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사회과학연구소

돈이면 다냐? 힘이면 다냐? 미안하면 다냐?

방의표|회원

 

한국말 중에 “~면 다냐?” 또는 “~하면 다냐?” 라는 표현이 있다. 이 말을 언제 쓰는지 설명해 보라고 하면 대개 뭐 그런 걸 물어보냐고 대꾸하거나 아니면 설명하려다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왜냐면 우리들은 너무 자연스럽게 이 말을 써 왔기 때문이다. “~면 다냐?”가 반사적으로 그냥 입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그래, 이왕 나왔으니까 한국말 공부 좀 하고 시작하자. 이 “~면 다냐?” 또는 “~하면 다냐?”라는 표현은 지금 보고 있는 것(듣는 것, 느끼는 것, 만지는 것 등등..)이 부족하거나 또는 그것보다 더 나은 것이 있거나 잘할 수 있다는 그 뜻을 그 상대방에게 직간접적으로 전하거나 강조할 때 사용하는 표현이다. 가장 흔히 쓰는 사례를 들어볼까?

 

“예쁘면 다냐?”

 

그래, 맞다. 얼굴 예쁜 거, 몸매 좋은 거 믿고 까부는 친구들이 있다. (그걸 어찌 그 친구들 탓이라고만 하겠는가.) 그럴 때 우리가 저 말을 쓰는 이유는 예쁜 것만으로는, 몸매 좋은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뜻이다. 그것보다 분명히 더 나은 것이 있다는 것이다. 적어도 우리는 그렇게 배워왔고 살아왔다. (현실은 그렇지 않아!! 예쁘면 다야!! 라고 나한테 따지지 마.) 우리는 이 표현을 정말 많이 쓴다. 아마 십초 안에 서너 개 정도는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이 글을 쓰면서 벌써 두 개 생각났다. 잘살면 다냐? 똑똑하면 다냐? …… 그런데 말이다, 왜 뜬금없이 이 얘기를 하냐면 이 “~면 다냐?”를 정말 진지하게 심각하게 따져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정말 “~면 다냐?”를 우리가 맞게 쓰고 있는 걸까? 그 뜻이 정말 이 사회에서 제대로 통용되는 것일까? 이 글을 쓰게 된 이유다. 몇 가지 표현을 확인해야 할 필요를 느낀 것이다. 지금부터 확인해 보자.

 

 1. 돈이면 다냐?

 

‘세월호’라는 이름의 커다란 배가 침몰했다. 사람이 많이 탔다. 사람 태우고 여기 저기 다니며 기분 내라고 만든 배니까. 사고 원인이 아직 다 밝혀지지 않았지만 확실한 것 중의 하나는 객실 증축이다. 객실을 늘렸다는 것이다. 객실을 왜 늘렸을까? 돈이야 돈. 수익을 더 올리기 위해서다. 자, 이런 원인이 밝혀졌다면 응당 나와야 할 반응은 객실을 늘리는 것을 비롯해서 선박의 개조나 안전 검사는 더 강화하고 그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의 자격요건도 더 까다로워야 하고 기타 등등… 뭐 그런 게 나와야 정상 아니냐? 그런데 이 나라의 정부는 더 완화시켰다. 4월 23일 확인된 해양수산부의 자료에는 선박안전관련 규제가 더 완화되었다.

이제 다른 얘기 해야겠다. 세월호가 침몰하고 한시가 급한 상황에 민간 잠수부들이 그들의 생업을 뒤로하고 사고 현장에 왔는데 구조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은 사실로 드러났다. 그런데 이건 뭐냔 말이다. 세월호 침몰 해역에서 사실상 수색과 인명구조 작업을 주도하고 있는 업체가 세월호의 선사인 청해진해운과 계약한 업체인 언딘 마린 인더스트리(UMI·Undine Marine industries)고 그 업체와 정부 당국에게 다른 민간잠수부들은 불만 아니 분노를 쏟아내고 있다. 민간잠수부들이 구조작업에 참여하려는데 저들이 매우 비.협.조.적.이었다고. 그 결과는 4월 16일 침몰 직후 그 배에서 탈출한 사람들 일부 구한 것 말고는 현재까지 구조한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다. 당분간 세월호 관련 기사는 계속 나올 테니 더 밝혀지겠지만 이정도만 하고 확인하자.

지금까지 우리는“돈(자본)이면 다냐?”라는 말은, 돈보다 더 귀한 것, 중요한 것, 나은 것이 있다는 뜻으로 사용한 것이(겠)지만, 이제 그런 뜻으로 쓰는 게 어려워 진 것 같다.(우리 마음은 이미 그렇게 생각했잖아.) 돈(자본)이면 다냐? 돈(자본)이면 다다. 앞에서 언급한 것들이 (내가 생각한 대로)정말 사실이라면 돈(자본)보다 더 귀한 것, 중요한 것, 나은 것은 없다. 선박안전보다는 규제 완화를 통한 업체들의 돈벌이, 인명 구조보다는 계약 업체와의 약속이 더 중요하다는 뜻으로 이해되는데 내가 제대로 이해한 것 맞나?

 

2. 힘이면 다냐?

 

사고 발생 후 유족과 실종자 가족들은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며 구조 상황을 지켜봤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절망만 늘어갔고 이제 피눈물을 쏟으며 정부당국의 무능함에 분노하고 있다. 그런 사람들 앞에서 송영철 안전행정부 국장은 사망자 명단 앞에서 기념사진 촬영을 시도하다 질타를 받는다. 이런 일도 있었다. 유력 서울시장 후보인 정몽준 의원의 아들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세월호 사건에 분노하는 사람들 얘기를 꺼내며 미개한 국민 어쩌구 얘기했다가 정몽준 의원이 사과한 일. 어디 그뿐인가. 참다못해 청와대로 직접 가겠다는 유족과 실종자 가족들을 공권력으로 단호히 막았다.

더 심각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세월호 침몰 당시 어떤 일이 벌어졌고 주변이 어떤 상황인지, 사고 발생 시각, 교신 내용, 목격자의 증언 등 제대로 밝혀지고 있는 것이 없다. 모두 의혹투성이다. 정말 세월호 침몰의 진실을 알고 싶다면 이 의혹들을 밝혀내는데 우선 힘을 쏟아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이미 정부는 다른 의혹들에 더 관심이 많은 것 같다. 세월호 개조 관련 유착관계, 강도 높은 세무조사, 관련 종교 문제, 선장을 비롯한 승무원 문제 등등… 이 문제들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진실은 침몰 당시 그 현장에서 일어난 상황과 관련된 모든 것들 아니겠는가. 이미 승무원들 전원 구속 기사가 나왔고 지난 27일에는 정홍원 국무총리가 모든 걸 떠안고 사임하겠다고 입장을 표명했단다. 한마디로 눈.물.겹.다. 힘(권력)이면 다냐? 힘(권력)이면 다다. 내가 보기에는 구조작업과 침몰 당시의 각종 의혹을 밝히고 진실을 규명하는데 전력을 다해도 모자랄 것 같은데 벌써부터 정권, 권력쇄신을 염두에 두다니….

 

3. 미안하면 다냐?

 

온 나라가 눈물바다다. 아이들을 지켜주지 못했고 희생자 가족들의 사연을 접할 때마다 눈물이 쏟아진다. 리본을 달고 분향소에 조문을 한다. 연예인의 기부소식, 눈물 흘리며 조문하는 유명인사들, 방송은 세월호 참사 현장에서 자원 봉사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며 이 슬픔을 뒤로 하고 다시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 보자고 우리들을 위로한다. 이 슬픔을 극복하고 다시 희망을 갖고 살아가야지. 그게 살아있는 우리들의 몫이겠지. 미안한 마음을 갖고 말이다. 미안하다, 미안하다, 미안하다 얘들아….

그런데…정말로 미안하면 다냐? 이것마저 “미안하면 다다.”가 되어버리면 우린 정말 절망하게 되는 거다. “미안하면 다냐?”의 원래 의미를 생각해보자. 미안함보다 더 나은 것이 있고 더 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럼 그 미안함보다 더 나은 잘하는 그것이 뭘까?

나는 단언한다. 그건 분노다. 적어도 지금 이 시점에서 우리에게 더 필요한 건 미안함보다 분노라고 생각한다. 돈벌이를 위한 무리한 개조가 드러났음에도 돈(자본)이면 다라는 생각에 규제완화와 계약업체와의 약속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것 같은 모습, 유족과 실종자 가족의 눈물을 보면서도 구조작업과 진실을 규명하기 위한 노력보다는 힘(권력)이면 다라는 생각에 정권의 안위를 더 걱정하는 것 같은 모습에 우리의 분노를 제대로 보여줘야 한다. 그걸 먼저하고 희생자들에게 아이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하자. 우리가 진작 해야 했는데 너무 늦어서 미안하다고. 그리고 용서해 달라고.

 

마지막으로 실종자 가족의 말을 옮기며 졸고를 마치려고 한다.

 

 “제가 30대 때 삼풍백화점이 무너졌어요. 사연 들으면서 많이 울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 뒤로 제가 한 일이 없는 거예요. 10년마다 사고가 나는 나라에서 제도를 바꾸려고 아무 노력도 하지 않아서 제가 똑같은 일을 겪었어요. 지금 SNS하면서 울고만 있는 젊은 사람들, 10년 뒤에 부모 되면 저처럼 돼요. 봉사하든 데모하든 뭐든 해야 돼요.”

 

<노사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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