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사회과학연구소

[현장] 세종호텔 싸움은 정의에 이르는 싸움이다!

 

김란희 | 세종호텔 해고노동자

 

* 이 글은, 지난 5월 11일(목) 진행되었던, ‘세종호텔 투쟁 문화제’에서 발언했던 내용입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세종호텔 해고자 김란희입니다.

 

세종호텔지부 주관으로 목요문화제를 할 때면 여는 발언으로 우리 조합원이 돌아가면서 하고 싶은 얘기를 합니다. 보통은 이번 발언을 하고 나면 다음 발언은 어떤 얘기를 나눌까 고민하면서 준비하게 되는데 이번에는 어제까지만 해도 어떤 얘기를 나눌까 도저히 떠오르질 않았습니다. 분노의 마음을 담는 내용으로 할까, 아니면 재밌는 얘기를 할까, 그것도 아니면 회사에서 일했던 얘기를 들려 드릴까?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던 시간.

조합원 단톡방에 사측에서 보내온 공문 하나가 올라옵니다. ‘세종호텔 정문 앞 당사 토지 무단 점거 및 집회ㆍ시위용 용품 등 철거 요청의 건’이라는 제목의 공문이었습니다. 그것은 우리 노조에서 호텔 담벼락에 붙여 놓는 피켓과 선전물을 치우라는 내용이었습니다. 공문을 읽어 내려가며 깊은 울분이 올라왔습니다. 그래서 이 얘기를 여는 발언으로 나누고자 생각했습니다.

 

그 공문의 내용에서 회사는 “불법적인 점거행위가 계속적으로 이루어질 경우, 민ㆍ형사상 모든 법적 조치를 취할 것임을 알려 드리오니 이 점 양지하시기 바랍니다”라고 쓰여 있었습니다. 네. 세종호텔은 이런 회사입니다. 과거에도 그렇고 지금도 마찬가지로 문제가 발생되면 대화를 시도하는 것이 아니라 법으로 해결하려고만 합니다. 어떤 해는 가족과의 다툼(부모-자식, 형제)이나, 엎치락뒤치락 경영권 분쟁 속에서 수억 원의 소송비와 변호사 성공 보수가 나간 적도 있습니다. 그것이 다 회사에서 지출했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며칠 전, 우리 쪽 변호사한테서 자료 제출 요구가 있었습니다. 2020년도 조합원 연봉계약서를 취합해 달라는 요구였습니다. 저는 여기에서 또 한 번 분노하고 말았습니다. 연봉이 고작 2,400만 원인 조합원이 있는가 하면, 15년을 일한 조합원의 연봉이 2,700만 원밖에 안 된다는 것에 놀라고, 상대적으로 많이 받는 내가 부끄러웠습니다. 하등 그래야 할 이유도 없습니다. 나 또한 연봉이 많지 않음에도 내가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 연봉계약서를 보며 ‘저 세종자본이 제 배만 불리고, 법률 비용으로 회삿돈을 몇억씩 갖다 쓰면서 정작 회사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개처럼 취급했구나’라는 생각에까지 이르렀습니다.

 

또 다른 얘기를 해 보겠습니다. 며칠 전, 세종호텔 1층 로비에 있는 커피숍에 임대업체가 들어와 장사를 합니다. 식음료 사업을 폐지하고 잉여인력이 생겼다는 핑계로 우리를 해고해 놓고 이제는 코로나도 지나가고 4성급 호텔을 유지하려면 조식도 필요하고 룸써비스도 필요하니 우리가 일했던 그 자리에 임대업체를 불러 조식을 제공하도록 한 것입니다. 듣기로는 그 업장의 한 달 임대료가 1,000만 원이 넘는다고 합니다. 며칠 전 임대업체 사장을 만나 “사장님이 세종호텔에 임대 들어와서 수익이 남는다면 세종호텔 경영자는 무능한 것이며, 사장님이 장사를 못해 수익이 안 난다면 세종호텔은 사장님을 속인 파렴치한입니다”라는 얘기를 해 주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세종호텔은 수익도 안 난다는 업장을 비싼 임대료를 받고 눈속임을 하고 있는 것이거나, 아니면 코로나 시기를 극복하려고도 하지 않은 경영진의 무능이 해고의 원인이 되는 것입니다.

 

우리 조합원들은 ‘세종호텔 사태 해결이 이 사회의 정의’라는 말을 하곤 합니다. 이 사회의 부조리, 부정부패, 온갖 악과 싸우는 세종호텔 싸움은 정의에 이르는 싸움일 것입니다. 그 길에 먼 길 마다 않고 달려와 주시고, 물질과 마음으로 응원해 주시는 연대 동지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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