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희림 | 편집위원
“자본의 첩첩 바다는
나의 노동과 돈을 빼앗고,
나의 꿈을 파괴하고,
나는 나를 태웠다”
한 죽음의 정언이
저기 저기 저기 저 차가운
路上,
미제의 B-52H
핵무장 폭격기를
대한민국 상공에
끌어들인 전쟁유인국가의
천막 속엔
타다 만 살거죽에 갇힌,
님 영혼의 향불이 번개탄처럼 타오르고 있다
삶도 빼앗고 죽음도 빼앗은 첩첩 자본의 사회가
첩첩 침묵의 바다를 낳고
여기 바로 여기 바로 여기에서
모래성 지구 서울에서
용맹스럽다 못해 비루한 여기에 우리는 한 사람 두 사람 세 사람
무덤도 없는 여기에 모이기 시작했다
정치고관 대작들과
자본사주 악당들과
조합주의 이기의 사이를 뚫고
침통 비통 슬픔 서글픔 안타까움 절망의 모든 짱돌 하나씩 들고
살의의 권력 속에 주저앉은 우리는
우리의 국가와 세상이 없는 삶이 되어 가고 있었다
너무나도 조용한 소외,
침묵의 첩첩 바다에 빠진 우리는
청송녹죽*마냥 서거럭거리며
투쟁의 슬픈 기적을 만들려는 우리는
고관 재벌 작당들과
거대 조합주의 이기와
난분분 관료주의들을 여직
작파하지 못하고 있는 우리는,
향불 사르며
기어이
함께 소멸할 수 없는 시대의 정신은,
우리가 건설해야 할
노동자 국가의
동지! 앞에 부끄러웠다
* 김남주의 죽창가에서 차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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