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사회과학연구소

15명 버스 노동자들의 인간다운 삶 쟁취기

박상길 | 공공운수노조 서울경기강원지역버스지부 지부장

 

 

 

민주노총 산하 공공운수노조 서울ㆍ경기ㆍ강원지역버스지부 평창운수지회는 “2015년 임금협약 갱신”을 위한 단체교섭을 작년 8월부터 진행해 왔습니다.

지회는 사 측의 성실교섭을 기대하며 7차에 이르는 교섭을 진행했습니다. 요구안은 시급 14% 인상, 상여금 50% 인상, 하계휴가 3일 및 휴가비 지급이었습니다. 그리고 조속하게 단체교섭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해결 방안을 제시하였고, 파국을 막기 위해 요구안을 수정하여 제시하는 등 노력을 다했습니다. 하지만, 사 측은 오히려 지회의 요구안에 대해 계열사인 강원여객, 강원흥업(한국노총 전국자동차연맹 소속 약 400여 명)과의 형평성을 주장하며, 임금체계를 3년 단위 호봉제로 전환할 것을 제안하고, 요구안 중 시급 인상만 언급할 뿐이었습니다.

이에 따라 지회는 노사 간 자율적 교섭으로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작년 11월 20일 강원지방노동위원회에 쟁의행위 조정신청서를 접수했습니다. 11월 29일에는 조합원 총회(쟁의행위찬반투표 100% 찬성 가결)를 통해 쟁의행위 돌입을 결정했습니다.

12월 7일과 16일에 두 번의 조정회의를 통해 조정합의문 작성까지 했으나 사 측이 조정안 문구 중 “호봉제 전환 시 상여금 지급 기준을 1호봉으로 한다”라는 문구를 추가하였고, 지회는 사 측의 안대로 할 경우 임금 삭감안에 동의하는 것이라고 판단하여 최종적으로 조정안을 거부했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평창운수에 매년 막대한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는 평창군청은 사 측의 무성의한 태도를 지도 감독해야 함에도 권한이 없다면서 강 건너 불구경만 했습니다. 현재 평창군청은 평창운수에 각종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버스운행을 책임지고 있는 버스노동자들의 열악한 임금과 노동조건을 일정 정도 개선하는 성과를 가져왔습니다. 또한 버스를 이용하는 군민들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공공성을 강화하는 효과를 가져왔습니다.

 

버스노동자들은 오랜 동안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 휴게시간과 식사시간도 보장받지 못하는 열악한 노동조건에 내몰려 살아왔습니다. 지회는 저임금 구조를 개선하라고 요구했습니다. 한 달에 19일 만근 기준으로 급여가 1,700,000원으로, 각종 세금을 공제하면 지급받는 임금은 1,500,000원 남짓입니다. 최소한의 생활을 위해 5일-6일 더 연장근무를 해야 하는 현실입니다. 그러나 사 측과 평창군청은 대안을 제시하기는커녕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고, 시간 보내기만 했습니다.

버스노동자들의 인간다운 삶은 바로 버스를 이용하는 군민들의 안전과 직결된 것입니다. 지회는 전면파업을 예고했지만 군민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회차투쟁, 군청 향방투쟁, 시한부파업, 전면파업 순으로 쟁의행의를 진행했습니다.

쟁의행의 돌입 후 사 측과 3차례 교섭을 진행했고, 지난 1월 4일, 6시간 동안 진행된 교섭 끝에 시급 6.5% 인상, 상여금 50% 인상, 쟁의행위를 이유로 조합원들에 대해 불이익 처우, 일체의 민ㆍ형사상 소를 제기하지 않는다, 쟁의 기간 중 교섭위원인 지회장, 부지회장, 사무장에 대한 만근(임금)보장 등의 합의를 이끌어내고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투쟁은 마무리 되었지만 민주노조투쟁은 평창운수 담벼락을 넘어선 지 오래입니다. 언급했듯이 지회는 같은 계열사인 강원여객, 강원흥업의 한국노총 전국자동차연맹 소속 노조처럼 사 측이 시키는 대로 하지 않았습니다. 부족하지만 민주노조답게 스스로 결의하고 투쟁을 통해서 획득해냈습니다. 강원지역 버스현장에서 민주노조의 불꽃을 우리 15명의 조합원들이 만들어 낸 것입니다. 이 작은 불꽃을 거대한 들불로 만들어 내기 위해, 투쟁은 계속 이어질 것입니다. <노사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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