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사회과학연구소

[현장] “우리가 잃을 것은 쇠사슬이요 얻을 것은 전 세계이다” ― ‘인터내셔널가’ 새 음원을 제작하며

 

박현욱 | 자료회원, 노동예술단 선언

 

* ‘인터내셔널가’의 새 음원은 세 종류의 파일(반주용 MR, 코러스 포함 반주용 MR, 목소리가 포함된 AR)로 홈페이지에 게시된 이 글의 하단에 업로드되어 있습니다. 아울러 많은 동지들께서 이 음원을 활용해 달라는 부경몸짓패의 말을 전합니다.

 

 

 

‘인터내셔널가’의 새 음원을 제작하자는 부경몸짓패 동지들의 제안이 있었을 때 많이 망설였습니다. 각국의 언어로 전 세계에 수많은 음원이 존재할 뿐 아니라 그 역사성과 의미의 무게감이 큰 노래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많은 동지들이 마음을 모아 주셨다는 말을 부경몸짓패 동지들 통해 전해 듣고, 우리가 처한 상황이 갈수록 더욱 이 노래를 필요로 한다는 생각에 동의하여 부족하나마 저희 선언에서 ‘인터내셔널가’의 새 음원을 제작했습니다.

 

이미 한국에서도 다수의 음원이 존재하는 이 노래를 굳이 다시 만든 의미에 대해 마음 모아 주신 동지들과 나누고자 몇 자 적습니다.

 

우선 첫 번째는 가사에 대한 고민입니다.

인터내셔널가의 가사는 1871년 빠리 꼬뮨을 배경으로 유진 뽀띠에르(외젠 포티에)에 의해 6절로 쓰여졌습니다. 현재 우리가 부르는 한국어 번역 가사는 주로 3절까지이며 실제 인터내셔널가의 가사와는 차이가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후렴구 ‘참자유 평등 그 길로 힘차게 나가자’입니다. 전 세계 노동자들이 각국의 언어로 부르는 인터내셔널가의 핵심은 누가 뭐래도 ‘인터내셔널’일 텐데 그 자리에 원가사에는 없는 내용이 들어가면서 본래 의미로부터 멀어진다는 문제의식이 있었습니다.

또한 몸짓문선을 한다는 점, 많은 이들이 자주 접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 등을 생각하면 2절까지가 적당했기에 최대한 2절 안에 노래의 의미가 완결될 수 있는 가사를 구성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가사를 전체적으로 수정하기에는(완전히 바꾸길 희망하는 동지들도 있었으나) 적어도 80년대부터 이 노래와 함께 노동운동을 해 온 우리 투쟁의 역사성과 의미 또한 소중하기에 약간의 수정을 통해 보완하는 방향을 택했습니다.

가장 중요한 ‘참자유 평등 그 길로~’ 부분은 ‘인터내셔널 깃발 아래 전진 또 전진’으로 완전히 대체했고 2절 마지막 반복 부분에 ‘전 세계 노동자 단결로 해방을 맞으리’라는 새로운 가사를 써넣어 인터내셔널의 의미를 살리려 했습니다. 원래는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라는 구호가 익숙한데 요즘 ‘만국’이라는 표현을 잘 안 쓸뿐더러 ‘망국’으로 들린다는 의견들이 많아 ‘전 세계’라는 표현을 택했습니다.

2절의 경우 한국어 가사 3절과 프랑스어 원가사에 있는 주요 의미를 섞어서 최대한 완결성을 주는 방향으로 가사 작업을 했습니다. 한국어 가사 3절 ‘억세고 못 박혀 굳은 두 손’에서 ‘못 박혀’라는 표현이 원래 의미가 아닌 종교적 의미로 들린다는 의견이 많기도 하고, 생산의 주체가 노동자라는 의미를 담아 ‘모든 것을 만드는 억센 두 손’으로 바꿨습니다. 계급해방이라는 인터내셔널가의 의미를 최대한 드러내고 원가사 1절에 있는 ‘아무것도 아니던 우리가 전부가 되리’라는 표현을 살려 2절 가사를 새롭게 구성했습니다.

 

두 번째는 현재 세대의 감성적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도록 하는 음악적 형식에 대한 고민입니다.

아시다시피 인터내셔널가는 19세기 후반의 노래입니다. 1세기 반을 지나 21세기 현재 대중의 감성으로도 이어지게 해야만 이 노래가 노동자계급대중에게 더욱 확산될 수 있을 것입니다. 한국의 경우 현재에도 집회에서 불려지는 투쟁가는 여전히 셔플리듬을 주로 하는 소위 군가풍의 형식이 주를 이룹니다. 그 또한 투쟁의 상황에 따른 유의미한 형식임은 분명하나 그 형식을 반복한다면 굳이 새로 음원을 만들 이유가 없을뿐더러 좀 더 다양한 대중에게 설득력 있게 다가가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입니다. 해서 힘 있는 군가풍이나 무게감 있는 웅장한 형식보다는 전 세계 노동자들이 단결하여 새 세상을 만들어 내는 활기참과 신명을 강조하는 편곡 방향을 택했습니다. 물론 이 경우 자칫 경박하거나 가벼워질 수 있는 문제가 있어서 최대한 원곡의 의미를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역동적인 느낌을 살리는 편곡이 될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무엇보다 이 노래가 현재 상황에서 우리에게 더욱 절실하게 요구된다는 것입니다. 충격을 던지며 등장한 알파고가 채 10년도 되지 않아 박물관에 들어앉아야 할 만큼 생산력은 말 그대로 정신 없이 발전하고 있습니다. 그에 따라 자본주의의 위기는 갈수록 증폭되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우리 운동은 발전한 생산력에 조응하지 못하는 낡은 생산관계인 자본주의를 끝장내야 한다는 전망을 올곧게 세워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반대로 지배계급은 언제나 그랬듯 배외적 국가주의를 강화하는 등 더욱 강력한 우경화를 통해 이를 극복하려 발버둥 치고 있습니다. ‘인터내셔널’은 우리에게 가슴 벅찬 말임과 동시에 가슴 아픈 기억이기도 합니다. 견결한 노동자 국제주의의 기치가 바래졌을 때 극악한 제국주의 전쟁에 내몰리며 피눈물을 흘린 처절한 역사를 우리는 이미 20세기에 겪었기 때문입니다.

또다시 그런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1871년 빠리 꼬뮨의 경험이 1세기 반을 지나 이제서야 온전히 실현될 수 있는 역사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 우리는 더욱 인터내셔널가를 소리 높여 불러야 하겠습니다.

 

많이 부족하지만 모쪼록 이 새 음원이 마음 모아 주신 동지들의 뜻에 부합하여 활용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노사과연

 

 

인터내셔널가 듣기
파일 받기 ▷

인터가_240313_AR

인터가_240313_MR-cho

인터가_240313_MR-pure

 

악보

 

노사과연

노동운동의 정치적ㆍ이념적 발전을 위한 노동사회과학연구소

0개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