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희 | 자료회원
“저는 우리 아이들이 택시노동자로 당당하게 살아가는 세상을 보고 싶고 그래서 투쟁하는 겁니다.”
첫 만남에 두 눈을 빛내며 힘 있게 얘기하던 그의 또렷한 음성이 귓전을 맴돈다. 생전에 그가 투쟁했던 목소리를 요즘 매일 듣고 있는 이유도 있겠으나, 그만큼 그는 투쟁에 진심이었다.
9월 26일, 믿기지 않는 분신 소식에서야 차돌 같던 그가 참으로 힘들고 외로웠구나… 온몸으로 아프게 느끼며 함께 싸워 주지 못한 내 자신을 질책하고 이제사 해성운수, 양천경찰서, 검찰청 앞을 오가며 해성운수 정승오의 처벌과 택시 완전월급제를 외쳐 보지만 시간이 갈수록 비어 가는 가슴은 어쩔 수가 없다.
아마도 극으로 내달리는 자본주의 아래에서 완전한 택시월급제 실현의 요원함과 악질사장이 저지른 살인예비라는 죄명이 특수폭행이라는 벌금형 가능의 죄명으로 검찰에 송치된 탓도 크리라.
하지만 조금 더 솔직하자면, 노조 내에서 힘들어 했던 열사의 모습을 또렷이 기억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친구이자 동지의 공공운수 고공투쟁에 함께하며 그는 “이러다가 징계받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라는 말을 몇 번이나 했었고, “왜 징계를 주겠냐…”며, 그런 걱정하지 말라고 했던 나는, 이후 올려진 징계예고 소식에 씁쓸함과 치미는 화를 감출 수가 없었다.
방영환 열사는 사측이 괴롭게 하는 것도 힘들지만, 이리 동지들에게 버려지는 것도 힘들다며, 다시 또 고립될 투쟁에 깊은 한숨을 내뱉었었다.
10월 6일 이른 아침, 끝내 방영환 열사는 생의 끈을 놓아 버렸다.
열사가 가고 남은 자리에는, 그동안의 아낌없던 그의 연대 정신을, 회사의 갖은 탄압과 때때로의 회유에도 끄떡없이 강고했던 그의 투쟁을, 안타까워하는 마음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눈물과 분통함을 남겼다.
가슴에 차오르는 비통함을 서로 쓰다듬으며 나아가야 할 우리들은 노조 이야기는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택시 완전월급제와 악질자본 처벌을 외치고 있지만 “도와주지는 못해도 발목은 잡지 말아야 하는 것 아니냐”며 참아 왔던 분이 여기저기서 쉬쉬하며 터지고 있다.
그러나 방영환 열사는 자신을 생으로 활활 불태우며 분명히 바랐을 것이다. 택시노동자가 노예적 삶에서 해방되기를, 노동자의 주인으로 군림하는 악질자본가의 민낯이 확실히 드러나 법의 심판을 받기를, 그리고 노조가 새로이 거듭나기를..
나 또한 그리되기를 바라며 멈추지 않는 투쟁의 뒤를 따를 것이다. 그것이 우리에게 채워진 보이지 않는 족쇄의 실체가 무엇인지 깨달은 자의 의무이기 때문이다.
방영환 열사의 투쟁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시간을 앞당길 수 있도록 불을 붙여 주었길 바라며, 짧은 시로 열사의 명복을 다시 한번 빌어 본다.
* * *
이제 더 이상
순수한 열정의 이름이
열사라는 비통함과 분노의 이름이 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며 촛불을 든다.
타오르는 촛불..
이는 바람에도 출렁이며 위태롭기에
더 가슴 가까이 감싸안으며 투쟁을 외친다.
투쟁! 투쟁!! 투쟁!!!
악질 자본가의 “이런 세상 더 이상 못살겠다”는
곡소리가 넘쳐날 그날은
가슴 속 촛불 하나 하나가 불타오르며
모아질 때 오리니
자본주의와 돈의 노예이기를 저항하며 투쟁하는
곳곳의 동지들이여..
함께 불타올라 지금의 세상 활활 태워버리고
사는 것처럼 사는 세상 위해
투쟁!!
노사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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