훌륭한 말과 행동들은 이 전쟁으로 인해 묻힐 것입니다. 공화당에게 콩고물 하나를 더 던져줄 때, 희망을 품은 이들과 희망을 잃은 사람들이 뭉쳐 만든 연대는 깨질 것입니다. 그리고 이 나라는 곧바로 증오에 찬 사람들의 손아귀에 들어가게 될 것입니다. 대통령님, 신중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당신을 후원하고 있는 기업들은 당신의 재임이 불가능하다는 게 분명해지자마자 당신을 버릴 것입니다. 그리고 이 나라는 그들의 분부대로 움직이는 얼간이들에게 다시 넘어갈 것입니다. 육군사관학교 연설 다음 날부터 그럴 수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마이클 무어의 생각과는 달리 오바마는 민중들을 잘 달래고(혹은 농락하고) 지배계급을 잘 섬겼기에 재임에 성공하고 이후의 임기도 무사히 마친 것 같다.

2017년 2월 23일 현재 박근혜는 사실 오바마나 노무현처럼 해내지 못했기에 지배계급들의 최고의 권위적 수단인 의 이름으로 스스럼없이 내처지는 중인 것이 아닐까? 지들 얼굴마담 하라고 대통령 시켜줬더니 자기만 처먹고 자본가들이 해 달라는 것들을 제대로 처리도 못해 주고 뻘짓만 하니 얼마나 짜증이 났겠는가?

 

우리 민중들은 당신을 아직도 사랑합니다. 우리 민중들은 아직도 일말의 희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민중들은 더 이상 받아들일 수는 없습니다. 당신이 수백만 표의 차이로 당선되었을 때로부터 점점 뒷걸음질 치는 것을 참을 수가 없습니다. 왜 당신이 압승을 하게 됐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겁니까?

 

미국 사람들이 오늘날 과연 단순히 투표를 잘못해서 월가를 점령하러 나갔었고 경제공황의 늪에 빠져 고생하는 것일까? 맨날 주어팩트니 너도나도 떠들어 대는 요즘 다들 정작 우리 사회가 자본주의 사회라는 것을 생각하지 못하는 것 같다.

 

군대를 조금만 더 보내면 전세가 바뀔 수 있고 당신을 증오하는 이들로부터 환심을 살 수 있다는 말에 속지 마십시오. 그들은 이 나라가 갈기갈기 찢길 때까지, 그리고 가난한 이들의 마지막 1달러까지 빼앗을 때까지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당신이 백만 명의 군대를 보낸다고 해도 저 미친 우익들은 만족하지 않을 겁니다.

 

전쟁에 수많은 젊은이들의 목숨을 갖다 붓는 일을 멈추지 않는 자에게 노벨평화상이라니… 나의 어머니도 비웃었다. 제깟 놈이 뭔데 무슨 공헌을 했길래 평화상이야? 싸드를 설치해서 이 한(조선)반도를 분쟁의 장으로 기어이 지 임기 마지막 순간에 끌고 들어가고. 조지. W. 부시 정부의 미국과 하나도 다를 바 없는 제국주의 전쟁 행보를 멈추지 않으신 분이신데? 투기자본은 근로대중이 낸 세금으로 기사회생하여 전 세계를 향해 투전판을 멈추지 않고 상품시장을 마구 흔들어 대고 있는데 이런데 훌륭하다? 박수받아 마땅하다구요?

기사의 마지막으로 가는 부분은 지금 벌써부터 선거를 학수고대하는 분들을 위해 한번 권해 드리고 싶은 내용이다.

 

당신에게 표를 던지고 당신을 위해 기도하고 당신이 승리했던 날 밤 눈물을 흘렸던 우리 모두는 지난 8년간 우리의 이름을 팔아 범죄를 저지르는 지옥 같은 나날을 견뎌왔습니다. 고문과 강제 송환, 우리를 공격하지 않는 나라에 대한 침공, 아프가니스탄 결혼식장에 대한 살육. 우리는 수십만의 이라크 주민들이 학살되고 수만의 용감한 우리 젊은이들이 죽거나, 불구가 되거나, 정신적인 고통 속에 사는 것을 보았습니다.

당신에게 표를 던지면서도 기적을 바랐던 건 아닙니다. 엄청난 변화를 바랐던 것도 아닙니다. 그렇지만 조금은 기대했어요. 이 광기만은 멈추게 할 것이라고. 죽음의 굿판을 멈추기 바랍니다. 무력으로 나라를 만들 수 있다는 어리석은 생각을 거두세요. 그 나라는 제대로 모양을 갖춘 나라가 된 적이 한번도 없었습니다.

 

고작 그놈의 투표나 한번 하려고 지옥 같은 세월을 견디고 또 당하고… 투표로 심판하자? 그것이야말로 저들 지배자들이 바라는 최고의 악순환 그 자체 아닌가? 민중이 쥐여 준 무력이 내국이건 외국이건 모두 민중을 짓밟는 데 (기업의 노동자들은 뭐 말 안 해도 입이 아프다) 쓰였다는 것만큼은 지금 이 순간에도 차이가 없다. 한국도 마찬가지고. 오늘도 우리와 같은 누군가는 열심히 밟히고 있겠지.

 

 

5.

 

The road to hell is paved with good intentions.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되어 있다.

 

사람들은 오늘도 지옥불 반도, 헬조선을 열심히 외치며 인터넷에서 크게는 넓은 광장에 나와서 구원을 찾아 헤맨다. 다음 아고라 같은 데 나름 논객이랍시고 올라온 글들을 감상해 보면, 외국으로 이민 가라(나는 도망치라는 말로 들린다) 선진국은 복지가 어쩌고 우아한 이야기를 떠드는 분들, 나름 똘똘한 것 같다며 각자도생을 외치며 공부하라는 사람 등등… 이런 글들을 최근까지도 여러 번 접했던 내 요즘 생각은, 나 자신과 옆에 동료의 인생은커녕 서로 못 죽여 난리치는 이 살벌한 세상, 21세기 자본주의 사회에서 저런 방식의 글과 이야기를 수많은 사람들이 보고 듣게 될 텐데, 모두가 각자도생한다고 구원을 찾을 수 있을까? 이 공황의 시대 각자도생은 새로운 지옥으로 가는 길을 개척하자는 것 같다. 10 중 8‒9가 지옥인데 그나마 남은 한 곳이 유지가 되겠는가?

요즘 지상파 TV에는 벌써부터 누가 국민을 위한 후보이네 어쩌네 신개념 검증을 하네 하며 지배계급의 축제를 준비하고 있다. 너무나 잘 짜여진 예정된 담합이나 각본이 있지 않은 이상 어느 미친놈들이 대통령이 완전히 쫓겨난 것도 아닌데 잔치판을 벌일 준비를 할까? 대중들의 시선도, 그렇게 욕하던 방송사 프로그램에 어떤 후보가 잘났네 뭐네 하며 벌써 쏠려 있다. 정치적인 힘이라는 수단을 가져오기 위한 우리만의 조직을 못 가진 것에 대한 반성도 해야겠지만, 그동안 부당한 억압을 당했다며 난리 치는 방송국들의 태도는 매우 노골적이다. 뭣이 중헌디? 탄핵은 따 놓은 당상이고 민주당과 부르주아 진보 차기정권 입맛 맞춰야지! 선거준비나 해!

이러면서 광장에 나오는 수많은 민중들에게 공연 보여 주고, 촛불 소등놀이 시키고, 적당한 구호 하나 교묘하게 집어서 대중의 분노를 누그러뜨리고, 잔치판 만들어 놓곤 집회를 만들어 가는 주체가 누구죠? 그러니 모금해 주세요, 이러면서 집회 끝날 때쯤 되면 여러분 다음에 다시 만나요~로 끝나는, 무엇인가 본질은 사라지고 사람 끌어모아 놓고 우리 앞에 서는 사람들이 자기네들 대단함을 선전하는 재미에 놀아나는 느낌이다. 중간중간 날이 춥거나 잠시 소강상태가 될 듯하면, 민주당과 진보정당들은 자기들 당원들 동원해서 여론을 유지하려 하고, 촛불은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취급이다. 이런 야비한 놈들이 정권을 잡는다면 뻔하지 않겠나? 주체는 민중이 맞는데 구심점 없이 사분오열된 불쌍한 민중들… 새로운 의식을 향하고 고양할 대중정당이 없다면 앞으로도 선의로 포장된 지옥도로를 달리거나 걷게 될 것이다.

 

 

6.

 

Rotation of IMG_0653

 

2017년 2월 25일, 저 사진이 보여 주듯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노동자민중은 아무것도 바뀌지 않고 내놓지 못하겠다는 자본주의를 향해 여전히 울부짖고 있다.

마지막 하고 싶은 말은, 방송에서 남발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제발 무언가 표현할 때 혁명이라는 단어를 함부로 쓰지 말았으면 한다. 광장에 매주 사람들이 가득 차고 뭉치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는 변화를 줬지만, 민중은 저들로부터 아무것도 뺏거나 되찾지 못했다. 진정 제정신인 사람이라면 이 단어를 함부로 쓸 수 없을 것이다.  [노/사/과/연]

노사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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