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나도 연대의 힘이 되고 싶어 길을 나선다

김계월 | 공공운수노조 아시아나케이오 지부장

코로나19로 부당하게 해고되었다가 800일 만에 복직해서 현장에서 동료들과 부대끼며 때로는 웃고 힘들 땐 또 넋두리를 해 가며 보낸 시간이 어느덧 1년이 훌쩍 넘었다.

오늘은 오후 근무날~~~

햇빛이 너무 뜨겁다. 살 속으로 파고드는 뜨거움이 느껴질 때 출근길에서 만나는 반가운 능소화가 환하게 웃는 거 같아서 잠시 더위를 잊고는 어쩌면 오늘도 이 출근길은 마지막 나의 일상이 되겠구나 하며 총총히 지하철로 향한다. 오래도록 피고 지고 하며 늘 만나는 능소화 꽃도 얼마 후면 지고 나는 얼마 후면 정년을 맞는다.

출근길에 풀 나무 꽃 그리고 캐리어를 끌고 인천공항으로 가는 여행객들을 만나는 것이 출근길 모습이다. 나의 삶을 이어 주는 공항철도는 오늘도 일터를 향해 빠르게 질주한다.

복직 후 낯설었던 현장과 동료들 그래도 웃으면서 계월 언니 하고 반갑게 맞이해 준 동료들이 있어서 적응하는 데 도움이 됐다.

코로나19 이전의 모습을 되찾은 항공사들은 돈벌기에 급급하겠지만 항공노동자들은 별반 다르지 않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 일을 한다.

여름이면 방학과 휴가철로 성수기를 맞아 항공기 수요가 늘어나고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고 인력을 대체할 수 없으니 우리 케이오회사만 해도 단기 계약직과 일반 계약직으로 오래된 퇴직자까지 고용해 일을 시키고 있다. 이 폭염 속에서도 회사가 제시한 격려금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연차도 쓰지 않고 일을 하고 있는 동료들을 볼 때 안타깝기만 하다.

노동자의 건강할 권리와 안전하게 일할 권리마저 돈으로 빼앗는 자본이야말로 저급하기 짝이 없고 돈 앞에 맥없이 주저앉는 노동자들의 의식을 이야기하기 전에 자본가가 만들어 낸 구조라고 생각하니 정말 화가 난다.

이렇게 현장은 쉴 새 없이 기내청소에 온몸을 내던지듯 권리를 포기하며 건강보다 돈을 우선순위에 둔 지 오래다.

그렇지만 나는 노동자의 권리와 인권을 위해 그리고 부당한 처우에 맞서 복직 후 몇 가지 문제를 해결한 일이 있었다.

휴게시간 30분 그리고 건강검진을 근무시간에 받도록 했고 오후 근무 퇴근 시 택시비 받아 내는 일 등 당연한 권리를 되찾는 일에 민주노조가 역할을 했다.

일상투쟁을 하며 성실하게 일하는 나는 오늘도 당당하게 그리고 내 삶에 최선을 다하며 비록 고되지만 소소한 행복을 누리는 노동자다.

이 행복감을 누리도록 연대해 준 전국의 연대 동지들에게 고맙고 감사한 마음을 전하기 위해 휴무날이나 연차를 내고 집회나 투쟁하고 있는 동지들에게 연대를 한다.

현장일하면서 연대 가는 일이 생각보다 쉽지 않지만 투쟁할 때 받았던 사랑과 그 연대의 힘으로 고통의 시간을 견딜 수 있었기에 나도 그 힘이 되고 싶어 길을 나선다.

오늘도 전국에서 투쟁하고 있는 노동자들이 삶의 터전으로 돌아가 일상의 행복을 누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노사과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