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사회과학연구소

[현장] 서울교통공사의 신종 노조탄압에 맞서 사활을 걸어야 할 때

 

허명도 |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 지축정비지회장

 

 

 

노동자는 자신의 노동력을 자본에 팔고 일정한 임금을 받아야 살아갈 수 있습니다. 임금의 정도와 노동력 판매의 형태는 각기 상이하겠지만 기본적인 틀은 그렇습니다. 그런데, 현재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은 과거 1994년, 1999년, 2004년 여러 굵직한 지하철 전면파업과 비교해 봐도 유래가 없는 34명의 대량징계와 그중 25명의 노동조합 간부들이 집단해고되는 사태를 겪고 있습니다.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는 방만한 근태에 대한 전수조사 이후 위반 수위에 따라 취한 조치라고 선전하며 언론을 통해 왜곡된 선전을 하고 있습니다만 도대체 서울교통공사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고, 이번 집단해고 사태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지 생각해 봅시다.

 

1. 첫 번째 효시: 대의원대회 참여 불인정

작년 9월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산하)은 23년 쟁의행위 발생 결의를 위해 임시대의원대회, 이어서 본부(과거엔 지부) 임시대의원대회를 개최하였습니다. 그러나 사측은 본부 임시대의원대회 개최 사실 자체를 인정하지 않으며 본부 대의원대회에 참여한 대의원 당사자들이 대의원대회 종료 즉시 각 근무지로 복귀하게 되어 있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잣대를 들이대며 집단적인 “불문경고” 처분을 내립니다.

그리고 같은 날 대의원들 중 한 명은 지회 청년부장의 역할을 겸직하고 있었는데 대의원대회 전날 강원도 양양에서 조합원 단합행사 이후 아침에 자차로 출발해 대의원대회에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전날 밤 조합원이 물놀이 사고로 인하여 인근 병원으로 긴급이송되는 상황에서 행사의 책임자로서 보호자 역할을 하느라 부득이하게 대의원대회에 늦게 참가하게 되었고, 해당 사실을 근무지 관리자 역시 상황을 이해하고 승인하며 종결된 내용을 사측은 이후 몇 달이 지나 11월경 언론을 통해 “노조 간부가 대대에 참여하겠다며 외근을 신청해 놓고 양양에서 서핑을 즐겼다”며 이미 사실 관계를 충분히 파악하고 있음에도 전혀 몰랐던 근태위반 행위를 적발한 양 악의적인 공격을 기획합니다.

 

2. 근로시간면제제도(타임오프) 사용자들에 대한 인권 말살적 조사

우리는 공사와 매년 일정한 합의를 통해 조합원 수 비례 일정한 근로시간면제를 부여받게 됩니다. 그러나 공사는 지정된 타임오프 사용자(예를 들어 당연직인 위원장, 사무처장, 본부장)들을 제외한 노동조합 구성원에게 시간을 부여해 사용했다는 황당한 주장을 통해 타임오프 사용자들의 평소 근태가 의심된다며 공사 감사실을 통해 약 180여 명의 조합원들의 1~2년치 근무이력 및 개인정보를 조사 및 열람하는 기행을 저질렀습니다. 그렇게 해서 각자 차이는 있지만 누군가는 700여 일, 또 누군가는 10여 일의 기간에 근무이력이 증명되지 않는 관계로 무단결근을 의심할 수밖에 없으니, 알아서 소명할 자료를 가져오라 통보합니다. 그중 어떤 노조 간부는 사측과 공식적으로 협의를 진행했던 날들도 포함되어 있거나, 1년에 두 번 있는 회사 체련대회, 혹은 휴일까지 포함시키는 등 마구잡이, 엉망인 조사는 그렇게 차근차근 진행되었던 것입니다.

실은 이 글을 쓰는 저 역시도 조사를 받은 대상자였습니다. 저의 경우 공사에서 무단결근 의심이 35일이 있다면서 그 근거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① 근무일에 회사의 구내식당을 이용하지 않은 날.

② 근무일에 회사의 전사포탈(인트라넷)에 접속하지 않은 날.

③ 근무일에 사원증을 사용하여 지하철을 이용하지 않은 날.

 

나열하기조차 부끄러운, 비루하기 짝이 없는 기준입니다.

우선 근무일에 구내식당을 이용하지 않았다는 점과 지하철로 출ㆍ퇴근을 하지 않는 것을 근거로 삼는 것이 얼마나 어처구니가 없는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잘 아실 것입니다만 ②번의 경우, 저는 차량기지 정비창에서 지하철을 고치는 노동을 하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사무실에 앉아 서류나 행정업무를 다루는 일이 아니다 보니 회사 인트라넷에 접속할 이유가 없다면 접속하지 않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그럼에도 공사의 감사실은 근무지에 있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기지국을 통해 핸드폰 통화기록을 제출하거나, 개인별 GPS 타임라인 이동동선 기록을 제출하거나, 신용카드 사용내역 등을 제출하라는 등 인권 유린적 요구를 서슴지 않았던 것과 동시에 제출을 거부하는 조사대상자가 있다면 “떳떳하다면 왜 제출하지 않느냐? 켕기는 구석이 있어서 그렇지 않냐!”라는 저열한 논리의 남발이 그들의 주된 수법이었습니다.

현재 자본주의하의 부르주아 국가 헌법에서조차 형식상으론 무죄추정의 원칙이란 것을 표명하고 있습니다. 즉 혐의를 입증할 만한 증거를 제시하기 전까지 그는 죄를 지었다고 볼 수 없습니다. 그러나 어떤 사법권도 가지고 있지 않은 일개 공사의 감사실이 자행하는 감사기법은 현 지배계급의 노동자계급을 향한 공안탄압의 핵심인 검찰과 비교해 본다면 더하면 더했지 조금도 달라 보이지 않습니다.

 

3. 탄압에 맞서 노동조합은 무엇을 하고 있나?

위 몇 가지 사례들의 기가 막힘은 계속하여 언급하고 있으나 도대체 수십 명 규모의 신생 소규모 노동조합도 아니고 자그마치 1만 조합원 규모의 30년이 넘는 노동조합에서 이러한 수모를 겪게 된 이유 중 가장 큰 것은 몇 번의 결정적인 순간마다 노동조합의 대응이 안일했거나 혹은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작년, 재작년 오세훈 서울시장과 백호 서울교통공사 사장은 반동적인 신자유주의적 정책을 취임 전부터 감추지 않고 있었습니다. 전체 약 1만 7천 명의 정원 중 2천 2백 명의 대대적인 인력감축, 점진적 외주화 확대 및 지하철 요금인상 등 노동자계급의 공공성을 훼손하는 각종 정책을 예고해 왔고, 실제로 차근차근 실행시키는 과정을 밟아 왔습니다만 그에 맞서 노동조합은 작년, 재작년 파업 등 쟁의행위에 어찌어찌 돌입은 하였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파업의 위력이 미처 발휘되기도 전에 이른바 “극적 타결”해 버리면서 노동조합이 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단체행동, 그렇기에 자본과 정권이 악몽으로 여기며 목숨을 걸고 막으려 하는 파업이란 무기를 허무하게 내려놓았고, 가혹하디가혹한 대가를 감내할 수밖에 없던 것입니다.

현재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은 대량징계, 해고뿐 아니라 작년 쟁의권을 스스로 반납한 다음 벌어진 ‘이사회를 통한 383명 정원감축 날치기 통과’ 이후 부족한 인력으로 무리하게 업무를 소화하던 중 오랜 숙련도를 가진 노동자가 감전당해 사망하는 등의 풍파와 혼란 역시도 온몸으로 겪고 있습니다.

물론, 지금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이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해고자복직투쟁위원회(해복투)”를 구성하여 부당해고를 분쇄하기 위해 선전전과 같은 일상 투쟁을 전개하고 있고, 각 현장에 들어가 소식지를 배포하며 상황을 공유하는 등의 활동과 지방노동위원회에 법적인 대응을 하고 있습니다만 이미 서울시와 공사의 교활한 ‘노동조합 무력화 공세’에 뒤흔들어진 현장의 노동조건과 그에 따른 정서의 변화, 이른바 MZ세대들이 주축이 되어 만들었다는 반동적 어용 노동조합이 부르주아 계급의 나팔수들과 하나 되어 왜곡되고 그릇된 선전 속에서 그 힘이 약화되어 있는 것이 분명한 사실입니다. 그렇기에 아마 올해 다가올 단체행동의 여러 쟁점 중 노조활동탄압 분쇄, 부당징계ㆍ해고 분쇄는 사활을 걸고 투쟁하지 않는다면 이후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의 존립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로 엄중한 상황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4. 이번 노동조합탄압을 놓고 현장의 분위기는 어떠한가?

과거 “서울특별시지하철공사”에서 1-4호선, 5-8호선을 분리한 뒤 다시 통합하여 현 “서울교통공사”로 오기까지 과정에서 노동조합은 가장 큰 파고의 세대교체의 시기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과거 지하철 투쟁이 불법으로 규정되어 탄압받던 시기에 노동조합을 하던 “선배 노동자”들이 대거 퇴직했거나 수년 내에 거의 대부분 현장을 떠나고 그 자리를 “치열한 경쟁을 뚫고(?)” 들어온 신규 노동자들이 대신하게 됩니다. 신규 노동자들이 가진 주된 정서를 살펴보면 노동조합운동에서 횡행했던 부문주의와 실리주의, 조합주의적 경향과 대단히 유사한 경향들이 겹쳐 있고, 이러한 경향들은 결국 새로운 반동적 노동조합을 탄생시키는 결과를 낳게 되거나, 현재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 내에서 역시 효과적으로 견인하기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같습니다. 따라서 이번 사태를 놓고도 다양한 헤게모니가 존재하지만 그중 추려 보자면 “노동조합 간부는 일도 하지 않았음에도 부정하게 임금을 도둑질한 자” 또는 “공사의 사규에 있는 근태지침에 따라야 한다”가 있는 것 같습니다.

 

5. 나의 권한의 위임과 위임된 활동의 보장

“노동조합 간부”는 투표를 통한 선출, 또는 임명을 통한 선임으로 노동조합의 가장 근본적인 구성원인 조합원들에게 노동조합 활동 권한를 위임받은 사람들입니다. 즉 나의 임금, 인력, 후생ㆍ복지 등등의 나와 연관되어 있는 모든 직접적, 간접적 노동조건을 위임받아 노동조합의 대표성을 가지는 것입니다. “나”라는 노동자 한 사람이 자본을 상대로 1 대 1 대응을 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우니 노동조합을 만들고, 자연스레 노동조합은 노동자계급의 자주적 결사체로서 집단주의 원칙을 견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노동조합의 간부들의 활동은 기본적으로 조합원들의 이익에 수반하는 공적인 업무를 수행하라는 특별한 업무를 우리 스스로들이 간부들에게 부과한 것입니다.

그럼에도 이번 노동조합탄압을 타당한 것이라고 본다면 앞으로 누가 조합원의 권리를 대변하는 역할을 수행하겠습니까? 결과적으로 당신의 노동조건을 앞서서 대변하는 권리를 당신 스스로 포기하는 결과를 만드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무슨 노사협의회를 한다고 가정해 봅시다. 사전에 몇 차례의 실무회의, 안건 논의를 거쳐야 합니다. 이것은 안타깝게도 아직까지 노동조합의 일정보다는 공사의 스케줄과 시간에 우선합니다. 평일 근무시간에 노사협의회를 준비하던 노동조합 간부는 파렴치한 사람이 맞게 되어 버린다면 이제 서울교통공사 내에 제대로 된 노사창구는 존재하지 못할 것이며 그 대가는 고스란히 우리들이 감내하게 될 것입니다. 이미 일련의 과정 속에서 노동조합이 현저히 약화되었고, 징계로 인하여 현장 간부의 구성이 절반을 겨우 웃돌고 있는 실정은 서울시와 공사의 노동조합 무력화 전략이 벌써 절반은 성공하고 있음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또한, 이 모든 탄압의 최종적 목적은 공사가 언제든 마음대로 현장을 통제한다는 것입니다.

생각해 보십시오. 노동조합 간부가 근태를 위반한 것만 문제 삼고, 무노조 직원 아무개의 근태 위반은 모른 체 넘어가겠습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결국 이 모든 것은 공사의 현장통제, 감시가 일상적으로 확대되는 발판을 마련하는 것입니다. 설령 노동조합의 권한을 가진 자가 이번 조사 결과 어느 정도 비판의 여지가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럼에도 조합원이 위임해 준 권한을 바르게 수행하지 않은 비판은 어디까지나 노동조합의 구성원들이 죄를 물어야 마땅하지, 자본 또는 정권의 철퇴를 기대하는 것은 올바른 것이 아닙니다.

 

6. 반복되는 노동조합의 무기력함을 지금 끊어 내야 한다

서두에 적었던 것처럼 노동자가 내가 가진 몸뚱이를 자본에 팔지 못한다는 것은 굶어 죽으라는 표현과 다르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해고는 살인이다”라고 말합니다. 공사 전체 36명,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에만 25명이 해고되어 있는 상황에 더해 앞으로 서울교통공사의 노동자들은 더욱 ‘근면’ ‘성실히’ 일할 수밖에 없는 조건에서 노동하고 있고, 그마저도 악화되어 가는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직렬 직종을 가리지 않고 밀어붙이는 일방적 업무방식 개편, 노동조건 통제와 인력 구조조정이란 신자유주의 광풍 아래에서 그 공백은 고스란히 노동자들이 메꾸며 해소하는 방식입니다. 과거에도 그래 왔고, 지금도, 앞으로도 공사는 그렇습니다. 지금껏 비교적 온건하게 노동조합을 유지해 올 수 있던 현실에 안주하던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은 전례 없는 노동탄압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사실 그렇게 유지해 올 수 있는 까닭은 과거 지하철을 멈추는 일체의 쟁의행의가 불법임에도 불구하고 언론과 공권력의 집중포화를 더욱 강고한 투쟁으로 돌파하려 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었습니다. 이제 투쟁의 약발(?)이 떨어져 가는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 더 나아가 개량화되어 가는 한국 사회의 노동조합운동과 노동자계급의 이데올로기적 성숙도를 다시 고양하는 24년 투쟁이 되지 못한다면 민주노조의 미래는 당장 몇 년간은 잔존할 수 있겠으나 오래가지 못할 것입니다.

해고는 살인이다!! 노동탄압 분쇄!! 노동조건 쟁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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