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사회과학연구소

[정세] 파쑈 권력에 맞서 국가보안법 철폐 투쟁을 전면화하자

 

박문석 | 연구위원, 부산지회 운영위원

 

 

1. 남북(북남) 적대와 공안 통치

 

신년 초, 각 언론에서는 북의 ≪조선중앙통신≫ 보도를 인용하며, 김정은 총비서가 “북남 관계는 더 이상 동족 관계, 동질 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 전쟁 중에 있는 두 교전국 관계로 완전히 고착됐다”며, “대한민국 것들과는 그 언제 가도 통일이 성사될 수 없다”, “우리 제도와 정권을 붕괴시키겠다는 괴뢰들의 흉악한 야망은 ‘민주’를 표방하든 ‘보수’의 탈을 썼든 조금도 다를 바 없었다”고 말하며, 남북 관계 근본 전환을 공식화했다고 보도했다.[1]장예지ㆍ권혁철 기자, “김정은 “언제 가도 통일 안돼”…남북관계 근본 전환 공식화”, ≪한겨레≫, 2023. 12. 31. … Continue reading

평화 정착과 민족 통일을 향하고자 했던 그간의 남북 합의도 무시하고, 오직 북의 체제를 무너뜨려 자본주의적 흡수 통일에만 혈안이었던 남쪽에 대해 이제는 민족과 통일의 관점이 아니라 적대하는 국가 대 국가로서 철저히 응대해 주겠다는 북의 변화된 입장에 언론은 요란스럽게 반응했고, 정부는 갑자기 달라진 북에 대해 당황했던지 의외로 조용했다.

정작 남쪽에서는 이러저러한 남북 합의에도 불구하고 일찍이 북을 독립된 국가로 인정하지 않고 반국가단체로서 제거해야 할 대상으로 삼아 왔으며, 평화와 통일을 위해 노력하는 인사와 단체들에 대해 국가보안법을 동원하여 무지막지한 탄압을 일삼아 왔다. 체제가 달랐던 만큼 통일에 대한 상도 달랐던 것이다.

연중 거듭되는 한미(일) 연합군사훈련을 도발로 인식하고 이에 대응해 미사일을 쏘아 대는 북, 윤석열 정권의 모험적인 군사 정책과 대남 관계를 전면적인 적대 관계로 전환한 북의 발표는 한(조선)반도에서의 수위 높은 군사적 충돌 가능성을 더욱 높이고 있다. 이미 2018년 맺었던 9ㆍ19 군사합의는 파기되었으며, 양국은 육상휴전선 5킬로미터의 비무장지대 바깥에서 무장력을 다시 복원하였다. 갑진년 새해 벽두부터 서해 바다에서는 남과 북의 포탄이 하늘에서 교차하고 있다.

제국주의 시대 불균등 발전에 따른 자본주의 국가들의 행보는 세계 시장과 영토의 재분할 전쟁으로 향하고 있다. 파씨즘과 전쟁을 향한 제국주의 국가들의 행보 속에서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발전한 생산력에서 기인한 자본주의 사회의 비상한 경제 위기 상황은 노동자계급과 피억압 인민들의 투쟁을 불러일으킬 것이고, 이것을 사전 제압하고자 한국의 지배계급은 언제나 그랬듯이 북풍 공작과 간첩 조작 등의 공안 통치를 동원할 것이다. 더구나 올해는 총선이 있다. 3개월 남짓 남은 총선 기간, 선거를 앞두고 경계 지역에서의 군사적 충돌 등, 북풍을 동원한 공안 탄압이 예상 가능한 일이다. 어쩌면 조만간 미제를 중심으로 한 서방 제국주의와 중ㆍ러를 중심으로 한 후발 제국주의의 패권 경쟁 속에서 배치되는 한(조선)반도에서의 크고 작은 군사적 충돌이 수시로 전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2]러시아와 중국, 이란의 여타 지역에서의 전방위적 군사적 행동을 위하여 한국과 일본에 주둔 중인 미군의 발목을 잡아두고자 윤석열과 신원식의 … Continue reading

막장으로 치닫고 있는 한(조선)반도에서의 정세 불안과 경제 위기는 파쑈 악법(국가보안법)과 파쑈 기구(국정원과 검찰 등)를 더욱 전면에 등장시킬 것이고, 이미 윤석열 정권 들어서 이러한 현상은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2022년 하반기 화물연대 탄압을 시작으로, 2023년 초부터는 건설노조에 대한 대대적인 탄압과 민주노총 간부와 사회단체 활동가들을 엮어 만든 간첩단 사건으로 언론은 도배되었다. 음지에서 활동한다던 국정원이 떼거리로 동원되어 민주노총을 침탈하고 그 장면은 긴 시간 동안 생중계되더라. 노골적인 공안 탄압의 시대는 국가보안법과 국정원의 대대적인 등장을 홍보하는 언론의 생중계로 만천하에 공포되었다. 검찰이 국가 권력을 장악하고 행정부와 의회까지 장악해 들어가니 ‘검찰공화국’이라 하던가?

국가보안법은 북을 적으로 삼고 탄압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남쪽 사회의 노동자ㆍ인민들의 정치적 발전과 조직화를 가로막는 악독한 수단이기도 했다. 자본주의 체제를 수호하기 위해 사회주의 북의 영향력으로부터 차단, 그리고 무엇보다도 착취 질서를 전복하고자 언제든 일어설 노동자계급의 정치적 무력화와 노예화를 위한 수단이었다. 자본가계급의 착취 체제와 미제의 신식민 지배[3]물론 그 이전에는 일제의 식민 지배를 위해 1925년 제정된 국가보안법의 전신인 ‘치안유지법’이 있었다.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언제든지 동원할 수 있는 도깨비 방망이었던 셈이다. 이제 더욱 격화되는 남북 대결 구도와 제국주의 국제 질서, 그리고 국내 계급 갈등의 고조 하에서 국가보안법은 더욱 날선 탄압의 도구로 자주 전면에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2. 국가보안법과 함께하는 노동자계급의 정치세력화?

 

노동 진영(민주노총)은 24년 총선을 계기로 노동자 정치세력화 사업을 강조하고 있다. 공안 통치가 열을 올리던 23년 한 해, 민주노총은 탄압에 대응하여 위력적인 투쟁을 조직하기보다는 24년 총선을 준비하기 위한 ‘정치세력화’ 사업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노동자계급의 정치는 어떤 이념과 전략적 목표를 가져야 하는지 등의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접근보다는, 진보(연합)정당을 중심으로 하는 24년 총선 방침을 빠르게 결정하고 후보 조직화와 이를 지원하는 현장 조직화에 나서고자 하였던 것이다. 노동자계급이 독자적인 정치의 주체로서 바로 서고자 방향을 설정하는 것이 아니라, 진보정당 중심의 정치세력화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계가 여전히 극복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 또한 국가보안법의 존재와 무관하지 않다.

노동자계급의 정치ㆍ사상적 자유와 정치세력화를 가로막는 국가보안법을 그냥 두고 아무리 정치세력화를 강조하고 고민해 본들 올바른 길을 찾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노동자ㆍ인민의 정치적 조직적 발전을 가로막는 국가보안법이 활개 치는 한, 노동자계급의 해방을 향한 발걸음은 계속해서 왜곡될 것이다. 노동자계급의 정치세력화 사업은 이 나라에서 노동자계급이 정치적으로 전진해 갈 수 없는 조건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알고, 그것에 기초하여 투쟁의 첫발을 떼어야 한다. 따라서 국가보안법 철폐 투쟁과 함께 계급대중의 정치적 각성을 꾀하면서 한 발 한 발 전진해 갈 필요가 있다.

그러나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동운동 진영은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주장하지만 국가보안법의 폐지 투쟁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다. 진보정당들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 국가보안법과 함께하는 노동자 정치세력화? 국가보안법과 함께하는 진보정치? 그것은 자본주의 체제 내에서의 개량주의 정치세력화를 넘어설 수 없다. 자본주의 착취 질서를 혁파하고 사회주의 평등 세상을 건설해야 할 노동자계급의 역사적 사명과는 너무도 거리가 멀다.

노동자계급 정치세력화의 올바른 길을 가기 위해서는 국가보안법 철폐 투쟁에 노동자계급대중의 전면적이고 폭넓은 참여가 수반되어야 한다. 노동해방의 길은 정치ㆍ사상의 자유, 해방을 꿈꿀 수 있는 자유로부터 시작한다.

 

 

3. 국가보안법 폐지와 관련한 제도권 동향

 

지난해 헌법재판소에서는 국가보안법 제7조(1항, 3항, 5항)에 대하여 8번째 합헌 결정을 하였다.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은 “국가의 존립ㆍ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점을 알면서 반국가단체나 그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의 활동을 찬양ㆍ고무ㆍ선전하거나 동조하고 국가변란을 선전ㆍ선동한 자는 7년 이하 징역에 처한다”라고 규정한다. 같은 조 제3항은 “제1항의 행위를 목적으로 하는 단체를 구성하거나 가입한 자를 1년 이상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으며, 제5항은 “이적행위를 목적으로 문서ㆍ도화 기타의 표현물을 제작ㆍ수입ㆍ복사ㆍ소지ㆍ운반ㆍ반포ㆍ판매 또는 취득한 자”를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폐지를 지지하는 일부 재판관들은 “현재 우리 사회는 상당히 성숙했고 찬양ㆍ고무 등 행위는 지지의 태도를 나타낼 뿐 국가의 존립ㆍ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전복이나 폐지를 도모하는 행위가 아니다”라며 해당 조항이 의사표현 형성을 위축시킨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그들조차도 “(부르주아 독재) 국가의 존립ㆍ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전복이나 폐지를 도모하는 행위”는 용납할 수 없다는 것. 부르주아 헌법재판소의 역할과 임무에 충실한 재판관들이다.

한편, 2021년 5월 ‘국가보안법 폐지를 요구하는 국회 국민동의청원’이 열흘 만에 10만 명의 서명을 채워 국회에 제출되었으나, 국회 법사위는 국민입법청원인 ‘국가보안법 폐지안’ 심사 기간을 21대 국회 임기 마지막 날인 2024년 5월 29일까지로 연장하기로 ‘만장일치’로 결정하여 많은 규탄을 받은 바 있다. 국회는 심사를 미루다가 국회 회기 종료와 함께 결국 폐기해 버리고자 꼼수를 피우고 있는 것이다. 총선을 목전에 두고 국회는 공천 여부에 관심이 쏠려 있거나 지역구 주민들에게 눈도장 찍기에 여념이 없다. 노동자 민중 진영에서도 ‘총선’에 몰입해 있는 상황인지라 국민입법청원으로 만든 국가보안법 폐지안이 어떻게 되었는지 관심조차 없다.

 

 

4. 작지만 끈질긴 부산에서의 투쟁

 

부산 지역에서 진행되고 있는 국가보안법 철폐 투쟁은 2018년 4월부터 시작되었다. 격주 금요일 저녁 진행되고 있는 투쟁이 올해로써 7년째 접어든다. 서면 거리에서의 집회와 선전전, 그리고 문화제와 행진 투쟁까지 매 시기 적절한 방법을 선택해서 진행한다. 민주노총 부산본부와 몇몇 소속 노조 단위들, 그리고 몇몇 단체가 꾸준하게 참여하고 있다. 보다 대중적으로 참여가 확대될 필요가 있으나 당분간 쉽지는 않아 보인다.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한 노조 안에서의 교육ㆍ선전도 잘 보이지 않는다. 국가보안법을 수단으로 한 공안 탄압이 점점 더 노골화되어 나타나고 있는데도 국가보안법 투쟁의 전국화는 조직되지 않고 있다. 그렇지만 7년째 꾸준히 진행하고 있는 부산 지역 동지들의 결의는 “국가보안법이 철폐될 때까지~!”로 결연하다. 이 희대의 악법을 깨부숴야 희망의 싹이 돋는다는 것을 알기에.

 

 

5. 국가보안법 철폐 투쟁과 결합되어야 한다

 

국가보안법 철폐 투쟁의 목적은 정치ㆍ사상의 자유와 양심의 자유를 중심으로 하는 기본적인 민주주의적 권리의 확대이다. 노동자계급의 온전한 정치세력화를 위해서도 국가보안법은 사라져야만 한다. 투쟁의 주체는 국가보안법의 탄압의 대상인 노동자계급대중과 피억압 인민들, 그리고 제국주의 전쟁 반대와 한(조선)반도 평화를 염원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이 대중적이고도 전면적으로 국가보안법 폐지 투쟁의 주체로 나서야 한다. 국가보안법 철폐 투쟁은 피억압 인민에 대한 파쑈 지배를 통치 수단으로 삼는 윤석열 정권의 퇴진과 결합되어야 하며, 자본의 착취를 끊어 내고 평등 세상을 건설해 나가야 할 노동자계급 정치세력화 사업과도 결합되어야 한다.

지배계급의 사상이 지배적 사상이다. 이데올로기적 생산 수단을 자본이 독점하고 있고, 국가보안법이라는 파쑈 악법과 국정원과 검찰이라는 파쑈 기구들까지 저들의 손아귀에 있다. 이러한 사정은 이 나라의 정치적 후진성과 노동자ㆍ인민의 정치적 노예화로 나타난다. 최악의 자살률과 최악의 출산율이 파씨즘을 통치 이념으로 하는 신식민지 국가독점자본주의 사회의 2중의 착취와 수탈의 결과라는 것.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학술 연구를 가로막고, 집회 결사의 자유를 억압하고, 노동운동을 무력화하고, 정치ㆍ사상ㆍ양심의 자유를 억압하는 국가보안법을 그냥 두고서는 미래가 없다. 국가보안법 철폐 투쟁은 거리에서뿐만 아니라 대중 조직 속에서도 보다 책임 있고 전면적으로 수행되어져야 한다. 그 과정에서 노동자계급대중은 자본가계급의 정치적 노예로부터 벗어나고 해방된 세상을 향해 전진해 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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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ferences

References
1 장예지ㆍ권혁철 기자, “김정은 “언제 가도 통일 안돼”…남북관계 근본 전환 공식화”, ≪한겨레≫, 2023. 12. 31. <http://www.hani.co.kr/arti/politics/defense/1122439.html>
2 러시아와 중국, 이란의 여타 지역에서의 전방위적 군사적 행동을 위하여 한국과 일본에 주둔 중인 미군의 발목을 잡아두고자 윤석열과 신원식의 군사적 모험주의를 이용해 예상을 초월하는 대남 군사 행동이 있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24-1-1 북한의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드러난 북한의 남한에 대한 인식과 세계전략차원에서 해석”, ≪지정학과 세상읽기≫, 2024. 1. 2. <https://geopolitic.vercel.app/interkorea> 참조.)
3 물론 그 이전에는 일제의 식민 지배를 위해 1925년 제정된 국가보안법의 전신인 ‘치안유지법’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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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운동의 정치적ㆍ이념적 발전을 위한 노동사회과학연구소

3개의 댓글

  • NSL(국가보안법) 철폐 또는 폐철, 폐지, 폐절, 폐제의 철폐 또는 4폐들 정말 필요 아니 절실한 그 이상입니다. 운동의 상태도 폭로한대로 문제이지만 더 문제는 3 ~ 4폐 한다고 하는 이들도 NSL Kids(키즈) 즉 NSL의 아이들의 의미로 NSL을 내면화 한 사례가 너무나 많습니다. 이것들도 가능하시면 주욱 폭로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문서는 잘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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