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사회과학연구소

[현장] 이주노동자의 새로운 조직, 일반노조 외국어교육지회 출범

 

천연옥 | 부산지회 운영위원, 전국민주일반노조 부산본부장

 

 

 

이주노동자에 대한 혐오와 배제가 민주노총 안에서도 문제가 되고 있고, 울산에서는 ‘불법체류자추방위원회’라는 이상한 단체가 등장하기도 했다. 민주노총 위원장과 시민사회단체 간 면담도 진행되었고, 민주노총 위원장 명의의 담화문이 발표되기도 했다. 19세기 후반에 여성노동에 대한 일부 남성노동자들의 태도는 여성노동자들을 단결의 대상이 아니라 남성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빼앗는 것으로 인식하여 여성노동자들을 산업현장에서 배제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는데, 현재 일부 정주노동자들의 이주노동자에 대한 태도도 이주노동자를 단결하여 자본에 대응하는 동지가 아니라 자신의 일자리를 위협하는 존재로 인식하고 배제하려고 한다.

 

4월 28일 일요일, 서울에서는 민주노총, 이주노조, 이주노동자평등연대, 오산이주노동자센터의 주최로, 대구에서는 대구경북이주연대회의, 경산이주노동자센터의 주최로 ‘2024 이주노동자 메이데이 집회’가 열렸다. 세계노동절을 맞이하여 이주노동자의 요구와 목소리를 모아내기 위한 집회로 고용허가제 20년 이주노동자 착취와 억압을 고발하며 노동허가제 도입을 촉구하고, 정부의 이주노동자, 이주민 정책이 숫자만 늘리고 권리를 제한, 박탈하고 있는바, 이를 규탄하고 사업장 이동의 자유, 차별적 노동권, 인권실태를 고발하고 이주노동자 권리보장을 촉구했다.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는 기조로 미등록 이주노동자 강제단속추방 중단, 체류권 보장, 차별 혐오 중단을 요구했다. 이주민 인권을 위한 부산울산경남 공대위에서는 세계노동절 부산대회와 울산대회에 참여하여 피켓과 현수막을 들고 행진에 참여하기로 하였다.

 

한국 사회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는 많은 종류의 비자로 한국 사회의 곳곳에서 일하고 있다. 제조업과 건설업에서 노조에 가입한 이주노동자들이 있지만, 원어민 강사라는 직종이 민주노총 안에서 조직을 만든 사례는 없었다. 지난 2월 18일에는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부산본부 외국어교육지회 출범 총회가 진행되었다. 지회 명칭을 둘러싸고 많은 논의가 있었지만 원어민 강사들이 중심이 된 이 조직의 명칭을 결정한 것은 원어민 강사들이었다. 원어민 강사지회라고 할 경우 한국인 강사들이 가입하지 못하고, 강사라는 명칭을 쓸 경우 강사 아닌 미화, 시설, 기사 등 외국어학원에 근무하는 다른 직종의 노동자들이 가입하기 힘들다는 이유에서 원어민 강사만이 아니라 한국인 강사와 강사 아닌 다른 직종의 노동자도 가입시키려는 포부를 담은 명칭이 바로 외국어교육지회이다. 그렇지만 현재는 소수의 한국인 강사를 제외하면 대부분이 원어민 강사로 70여 명이 가입되어 있다.

 

이 조직의 출발을 거슬러 올라가면 2021년 부산일반노조 신라대지회 투쟁이 있다. 신라대 청소노동자들의 집단해고에 맞서 신라대 본관에서 24시간 농성을 진행하던 당시 부산경남 지역의 청년학생들이 신라대투쟁지원청년학생공대위를 구성해서 연대했다. 신라대 투쟁이 직접고용으로 승리한 다음 이 청년학생들은 부산일반노조에 가입하여 청년위원회를 만들고 부산일반노조의 각종 집회, 선전전, 기자회견, 조직사업에 참여하여 평균연령이 매우 높은 조직에 생기와 활력을 불어넣었다. 이 청년위에 몇몇의 원어민 강사들이 가입하면서 ㄹ어학원의 연차수당 미지급 문제가 발생하여 노동청에 진정서를 넣어서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주변의 원어민 강사들에게 상담을 계속하게 되었는데, 부산일반노조 청년위가 원어민 강사들에게 일종의 노동상담소의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2023년 7월 부산일반노동조합은 전국민주일반노조 부산본부로 조직전환을 하였고,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차원에서는 부산본부만이 아니라 서울본부에서도 원어민 강사들이 조직되어 있기도 하다.

 

2023년 11월 9일 MBC뉴스에는 전남 여수의 한 외국어학원에서 원장이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의 여성 원어민 강사에게 폭언과 폭행을 일삼은 사실이 보도되었다. “노예근성 있는 것들은 맞아야 해!”라는 충격적인 폭언에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에 11월 14일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은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주노동자를 보호하고, 노동부가 이주노동자에 대한 차별과 폭언, 폭행에 관한 전수조사를 실시할 것을 요구했다. 2024년 1월 31일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부산본부는 부산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외국어 교육노동자 연차유급휴가 보장을 위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연차유급휴가는 모든 노동자에게 보장된 노동자의 권리이지만 영어학원의 원어민 강사들에게는 제대로 주어지지 않았다. 개별근로계약서에 학원에서 지정한 날에 강제로 연차를 사용하도록 한 것이다. 현행 노동법은 개별 노동자의 합의로는 연차휴가를 대체할 수 없지만, 근로자대표의 서면 합의가 있으면 연차휴가를 대체할 수 있다. 그래서 ㄹ어학원의 경우, 우리 조합원 5명에게 밀린 연차수당 1,200여만 원을 지급한 이후에 원어민 강사를 제외하고 한국인 강사와 다른 직종의 노동자들이 참여하여 근로자대표를 선출하여 대체 연차를 합의하였다. 그러나 현행 노동법은 근로자대표 선출 과정에 대한 정확한 내용이 없어서 원어민 강사의 배제에 대하여 제재할 법적인 근거가 없다고 한다. 참 안타까운 일이다.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부산본부는 기자회견 후 부산지방고용노동청 상생과 과장과 면담을 했고, 면담에 참석한 원어민 강사들은 현장에서 느끼는 연차유급휴가 문제와 이주노동자인 원어민 강사가 겪는 여러 어려움을 이야기했다. 면담에 참석한 배성민 사무국장은 노동청에 두 가지를 요청했다. 첫 번째는 개별근로계약서에 연차유급휴가를 학원에서 지정하는 것을 명시하지 않을 것, 두 번째는 근로기준법 51조 2항 근로자대표 관련 내용에 대표 선거 과정이 없어 어려움이 있어 법 개정 혹은 노동청에서 관리 감독을 해 줄 것을 요청했다. 노동청은 현재 사태를 우리가 문제 제기하기 전까지 잘 알지 못해서 여러 차례 설명이 필요했다. 상생과 과장은 우리들의 요구를 긍정적으로 생각했고 학원가 중심으로 연차유급휴가를 개별근로계약서에 명시하는 문제는 바로잡기 위해 근로 감독을 실시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근로자대표 선거 과정을 바로잡는 것은 법을 개정해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쉽지 않다고 답변했다. 대신 근로감독을 실시하여 교육과 투명한 선거를 할 것을 노력하겠다고 했다.

 

2022년부터 가입하기 시작한 이주노동자의 한 영역인 원어민 강사들이 한국 사회에서 노동조합에 가입하여 지회를 출범시켰다. 이 지회 활동의 목표는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먼저 시군 민간위탁 사업장 노동자들과 함께 단체협약 체결에 도전할 예정이고, 두 번째는 원어민 강사들이 공통으로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기자회견 형식으로 여론을 조성할 예정이다. 기자회견과 같은 공중전을 통해 문제를 알리고 노동조합에 가입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 나가는 것이다.

 

4월 3일에는 부산시의 조례로 만들어진 지자체 영어체험시설인 부산글로벌빌리지의 민간위탁 회사인 ㈜부산글로벌빌리지와 2024년 임금협약 및 단체협약 주요 내용을 합의하여 원어민 강사 노동자의 최초 단협을 만들어 내었다. 임금에서는 기본급과 근속수당, 식대, 숙소지원금을, 단협에서는 연차휴가의 자유로운 사용, 복지처우에서 강사 휴게실의 냉난방 가동 등을 합의하였다. 그리고 다른 사업장에서도 임단협을 체결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4월 29일에는 부산출입국외국인청 앞에서 E-2 비자 불법 사용자(프리랜서) 등록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기자회견문

 

이주노동자가 국내에서 영어 강사가 되기 위해서는 취업 비자를 취득해야 한다. 대표적인 비자는 E-2 비자와 F 비자가 있다. 현행법에는 E-2 비자는 근로소득자로만 일을 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E-2 비자는 법무부 장관이 정하는 자격 요건을 갖춘 이주노동자로 외국어 전문학원, 초등학교 이상의 교육기관 및 부설 어학연구소, 방송사 및 기업체 부설 어학연수원, 기타 이에 준하는 기관 또는 단체에서 외국어 회화지도를 할 수 있는 비자다. 이주노동자 당사자뿐만 아니라 이들을 고용하는 업주도 비자를 대리 신청할 수 있다.

 

문제는 사용자들이 E-2 비자를 받은 이주노동자 월급을 근로소득이 아닌 사업소득으로 대리 신고하고 있다는 점이다. E-2 비자 소지자는 현행법상 사업소득자(프리랜서)가 아닌 근로소득자로만 일하도록 규정돼 있다. 이를 위반하면 출입국관리법 제17조 1항과 제46조에 따라 이들은 불법체류자로 분류돼 강제 퇴거 대상자가 된다. E-2 비자 소지자는 자신이 잘못한 상황이 아닌데 모든 법적 책임은 스스로가 지게 된다. 자신의 세금 등록과 관련된 일을 통제할 수 없지만 처벌 주체가 되는 것이다. 만약 출입국 외국인청에서 문제를 발견하고 E-2 이주노동자 당사자가 6개월 안에 근로소득자로 전환하지 못한다면 강제 퇴거 대상이 된다.

 

근로계약이 아닌 사업자로 계약을 체결하면, 노동자는 「근로기준법」 상에 보호받을 수 있는 최저임금, 노동시간, 주휴수당, 휴일ㆍ휴가, 퇴직금 등이 제외되며 해고를 자유롭게 하고, 「고용보험법」 상 보호받을 수 있는 실업급여를 받지 못하고(E-2 고용보험 선택 가입), 건강보험ㆍ국민연금(E-2 의무 가입, 일부 국가 제외)에서 사용자 부담이 없다. 종속적 노동을 제공하고 있지만, 프리랜서라는 이유로 법적으로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이주노동자 A는 2022년 10월부터 2024년 3월까지 K 영어학원에서 일을 했다. 사용자는 A와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사업자로 등록했다. A 임금에서 3.3% 사업자 세금을 2023년 1월까지 떼다가 A의 문제제기가 있자 떼지 않았다고 한다. 그 후 사용자는 고용보험과 국민연금, 건강보험 등에 가입한다며 50% 부분에 대해 임금에서 공제했다. 하지만 사용자는 4대 보험에 가입하지 않았고 근로소득자로 변경 신고도 하지 않았다. 노동조합과 함께 노동청 진정을 통해 근로소득자로 변경되었지만, 현재까지도 퇴직금을 지급받지 못하고 있다.

 

이주노동자 B는 2021년 5월 3일부터 2022년 5월 3일까지 J 영어학원에서 일을 했다.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원장의 지시에 따라 월~금 정해진 시간에 출근을 했다. 학원 교재와 수업 내용 또한 학원의 방향에 구속되었다. 그럼에도 사용자는 B를 사업소득자로 등록했다. 반면 건강보험은 직장가입자로 가입해 주겠다며 절반 비용을 임금에서 공제했다. 건강보험공단에 확인해 보니 지역가입자로 분류되어 있었고, 사용자는 보험비 절반을 노동자 임금에서 갈취하고 있었다. 또한 사용자는 노동자성을 인정하지 않고 연차휴가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다. 현재 노동청 울산지청에 진정을 넣고 조사 중이다.

 

현행법상 E-2 비자는 근로소득자로 일을 하도록 규정되어 있지만 사업자로 등록하면 근로기준법에 벗어나 처벌하기 어렵다. 조합원 A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동청과 근로복지공단, 건강보험공단, 국민연금공단 등에 문의했다. 하지만 해당 부서에서 서로 책임을 미뤘다. 노동청에서는 근로기준법상 노동자에 해당하는 문제가 아니라며 국세청 소관이라고 하고 국세청은 근로복지공단 소관이라고 답했다. 결국 A는 스스로 해결하지 못해 노동조합에 찾아왔다.

 

법무부는 E-2 비자 심사서류제출목록에 근로소득자임을 증명할 수 있는 소득금액증명서와 원천징수영수증 제출을 의무화해야 한다. 심사서류 제출 목록을 확장하지 않는다면 E-2 비자 사업자 등록 문제는 계속 이어질 것이다. E2 비자 소지자를 사업자 등록하는 일은 이주노동자 입장에선 취업 사기이다. 한국이 취업 사기를 하는 나라로 남지 않기 위해서는 법무부의 빠른 대책이 필요하다.

 

또한 한국 학원 강사 노동자 등 프리랜서로 강제 분류된 노동자는 임금에 3.3% 세금을 강제로 납부하고 노동자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부산본부 외국어교육지회의 요구는 전체 노동자의 불법 사업자 등록(프리랜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시작이 될 것이다.

 

E-2 이주노동자는 프리랜서가 아니다!

법무부는 E-2 비자 불법 사업자 등록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라!

E-2 비자 심사서류 목록에 소득금액증명서 제출을 의무화하라!

불법 프리랜서 등록하는 영어 학원 사용자를 처벌하라!

 

근로소득자로만 합법적일 수 있는 E-2 비자 이주노동자를 사업소득자(프리랜서)로 등록하여 미등록으로 추방대상이 되게 하는 학원 사업주들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는 기자회견 이후 법무부 직원과의 면담이 이어졌다. 체류관리과 주무관, 팀장과의 면담에서 E-2 비자 불법 사업자 등록 문제에서 외국인청 입장은 E-2 비자를 최초 등록할 때는 소득이 없기 때문에 근로소득 증명 서류를 제출받지 않는다. 다만 근로계약 1년 후 재계약 시 근로소득 증명 서류(원천징수 영수증 등)를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노조에서는 입사 1~2개월에 근로소득자로 등록되어 있는지 외국인청이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였고, 이 문제와 관련해서 법무부 담당 조직은 법무부 출입국 외국인정책본부(과천시) 체류관리과이니 체류관리과에 공문 전송하여 오늘 면담 소식을 전달하기로 하였다. E-2 비자 영어 회화 이외 과목을 가르치는 문제에 대해 담당자들은 영어 회화 이외 과목을 가르치는 것은 불법이라고 답변했다. 다만 과학책을 통해 영어 회화를 가르치는 부분에 대해서는 외국인청 조사과로 문의가 필요하다 답변했다.

 

일반노조는 외국어교육지회의 여러 일정에 참여하고, 외국어교육지회에 함께하는 원어민 강사 조합원들은 일반노조 투쟁사업장에서 연대 발언을 하기도 하면서 이주와 정주 노동자의 단결을 실천하고 있다. 외국어교육지회의 출범은 한국 사회에서 이주노동자가 차별과 배제의 대상이 아니며, 일반노조의 정신인 ‘노동자는 하나’라는 신념의 실현이면서 민주노총 내에서조차 일부 조직에 의한 미등록이주노동자에 대한 공격이 잘못임을 보여 주는 하나의 사례가 될 것이다.

인간답게 사는 길에 노동자는 하나다!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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