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사회과학연구소

[정세] 미국 자동차노조(UAW) 파업 ― 그 반면교사의 씁쓸함

 

진상은(陳祥殷) | 회원

 

* 이 글은, ≪노동자신문≫ 제10호(2023. 10. 9.)에 실렸던 글입니다.

 

 

9월 15일부터 이어지고 있는 미국 자동차노조(UAW, United Auto Workers)의 파업이, 특히 진보적이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꽤나 고무적으로 비치는 것 같다. 예컨대, ≪한겨레≫는, “개혁파 소속”인 숀 풰인(Shawn Fain) 집행부의 지휘하에 “역사상 최초로 3대 업체 동시파업을 단행”한 것은 “최근 미국에서 이어지던 파업 물결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어 “미국 제조업의 기둥인 자동차산업 노동자들까지 동참한 것”으로서, “이런 투쟁이 시작됐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커다란 변화의 조짐이 아닐 수 없”고, “신자유주의 시기 동안 세계 노동운동”에 강요되었던 “단단한 제약조건에 선명한 변화의 균열이 나타나고 있다”고, 그리하여 “UAW 파업이 한국 노동운동에 결코 머나먼 남의 나라 이야기일 수 없”다고 쓰고 있다.[1]장석준, “[장석준의 그래도 진보정치] 미 자동차노조 파업, 새 변화의 균열인가”, ≪한겨레≫, 2023. 9. 28. … Continue reading 나아가, 인쇄판의 “노조 파업 현장서 메가폰 잡은 바이든…재선 민심 붙잡기”라는 기사[2]이본영 워싱턴 특파원, “노조 파업 현장서 메가폰 잡은 바이든…재선 민심 붙잡기”, ≪한겨레≫, 2023. 9. 28. (9월 28일 자 인쇄판 14면.) 를 인터넷에는 “바이든 ‘파업투사’로…자동차노조 시위 참여해 “포기말라””[3]이본영 워싱턴 특파원, “바이든 ‘파업투사’로…자동차노조 시위 참여해 “포기말라””, ≪한겨레≫, 2023. 9. 27. … Continue reading라고 띄우고 있다. ≪경향신문≫ 역시 ““포기하지 말고 버텨”…노조 모자까지 쓰고 파업시위 동참한 바이든”이라는 기사[4]박용하 기자, ““포기하지 말고 버텨”…노조 모자까지 쓰고 파업시위 동참한 바이든”, ≪경향신문≫, 2023. 9. 27. … Continue reading를 띄우고 있다. 현직 대통령 바이든만이 아니라, 전직 대통령이자 현재로서는 유력한 차기 대통령 후보인 트럼프 역시 현장을 방문, ‘지지ㆍ격려’했다.

이렇게 전ㆍ현직 대통령이 ‘파업투사’로 나서는 광경! ― 파업을 벌이면 전투경찰대에 진압당하기 일쑤고, 이른바 ‘업무개시명령’으로 강제노동을 강요당하는 우리 사회에서, 그것은 일견 부러운 광경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정말 부러워할 만한 광경일까?

정반대다! 그것은 UAW의 이번 파업이, 나아가서는 미국의 최대 노총이랄 수 있는 AFL-CIO(미국노동연맹ㆍ산업별조직회의)가 지배하고 있는 미국의 노동운동 일반이, 다시 나아가 CPUSA(미국 공산당)가 얼마나 사상ㆍ이론적으로, 정치적으로 타락해 있으며, 따라서 독점자본의 지배에 얼마나 (사실상 자발적으로) 종속되어 있는가를, 그리하여 얼마나 무력한가를 보여 주는 광경일 뿐이다.

우선, 3대 업체 중 한 업체를 골라 파업을 벌이고 그 결과대로 나머지 두 업체도 협약을 체결했던 과거의 관행을 버리고, “역사상 최초로 3대 업체 동시파업을 단행했다”는 이번 파업의 양태부터 보자. 일견, 역시 고무적인 변화로 보인다. 그러나 실제로는 뻥튀기일 뿐이다! 과거 한 업체를 골라 파업을 벌일 때에는, 적어도 방침상으로는, 그 업체의 전체 공장들에서 전면파업을 벌였음에 비해서, “역사상 최초”의 “3대 업체 동시파업”에서는 각 업체별로 한 공장에서만, 그러니까 3개 공장에서만, 부분적으로 약 13,000명(조합원의 약 9%)만이 파업을 벌였을 뿐이고, 22일과 28~29일에 파업을 확대했다고 하지만, 파업인원은 25,000여 명(조합원의 약 17%)에 그치고 있어, 9월 14일 자정에 유효기간이 끝나 단체협약이 없는 조건에서 3대 업체의 공장들은 쌩쌩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오죽했으면, GM의 어떤 간부가 UAW의 파업 확대를 가리켜 “언론에 보여 주기 위한(for the headlines)” 것이라고 조롱했겠는가?

그런데 이렇게 ‘고무적’인 양태도 사실은 이 파업의 이면(裏面), 혹은 그 사상ㆍ이론적, 정치적 측면에 비하면, 하찮은 것이다.

바이든 자신뿐 아니라 UAW의 지도자들도, AFL-CIO의 지도자들도, 그리고 CPUSA까지도 그를 “역사상 가장 친노조적인 대통령”이라고 추켜세운다. 과연 얼마나 ‘친노조적’일까? 멀리 갈 것도 없이, 지난해 12월 초에 유급병가를 부인한 협약 갱신에 동의하지 못하는 철도노동자들의 파업을, 의회와 한패가 되어 봉쇄한 것이 바로 “역사상 가장 친노조적인 대통령” 바이든이었다!

파업현장을 방문하여 바이든은 소리쳤다. (≪한겨레≫[5]이본영 워싱턴 특파원, 앞의 기사.에 따르면,) “당신들이 받는 급여와 혜택은 상당히 올라야 한다” “포기하지 말라”고! “전미자동차노조는 2008년에 자동차 산업을 살렸다. 당신들은 많은 것을 포기했다”며, 금융위기 극복 과정에서 노동자들이 구조조정과 처우 악화 등 고통을 감내한 점을 상기시키면서! “전미자동차노조는 2008년에 자동차 산업을 살렸다. 당신들은 많은 것을 포기했다”! ― 얼마나 의미심장한가? 그렇게 “노동자들이 구조조정과 처우 악화 등 고통을 감내”할 때에 당시 민주당의 오바마 정권은 공황으로 파산의 위기에 몰린 GM과 스텔란티스 등에 800만 달러 이상을 무상 지원했다! 그리고 바로 그러한 UAW의 ‘자동차 산업 살리기’와 정부의 무상지원의 한가운데에 바이든 그가 있었다.

이번에 바이든이 ‘파업투사’로 나선 것도, 그 파업이 얼마나 무력하면 그랬을까 하는 점은 차치하더라도, 사실은 역겨운, 전문용어로, ‘짜고 치는 고스돕’이었다. 유례가 드문 극우 선동정치가(포퓰리스트) 트럼프가 현장을 방문하겠다니까, 그에 선수 치기 위해서 UAW의 ‘개혁파’ 위원장 숀 풰인이 바이든을 초청했고, 그에 응하는 형식으로 만들어진 장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예컨대, AFL-CIO의 ‘개혁파’ 위원장 리즈 쉴러(Liz Shuler)는 이렇게 얘기한다. ― “바이든 대통령은 그가 역사상 가장 친노조적인 대통령임을 다시 한번 입증하고 있다.” “근로인민은 그가 언제나 우리 편임을 알고 있다. …” “우리 UAW는, 그리고 부당한 취급에 넌더리가 난 전국의 노동자들은 바이든 대통령 편이다.”![6]Mark GruenbergㆍJohn Wojcik, “As Trump heads to Detroit, UAW blasts his trip as a pathetic ploy(UAW는 트럼프의 디트로이트행을 애처로운 책략이라고 맹비난했다)”, … Continue reading 결국, “개혁”을 외쳐 왔지만, AFL-CIA임을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7][편집자 주] AFL-CIO의 역사에 대해서는 다음을 참조하라. 손미아, “제2차 대전 후 미국의 계급투쟁 ― 공산주의 운동과 반공주의”, ≪20세기 … Continue reading

사실상 민주당의 좌익을 형성하고 있는 UAW나 AFL-CIO만이 이런 조의 발언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리즈 쉴러의 위 발언은, 밝힌 바대로 CPUSA, 즉 미국 공산당의 기관지(Peoples World )에서 인용한 것인데, 명색이 공산당의 이 기사에는 독점자본가계급 정당으로서의 민주당이나 그 정권에 대한 한 마디 비판적 발언도 없다. 아니, “UAW는 트럼프의 디트로이트행을 애처로운 책략이라고 맹비난했다”는 제목 자체에서도 알 수 있는 것처럼, “악명 높은 반노동적 전 대통령” 트럼프와 비교하면서 바이든을 극찬하고 있다. 심지어는, 금년 초에 AFL-CIO가 거대하게 조직한 바이든-해리스(Biden-Harris) 지지에 UAW가 빠졌음에도 불구하고 바이든은 UAW의 파업을 지지하는 발언을 했다고까지 추켜세우면서!

이 기사만이 아니다. 이번 파업에 대한 CPUSA의 모든 기사가 같은 기조다. “https://peoplesworld.org/article_tag/uaw-strike/”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오늘날 ‘CPUSA는 민주당의 아류’라는 조롱ㆍ평가가 결코 빈말만은 아닌 것이다.

 

 

한편, 보도 사진들에서도 볼 수 있듯이, UAW는 “stand up” 파업임을 강조하고 있는데, 어의(語義)가 “일어나라”이니까 그 자체로서야 의미가 있지만, 이 또한 사실은 무기력 혹은 찬양할 만한 ‘준법정신’의 표현이며, 어떤 논객의 말처럼, “말장난(play on words)”이다. 물론 무기력을 은폐하기 위한! 승리로 끝나면서 오늘날 같은 거대 UAW를 있게끔 했던 1936~37년의 “sit down” 파업, 즉 플린트(Flint)의 GM 공장 점거파업 직후, 법원이 “sit down” 파업 즉 점거파업을 불법화한 데에 따른 것이기 때문이다.[8][편집자 주] 1936~37년의 GM 공장 점거파업에 대해서는 다음을 참조하라. 손미아, “세계경제공황과 노동자계급 대투쟁의 역사 ― 1929-2009년 한국과 … Continue reading

끝으로, 이번 파업의 배경의 하나인 ‘전기자동차화’에 따라 예상되는 실업 문제는 자본주의하에서는 UAW가 요구하는 주 4일 노동으로의 노동주(勞動週)의 단축도, 트럼프가 사기 치는 정책적 억제도 그 해결의 길일 수 없다는 것을, 그리고 무엇이 해결의 길인지도, 이 글의 독자들은 능히 알고 있을 것이다.

“UAW 파업이 한국 노동운동에 결코 머나먼 남의 나라 이야기일 수 없”다면, 그 이유는 단지, ≪한겨레≫가 말하고 있는 바와는 정반대로, 그것이 반면교사이기 때문일 뿐이다.

노사과연

 

References

References
1 장석준, “[장석준의 그래도 진보정치] 미 자동차노조 파업, 새 변화의 균열인가”, ≪한겨레≫, 2023. 9. 28. <https://www.hani.co.kr/arti/opinion/column/1110426.html>
2 이본영 워싱턴 특파원, “노조 파업 현장서 메가폰 잡은 바이든…재선 민심 붙잡기”, ≪한겨레≫, 2023. 9. 28. (9월 28일 자 인쇄판 14면.)
3 이본영 워싱턴 특파원, “바이든 ‘파업투사’로…자동차노조 시위 참여해 “포기말라””, ≪한겨레≫, 2023. 9. 27. <https://www.hani.co.kr/arti/international/america/1110292.html>
4 박용하 기자, ““포기하지 말고 버텨”…노조 모자까지 쓰고 파업시위 동참한 바이든”, ≪경향신문≫, 2023. 9. 27. <https://m.khan.co.kr/world/world-general/article/202309270821001#c2b>
5 이본영 워싱턴 특파원, 앞의 기사.
6 Mark GruenbergㆍJohn Wojcik, “As Trump heads to Detroit, UAW blasts his trip as a pathetic ploy(UAW는 트럼프의 디트로이트행을 애처로운 책략이라고 맹비난했다)”, Peoples World, 2023. 9. 27. <https://www.peoplesworld.org/article/as-trump-heads-to-detroit-uaw-blasts-his-trip-as-a-pathetic-ploy/>
7 [편집자 주] AFL-CIO의 역사에 대해서는 다음을 참조하라. 손미아, “제2차 대전 후 미국의 계급투쟁 ― 공산주의 운동과 반공주의”, ≪20세기 사회주의와 반혁명(≪노동사회과학≫ 제4호)≫, 노사과연, 2011. 5. <http://lodong.org/wp/archives/12288>
8 [편집자 주] 1936~37년의 GM 공장 점거파업에 대해서는 다음을 참조하라. 손미아, “세계경제공황과 노동자계급 대투쟁의 역사 ― 1929-2009년 한국과 미국을 중심으로”, ≪사회주의 20세기와 21세기(≪노동사회과학≫ 제2호)≫, 노사과연, 2009. 6. <http://lodong.org/wp/archives/12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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