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사회과학연구소

[현장] 글로벌 삼성재벌에 맞선 투쟁 과정에서 산화한 열사 ― 정우형 열사 2주기 추모제 추도사

 

허영구 | 정우형 열사 대책위 공동대표

 

* 이 글은, 지난 5월 12일 마석 모란공원에서 진행되었던 ‘삼성 해고자 정우형 열사 2주기 추모제’의 추도사입니다.

 

 

오늘 정말 좋은 날씨입니다. 매달 두 번째 일요일 모란공원 열사묘역 정비사업하는 날이기도 합니다. 아름다운 봄날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총선이 끝났지만 세상은 하나도 바뀌지 않았습니다.

 

제가 30여 년 전 노조에서 시무식 겸 열사묘역을 참배할 때만 해도 모란공원 열사는 몇 분 정도 모셔져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200여 분 정도 됩니다. 그 시간 동안 치열한 삶과 투쟁 과정에서 목숨을 바친 열사들이 이곳에 잠들어 계십니다. 그 이전 군사독재정권에 의해 목숨을 잃은 열사분들을 이곳으로 이장한 탓도 있습니다.

 

오늘 같은 날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게 적절할지 모르겠지만 운동의 성지인 열사묘역을 찾는 사람들 중에는 운동을 배신했거나 노선을 변경한 사람들이 뻔뻔하게 추모제에 참석하기도 합니다. 아니면 신년 초 시무식 때 열사묘역 참배하고는 열사의 정신과 거리가 먼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곳이 그런 사람들에게 면죄부를 주고받는 자리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인간은 물론이고 성스러운 공간도 변한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마침 민주노총이 전태일 열사 묘역에서 “혁명을 노래하며” 영상을 찍고 있습니다. 혁명가로 살다가 불꽃처럼 산화한 열사들의 정신은 변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살아 있는 우리가 열사정신을 생각하고 이어받기 위해 노력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한때 혁명가였으나 세월이 흐르면서 이래저래 변하는 사람들과 달리 열사는 그야말로 혁명과 운동 과정의 최정점에서 산화하셨기 때문에 그 정신이 훼손되지 않고 온전히 살아 있는 것입니다. 그분들에게서 변절과 배신은 존재할 수 없는 것입니다. 정우형 열사는 바로 그런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총선이 마치 민주와 (검찰)독재의 대결 선거처럼 치러졌는데 지금 대한민국은 자본주의 재벌공화국입니다. 민주노총이 오늘 같은 날 “혁명을 노래”하려면 글로벌자본 삼성재벌에 맞서서 투쟁하다 산화한 정우형 동지와 같은 열사들을 생각하며 혁명과 해방을 노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2주기 추모제를 앞두고 급히 서둘렀습니다만 유가족과 여러 동지들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추모집도 펴냈습니다. 이제까지 범국민 열사 명단에 등재되지 못한 것도 문제지만 곧 등재되리라 믿습니다[이후 명단에 올려져, 지난 6월 8일 열렸던 제33회 민족민주열사ㆍ희생자 범국민추모제에 함께 모셔졌습니다: 편집자 주]. 이곳 열사들과 함께 정우형 열사의 삶이 올곧게 기록되고 기억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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