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사회과학연구소

[현장] 코로나를 핑계로 해고됐던 노동자들이 여기 아직 있습니다

 

함민희 | 사무국장

 

* 이 글은, 지난 9월 19일(화), ‘세종호텔 해고자 복직으로 가는 오체투지’를 시작하기에 앞서,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진행된 ‘부당해고 판결 촉구 의견서 접수 기자회견’에서의 발언을 정리한 것입니다.

 

 

 

오는 11월 3일 부당해고 행정소송 1심 판결을 앞둔 해고 노동자들이 3일간 오체투지를 하기 위해서 지금 이 자리에 서 있습니다. 멀쩡히 일 다니던 사람들이 어째서 서울 길바닥에 몸을 붙이고 엎드려야 하는 처지가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세종호텔의 호텔리어들은 코로나로 인한 매출 감소에 회사 사정을 고려해서 사측과 임금 삭감도 논의했었고, 사측이 고용유지지원금도 추가로 신청할 수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설마 해고 통보를 받을 거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세종호텔은 기어코 정리해고를 강행했습니다. 그것도 의도를 숨길 수가 없게, 해고를 당한 노동자 15명이 모두 민주노조 조합원들이었습니다. 누가 봐도 민주노조를 파괴하기 위한 해고였고, 눈 가리고 아웅이라도 하는 정성조차 보이지 않았습니다.

 

억울한 해고에 맞서 조합원들은 호텔로비를 점거했지만, 회사측은 업무방해금지가처분을 냈고 법원은 그걸 그대로 받아들였습니다. 거기다 담당 판사는 가처분과 상관없는 해고의 정당성까지 판단했습니다.

 

납득할 수 없는 해고와 노골적인 노조 탄압이었기 때문에 노동위원회에 기대를 걸었지만, 지노위ㆍ중노위는 부당해고와 부당노동행위구제 신청을 모두 기각했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조합원들은 원직복직 투쟁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정부는 코로나 종식을 선언했고, 투숙객은 코로나 이전처럼 호텔을 찾고 있지만, 여전히 해고된 호텔리어들은 호텔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모든 일이 어떻게 감히 일어날 수 있는지, 우리 사회가 이 정도밖에 안 되는 건지, 노동자로서 받아들일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기업은 조금의 손실도 떠안지 않고, 노동자는 아무렇게나 내팽개쳐져도 되는 것입니까.

 

코로나로 인한 일시적인 경영상의 어려움이었습니다. 코로나가 끝난 지금 모든 게 명백해지지 않았습니까. 세종호텔은 지금 투숙객들로 붐비고 있습니다. 대단한 경영 전략으로 그렇게 된 것이 아닙니다. 그저 코로나가 끝났을 뿐입니다.

 

그런데 코로나를 핑계로 해고됐던 노동자들이 여기 아직 있습니다. 아무도 해명해 주지 않는 처지를 끌어안고 오체투지를 하려는 이 사람들에게 우리는 부당한 해고였다고, 명백한 노조 탄압이었다고 말해야 합니다.

사법부는 어떻게 할 것입니까?

 

세종호텔을 운영하는 대양재단의 주명건 전 이사장 아들은 판사였습니다. 그 아들의 장인도 판사, 두 딸의 남편, 즉 사위들도 판사입니다. 대단한 집안이지요.

 

세종호텔의 자본과 인맥에 눈치를 보지 않고 판결을 내릴 수 있는지, 대한민국 사법부가 어떤 판결을 내리는지 똑똑히 지켜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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