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사회과학연구소

[정세] 범죄의 재구성 ― 누가 양회동을 죽였나

 

김뚝딱

| 회원, 전국건설노동조합 경기중서부건설지부 법규부장

 

 

지난 5월 1일, 세계 노동절 대회가 한창이던 그때에 날아든 갑작스런 비보가 우리 모두를 멈춰 세웠다. 그가 생명으로 호소하고자 했던 것은 무엇이었나. 양회동 열사가 산화한 지 한 달여가 지난 지금 우리는 어디에 있는가. 그리고 양회동을 죽음으로 몰고 간 그들은 어디에서 무얼 하고 있는가.

건설현장은 너무 많은 것들이 감춰져 있고, 그렇기에 우리에게는 더 많은 이야기가 필요하다. 그러나 우선 나는 이번 글에서 대한민국의 사법, 행정, 언론, 자본이 양회동 열사를 살해하기 위해 얼마나 치밀하게 기획하였고 공모하였는지, 그리고 그런 대한민국 정부가 건설노동자를 말살하기 위해 어느 정도로 미친 짓을 벌이고 있는지에 대해 먼저 이야기하고자 한다. 이를 기억하고, 더 많은 이들과 분노하고, 복수하는 것이 우리에게 남겨진 사명이기 때문이다.

 

먼저 사법, 다시 말해 검찰과 경찰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이야기하겠다. 경찰청장 윤희근은 경찰 일선에 건설노조 조합원 및 주요 간부를 기소, 체포, 구속할 시 1계급 특진시켜 줄 것을 공언하였고, 1계급 특진과 각종 수당에 눈이 먼 경찰은 건설노조 간부들을 ‘사냥’하고 있다. 현재 내가 활동하고 있는 경기중서부건설지부 단일 지부에서만 160여 명의 조합원 및 간부들이 경찰 소환 조사를 받고 있는 상황이며, 무려 1,000여 명에 달하는 건설노조 조합원 및 간부들이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 지난 5. 25. 국회의사당 본청 계단에서 진행된 건설노동자 탄압중단! 수사대상 건설노동자 1000명 인권선언 기자회견

 

경찰이 건설노조에 씌우는 혐의는 공동공갈과 강요이다. 위력을 이용하여 사용자와 불공정한 임금 및 단체협약을 체결하고 이를 통해 전임비, 복지비 등 금품을 수수하였으며, 소속 조합원들을 채용하도록 강요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용자와의 단체협약을 통한 임금인상과 근로시간면제, 소속 조합원의 관혼상제 등을 위한 기금의 조성은 현행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고, 헌법에도 명시된 노동자의 기본 권리이다. 조합원의 채용을 강요하였다고 하지만 애시당초 채용의 절차가 별도로 정해져 있지 않은 건설현장에서 노동조합에 소속되어 있는 지역의 건설노동자를 우선 채용해 달라고 요청하는 것이 폭력과 위협을 전제로 한 ‘강요죄’와 동일하게 취급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단순히 건설현장에 방문하여 사용자와 면담하였다는 이유만으로 건설노조 간부들을 소환 조사하고 있으며 심지어는 건설사가 가지고 있는 건설노조 간부들의 명함을 근거로 해당 간부들에게 묻지마식 출석 요구를 하고 있다. 어쩌면 경찰은 여럿 털다 보면 한 놈 안 걸리겠냐는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 글을 쓰고 있는 나조차도 지금까지 방문한 적 없는 건설현장에서 나의 명함이 발견되었다는 이유만으로 경찰에 출석 조사를 앞두고 있다. 경찰의 이런 무차별적이고 무도한 수사에 대하여 검찰 또한 마구잡이로 기소하고 있다.

그런데 정말 심각한 것은 경찰이 사용자를 괴롭혀 사용자로부터 건설노조에 대한 거짓 내지 과장된 진술을 유도하고 있는 점이다. 각 지역의 경찰서에서는 관내에 개설된 건설현장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여기 민노[민주노총]가 있다던데 사용자를 괴롭히지 않냐”, “여기 조합원들이 일도 안 하면서 사용자에게 금품을 요구하지 않았냐”는 식으로 탐문수사를 벌이고 있다. 어떤 사용자는 나에게 “내가 민노[민주노총]에 대해 문제가 없다고 이야기하는데도 ○○경찰서 형사들이 [나를] 매일 찾아와서 괴롭힌다. 그것 때문에 일이 안된다”며 고충을 토로하기도 할 정도이다. 상황이 이 정도라면 사용자에게 업무방해, 협박, 강요를 하는 것은 건설노조가 아니라 사법기관이 아닌지 묻고 싶다.

 

다음은 행정, 특히 주무부서인 국토부와 고용노동부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이야기하겠다. 아래의 공문은 국토부가 실제로 각 건설업체, 건설현장에 시행한 공문이다.

 

 

위 공문은 2023. 3. 9. 국토부 산하 이른바 ‘건설현장 불법행위 근절TF팀’이 각 지역별 건설사에 배포한 공문이다. 공문의 내용을 보면 특정 지역의 주요 간부들의 생김새까지 언급하며 이들을 적극 신고할 것을 종용하고 있다. 이름을 흐리게 처리한, 위의 세 동지는 현재 모두 구속되었다.

건설현장에서 가장 근본적인 불법행위는 두말할 나위 없이 불법다단계하도급이고 이에 따른 부실시공 등의 각종 부조리일 것이다. 특히 건축물의 부실시공은 광주 화정동 참사와 같은 대형의 인명피해를 야기하므로 반드시 근절되어야 할 대표적인 건설범죄이다. 건설현장 불법부당행위 TF팀이란 사실 이러한 건설범죄를 근절하고자 존재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정작 하는 일은 건설노조 때려잡기뿐이라는 게 통탄스럽다. 최근 SNS를 통해 대형건설사들의 아파트 부실시공 문제가 크게 부각되어 시민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지만 현재 국토부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으며 오로지 건설노조 박멸에만 혈안이 되어 날뛰고 있다. 이는 국토부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보다는 오직 특정 자본의 이익을 위하여, 그리고 자신들이 줄을 대고 있는 정권의 생명연장을 위하여만 복무하고 있음을 아주 자극적이고 극명하게 보여 준다.

더 가관인 것은 고용노동부이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2023. 1. 26.부터 이른바 ‘온라인 노사 부조리센터’를 설립 운영하고 있다. 이름은 그럴싸할지 모르지만 이 기구는 건설노조의 채용강요 등 건설노조를 때려잡기 위하여 설치된 기구였다.

그러나 2023. 5. 30. 노사 부조리 신고센터에 100일간 접수된 민원의 89%가 사용자의 불법행위를 고발하는 내용이었다. 자신들의 예상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결과에 고용노동부 장관 이정식이 당황하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러나 ‘헛수고’에도 불구하고 권력의 하수인으로서 고용노동부는 최선을 다해 건설노조에 맞서고 있다.

고용노동부 역시 건설노조에서 조합원 채용을 요구하였다는 이유로 건설노조가 사용자에게 채용을 강요하였다며 “채용절차 공정화등에 관한 법률”(이하 “채용절차법”)에 따라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다. 과태료는 1회 적발 시 1,500만 원, 2회 누적적발 시 3,000만 원으로 책정되어 있다. “노조것들은 돈으로 죽여야 한다”는 원희룡의 지난 국무회의 발언에 따라 고용노동부는 매우 착실하게 노동조합에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다.

이때 우리를 더욱 속상하게 하는 건 이미 일선 근로감독관들도 이것이 무리한 행정임을 알고 있다는 것이다. 모 근로감독관은 내게 “저희도 이런 식은 부당하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시키는 대로 따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이해해 주세요. 죄송합니다”라고까지 이야기하더라. 정말 이때만큼 기운 빠지는 일이 없었다. 이미 자신들도 이것이 무리한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는 거니까.

 

다음은 언론이다. 언론 중에서도 특히 ≪조선일보≫다. 이 글을 읽을 모두가 주지하는 사실이겠으나 어찌 인간이 되어 그따위 패륜지악한 망발을 할 수 있다는 말인가. 나는 그들이 지어낸 그 사악한 말들에 대하여 이야기하지 않겠다. 모두가 잘 알고 있으니까. 다만 그 막전막후에 무슨 일들이 있었는지에 대해 지적하고자 한다.

현재 정부는 건설노조 대응을 위하여 노동부, 국토부, 경찰, 언론, 자본이 함께 참여하는 건설노조 공동대응팀을 비공식적으로 꾸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번은 회의석상에서 모 건설사 대표라는 자가 “정부에서 노력하는 줄은 알지만 건설노조가 아직도 설치고 있다”고 발언하자 ≪조선일보≫ 측에서 “언론이 어떻게 노조를 죽이는지 보라”며 호언하였다고 한다. 그 이튿날 실제로 건설노조 폭로기사가 ≪조선일보≫ 지면에 실렸다.

현재 ≪조선일보≫ 기자라는 자들이 신분을 숨긴 채 노동조합 사무실을 찾아오는 것은 물론이고, 심지어는 건설현장에 직접 취직하여 조합원들에게 접근한다는 첩보까지 접수되고 있다. 저들의 사악하고 치밀한 방식에 박수가 절로 나온다.

이번 열사에 대한 망언도 사전에 치밀하게 공모된 것이었다. 사실 ≪조선일보≫도 그러한 기사가 매우 무리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해당 기사는 ≪조선일보≫가 아닌, ≪조선일보≫의 일명 ‘용병 회사’인 ≪조선NS≫의 최 모 기자를 통해 생산되었다. 그리고 ≪조선일보≫를 통해 해당 기사가 올라오자마자 국토부 장관 원희룡은 마치 짜고 치기라도 하는 것처럼 이를 자신의 SNS에 올리고, 공식 석상에서 발언함으로써 직접적인 스피커 역할을 해 주었다. 비록 ‘유서대필의혹’에 대하여 사과 같지 않은 사과를 하긴 했어도 ≪조선일보≫와 원희룡은 ‘그 기사’에 대해서만큼은 일절 사과하지 않고 있다. 이들의 선전선동 방식은 흡사 나치의 괴벨스를 연상케 한다.

 

다음은 자본이다.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에 따라 지난 십수 년간 일궈온 노사 신뢰관계는 박살나게 되었으며 우리가 만들어온 현장의 질서는 유명무실해지고 말았다. 자본은 자신들의 기울어진 권력을 이용하여 건설노동자들을 농락하고 있다.

우선, 조합원이라는 이유로 채용을 거부당하고 있다. 건설노조는 지난 2017년 전체 철근콘크리트 사용자단체와 최초의 산별 임단협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조합원 우선고용을 합의하였으며 이는 매년 임단협 시점마다 확인되어온 움직일 수 없는 약속이었다. 그러나 사용자는 현재의 기류에 편승하여 조합원이라는 이유로 채용을 차별하고 있으며 이른바 블랙리스트, 즉 조합원 명단을 만들어 자신들끼리 회람하기까지 하였다. 그야말로 건설현장은 엄혹했던 80년대로 한순간에 회귀하고 말았다. 조합원이라는 이유로 채용이 거절됨에 따라 노동조합이 아니면 건설현장에 취업할 수 없는 청년 건설노동자들, 여성 건설노동자들은 현재 대부분 실업상태로 전락하고 말았다.

자본은 또한 해고를 남발하는 방식으로 조합원들을 옥죄고 있다. 일할 구간이 남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짜고짜 해고하는가 하면, 부당해고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근로계약서의 개악, 가령 단기 근로계약으로의 전환을 강요하고 근로계약 만료로 사실상 해고하는 방식으로 조합원들을 괴롭히고 있다.

그런데 이에 대한 책임에서 정부도 자유롭지 못하다. 노동위원회에서 과거 여느 때라면 부당해고로 판정되어야 할 사건들이 기각되는가 하면 노동부에서 진행되어야 할 지도감독도 원활히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모든 것이 매우 ‘정치적’으로 판단됨에 따라 가장 고통받는 것은 앞서 언급한 청년 건설노동자와 여성 건설노동자들이다.

 

위에서 본 것과 같이 사법, 행정, 언론, 자본이 공모하여 양회동 열사를 살해하였고, 건설노조를 정권유지의 희생양으로 삼으려 하고 있다. 이미 수많은 동지들이 구속되고 있으며 많은 조합원들이 의기소침에 빠져 버린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돌이켜 생각해 보면 우리 건설노조는 정말 아무것도 없는 맨땅에서 시작하였다. 해고는 물론 임금체불이 비일비재하고, 말을 안 듣는다고 사용자가 노동자를 때려죽이던 그때로부터 우리는 시작되었다. 그런 열악함 속에서도 인간답게 살아야 한다는 열의와 그에 따른 수많은 동지들의 헌신으로 10만 조합원 시대를 앞두고 있다. 그런 우리에게 저 5년짜리 단임 정부가 대수일까!

노동자를 때려죽이고, 임금 떼어먹길 주머니에서 물건 꺼내듯 하던 건설자본이, 그리고 이 건설자본을 지키기 위해 지금까지 수많은 건설동지들을 죽여 왔던 대한민국 정부가 최소한 법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우리와 대화하게 되었던 것은 우리가 현장을 장악하는 투쟁을 멈추지 않았기 때문이다.

비록 자본의 위기상황으로 인하여, 그리고 현재 정권의 취약한 권력기반으로 인하여 이를 타개하고자 하는 적들의 ‘발악’이 우리를 괴롭게 하지만 다시금 초심으로 돌아가 조직을 정비하고 지속적인 투쟁을 조직한다면 윤석열 정권은 바람 앞의 거미줄에 불과하다.

그러니, 열사의 명령이다. 윤석열을 퇴진시키는 투쟁으로 중단 없이 나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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