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사회과학연구소

[편집자의 글] 국제 사회주의ㆍ공산주의 운동의 쟁점들과 허수아비 때리기

 

김해인 | 편집출판위원장

 

 

한때는 밀접한 관계에 있었던 모 단체의 비판(?)이 점입가경, 도를 넘고 있긴 하지만, 그래서 그에 대한 반비판의 요청들이 적지 않지만, 여러 이유들로, 그동안 직접적인 반비판을 하지 않았고, 당분간은 그럴 계획이 없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 비판의 내용들이라는 것이, 현재 국제 사회주의ㆍ공산주의 운동에서도 쟁점이 되고 있는 주제들에 대한 것, 즉 중국 사회의 성격, 우크라이나 전쟁의 성격, 다극화의 의미 등등으로 되어 있습니다.

과거, 한국의 ‘민족 문제’에 대해서는, 몇몇 단체 및 개인들과 직접적으로 논쟁한 바 있지만, 말씀드린 대로, 위의 문제들에 대해서는, 현재까지는 직접적으로 논쟁하기보다는 간접적으로, 즉 특정 필자의 특정 원고 내용을 비판하는 방식이 아닌, 관련 주제들에 대한 입장을 집필 또는 번역하는 방식으로, 꾸준히 다루어 왔습니다. 그러한 노력의 결과인지는 모르겠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에는 그 단체의 입장 또는 그와 유사한 입장들에 대한 지지가 적지 않았는데, 지금은 그러한 입장들에 대한 지지가 상당히 많이 사그라졌다는, 다수 활동가들의 전언을 듣기도 했습니다.

이번 호의 <특집: 국제 사회주의공산주의 운동의 쟁점들> 또한 그러한 작업의 일환입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이미 여러 번역 원고들을 통해 그 내용이 단편적으로 소개된 바 있는, 그리스 공산당의 ‘제국주의 피라미드’ 비유에 관한 내용을 조금 더 명확하게 알리고자 했습니다. 지난 191호의 “이른바 세계 반제 플랫폼과 그것의 해롭고 혼란을 조장하는 입장에 대하여”의 “역자의 말”에서도 밝혔지만, 편집자 역시 그 내용 중에 일부 의문점이 있기도 하지만, 그것이 지금의 국제 관계의 구조와 작동 방식을 보다 더 잘 설명하기 위한 그리스 공산당의 이론적 노력의 성과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레닌이 맑스와 엥엘스의 성과 위에서, “제국주의와 프롤레타리아 혁명의 시대”라는 당대의 현실을 반영하고 탐구하여 그것을 발전시켰듯이, 현시대에도 당연히 기존의 성과를 계승한 그러한 발전이 필요하다는 것이고, 우리 또한 그러한 작업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특집>에 실린, 그리스 공산당의 “제국주의에 관한 그리스 공산당의 레닌주의적 접근과 제국주의 피라미드러시아 공산주의 노동자당 제9차 국제회의 레닌과 현시대에 보내는 그리스 공산당의 서면 기고”와 독일에서 활동하고 있는 공산주의 조직의 “현대 제국주의의 경제학에 대하여제국주의 피라미드의 개념과 그것의 비판자들 (1)”은, 향후 반드시 진행되어야 할 우리의 이러한 작업을 위한 밑거름이라는 생각으로 번역ㆍ게재한 것입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직접적인 비판이 아니라, 간접적인 비판을 계속하기 위함이기도 합니다. 다만, 얼마간의 관례를 깨고, 직접적으로 아주 간략히 몇 마디만 덧붙이자면, “[‘제국주의 피라미드론’은] 제국주의론이 아니라 상호주의적이고 수평적인 부르주아 국제주의론, 국제관계론이다”(“‘제국주의 피라미드론’은 제국주의론이 아니라 부르주아 국제주의론”, 2023. 4. 16.)라고, 또 “국가 간, 민족 간 억압과 피억압 종속, 수탈관계를 수평적인 상호주의 관계로 왜곡시키는 ‘부르주아 국제관계론’의 일종인 ‘제국주의 피라미드론’”(“러우전에서 기묘하게 하나가 된 제국주의의 ‘진보적’ 들보들!”, 2023. 6. 9.)이라고, 그리고 “그리스공산당은 제국주의 ‘피라미드론’을 가지고 제국주의 국가와 비제국주의 국가 간의 종속과 수탈, 지배의 문제를 자본의 국제화로 수평적인 문제로, 불평등하지만 상호의존의 측면에서 본다”(“미제국주의 패권에 맞서는 다극화는 역사 진보와 혁명 전진의 촉진제인가? 걸림돌인가?”, 2023. 4. 27.)라고 비판하시는데, 비판하시는 것의 내용을 정확히 알고는 계시는지 싶어서, 친절하게(?) 번역해 드리고자 한 것도, 이 글을 번역ㆍ게재한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물론 내용을 보시고 또 아신(이해하신)다고 할지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연히(!) 비판을 멈추시진 않겠지만요.

자! 봅시다! “수평적인 문제로, 불평등하지만 상호의존의 측면에서 본다”? 이게 무슨 말입니까? “불평등”, 즉 “차별이 있어 고르지 아니”하지만, “수평적”, 즉 “(물의 표면처럼) 기울지 않고 평평하다”고요? ‘울퉁불퉁한 평면’이라는 말과 무엇이 다릅니까? 가위, 그분다우신 사고요, 문장이시네요.

계속 등장하는 말은, “수평”과 “상호주의”입니다. “억압”, “종속”, “수탈”, “지배” 관계를 이것으로 바꾸었다는 것인데, 비판하시고 있으신 게, ‘피라미드’ 모양을 하고 있는 건 알고 계시죠? ‘피라미드’라는 것을 알고, 조금이라도 지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피라미드’는 응당 위ㆍ아래의 ‘위계제’를 상징한다고, 또 그것에 비유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을까요? 말씀하시는 대로, “수평적”인 것이 아니라!

그리고 “상호주의”라고 하시는 건, 비판하시는 원고들엔 대개 “상호 의존”으로 쓰여 있는데, 상호 의존적인 것이 위에서 언급한 여러 관계들과 모순되는지요? 직접적ㆍ본격적인 반비판 원고가 아니니, 간략하게 예만 들고, 마무리하겠습니다.

착취-피착취 관계에 있는 노동자와 자본가는 ‘상호 의존적’인가요? 아닌가요? 자본주의적 상품 생산에 있어서, 소유(생산 수단 및 생산물[상품]의 소유)의 측면과 (임)노동(자본가 소유의 생산 수단을 가지고 직접 생산, 노동력 판매의 대가로 임금 수취[수령])의 측면이, 그런 것인가요? 아닌가요? ‘상호 의존성’에 더해, 노-자 간의 계급적 착취 관계도 사회적으로 ‘피라미드’ 모양으로 곧잘 표현되니, “억압”, “종속”, “지배”, ‘착취’의 관계가 아니라 이제부터는 “수평적인 상호주의 관계”인가 봅니다. 노동(자계급) 해방! 참, 쉽네요~. 노동(자계급) 해방, 만만세!

받은 것의 반의반도 돌려 드리지 못하는, 한참 모자란 졸필이라, 정말 송구합니다! 언젠가 또 기회가 있겠지요.

<특집>의 나머지 2편은, 각각 ‘중국 사회 성격’과 ‘우크라이나 전쟁의 성격’을 다루고 있습니다. 먼저 권정기 편집위원의 “중국: 국가독점자본주의사회주의 시장경제 비판”은, 중국의 여러 부문들에서, 생산 수단들이 어떻게 사유화되어 왔는지를 고찰하며, 현재 중국 사회 성격을 ‘국가독점자본주의’로 보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성격”에서 신재길 교육위원장은, 미국과 유럽, 특히 독일 간의 관계라는 조금은 새로운 시각으로 이 전쟁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현장>에는 은영지 동지의 “[소성리 소식] 미치도록 눈부신 소성리 투쟁”과 방영환 동지의 “민주노조 사수하고, 완전 월급제 쟁취하자!”, 그리고 박미희 동지의 “끈질기게 버티면서 승리할 때까지”, 모두 3편의 원고를 실었습니다. 3편의 원고가 보여 주고 있는 현실은, 읽는 이들로 하여금 가슴 쓰리게 하지만, 투쟁 승리의 염원 또한 절절하게 묻어 있습니다. 다시 한번 외칩니다! 끝까지 싸워서, 반드시 승리합시다!

<이론>에는 존 벨라미 포스터의 “새로운 비합리주의 ()”가 이어집니다. 그리고 한동백 동지의 “마흐주의아베나리우스주의의 변종들에 대하여 ()”이 실렸는데, 먼저 레닌의 ≪유물론과 경험비판론≫을 토대로, ‘주관적 관념론’인 마흐주의, 아베나리우스주의, 보그다노프주의를 비판하고, 본질적인 측면에서 이러한 ‘주관적 관념론’을 현대에까지 그대로 계승하고 있는, ‘분석철학’, 그중에서도 특히, 그것의 창시자 중 한 명이고, 태두로 일컬어지는 러셀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회원마당>에 원래 실려 있던 원고는, 필자의 간곡한 부탁으로, 이번 호에서는 빠지게 되었습니다. 추후 보완해서, 다음 호에는 꼭 실렸으면 좋겠다는 응원의 말을 남기면서, 대신하여 <기고>로 제1차 인도차이나 전쟁을 다루고 있는, 김남기 동지의 “625 특집: 한국(조선) 전쟁 당시 미국은 또 다른 아시아 인도차이나에선 무슨 짓을 하고 있었는가?”를 실었습니다. 사악, 간악, 잔악…! 무슨 말로도 다 표현할 수 없는 미제의 그것을 다시 한번 상기합니다.

끝으로 <자료>들은, <현장>에 실린 원고 내용을 보충하는 의미를 담아 실었습니다.

 

*        *        *

 

7월 15일, 제1차 윤석열 정권 퇴진 범국민대회가 열립니다. 분노는 끓어오르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본격적으로 힘이 붙고, 퇴진 투쟁의 불길로까지 타오르지는 못하고 있는 상황인 것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다음 호에는 보다 직접적으로 당면한 정세적 내용이 많이 실렸으면 하고 바라봅니다.

 

김해인 편집출판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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