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사회과학연구소

[현장] 민주노총 제80차 임시대의원대회와 회계공시 문제

 

천연옥 | 부산지회 운영위원, 전국민주일반노조 부산본부장

 

 

2023년 초부터 윤석열 정권의 노조 탄압의 한 형태로 진행된 회계공시 압박은 10월 23일 한국노총 수용, 10월 24일 민주노총 수용으로 정부와 언론의 환영을 받으며 그냥 그렇게 지나가는 것이 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전국민주일반노조는 10월 25일 운영위에서 민주노총 중집의 결정에도 불구하고 민주노조의 자주성을 지키기 위해 회계공시를 거부한다는 애초의 입장을 확인하고, 11월 4일 공개적인 성명서를 통해 회계공시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정부의 압박에 굴복한 집행부의 결정을 비판했다. 그리고 2024년 1월 19일 전국민주일반노조 정기대의원대회에서 “민주노총 11기 집행부에 묻는다, 회계공시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채택했다. 아래는 성명서의 일부이다.

 

우리 전국민주일반노조는 표본 사례로 어느 한 지역에서 <윤석열 정권의 회계공시 강압>거부를 위한 조합원 투표를 지난 12월 20일~22일에 진행한 바 있다. 선거 4대 원칙을 준수한 투표에는 지역본부 25개 지회에서 94.24%가 참여하였으며 회계공시 거부에 90.08%의 조합원이 찬성 의사를 표하였다. 압도적 여론이다. 그 지역본부 역사상 최고 투표율이기도 했다.

투표에 참여한 조합원의 메시지는 명료하다, 명색이 대통령이란 자의 행태가 황당하고 치졸하니 윤석열이 집권하는 동안에는 그 알량한 세액공제를 안 받고 말겠다는 뜻이다.

… 적잖은 간부들이 언급했던 ‘조합원의 의식수준’은 전혀 낮지 않았다. 오히려 그렇게 말한 간부들이 틀렸다.

 

노조법 시행령과 소득세법 시행령을 연동해서 개정하여 회계공시를 하지 않으면 세액공제를 하지 않을 건데, 회계공시는 자율적으로 선택하라는 윤석열 정권의 겁박에 세액공제라는 경제적 손실을 이유로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회계공시를 수용했고, 실제로 회계공시에 참여한 노조는 한국노총이 94%, 민주노총이 94.3%에 이른다. 민주노총의 골간 조직체계에서 공식적으로 반대 목소리를 낸 단위는 전국민주일반노조와 금속노조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뿐이지만 <비정규직 이제그만 공동투쟁>을 비롯하여 많은 활동가들이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지며 2024년 2월 5일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 수정동의안을 제출하게 된다. 대의원대회를 앞두고 <비정규직 이제그만 공동투쟁>은 ≪프레시안≫에 “노조의 자주성을 지키자” 연속기고를 했는데, 먼저 <비정규직 이제그만 공동투쟁> 공동소집권자인 차헌호 동지의 “정부의 회계공시 개악 수용은 조합원에 대한 모독이다”로 시작해서, 두 번째로 전국금속노조 충남지부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장 이상규 동지의 “윤석열 정부의 노조 회계공시 강요를 거부한다”, 세 번째로 전국민주일반노조 광주전남본부장 조용곤 동지의 “노조 신임 집행부와 중집에 묻다”, 끝으로 전국민주일반연맹 전국민주연합노조 톨게이트지부장 박순향 동지의 “회계공시 거부하고 ‘실질임금 쟁취’, ‘윤퇴진’ 외치자”를 실었다. <비정규직 이제그만 공동투쟁>은 1월 31일 ‘회계공시 탄압에 대한 대응, 민주노조의 자주성과 투쟁성을 어떻게 지킬 것인가’를 제목으로 하는 긴급토론회를 개최했다. 차헌호 동지의 사회로 이상규, 박순향, 김선기(전국민주일반노조 교선실장)가 토론자로 참여했다. 대의원들의 사전 동의를 받아 2월 5일 대의원대회에서 ‘회계공시거부 수정동의안’이 차헌호 동지 외 74명의 대의원의 발의로 제출되었다. 수정동의안은 별도 안건이 아니라 사업계획에 추가하여 줄 것을 요청하는 방식으로 제출되었다. 수정동의안의 내용은 아래와 같다.

 

1. 윤석열 정부의 회계공시 요구는 탄압과 통제다. 민주노총과 모든 가맹산하 노동조합은 민주노조 운동의 자주성과 투쟁성의 정신에 따라 회계공시를 전면 거부한다.

2. 모든 가맹산하 노동조합은 회계공시 전면 거부의 이유와 투쟁 계획에 대하여 전조합원 교육, 토론을 조직한다.

3. 산별노조운동 탄압, 노동조합 자주적 운영을 침해하는 시행령 폐기를 포함한 노동탄압 분쇄 투쟁을 전개한다.

 

그러나 2월 5일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서 회계공시에 대한 수정동의안만이 아니라 여러 개의 수정동의안이 제출되었고, 13시에 일산 킨텍스에 모였지만 11기 집행부의 취임 행사로 내빈 축사, 모범조직ㆍ조합원 시상 등의 진행되면서 대의원대회는 15시가 다 되어 시작되었고, 사업평가부터 많은 질문과 답변이 오고 가면서 시간이 흘러 수정동의안에 대한 찬반 토론 후 표결을 할 즈음 이미 많은 대의원들이 빠져나감으로 성원이 부족한 상태가 되어 대의원대회는 ‘[안건1] 사업평가 및 결산 승인의 건’만 처리하고 ‘[안건2] 사업계획 및 예산 승인의 건’에서 수정동의안들의 제출까지만 진행되고 유회되고 말았다. 전국민주일반노조, <비정규직 이제그만 공동투쟁>은 대의원대회에 참석하는 대의원들을 대상으로 현수막과 피켓을 들고 선전물을 배포하면서 자랑스런 민주노총의 대의원 동지들이 회계공시를 거부하고 윤석열 정권의 노조 탄압에 맞서 투쟁하자고 호소하였다.

 

2월 5일 제79차 정기대의원대회가 유회되고, 3월 18일 제80차 임시대의원대회가 소집되었다. 그 사이 전국민주일반노조는 가능한 지역본부 중심으로 민주노총 지역본부 대의원대회에서 선전전을 진행하였다. 전국민주일반노조 서울본부는 2월 26일 민주노총 서울지역본부 정기대의원대회에서, 전국민주일반노조 부산본부는 2월 28일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정기대의원대회에서, 같은 날 전국민주일반노조 강원본부는 민주노총 강원지역본부 정기대의원대회에서, 전국민주일반노조 경기본부는 3월 7일 민주노총 경기지역본부 정기대의원대회에서 회계공시 거부를 호소하는 선전전을 진행하였다. 그리고 금속노조 창립기념일인 2월 8일 금속노조 장창열 위원장이 조합원과 대의원 동지들에게 드리는 글을 통해 노조의 자주성을 훼손하는 회계공시를 당당히 거부하고, 윤석열 정권의 노조 탄압에 단호히 맞서자고 호소하며 2월 28일 금속노조 대의원대회에서 회계공시를 거부할 것을 요청했고, 2월 28일 금속노조 대의원대회는 만장일치로 회계공시 거부를 결정했다. 3월 12일 금속노조는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윤석열의 노조 탄압, 회계공시 전면 거부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특활비나 공시하라! 회계공시는 정권의 노조 탄압 수단일 뿐, 시행령 당장 폐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이 기자회견에 전국민주일반노조 김형수 상임위원장이 참석하여 발언하기도 하였다). 이로써 전국민주일반노조만이 아니라 금속노조가 회계공시 거부 전선에 합류한 것이다. 이런 분위기는 3월 18일 대의원대회에서 회계공시 거부를 결정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갖게 했다.

 

3월 18일 민주노총 제80차 임시대의원대회는 2월 5일과 같은 사전행사가 없었기 때문에 신속하게 진행되었다. 총선방침 수정안을 별도 안건으로 다루자는 현장 발의가 있었는데 과반수의 동의를 얻지 못해 부결되었다. 그리고 바로 회계공시 거부 건이 상정되어 찬반 토론을 하고 표결을 진행하였다. 반대 토론에 나선 한 대의원은 회계공시를 거부하면 국민의 지지와 신뢰를 받지 못한다는 주장을 하기도 하였다. 표결 결과 재석 대의원 1,002명, 재적 과반수 502명, 찬성 493명(49%)으로 9명이 부족해서 부결되었다.

 

 

3월 18일 제80차 임시대의원대회는 회계공시가 쟁점이 아니라 민주노총 정치ㆍ총선방침을 무시한 진보당에 대한 지지 철회가 쟁점이어서 많은 활동가들의 관심이 거기에 쏠려 있었다. 그래서 회계공시에 더 집중했더라면 9명의 대의원을 조직하지 못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크다. 한편으로는 한국노총보다 회계공시를 더 많이 한 민주노총의 대의원대회에서 49%를 조직한 것도 큰 성과라고 말하기도 한다. 실제 3월 21일 민주노총 중집에서 대의원대회에서 회계공시 거부 건이 부결되었지만 전 조직적으로 토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출되었다고 한다.

중집이 열리기 하루 전 3월 20일 금속노조 투쟁선포식에 참여하여 행진을 하던 금속노조 조합원 14명이 연행되고 4명이 부상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금속노조가 회계공시를 거부하고 윤석열 정권의 노조 탄압에 맞선 투쟁을 선포하자 벌어진 폭력이라고 볼 수 있다.

 

윤석열 정권은 회계공시를 한 노조들에 노조법 시행규칙과 소득세법 시행규칙을 개정하여 노조 현황 보고를 이전보다 더 자세하고 구체적으로 할 것을 요구했다. 예를 들면 산별조직의 사업장 지회의 조합원 수와 지회의 고유번호, 그리고 고유번호가 없다면 지회장의 주민번호까지 적어라고 한다. 이걸 또 하지 않으면 과태료를 부과하고 세액공제를 못 해 준다고도 한다. 상황이 이러한데 언제까지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하는 말에 속아서 계속 떡을 던져 줄 궁리를 하고 있을 것인가? 정말 안타깝기 그지없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과 자본의 대립과 투쟁은 자본주의가 존재하는 한 계속될 수밖에 없고, 개개의 전투에서 질 수도 있고 이길 수도 있지만, 싸워 보지도 않고 항복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 일반적인 노동자대중이 노동조합을 조직할 때는, 부당함에 저항하기 위해서이다. 회계공시 겁박은 윤석열 정권의 노조 회계에 대한 부당한 개입이다. 이것을 그냥 수용하면서 어떻게 부당함에 저항할 수 있을까? 이 단순한 논리를 반대하는 51%의 민주노총 대의원들의 존재에 당황스럽고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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