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사회과학연구소

[정세] 이미 대공황에 진입한 세계 경제

 

신재길 | 교육위원장

 

 

1. 국제독점자본의 분열과 미국 헤게모니의 파탄

 

1980년대를 지나 90년대 이후 자본의 이동이 자유로워지고 개별 국가의 재정 통화 정책이 국제독점자본에 종속되는 국제독점자본주의 시대가 확립되었다. 이런 국제독점자본주의 체제에 균열이 가기 시작한 것은 2007년 금융 공황 이후이다. 이는 1914년 이후 독점자본주의에서 국가독점자본주의로 이행기의 시발점과 비교되는 것이다. 2007년 금융 공황은 국제독점자본이 전 세계를 금융으로 지배하는 전일적 체계가 붕괴하기 시작한 시발이 된다. 이후 미중의 무역 전쟁을 거쳐 러우 전쟁에 이르며 세계 경제는 탈세계화(블록화)를 경과하고 있다. 탈세계화는 세계적 분업 체계의 재조정 과정이다. 이 과정은 전쟁, 공황과 같은 급격한 변화를 동반한다. 세계 경제는 이미 대공황에 진입한 것이다. 대공황이란 기존의 시스템을 바꾸지 않고는 극복할 수 없는 공황을 말한다. 이런 점에서 일반적 순환 공황과 다르다. 부채 중심의 경제 시스템이 변화해야 이번 공황은 끝날 것이다.

 

90년대 이후 국제독점자본주의 체제는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위계적 질서를 이루고 있었다. 제국주의 간 갈등과 경쟁은 미국의 압도적 힘 앞에 소위 관리되었다. 이런 질서에 균열이 간 것은 2007년 금융 공황이다. 이 공황은 금융 중심의 국제독점자본 질서가 지속될 수 없다는 것을 나타냈다. 미국 중심의 금융 시스템은 위기에서 겨우 빠져나올 수 있었지만 그 피해는 미국 이외의 나라들에 더 많이 전가되었다. 특히 미국 금융 자산에 많은 투자를 한 유럽이 피해가 컸다. 이후 유럽은 미국과 다른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유럽은 제국주의 국가들의 연합이다. 경제적으로 유로화를 만들어 미국의 달러에 대응하는 기축통화를 구축했다. 그러나 정치군사적으로 미국에 종속되어 있었다. 대표적인 기구가 나토이다. 나토는 유럽 안보를 위한 조직인데 미국이 중심이 되어 있었다. 유럽은 나토와 별도의 유럽연합군 창설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이는 미국 중심의 세계 질서에 반기를 드는 것이다. 러시아가 자본주의화된 이상 나토가 미국 이익 중심으로 운영되는 것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유럽으로서는 자본과 기술 및 산업 기반이 있고 에너지와 식량을 러시아에서 조달하고 중국을 하위 생산 기지와 시장의 배후로 만든다면 미국에 대한 종속적 지위를 유지할 이유가 없는 것이었다.

 

그러나 유럽의 이런 의도를 미국은 잘 알고 있었다. 유럽의 예봉을 꺾는 방안은 러시아를 이용하는 것이었다. 미국에 종속적 유럽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한 소위 안보 위협을 만들어 낼 필요가 있었다. 이는 러우 전쟁으로 실현되었다. 러우 전쟁으로 유럽 부흥의 꿈은 깨져 버렸다. 2023년 미국이 3%대의 성장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독일의 성장률이 -0.3%라는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되는 상황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 준다. 러우 전쟁이 어떻게 마무리되든 유럽연합의 해체 우려가 불거져 나올 것이다. 러우 전쟁의 제국주의 전쟁의 성격은 바로 유럽과 미국의 갈등과 대립이다. 유럽은 패배하고 있고 미국은 승리하는 듯하다.

 

제국주의 세력 간 갈등과 대립은 협력과 상호 의존에 기반하고 있다. 유럽을 러시아의 식량과 에너지로부터 분리시키는 것은 단순히 미국의 에너지와 식량을 수출하자는 것이 아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를 통해 식량을, 중동을 통해 에너지를 유럽에 공급할 방안을 마련하였다. 그리고 이는 미국이 통제한다. 물론 모든 것이 계획대로 되지는 않는다. 카타르의 천연가스를 이라크와 시리아를 지나는 가스관 건설을 통해 유럽에 공급하여 러시아를 대체하려고 하였다. 그러나 러시아의 시리아에 대한 군사 원조로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다음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을 연결하는 운하 건설이다. 수에즈 운하를 대체할 것이고 그 관리 통제는 사우디와 이스라엘이 하게 될 것이다. 사우디의 네옴시티 건설 계획이 이런 복안의 일환인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사우디와 이스라엘의 국교 정상화가 급격히 진행되는 과정에 있었다. 여기에 이란에 대한 제재를 일정 정도 완화하여 운신의 폭을 넓혀주어, 이스라엘ㆍ사우디와 대립시키는 구도를 만드는 것이다. 이렇게 중동을 관리하는 것이 미국의 의도였을 것이다. 미국은 러우 전쟁으로 러시아를 유럽에서 분리시키고, 중동의 가스와 원유로 유럽의 목줄을 쥐는 것이다. 그리고 러시아의 남하와 중국의 서진을 이란에서 저지하는 것이다. 그런데 하마스가 이스라엘 공격을 감행했다. 미국의 이스라엘ㆍ사우디와 이란의 대립 구도는 반이스라엘로 중동을 뭉치게 만들어 미국의 중동 정책을 파탄 냈다. 이것이 하마스가 막대한 피해를 입고 생존이 불명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승리했다고 주장하는 의미이다.

 

미국의 세계 질서 재편에서 가장 큰 실책은 중국 봉쇄 정책의 파탄이다. 러우 전쟁도 중국 봉쇄 정책의 1단계였다. 러시아가 중국 배후에 강하게 버티고 있는 한 중국에 대한 봉쇄는 바람 빠진 풍선에 불과하다. 중국은 미국의 중국 봉쇄에 직접 반격을 하기보다는 서진 정책을 통해 피해 가고자 하였다. 중국의 서진은 종국에 아프리카, 나아가 라틴아메리카까지 이어진다. 서진의 길목에 중앙아시아가 있다. 중앙아시아의 스탄 국가들은 대부분 구쏘련에 속했던 국가들이고 지금도 러시아의 영향이 미치는 지역이다. 따라서 러시아의 약화는 이들 나라들에 대한 영향력 약화를 의미하고 이는 곧 중국을 봉쇄하는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는 것이 된다. 그러나 러우 전쟁에서 서유럽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국가들은 러시아에 대한 제재에 동참하지 않았다. 심지어 인도는 러시아의 석유를 대량 수입하여 이를 다시 유럽에 팔기까지 하였다. 이로써 러시아 재정의 중심인 원유와 가스 수출을 막아 러시아의 전쟁 수행 능력을 마비시켜 전쟁에서 러시아를 패배시키거나 최소한 러시아에 심해한 타격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미국의 예상은 반대로 오히려 러시아를 강화시키는 것으로 결과하고 있다. 이는 중국의 지원에 힘입은 바 크다. 러시아에 대한 대부분의 제재는 중국을 통해 와해된 것이다. 미하일 미슈쓰찐 러시아연방 총리는 2023년 1월부터 9월 말까지 러시아 GDP(국내총생산)가 전년 대비 3% 가까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 보고서도 러시아의 경우 2023년과 2024년에는 각각 2.2%와 2%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다. 서방의 경제 제재에도 불구하고 경제는 오히려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제재를 가한 유럽이 더 어려워진 상황은 아이러니하기조차 하다. 전쟁 중인 러시아는 군사비가 올해보다 20% 늘어난 예산을 책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정 적자는 GDP의 0.9%에 그칠 전망이다. 이렇듯 미국의 러시아 약화와 중국 봉쇄 정책은 러시아와 중국의 협력으로 파탄 났다.

 

중국 봉쇄에 대한 서방 진영의 파열음은 유럽에서 먼저 나왔다.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높은 유럽은 중국에 대한 분리 정책으로 경제적 후퇴와 집권 세력의 약세로 나타났다. 결국 유럽은 중국과의 분리 정책을 위험 관리 수준에서 중국과의 관계를 조정하는 것으로 돌아서고 있다. 벤츠 S500 수출의 35%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독일을 보면 유럽과 중국의 경제 의존도의 단면을 볼 수 있는 것이다. 미국도 마찬가지이다. 중국산은 수입 제한하고 동남아나 인도 등으로 수입선을 다변화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결국 포장만 동남아에서 하고 내용물은 중국에서 생산한 것이 밝혀졌다. 이는 당연한 이치이다. 미국에 수출할 상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시설 투자를 해야 한다. 그러나 수출 시장이 안정화되기까지 투자를 증가시킬 수 없고, 설령 상품 시장이 안정되었다 해도 자가 생산보다 중국산 저가품을 수입 조립하는 것이 더 이윤이 높다면 생산 시설을 증설할 이유가 없다. 중국은 내부 구조조정을 진행하면서 부동산 대출을 축소하고 제조업과 첨단 산업에 대출을 증가시키는 정책을 수행하고 있다. 이는 중국의 부동산 개발업체들의 위기를 불러오고, 상품의 과잉 생산을 유발했다. 아직까지 어느 나라도 중국이 실현하고 있는 규모의 경제를 따라잡을 수는 없다. 당분간 중국은 세계의 공장의 지위를 유지할 것이고, 미국과 유럽도 이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다. 중국에 대한 반도체 수출 제한도 중국의 자체 생산을 앞당기는 결과로 귀결될 공산이 크다. 이는 아직 말이 많지만 화웨이의 최신 스마트폰에 7나노칩 부품이 이용된 것을 보면 충분히 예상되는 길이다.

 

이렇듯 미국이 선두에 서고 유럽과 일본이 뒤를 따르며 중국 러시아 중동 등을 하위 체제로 유지되던 국제독점 시스템은 분열되어 대결 갈등의 이행기로 더욱 깊숙이 들어서고 있다. 결국 미국 헤게모니의 파탄으로 나아가고 있고 그 정점은 미 달러 기축통화의 붕괴일 것이다. 달러 기축 체제의 붕괴는 생각보다 빨리 올 수도 있을 것 같다.

 

 

2. 일본 엔화의 위기는 달러의 위기

 

영국의 파운드화는 영국이 경제력을 독일과 미국에 추월당하고도 근 50여 년간 기축통화의 지위를 유지하였다. 이는 금본위제라는 기반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의 달러는 금으로 담보되는 통화가 아니라 미국이라는 국가의 힘으로 경제외적으로 강제되는 의제통화이다. 따라서 미국의 헤게모니가 약화되면 급속히 그 기축통화의 지위를 상실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달러의 위기는 미국채의 가격 하락으로 나타나고 있다. 미국채의 가격 하락은 미국채의 금리 상승을 의미한다. 미국의 10년물 국채 금리가 11월 1일 현재 4.9%에 이르고 있다. 미국의 장기 국채 금리가 중요한 이유는 미국의 주요 경제는 단기 금리인 기준 금리보다 10년 미국채 금리에 더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미국 국채의 금리가 오르는 이유는 국채 공급이 많기 때문이다. 국채 공급이 많아지면 국채 가격은 하락하고 국채 금리는 올라가게 된다. 미국의 중장기 국채 순발행량은 올해 3분기 2780억 달러에서 4분기 3386억 달러로 계획되고 있다. 이는 하반기 단기 국채 1조 3452억 달러는 제외한 것이다. 24년도 예산도 6.9조 달러로 예상되어 23년도 5.8조 달러 예산보다 1.1조 달러 많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나 내년도 미국의 경기는 올해보다 후퇴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여기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팔레스타인-이스라엘 전쟁도 전쟁 자금 조달을 위한 예산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결국 국채를 발행해 증가하는 재정을 보충해야 한다. 2023년 회계연도에 미국 총부채는 33.17조 달러에 이른다. 이에 따라 이자 지급액도 팬데믹 이전 저금리 시절의 0.3조 달러에서 이제 1.4조 달러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런데 재정 확장 정책을 쓰고 있는 미정부와 반대로 미국 중앙은행인 연준은 양적 긴축을 하고 있다. 매월 950억 달러어치의 보유 국채와 모기지증권을 상환하여 시중의 달러를 회수하고 있다. 하지만 연준은 이런 양적 긴축의 와중에도 10년물 이상의 장기 국채는 매입하고 있다. 시장의 장기 국채 수요가 부족하여 양적 긴축 중에도 장기 국채를 매입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연준의 시장 개입에도 불구하고 장기 국채 금리는 계속 올라가고 있다. 보통 전쟁이 일어나면 안전자산 선호 현상에 따라 안전자산의 대표격인 미국의 장기 국채 수요가 늘어나는데 이번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전쟁으로 중동 정세가 불안해져도 잠시 장기채 금리가 내려갔다가 다시금 치솟고 있다. 이는 그만큼 미국 국채 시장에서 장기채 수요가 적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의 장기채 수요가 적다는 것은 미 달러에 대한 수요가 적다는 의미이다. 미국채의 가장 큰 수요는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들이다. 중앙은행들은 외환보유고로 달러를 비축하는데 달러 자체는 이자가 없기 때문에 이자가 주어지면서도 달러와 즉시 교환되는 미국채를 보유고에 담아 왔다. 그런데 미국채의 가장 큰손이었던 중국이 미국채 비중을 지속적으로 줄이고,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금리가 올라 미국채 가격이 하락하자 각국의 중앙은행들이 외환보유고를 금 등 다른 자산으로 대체하고 있다. 거기다 안전자산으로 간주되던 미국채가 금리 인상으로 가격이 폭락하자 미국채를 보유한 은행 등 금융기관들의 평가손이 늘어났다. 이를 감당하지 못하는 은행들은 파산하기까지 하였다. 이제 더 이상 미국채는 안전자산의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채권의 가장 큰 기능인 구매력 유지 기능을 상실한 것이다. 특히 국채의 수요 감소는 10년 이상의 장기채에서 나타난다. 단기채는 만기가 짧기 때문에 국채 가격의 하락은 금리 인상으로 상쇄된다. 그러나 장기채는 금리 인상분이 그에 따른 국채 가격 하락의 위험을 보상하지 못한다. 그래서 장기채 수요는 줄어든다.

 

미국채 가격 하락의 근본 원인은 미국이 가치담보 없이 너무 많은 국채를 발행한 데 있다. 미국의 부채는 2000년대 초만 해도 5.8조 달러에 GDP 대비 57.7%에 불과했다. 그러나 2023년 현재 33.7조 달러에 이르러 GDP 대비 119.5%에 달한다. 이는 2차 대전 직후인 1946년의 106%보다 많은 것이다. 2차 대전 직후에는 소득세율을 최고 90%까지 올려 세수를 확보하고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하여 부채를 줄였다. 그러나 현재는 세수를 획기적으로 증가시키기 어렵지만 전쟁 비용이나 산업지원금 등의 지출은 증가하고 있다. 결국 이자 비용조차 감당할 수 없게 될 수 있다.

 

이러한 미국채 수요의 축소를 그동안 일본이 매수를 늘여 보충하여 왔다. 그래서 지금 일본은 중국을 넘어서 미국채를 가장 많이 보유한 국가가 되었다. 일본은 순채권국으로 전 세계 투자금이 4000조 원에 달한다고 한다. 이 투자금의 투자수익금이 미달러 국채 매입의 원천이었다. 즉 일본은 경상 수지 흑자로 들어온 달러로 미국채를 매입한 것이다. 그런데 해외 투자수익금이 이제 일본 내로 들어와 엔화로 환전되지 않고 현지에서 재투자된다. 일본 경제가 투자 매력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이 지속되자 엔화 수요는 줄어들었다. 거기다 일본은 무역 적자국으로 투자수익금마저 일본 내로 들어오지 않으면 달러에 대한 수요는 늘어난다. 즉 엔화 수요는 줄고 달러 수요는 늘어나 엔화는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얼마 전 엔-달러 환율의 마지노선이라고들 하는 1달러당 150엔을 넘어서기도 하였다. 11월 26일 현재도 1달러에 149엔대를 유지하고 있다. 1990년대 이후 최저 수준이라고 한다. 이는 에너지 가격의 상승에 직접적인 원인이 있지만 구조적으로 고착화할 위험도 있다. 즉 일본이 30년째 저성장의 늪에 빠져 있고, 앞으로 일본 경제가 다시 성장할 가능성이 높아지지 않는 한 일본에 투자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일본으로 달러가 유입되기보다 달러 유출이 고착화될 가능성이 더 크다. 즉 일본 매도라고 하는 엔저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달러 대비 엔화의 통화량이 너무 과도하다는 것도 엔저 현상의 구조적 원인이다. 과거 30년 동안 미국의 달러 통화량은 9배 정도 성장했고 GDP는 3.5배 정도 성장했다. 따라서 달러는 미국의 GDP 대비 2.5배 더 많이 발행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일본은 30년 동안 GDP는 거의 변화가 없는데 엔화 통화량은 14배 증가하였다. 엔화는 30여 년 동안 달러 대비 5배 이상 더 발행된 것이다. 산술적으로만 계산하면 달러-엔 환율이 90년대에 100엔대였으니 지금은 500엔대가 되어야 한다. 일본의 엔화는 구조적으로 약세를 지속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일본 기준 금리와 미국 기준 금리의 차이가 너무 크다는 문제가 있다. 현재 일본의 기준 금리는 -0.1%이고 미국의 기준 금리는 5.25~5.50%이다. 이런 경우 일본의 자금이 미국으로 빠져나가지 않는다는 게 이상할 것이다. 일본에서 시중 금리로 1%에 대출을 받아 미국 달러로 바꿔 달러로 5%에 예금만 해도 연 4%의 수익을 낼 수 있다. 그리고 이는 이론상 무한대의 자금을 동원할 수 있다. 즉 미달러 예금을 담보로 일본 엔화를 대출 받아 다시 달러로 바꿔 예금하고 이를 다시 담보로 엔화를 대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채 시장에서도 이자율이 낮은 일본 국채를 팔고 이자율이 높은 미국채를 매수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일본 국채 수요가 준다는 말인데 국채 수요가 줄어들면 이자율은 반대로 높아진다. 그런데 일본은 이자율 제한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즉 10년물 일본 국채의 이자율을 1% 안에서 통제하는 것이다. 이자율이 1% 이상 올라가려 하면 일본은행이 10년물 일본 국채를 무제한 매입하는 것이다. 그 결과 일본은행은 일본 국채의 50% 이상을 소유하고 있다고 한다. 일본의 인플레이션율도 3%대에 이르고 있어, 기준 금리를 올리고 일본 국채 이자율 상한도 3%까지는 올려야 한다. 그래야 채권의 기능인 구매력 유지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도 여의치 않다. 일본 정부는 현재 연간 이자와 원리금 상환으로 약 24조 엔을 부담하고 있다. 이는 2022년 기준 1년 예산의 25%에 달한다. 일본 재무성에 따르면 기준 금리 1% 인상 시 일본 정부가 부담해야 할 이자액이 3.7조 엔 증가한다고 한다. 미국이 기준 금리를 5.5%까지 인상한다고 하면, 이자 부담액이 20조 엔 정도 증가한다. 45조 엔으로 증가하는 것이다. 일본 1년 예산이 약 100조 엔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이는 1년 예산의 거의 반을 국채 이자와 원리금 상환에 부담해야 한다는 말이 된다. 재정 파탄을 면할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2023년 세수는 69.4조 엔으로 전망되고, 예산은 114.3조 엔으로 전망하고 있다. 결국 23년도에도 35.6조 엔을 국채를 발행해 예산에 충당해야 한다.

 

일본이 기준 금리를 올리지 못하는 또 다른 이유는 일본 국채 가격의 하락이다. 금리를 올리게 되면 국채 가격은 하락하게 된다. 일본은행은 일본 국채 발행의 54% 정도를 보유하고 있다. 만약 금리가 올라가 국채 가격이 하락하게 되면, 일본은행은 막대한 평가손실을 입게 된다. 일본은행의 신용에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일본은행은 장부가평가를 기준으로 하기에 문제없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세계적 신용평가는 시가평가를 기준하고 있는 현실이다. 예로 들어 1억 원에 토지를 구매한 사람이 있다고 하자. 이 토지가 5천만 원으로 하락하였지만 장부가는 1억이다. 이 토지를 담보로 은행에서 1억 원을 대출하려고 할 경우 과연 이를 승인할 은행이 있을까? 이렇듯 신용은 시가기준으로 평가하는 것이다. 일본은행의 신용도 일본은행이 보유한 자산의 시가로 평가하게 된다. 금리가 1% 상승하게 되면 일본은행은 28조 6천억 엔의 평가손실을 입게 된다고 한다. 일본이 걷어 들이는 세수가 70조 엔이 안 된다는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평가손실인 것이다. 2022년 9월 현재 일본은행의 충당금과 준비금은 11조 1000억 엔밖에 안 된다고 한다. 1%만 금리가 상승해도 일본은행은 채무 초과가 발생한다. 채무 초과가 발생하면 엔화 가치는 급격하게 하락하게 된다.

 

다음으로 일본이 기준 금리를 올리지 못하는 이유는 좀비기업의 줄도산 위험 때문이다. 좀비기업은 기업의 수익보다 이자 비용이 더 많은 기업을 말한다. 일본은 초저금리로 기업에 대출하여 겨우 기업의 명맥만 유지하는 좀비기업이 많다. 좀비기업은 일본 전체 기업의 약 13%에 달한다고 한다. 이런 기업들은 금리가 조금만 올라가도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고 도산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금리를 올리게 되면 주택융자의 파산자가 속출할 것이다. 일본도 저금리의 지속으로 변동금리 대출자 많다. 일본의 주택 소유자들은 대부분 30년, 40년의 장기저리의 부동산론을 이용한다. 이들은 이자지급액의 한도까지 대출을 받아 좋은 집을 사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이들은 조금만 금리가 올라도 이자지급액 상승을 버티지 못할 것이다.

 

이런 사정들로 인해 일본은 경상 수지 적자와 인플레이션의 지속으로 기준 금리를 올려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으면서도 기준 금리를 올리지 못하고 있다.

 

일본은 금리를 인상해서 엔화의 약세에 대응해야 함에도 그러지 못하고 보유하고 있는 미국채를 팔아 엔화 하락을 방어하고 있다. 미국채의 큰 매입 주체가 미국채를 팔아 엔화를 방어하는 데 쓰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채 시장에 미국채 공급을 증가시켜 미국채 가격을 하락시키는 것이다. 미국채 가격 하락은 다시 미국채 금리 상승을 유발하고, 일본 국채 금리를 올리지 않는 한 미국채와의 일본 국채 사이의 금리 차이는 더 벌어지게 된다. 그러면 다시 일본 국채와 엔화 매도 미국채 달러 매수 현상은 가속화된다. 결국 일본과 미국의 국채와 환율 시장은 악순환의 고리에 빠진 것이다.

 

 

3. 일본의 금리 인상이 세계 경제에 미칠 영향

 

일본의 마이너스 기준 금리 정책, 국채이자율 제한 정책, 엔화의 달러당 150엔 고수 정책이 과연 유지될 수 있을까? 이는 미국의 기준 금리 인하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미국은 기준 금리를 내릴 계획이 없다. 미국의 기본 정책은 재정 확장 금융 긴축이다. 이 엇갈린 정책이 전 세계가 공황으로 진입한 상황에서도 거의 유일하게 미국의 경기가 좋은 이유이다. 재정 정책은 미국 국내용이고 금융 정책은 국제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정책이다. 고금리 금융 정책으로 세계에서 자금을 미국으로 빨아들이고, 재정 정책으로 국내적으로 확장 정책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미국의 고금리 재정 확장 정책은 미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나라들을 공황 상태에 빠지게 하고 있다. 그리고 이에 대한 전 세계의 불만을 힘으로 억누르고 있다. 러우 전쟁이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2023에서 2027년까지 미국 재정의 의무 지출(재정 지출의 약 70% 정도)이 이미 확정된 상태이다. 이는 인프라법(21년 11월), 반도체법(22년 8월), IRA법(인플레 감축법, 22년 8월) 등이다. 미국은 이런 재정을 마구 풀고 있다. 재정을 푼다는 것은 세수를 확보한 상태라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결국 채권을 발행하는 것이 된다. 미국채 공급이 계속 증가된다는 의미이고, 국채 금리는 내려오지 못한다는 의미이다. 이런 미국의 재정 확장 금융 긴축 정책이 계속되는 한 일본의 마이너스 기준 금리 정책, 이자율 제한 정책, 엔화 방어 정책은 유지될 수 없다.

 

만약 일본의 국채 금리가 올라가기 시작하면 어떻게 될까? 일본의 금리가 올라가게 되면 높은 금리를 찾아 세계로 투자되었던 엔캐리 트레이드 자산이 청산되게 된다. 일본은 세계 최대 순채권국이다. 일본의 낮은 금리를 이용해 엔화를 대출받아 이를 달러로 교환하여 세계 각국에 투자한 것이다. 이러한 엔화 자금이 일본의 국채 금리가 올라가게 되면 일본으로 회귀하게 된다. 그러면 세계 주식, 채권 시장은 자금 유출로 타격을 받을 것이다. 그 규모는 각국의 GDP 대비 미국은 7.3%, 프랑스는 7.5%, 영국은 4.6%, 호주 8.3%, 네덜란드 9.5%, 캐나다 4.1% 수준이라고 한다. 이 정도의 자금이 자산 시장에서 빠져나가기 시작하면 자산 시장은 폭락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자산 시장 붕괴가 잇따를 것이다. 따라서 일본이 금리를 올리는 조짐을 보이게 될 때야 미국은 자국의 기준 금리를 인하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렇듯 국제독점 체제는 금융과 생산 체계로 서로 얽혀 있다. 따라서 현재 자본주의 나라들을 어떤 나라는 제국주의 국가이고 다른 나라는 종속국 신식민지 국가라고 단정 지어 재단하기 전에 그 생산과 금융의 중첩적 구조를 먼저 파악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사우디아라비아는 제국주의 국가인가 신식민지 국가인가? 사우디만큼 자본 수출을 많이 하는 나라도 드물고 그리고 사우디만큼 산업 기반 시설이 없는 나라도 드물다. 그러면 이스라엘은 제국주의인가? 아닌가? 몇 가지 형식적 지표를 가지고 평가할 수 없다. 그전에 먼저 현대 국제독점자본의 체계를 밝히고 그 속에서 개별 국가의 지위와 역할을 밝혀야 할 것으로 보인다.

노사과연

 

신재길 교육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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