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과연
방희원 | 고 방영환 열사 유가족
* 이 글은, 지난 10월 11일(수) 서울시청 서소문별관 앞에서 진행된 ‘택시 노동자 방영환 분회장을 죽음으로 내몬 택시발전법 등 위반 관련, 서울시 택시 사업장 전수조사 진정서접수 기자회견’에서, 발언했던 내용입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고 방영환 씨 딸입니다.
우선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저는 아버지의 뜻을 받아 투쟁을 이어 나갈 것을 말씀드립니다.
저와 아버지는 어릴 때 헤어지고 난 뒤, 돌아가시기 전까지 아버지를 보지 못하였고, 저는 아버지를 많이 원망하며 살았습니다.
9월 26일 오전에 아버지가 위독하시다는 경찰의 전화를 받고, 갑작스러운 소식에 “저는 아빠 없어요. 저 아빠 없이 컸어요. 전화하지 마세요” 하며 퉁명스럽게 대답하고 끊었고, 10월 6일 오전 8시 반경, 아버지가 사망하셨다는 소식을 경찰에게 들으며 시신인계를 받으시겠냐는 질문에 안 받겠다 대답하였습니다.
그러나 마음 한 켠이 무거워 제가 시신인계를 안 받으면 무연고자 시신이 되는 것이냐 물었고, 그렇다는 대답을 듣고 이것저것 물었으나 모른다고만 하시는 경찰의 무심한 태도에 내일까지 생각해 보겠다 하고 끊었습니다.
전화를 끊고 고민을 정말 많이 했었습니다.
제가 아버지를 무연고자 시신으로 만들고 나면 평생에 한 번이라도 후회 안 하고 살 자신이 있을까 고민 끝에 장례라도 치러 드려야겠다는 결정을 하였고, 한강성심병원 장례식장에 전화하여 장례비용, 장례절차 등 이것저것을 묻던 찰나에 아버지가 분신으로 돌아가셨단 소식을 장례식장 직원분에게 들었습니다.
당연히 질병사 혹은 자연사로 돌아가셨을 거란 생각을 하고 있던 저는 무척 당황스러웠고, 상황을 파악하고자 급하게 병원으로 달려와서 아버지를 추모하고 계시던 지인분들을 만나 뵙게 되어 이 사건의 전말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고는 모든 아버지와 관련된 기사를 하나도 빠짐없이 읽어 보고 찾아보며 얼마나 억울하셨을지 하나하나 알아 갔고, 여기 계신 대책위원회분들을 만나면서 많은 이야기를 듣고 논의 후에, 아버지 투쟁에 관한 권한을 위임하였습니다.
그러고는 한마음으로 뜻을 모아 싸우기로 결심했습니다.
저는 아버지가 참 미웠습니다.
아버지를 원망하면서도 핏줄이 뭐라고 보고 싶기도 했고, 그럼에도 저를 안 찾아 주시는 아버지가 저를 잊었다는 생각에 많이 미웠습니다.
하지만 아버지의 죽음에 대해 사건을 파악하고자 여러 사람을 만나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된 건, 아버지는 저를 잊지 않으셨습니다.
주변 지인분들에게 딸이 있다고 보고 싶다는 말씀을 하시며, 내가 잘못되면 딸을 꼭 좀 찾아 달라, 부탁을 하셨다는 말을 듣고 나니 왈칵 눈물부터 쏟아졌습니다.
저를 잊고 사셨다는 생각에 여지껏 미워했는데, 아버지도 저랑 같은 마음이셨나 봅니다.
저에겐 부끄러운 아빠였지만, 남들에겐 정의롭고 솔선수범하시고 가진 걸 베풀 줄 아시는 분이셨고, 제가 부끄럽다고 생각하던 아버지는 결코 부끄럽지 않은 오히려 너무 멋지신 분이셨고 자랑스럽기까지 했습니다.
아버지를 미워하고 원망한 시간들이 너무 죄송하고 후회됩니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아버지에게 마지막 선물을 드린다는 생각으로, 살아생전에 그토록 원하셨던 임금체불 해결, 완전월급제 이행, 해성운수 대표 처벌을 통해, 택시 노동자분들이 좀 더 편한 세상에서 근무하실 수 있게 뜻을 제가 이뤄 드리고 싶습니다.
그렇게라도 제 마음이 아버지께 전달되길 바라며 싸울 것입니다.
아버지의 죽음까지 이르게 한 해성운수 대표를 강력히 처벌하여 아버지가 편안히 잠드실 수 있게 많은 분들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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