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사회과학연구소

[이론] 민주노총의 정치방침과 노동자계급의 정치세력화

박문석 │ 연구위원

 

 

민주노총이 2024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방침과 선거방침을 정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했다. 제시되고 있는 ‘새로운 정치세력화’에 대한 방안을 살펴보는 것은, 세상을 바꾸어 보겠다고 하는 사람들의 공통의 관심사일 것이다. 필자 또한 그러한 관심 속에서 민주노총의 ‘정치세력화’ 사업의 역사와 더불어 현재 진행되는 과정에 대해 검토해 보면서, 그 정치세력화 사업의 한계와 더불어 올바른 대안은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을 담아 보고자 한다.

 

 

1. 민주노총의 정치방침 논의

 

민주노총은 2023년 2월 7일 개최한 정기대의원대회에서 ‘민주노총 정치방침’과 2024년 ‘총선방침’과 관련하여 4월 임시 대의원대회에서 구체적인 내용을 논의하기로 정한 바 있다. 2012년 민주노동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 입장이 철회된 이후 매 시기 ‘선거(투표)방침’만 존재했을 뿐 ‘정치방침’과 관련한 논의는 진전시키지 못하고 미뤄져 오고 있다가, 2024년 총선을 앞두고 새로이 논의가 촉발되고 있는 상황이다.

2월 정기 대의원 대회에서는, 대의원 연서명을 통하여 윤석열 정권의 공안탄압에 맞서 당장 총파업을 조직하기 위해 집중을 하고, 하반기 대의원대회에서 정치방침에 대해 논의하자는 수정안이 발의되었다. “상반기 투쟁조직화에 집중해야 할 시기에 정치방침에 대한 논의를 전면화한다면 현장의 분열만 초래되고, 투쟁은 물 건너가는 것 아닌가?”라는 우려 속에서 제기된 수정안이지만 대회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대신 4월 임시 대의원대회에서 정치방침에 대해 논의하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하반기에는 노동조합의 선거가 진행되는 시기라서 정치방침 논의에 집중할 수 없는 조건이며, 내년 총선을 준비하기 위해서라도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일정을 배치해 가는 것이 좋겠다.”는 것이 논의시기를 앞당기자는 결정의 배경이었다.

 

 

2. ‘정치방침’과 ‘총선방침’ 토론 자료에 대한 검토

 

2월 정기 대의원대회를 준비하기 위해 지역본부별 순회 토론회를 할 때 제출된 민주노총 정치방침 수립을 위한 토론 자료에는 민주노총 확대간부에 대한 정치의식 조사 설문결과도 포함되어 있었다.

민주노총 중앙 집행위원회의 결정으로 제출된 ‘정치방침 수립을 위한 토론문’1)을 보자면, 먼저 “확대간부 정치의식 설문조사 결과에서 보수정당의 현장 침습과 정치활동의 실종으로 간부들 속에서도 보수정당 지지율이 높게 나오고 있음”을 우려하면서 “정치방침 재정립을 통한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노선과 방향”을 세우고자 한다. “세상을 바꾸는 노동운동을 실현하기 위해 정치방침 재정립을 통한 노동자 정치세력화로 사회 대변혁의 주체로 서야 함”을 언급하며, “진보정치 세력의 단결과 강화를 통해 영향력 있는 진보정치 세력으로 성장해 나가야 함”을 말하고 있다. 그리고 “진보세력 간 신뢰를 회복하고 진보정치 세력의 대단결”을 이루어 “2024년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정치방침 수립을 위한 토론문에서는 민주노총의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방향에 대해 아래와 같이 기술하고 있다.

 

○ 민주노총의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방향

1. 노동자 정치세력화는 민주노총이 진보세력을 포함하여 제 민주세력 등 진보정치 세력들의 결집된 힘을 만들어 노동자 집권과 사회를 변혁하는 것을 목표로 하여야 함.

2. 민주노총은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위해서 농민, 빈민 등 진보 민중세력과 함께 진보정치 세력화를 모색하여야 하며, 계급투표, 인적 물적 지원 등을 넘어 전략적 동반자적 관계 구축을 통해 진보정당과 함께 동반 성장을 꾀해야 함.

3. 노동자 정치세력화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여러 개의 진보정당이 각자도생 하는 방식이 아니라 진보정치 세력이 대단결 하는 노동중심의 진보정당을 건설하는 것을 목표로 하여야 함.

4. 민주노총의 노동자 정치세력화는 한국사회 체제 전환과 진보개혁을 위한 대중투쟁과 정치개혁 투쟁을 동반해야 함.

5.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성패는 민주노총의 준비 정도에 달려있음.

 

정치방침 토론문에서는 정작 바꾸고자 하는 세상이 어떤 세상인지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표현되지 않고 있다. 그리고 ‘진보정당’을 통해서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이어 나가자고 하지만, 현존하는 ‘진보정당’의 정체성을 본다면 ‘노동자계급 정당’과는 거리가 멀다. 진보정치가 노동자계급의 정치활동과 동의어가 아님은 분명하다. ‘민주진보세력의 단일한 정치역량을 만들어 정치적 대응’을 하자고 하지만, 그것은 내년 총선에서 성과를 내기 위하여 분열된 소부르주아정당들의 일시적인 연합을 소망하는 것일 뿐, 노동자계급의 독자성에 기반한 정치적 발전을 노정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정작 노동자계급의 정치세력화는 소부르주아 이데올로기와 헤게모니에서 독립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될 수 있다.

‘2024년 민주노총 총선방침(초안)’에서는, 각 정당별 ‘각자도생 방식의 선거 대응’으로는 어려우니 “‘노동중심의 진보대연합 정당’을 만들어 지역과 비례대표 후보 선출을 추진”하고, 당선자가 기존의 자기 당으로 복귀하는 것도 보장하자고 한다. 그리고 민주노총이 “진보정당, 당선된 의원들과 함께 한국 사회 대전환을 위한 전망에 기초한 전략적 논의기구를 구성하여 의회투쟁과 대중투쟁을 통해 노동정치, 진보정치를 대안정치로 만들어 나간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방침의 배경에는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기대2)가 반영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총선방침 안에서는 “민주노총이 진보정치의 도약과 전진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반드시 2024년 총선에서 승리해야 하고 1년 전 방침 결정을 통해 조직 내 후보 발굴도 하고 충분히 준비하여 내실 있는 총선투쟁을 전개해야 한다.”며 조직 내 단결이 우선되어야 함을 전제하고 있다.

구체적인 방안으로는 1. 후보단일화 방안 2. 단일 진보정당 방안 3. 비례 위성 연합정당 방안 4. 노동중심의 진보대연합 정당방안으로 나열되고 있으며, 각각의 장단점에 대한 설명이 있다. 그리고 총선 전 ‘노동자 정치세력화 운동 추진위원’을 모집하여 ‘후보 발굴, 세액공제, 정기적인 실천 활동’을 전개하며 총선을 준비하고자 한다.

다시 정리해 보자면, 민주노총의 정치세력화 사업을 정치방침 재정립을 통해 다시 이어 가자는 것이며, 그 방향은 진보정당을 통해 정치세력화를 하고, 계급투표, 인적, 물적 지원 등을 넘어 전략적 동반자적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계급적 독자성을 담보하지 못한 ‘진보정당’을 통한 노동자 정치세력화와 산별운동 강화의 ‘양 날개론’으로 표현된 민주노총의 1기 정치방침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이었다. 민주노동당을 통한 정치세력화와 산별노조의 강화라는 지난 시기 민주노총의 사업은 민주노동당내 정파 간 패권주의 논쟁과 종북주의 소동으로 분열로 귀결되었으며, 조합원들의 정치적 무관심을 초래하는 결과를 빚었다. 산별노조운동 또한 조직의 완결성이나 산별교섭이라는 두 축에서 뚜렷한 발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치방침 안에서는 새롭게 진전된 의미 있는 내용들이 드러나지 않는다. 2012년 배타적 지지방침의 철회 이후 잠시 진행되었던 민주노총 중집과 일부 산별조직의 정치세력화 평가사업 이후, 정치방침과 관련한 사업은 지속되지 못하였고 조직하기 위한 노력도 보이지 않았다. 단지 다가오는 2024년 총선을 준비하고 대응하고자, 분열된 진보정당으로는 진보세력의 의회진출에 대한 전망이 불투명하기에 다시금 ‘진보세력 대통합’, ‘진보대연합 정당’ ‘비례 위성 연합정당’등의 방안들이 모색되고 있는 수준이다.

여전히 노동자계급의 이데올로기적·정치적·조직적 독자성에 기반한 ‘계급정당’에 대한 전망은 없고, 조합원 대중의 계급적 정치의식을 높이는, 계급조직으로서 민주노총의 구체적인 사업계획도 드러나 보이지 않는다. ‘2024년 총선’을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 이번 사업내용의 핵심으로 읽힌다. 다시 ‘민주노동당’으로 연상되는 ‘노동중심의 진보대연합 당’건설로 집약되는 정치방침인데, 사실상 2024년 ‘총선방침’에 무게중심이 많이 가 있는 계획인지라 그 한계가 명확하다.

 

 

3. 1기 민주노총 정치세력화 운동의 실패, 그리고 희망 없는 ‘새로운’ 정치세력화 방안

 

가)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민주노총의 정치세력화 방침과 그 한계

 

민주노총은 1996년 제4차 대의원대회에서 정치위원회를 설치하고 96총선을 준비하면서 정치세력화 사업을 시작하였다. 1997년 대선에서 권영길을 ‘국민승리21’ 후보로 출마시켰고, 2000년 대중정당이자 정파연합 정당으로서 ‘민주노동당’을 창당하였다, 2004년 총선에서 13.1%의 득표를 통해 진보정당의 의회진출을 이루어 낸 후, 2008년 민주노동당 내 패권주의 논쟁3)과 종북주의 소동4)으로 분열5)되었으며 노동현장 내 분열로 이어졌다. 민주노총은 올바른 노동정치의 상과 내용을 만들지 못하고 정당의 동원부대로 대상화되었고, 진보정당과 노동조합의 올바른 관계를 설정하는 데 실패하였다. 산별교섭 제도화와 기업별 한계를 극복하고자 했던 노동운동의 혁신과제 또한 한계를 넘지 못했다.6) 2011년 자유주의 세력과의 야합의 결과인 ‘통합진보당’ 창당과 2014년 헌법재판소 판결에 의한 해산에 이르기까지, 결국 민주노총의 제1기 정치세력화 사업은 총괄적으로 실패로 귀결되고 말았다. 그 원인에 대한 진단과 평가가 전 조직적으로, 현장에까지 철저하게 수행됨과 더불어 새로운 정치세력화의 전망을 세워야만 할 것이다.

정치투쟁과 경제투쟁은 분리될 수 없는 계급투쟁의 영역이다. 이것을 진보정당과 산별노조운동으로 이분화하여 이것도 저것도 제대로 안 되고 역효과만 초래했다. 레닌은 ≪무엇을 할 것인가?≫에서 경제주의자들을 비판하면서, 경제투쟁과 정치투쟁은 분리될 수 없으며 자본가들에 맞선 노동자들의 투쟁은 불가피하게 정부와의 충돌로 이어지고, 노동자들은 정치적인 영역에서 그들의 영향력을 발휘함으로써만 해방을 성취할 수 있다고 하였다. 그리고 경제투쟁과 노동자계급의 정치투쟁을 올바르게 결합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하였다.

진보정당을 통한 민주노총의 정치세력화는 조합원대중을 ‘표’와 ‘돈’으로, 동원의 대상으로 전락시켰다. 국가보안법을 비롯한 파쇼적 억압으로 인해 노동자계급의 정치적·전략적 전망에 대한 혼란과 불일치가 여전한 상황에서, 계급정당이 아니라 정파연합으로서 진보정당을 상정하고 정치세력화 사업을 진행해온 결과 이념과 노선을 달리하는 정파적 ‘분열’은 시간 문제였던 것이다. 이데올로기적으로, 조직적으로 계급적 독자성을 담보하지 못한 정치세력화 사업은 소부르주아 이데올로기에 종속당한 간부들의 정치의식의 한계에서도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당은 그 구성원들의 정치·사상적 결사체이다. 사회민주주의와 민족주의와 사회주의로 정치적 전망과 노선이 다른 세력들이 이합집산한 정파연합·계급연합당이라면 분열은 시간문제이다. 단독 정파의 독자적인 당 건설이 어려워 연합정당으로 출발하고, 이후 정치·사상적 통일성을 확보하지 못한 채 일정한 성장을 이루고 나면, 각자의 전망과 노선에 따라 제 갈 길을 가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이다.

노동자계급의 사상과 정치적 목표는 ‘착취와 계급관계의 철폐’ 그리고 ‘평등세상’의 건설이고, 이것은 곧 노동자계급의 독재가 관철되는 사회주의 사회의 건설을 의미한다. 물론 이러한 투쟁의 과정에서는 노동자계급 이외의 ‘일하는 사람’들과의 동맹과 정치적 견인이 수반될 것이다.

대중조직의 지도자들이 과학적 사상과 노선으로 무장하고 조직되지 못한 상황은 역으로 그들이 소부르주아 이데올로기에 의해 종속당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지금까지 민주노총의 정치적 행보는 소부르주아 이데올로기와 그들의 정치적 헤게모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중조직 간부들의 ‘과학적 사회주의’에 대한 인식의 결여가 심각한 상태에서는, 레닌의 말처럼 “혁명적 이론 없이 혁명적 운동은 있을 수 없다.”7)

노동자들(노조간부들)의 ‘계급의식’의 부재도 문제이다. 계급이란 누가 생산수단을 점유하는가에 따라서 근본적으로 구분된다. 생산수단을 점유하게 되면, 타인의 노동을 착취할 수가 있는 지위에 있게 된다. 이 착취·피착취의 관계가 계급의 본질적인 관계이다. 이런 점에서 특정 사회의 기본적인 계급관계는 모순적이고 적대적이다. 생산물의 분배는 이 근본적인 구분으로부터 파생되는 것에 불과하다. 계급관계의 발생은 생산력이 일정 정도 이상으로 발달하여 잉여가 생김에 따라 시작되었으며, 지금과 같은 고도의 생산력 발전은 피착취계급으로 하여금 계급관계를 철폐하는 혁명투쟁을 필연적으로 초래하게 한다.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첫걸음은, 먼저 노조간부들이 계급의식으로 무장하고, 조합원 대중들의 계급적 각성을 꾀하는 사업들을 대중조직의 일상사업 속에서 진행하며, 계급적 단결을 확대하고 강화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조직력으로 생존권 투쟁과 제도 개선을 위한 (총)파업과 가두투쟁을 힘차게 전개해야 한다. 정파 활동가들은 이러한 대중조직의 사업 속에 결합하여 복무해야 한다. 대중조직의 확대 강화와 계급적 발전에 복무하지 않고, ‘종파주의’적이고 패권적인 정파 활동으로 현장을 분열시키고 대중이 정치적 관심으로부터 멀어지게 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나) 산별노조 운동의 전개 과정과 그 한계

 

진보정당을 통한 정치사업과는 다른 한 축의 날개로서, 산별노조 운동의 전개 과정 또한 이름만 산별이지 기업별 노조의 정체성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큰 규모의 사업장일수록 산별노조로의 집중보다는 개별 기업 중심의 원심력이 크다. 산별 교섭을 진행하고 있는 노조는 금속노조와 보건의료 노조 등 일부에 그친다. 대부분의 경우에는 사업장 교섭과 사업장별 투쟁으로 전개되고 있는 상황이다. 민주노총의 총파업, 산별 파업 등도 성사되기 어려운 조건으로 내몰렸고, ‘총파업’이라 표현되지만 시기 집중 공동파업 정도의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필수유지업무 제도’나 ‘업무개시명령 제도’ 등을 위시한 권력의 제도 개악과 물리적 탄압은 총파업이 합법적으로 조직될 가능성을 차단하고 있다. 총파업이 ‘총파업’답게 파괴력과 정치적 힘을 가질 수 있도록 보다 담대하게 조직하고 가두로 진출해 나가야만 할 것이다.

조합원의 정치의식(계급의식)을 높이기 위한 사업은 노동조합 정치 사업에 있어서 기본이며, 가장 중요하다 할 것이다. 그러나 그 중요성에 비추어 계급의식을 고취시키기 위한 실천사업은 미흡하다. 단지, 진보정당 가입과 선거 시기 세액 공제, 투표 독려 등으로 정치 사업을 다 하는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레닌은 ≪무엇을 할 것인가?≫에서 노동자계급에 대한 정치교육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정치교육이 무엇인가 하는 문제가 생긴다. 그것은 전제에 대한 노동계급의 적대감을 선전하는 것에 한정될 수 있을 것인가? 물론 아니다. 노동자들에게 그들이 정치적으로 억압받고 있다고 설명하는 것은(그들에게 그들의 이익은 고용주들의 이익에 적대되는 것이라고 설명하는 것보다도 더)불충분하다. 선동은 이 억압의 모든 구체적인 예들에 대해서 수행되어야 한다(우리가 경제적 억압의 구체적인 예들에 대해서 선동을 시작했던 것처럼). 이 억압이 다양한 대부분의 사회계급들에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삶과 활동-직업상의, 공민의, 개인적인, 가족적인, 종교적인, 과학적인, 기타 등등-의 다양한 대부분의 영역에서 그 자신을 드러내기 때문에, 만약 우리가 모든 측면에서 전제에 대한 정치적 폭로를 조직하는 일에 착수하지 않는다면, 노동자들의 정치의식을 발전시켜야 하는 우리의 임무를 완수할 수 없으리라는 것은 명백하지 않는가? 억압의 구체적 예들에 대한 선동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이들 예들이 폭로되어야 하는 것이다. … 경제투쟁은 가능한 가장 폭넓은 기초위에서 수행되어야 하며 그것은 항상 정치선동을 위하여 활용되어야 한다.”1)

 

레닌은 계급대중들에게 “대부분의 영역에서” 생생한 “정치적 폭로를 조직”하고, “억압의 구체적인 예들에 대해서 정치선동”을 함으로써 노동자들의 정치의식을 발전시킬 수 있다고 했다. 경제투쟁 또한 “가능한 가장 폭넓은 기초위에서 수행”되어야 하며, 그것은 “항상 정치선동을 위해 활용되어야 한다”고 레닌은 말했다. 일상적인 정치폭로와 선전·선동을 통한 계급적·정치적 각성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 정치 사업에 있어서 가장 기본적이라고 할 이것에 소홀함이 없어야 하겠다.

 

 

4. 부르주아 선거와 노동자계급

 

노동자계급 내부에서 ‘의회주의적’ 정치세력화에 대한 관심이 여전한 만큼, 부르주아 선거가 갖는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생각해보자. 노동사회과학연구소의 채만수 소장은 부르주아 민주주의에서의 선거란 무엇인지 다음과 같이 언급하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민주주의란 무엇이고, 그 민주주의의 꽃으로서의 선거란 무엇인가?

그 민주주의란, 누가 뭐라고 해도, 부르주아들끼리의 민주주의, 즉 부르주아 민주주의이고, 그 선거란 부르주아 중 누가, 부르주아지 중 어느 분파가 부르주아지 전체를 대표하여 부르주아적 지배·착취 체제를 유지·관리·공고히 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기구·절차이다. 따라서 노동자계급을 위시한 피지배·피착취 인민에게 있어서 그 선거는 자신들을 지배·착취하는 자들의 대표를 선출하는 기구·절차일 뿐이다. 그런데 그 노동자·인민의 절대다수가 서로 경쟁하는 부르주아지의 어느 분파인가를 지지하여 분열된 채 서로 그토록 격렬하고 광적으로 대립한다? … 부르주아 민주주의가 그만큼 무섭도록 효율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던가?”2)

 

부르주아 선거가 “어느 분파가 부르주아 전체를 대표하여 부르주아적 지배·착취 체제를 유지·관리·공고히 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기구·절차”라면, 노동자계급이 부르주아 선거에 집착해야 할 이유가 있을 수 없다. 그러나 현실은 노동자·인민의 다수가 “분열된 채 서로 그토록 격렬하고 광적으로 대립”하고 있으며, “그만큼 무섭도록” 부르주아 민주주의가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 아니겠는가? 따라서 지배계급이 심어놓은 ‘의회주의’와 부르주아 민주주의(선거)에 대한 환상에서 벗어나는 것이야 말로 노동자계급의 정치적 발전의 조건이라 할 수 있다.

 

“사실, 노동자계급이, 족탈불급의 현실과 조건들을 망각한 채, 금권의 부르주아 정치쇼인 선거판을 통해서 부르주아 정치판에서의 자신의 몫을 진지하게 추구한다는 것 자체가 어리석은 일이요, 현대 사민주의, 즉 독점부르주아지 좌파의 정치세력으로의 전락의 단초이다. 노동자계급은 부르주아 선거판을 중시하지 않아서도 안 되고, 중시하지 않을 수도 없지만, 그것을 통해서 부르주아 정치판에서 자신의 몫을 진지하게 추구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노동자계급의 정치적 대표자들, 선진 노동자들은 선거판이라는 정치적 공간을 통해서 부르주아 정치의 계급적 본질과 그 추악한 실상을 폭로하고, 그리하여 (소)부르주아 이데올로기에의 종속으로부터 후진 노동자 대중을 해방하고, 그들을 노동자 계급의식으로 무장시켜 노동자계급의 자주적 정치부대로 조직해내야 한다. 그러한 자주적·독자적 정치의 장으로 선거판을 활용해야 한다.”3)

    

다만, 선진노동자들이 부르주아 선거공간을 활용하여 지배계급에 대한 정치폭로를 수행하는 것과 함께 후진노동자들을 “계급의식으로 무장시켜 노동자계급의 자주적 정치부대로 조직해내야” 하는 중요한 임무가 있음을 위 글에서는 상기시켜 준다. 그러한 목적에서만 노동자계급의 ‘독자후보’ 전술이 의미가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한편, 지금까지의 ‘독자후보’ 전술이 노동자계급의 과학적 사상과 의식을 발전·심화시켰다기 보다는, 근본적으로는 역시 소부르주아 민주주의자들의 이데올로기적 사정권 내에 있는 소부르주아 급진주의와 노동자주의를 주로 강화시켜 왔기 때문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얘기이긴 하지만, 노동자계급의 독자적인 정치세력화의 작업, 그 도정에서 ‘독자후보’ 전술은 필수적일 수밖에 없다.”4)

 

 

 

5. 노동자계급이 가져야 할 올바른 정치방침은 어떤 것이어야 하는가?

 

‘유물론적 역사관’이야 말로 노동자계급이 가져야 할 과학적 세계관이다. 유물론적 역사관은 인간의 생존에 필요한 물질적 부의 생산을 둘러싼 생산력과 생산관계의 모순이 인간의 모든 사회생활의 기초이며, 하나의 사회적 질서를 다른 사회적 질서로 이행시키는 원동력이라고 본다. 물질적 생산의 생산 양식은 사회적·정치적·정신적인 생활과정 일반을 제약한다. 이러한 발달이 일정한 단계에 도달하면 사회의 물질적 생산력은 지금까지 그 속에서 작용해온 현재의 생산관계, 혹은 그것의 법률적 표현인 소유관계와 모순하게 된다. 이러한 생산관계는 생산의 발전을 촉진하는 형태에서 질적으로 변하여 생산력 발전의 족쇄가 된다. 여기에서 사회혁명의 시기가 도래한다. 극소 전자기술의 발전과 인공지능의 발전 등으로 인해 오늘날 생산력의 눈부신 발전이 이루어지고 있고, 그것으로 인해 과잉생산 공황이 발생하고 경기침체가 장기간 지속되고 있고, 또 이는 제국주의 전쟁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생산수단을 배타적으로 소유한 지배계급의 부는 천문학적으로 쌓여만 가는데, 노동자 인민들은 실업과 생존의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자본주의적 생산이 이루어지는 곳에서 생산력과 생산관계의 모순이 격화되고 있고, 격렬한 투쟁들은 지금이 사회혁명의 시기임을 말해주고 있다. 유물사관을 자신의 세계관으로 가진 사람이라면 지금의 정세가 예사롭게 보이지 않을 것이다. 사회혁명의 시기, 곧 체제 변혁기임을 승인하고 이에 걸맞는 계급투쟁의 노선과 정치적 실천에 나서야 한다.

노동자계급의 정치적 전망은 ‘사회주의’이어야 한다. 자본주의 최후의 단계인 제국주의 시대의 사회혁명의 목표는 사회주의뿐이다. 그것은 낮은 단계의 공산주의, 프롤레타리아 독재, 그리고 이행기라고 불리기도 한다. 사회주의는 자본주의 잔재를 청산함으로써 공산주의의 완전한 실현을 위한 기초를 만들어 낸다. 공산주의의 기본조건은 생산수단의 사유를 폐지하고 생산수단을 사회화시키고, 계급관계를 철폐함으로써 인간에 의한 인간의 착취를 종국적으로 청산하는 것이다.

‘사회민주주의’나 ‘민족주의’는 자본주의 체제 내에서의 변화를 목적으로 하는 부르주아나 소부르주아의 이데올로기이다. 역시나 자본주의 체제 내에서의 의회주의와 대리주의 정치는 노동자계급의 것이 아니다. 의회주의 정치는 출세주의와 기회주의자들이 득세하는 공간이며, 대중조직의 활동역량들을 의회 내로 가두어 계급투쟁의 전선을 약화시키는 것을 초래한다.

레닌은 “사회개혁론자들과 자유주의적 개량주의자들과의 동맹, 합의 및 블록의 경험은 대중들의 의식을 몽롱하게 할 뿐이며, 투사들을 전혀 투쟁할 능력이 없고 가장 동요하고 배신적인 요소들과 결합시킴으로써 대중투쟁의 실재적인 중요성을 고양하는 것이 아니라 약화한다.”5)고 하였다.

민주노총은 ‘진보정당’을 통하여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이루고자 한다. 그러나 구상하고 있는 당과 현재 존재하는 진보정당은 노동자계급의 당이 아니다.6) 노동자계급의 당이라면 제국주의 시대에 계급과 착취관계의 일소를 목표로 하는 ‘사회주의 혁명’의 전망을 분명히 해야 한다. 그리고 그 당은 노동자계급의 한 부분으로서 이론과 실천 역량을 겸비한 선진노동자들(전위)의 정치·사상적 결사체이어야 한다. 또한 국가보안법을 위시한 파쇼적 지배 하에서는 당을 ‘합법공간의 밖’에 두어 파괴를 피해야 한다. 합법적 활동을 하는 대중조직마저도 간첩집단으로 몰아가는 지배계급의 위협은 실존하는 것이다.

사상·조직·정치노선에 있어서 노동자계급의 독자성과 올바른 선택은 노동해방·인간해방 세상을 열어 가는 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맑스-레닌주의 사상과 지도 이념으로 무장한 혁명가들의 조직(당)과 대중조직의 긴밀한 결합 속에서 조직된 혁명적 실천투쟁만이 해방된 미래를 담보할 수 있다.

맑스는 민주주의적 소부르주아들에 대해서 아래와 같이 폭로하면서, 노동자계급의 정당 건설 등 계급적 독자성을 강조한 바 있다.

 

 “민주주의적 소부르주아들은, 혁명적 프롤레타리아를 위해서 사회 전체를 변혁하려고 하기는 고사하고, 현존 사회를 그들에게 가능한 한 견딜 만하고 쾌적하게끔 만드는, 사회상태의 변화를 추구합니다. 그리하여 그들은 무엇보다도 관료제를 제한함으로써 국가지출을 감축할 것과 대토지 소유자들 및 대부르주아들에게로 주요 세금을 전가할 것을 요구합니다. … 농촌에 부르주아적 소유관계를 실시할 것을 요구합니다. 이 모든 것들을 실행하기 위해서 그들은 그들과 그들의 동맹자인 소농민들을 다수파이게끔 할, 입헌제든 공화제든, 민주적인 국가체제를 필요로 하며 … 자본의 지배와 그 급속한 증대는, 부분적으로는 상속권을 제한함으로써, 부분적으로는 가능한 한 많은 사업을 국가에 이관함으로써 억제되어야 합니다. 노동자들과 관련해서는, 무엇보다도 확실한 것은 그들이 지금까지처럼 계속 임금노동자로 머물러 있어야 한다는 것인데, 다만 민주적 소부르주아들은 노동자들이 보다 더 나은 임금을 받고, 보다 더 안정된 생활을 하기를 원하며, 국가 측에서의 부분적인 고용을 통해서 그리고 자선 조치들을 통해서 이를 달성하기를 바랍니다. 요컨대, 저들은 많든 적든 은폐된 적선을 통해서 노동자들을 매수하고, 그들의 상태를 잠시 동안 견딜만하게 만듦으로써 그들의 혁명적 역량을 파괴하기를 바랍니다.

… 최후의 승리를 위해서 노동자들 자신은, 자신들의 계급적 이해를 깨닫고, 가능한 한 빨리 자신들의 독자적인 당적 입장을 취하고, 어느 한순간이라도 민주주의적 소부르주아들의 위선적인 공문구에 현혹되어 프롤레타리아트 정당의 독립적인 조직화를 그만두지 않음으로써,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7)

 

당이 정치·사상적 통일성에 근거한 결사체라면, 노동조합은 가능한 폭넓게 조직된 대중조직이어야 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조합은 자본가의 이윤추구 과정에서 나타나는 노동자들의 피해를 가급적 최소화 하고 노동자들의 지위를 유지·개선하기 위한 노동자의 자주적 대중조직이다. 동시에 이 조직은 노동자 대중이 자본가에 대해 일상적인 투쟁을 진행시켜 가는 과정 속에서 자신의 의식을 고양시켜 노동자의 임무가 어디에 있는가를 자각하는 학교이다. 이 학교를 통하여 노동자계급의 정치적 참모부(전위조직)인 노동자계급의 당이 탄생하고 이것과 노동자 대중이 결합한다. (전위)당은 노동조합의 일상투쟁을 통해서 노동자 대중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 역으로 노동자대중은 일상투쟁을 통해서 ‘노동자 대중의 문제해결은 노동자들의 계급 지도기관인 당의 지도를 받을 때에만 가능하다’는 것을 자각한다. 이러한 전위조직으로서 노동자계급 당의 역할을 의회주의 소부르주아 정당(현재의 진보정당)들이 대신할 수 없다.

당은 노동조합의 조직 확대와 조직력 강화, 그리고 투쟁에 적극적으로 결합해야 하고, 매 시기 지배계급에 대한 정치폭로 등을 통해 계급의식을 고취시키는 활동에 복무해야 한다, 그러한 실천과정에서 노동자계급의 해방을 향한 올바른 정치적 지도가 이루어져야 하며, 그때만이 대중으로부터 신뢰와 지도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계급대중을 ‘돈’과 ‘표’로써만 사고하고 ‘의회주의’의 환상 속으로 동원하는 기존 진보정당의 ‘종파주의적’인 활동들로서는 대중조직의 분열과 정치혐오만 조장할 뿐 노동자계급 대중의 신뢰를 획득할 수 없을 것이다. 

 

 

6. 민주노총의 조합원 정치 사업과 활동가들의 정치적 실천은 무엇이어야 하는가?

 

먼저 민주노총은 조합원들의 계급의식을 고취시키는 데 주력해야 하며, 조직의 확대·강화와 더불어 계급 대표성을 확보하는 데 노력해야 한다. 노동조건의 개선이나 임금 인상 등의 경제투쟁을 노동자계급 전체의 정치투쟁으로 성장·전화시킬 수 있도록 하고, 이러한 투쟁을 통해서 조합원들을 노동자계급의 ‘군대’로 단련시켜나가는 데 주력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그것에 선행하여 조합주의적 실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간부’들의 ‘질’적 제고에 나서야 한다. 조합주의와 경제주의에 갇힌 노동운동은 부르주아적 노동운동으로서 미래가 없다. 사회과학 학습을 통한 맑스-레닌주의로의 ‘질’적 제고에 전면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새로운 기풍을 형성해야 한다.

계급정당이 건설되지 못한 상황에서 진보정당에 대한 민주노총의 태도는 어떠해야 하는지와 관련해서는 아래의 글을 참고하자.

 

 “노동자의 계급적 요구를 반영하여 민중의 진보적 요구를 위해 싸우는 노동자계급의 정당이나 진보적 정당에 대해서는 서로의 자주성을 인정하고 요구에 따라 공동의 협력관계를 확립하고, 함께 힘을 합쳐 독점자본과 자본가계급 전체에 대한 투쟁을 진행해야 한다. 그러나 노동자계급의 정당이 아직 건설되지 못해서 그 당의 지도와 원조 아래서 노동조합 운동이 자본주의 타도를 지향하여 발전하지 못하는 조건이라면, 노동조합 운동은 정치적 중립을 주장할 수도 있다. 또한 노동자 대중에 기초를 둔 정당이 여러 개 존재한다면 이에 대한 원칙은 다음 두 가지이다. 첫째, 계급적 대중조직으로서의 노동조합이 하는 역할의 중요성을 인정하여 조합민주주의의 근본원칙인 조합원의 정당지지, 정치활동의 자유를 단호히 옹호하는 것, 둘째, 노동조합과 정당이 서로의 입장을 존중하면서, 공통의 요구라는 견지에서 올바르게 협력·협동하는 것이다.”8)

 

민주노총은 노동자계급의 대중조직이다. 진보정당을 표방하는 소부르주아 정당들의 통합이나 선거연합을 통한 부르주아 의회의 진출에 역량을 소비하기 보다는, 노동자들의 계급적 정치의식의 함양과 ‘계급정당’ 건설에 보다 많은 관심과 노력을 보여야 한다. 진보정당에 대해서는 “서로의 자주성을 인정하고 요구에 따라 공동의 협력관계를 확립”하고, 자본과 권력에 대한 투쟁전선에서 함께 하면 된다.

정파 활동가들은 노동조합 내에서의 활동이나 계급투쟁 전선에서 ‘종파주의적 실천’으로 대중조직의 분열과 정치혐오증을 조성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스스로 부단히 ‘선진노동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노동자계급의 과학적인 이론학습과 정치훈련에 매진하고, 모범적인 실천으로서 대중의 신뢰부터 쌓도록 해야 할 것이다.

레닌은 ≪무엇을 할 것인가?≫에서, 대중조직에서 활동하는 혁명적 사회주의자들이 조합주의적 실천에 매몰되지 않고 “인민의 지도자”로 나설 것, 그리고 착취사회를 철폐하기 위해서 노동자계급에 대해 “정치교육과 그 계급의 정치의식을 발전시키는 일에 적극적으로 착수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사회민주주의9)는 더 좋은 조건으로 노동력을 판매하기 위해서 뿐만 아니라 무산계급으로 하여금 그들 자신을 부자들에게 팔지 않을 수 없게 하는 사회체제의 철폐를 위하여 노동계급의 투쟁을 지도한다. 사회민주주의는 주어진 고용주 집단과의 관계에서 뿐만 아니라 현대 사회의 모든 계급들과 조직된 정치세력으로서의 국가와의 관계에서도 노동계급을 대표한다. 따라서 사회민주주의자들은 그들 자신을 경제투쟁에 배타적으로 한정해서는 안 될 뿐만 아니라 경제적 폭로를 조직하는 것이 그들 활동의 주요한 부분이 되는 것을 허용해서도 안 된다. 우리는 노동계급에 대한 정치교육과 그 계급의 정치의식을 발전시키는 일에 적극적으로 착수해야 한다.”10)

 

 

7. 선진노동자들의 ‘사회주의’의 선전과 ‘당’ 건설


노동조합 대중조직 속에서 사회주의적 정치활동이 활발하게 전개되지 못하고 있다. 그것은 오랜 세월 국가보안법 등을 도구로 한 파쇼적인 노동운동 탄압과 사회주의 운동에 대한 탄압 때문이기도 하다. 또한 ‘쏘련’의 해체와 구 사회주의 정권들의 연이은 몰락으로 많은 활동가들이 운동을 떠나고, 남은 활동가들도 현실 사회주의에 대한 ‘청산주의’적 관점에서 왜곡된 사회주의 역사를 받아들이면서 운동이 과학성을 상실한 때문이기도 하다. 노동자계급은 서방 제국주의 진영의 역사조작과 왜곡의 영향에서 벗어나 ‘청산주의’를 청산하고, 20세기 사회주의 혁명의 역사를 올바로 인식해야만 한다. 역사적 사실에 기반 한 과학적인 분석은 우리 운동의 실패를 그만큼 줄여줄 것이다. 선진노동자들이 맑스-레닌주의 사상과 조직노선, 투쟁노선으로 궤도를 재정립할 때 노동자계급의 해방을 향한 투쟁도 올바른 궤도에서 발전해 갈 것이다, 조급하여 일을 그르치지 않게, 기초에서부터 정확한 발걸음으로 한 발씩, 더디더라도 그 길만이 노동자계급이 해방되는 가장 빠른 길이다. 더 이상 기회주의자들, 출세주의자들의 온상인 소부르주아 정치의 틀 속으로 노동자계급의 정치적 행보를 가두어서는 안 된다.

레닌은 ≪무엇을 할 것인가?≫에서 경제주의자들과의 투쟁을 통해, 대중의 자생성에 굴종하지 않고 노동자계급의 정치투쟁을 강조하며 전국적인 정치신문을 통한 ‘당’ 건설을 주장하였다. 레닌은 혁명적 사회주의자들의 임무가 “노동조합주의적 정치활동을 사회민주주의적 정치투쟁으로 전환시키는 것이며, 노동자들을 사회민주주의적 정치의식의 수준까지 끌어올리기 위하여 경제투쟁이 노동자들 사이에서 발생시키는 정치의식의 불꽃들을 활용”해야 한다고 하였다.11) 그리고 “대중운동의 자생성에 대한 모든 형태의 굴종, 사회민주주의적 정치활동을 노동조합주의적 정치활동으로 격하시키는 모든 행동이 노동계급운동을 부르주아 민주주의의 도구로 전락시키는 것”이며, “전위투사의 역할은 가장 선진적인 이론에 의하여 지도되는 당에 의해서만 완수될 수 있다”고 강조하였다.12)

노동자계급의 정치적 참모부로서 혁명적 전위정당이 존재하지 않는 한국사회의 현실에서, 몰 계급적 소부르주아 정당에 기대를 거는 대중조직 간부들의 후진적인 정치의식13)에 굴종하여 노동자계급의 정치세력화 사업이 부르주아 정치의 도구로 전락해 갈수는 없다. 때문에 혁명적 계급정당 건설을 위한 선진노동자들의 노력이 우선적으로 집중되어야 할 곳이 어디인지를 말해주는 레닌의 언급은 새겨들어야만 할 것이다.

레닌의 글 ≪한걸음 앞으로 두 걸음 뒤로≫를 보면, 당내 기회주의자들과의 투쟁을 통해 소부르주아 이데올로기를 척결하고 다수파를 획득하여, 사상이론의 통일성, 중앙집중제, 조직 내 규율을 강조하고, 아래로부터의 당 건설이 아닌 위에서 아래로의 당 건설 노선과, 잘 훈련된 혁명가들로 구성된 가능한 한 비밀스러운 전위정당의 건설을 주장하고 있다. 결국 이렇게 조직된 볼쉐비키 당이 러시아 혁명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어떤 당’을 건설할 것인가에 대한 우리의 질문은 레닌의 글에서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온갖 잡사상과 기회주의가 판치고 권력분점을 강조하며 규율도 없이 산만하기만 한 몰계급적 개량주의 정당으로는 언제나 노동자계급의 분열과 패배만이 뒤꽁무니를 따라다니게 할 것이다.

 

“프롤레타리아트는 조직의 실질적인 통일에 의해 강화된 맑스주의의 원칙들에 대한 이데올로기적 통일을 통해서만이 무적의 세력이 될 수 있고, 또한 필연적으로 될 것이며, 그것은 수백만의 인민을 노동계급이라는 단일한 군대로 결합시킨다.”14)

 

“혁명적 사회민주주의 당 조직은 경제투쟁을 위한 노동자의 조직과는 필연적으로 다른 종류이어야 한다. 노동자 조직은 첫째, 노동조합 조직이어야 한다. 둘째, 가능한 한 광범위해야 한다. 셋째, 조건이 허락하는 한 공개적이어야 한다. 다른 한편으로 혁명가의 조직은 제일 먼저 혁명활동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들로 구성되어야 한다.(이런 이유로 혁명적 사회민주주의자들이라는 뜻으로의 혁명가들의 조직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조직성원이 갖는 공통 특성에 비추어 볼 때, 노동자와 지식인 양자의 범주에서 직종과 직업의 차이는 말할 것도 없고, 노동자와 지식인 간의 모든 차이는 소멸되어야만 한다. 이 조직은 지나치게 광범위해서는 안 되며 가능한 한 비밀스러워야 한다.”15)

 

쓰딸린은 레닌의 입장을 지지하며 아래와 같이 밝힌 바 있다.

 

“투쟁하는 지도자 그룹인 프롤레타리아 당은 첫째 당원 수의 측면에서 프롤레타리아 계급보다 상당히 적어야 하며, 둘째 그 이해와 경험의 측면에서 프롤레타리아 계급보다 앞서야 하며, 셋째 치밀한 조직이어야 한다는 것이 명백하게 된다. … 투쟁하는 프롤레타리아트를 지도하는 당은 개인들의 우연한 모임이 아니라, 치밀하고 중앙집권적인 조직이 되어야 하고 그래서 그 활동이 단일한 계획에 따라 지도될 수 있어야 한다. … 우리당은 사회민주당이다. 이 말은 당이 자체의 강령(운동의 즉각적인 목표와 궁극적 목표), 전술(투쟁 방법), 조직 원칙(결합의 형태)을 지니고 있음을 의미한다. 강령, 전술과 조직적 견해의 일치는 우리 당 건설의 기초이다. 이러한 견해의 일치만이 당원들을 하나의 중앙집권적인 당으로 통일시킬 수가 있다. 만약 견해의 일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당은 붕괴된다. 따라서 우리 당의 강령, 전술과 조직 원칙을 완전히 받아들이는 사람만이 당원이라고 할 수 있다. … 우리당의 당원이 되고자 하는 사람은 누구나 우리 당의 강령, 전술, 조직적 견해를 단지 받아들이는 데 만족하여 그칠 것이 아니라 이러한 견해들을 적용하여 실천에 옮겨야 한다.”16)

 

“당원은 당 강령을 받아들이고 재정적으로 당을 지원을 하며 당 조직의 하나에서 일하는 사람이다.”17)

 

 

8. 조급함이 앞서 실패를 거듭해서는 안 된다.

 

내년 총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정치방침과 총선방침이 논의되고 있는 상황인데, 소통하고 확인해야 할 많은 논의 지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두리뭉실한 추상적 문구로 정치방침을 확정하고, 기회주의로 빠져나갈 수 있는 수많은 구멍을 만들어두어서는 안 된다. 실패의 역사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고 또다시 그 길을 가고자 한다면 우리가 원하는 세상은 더 오랜 세월이 경과되어야 달성할 수 있게 될 것이며, 그동안 노동자 인민들의 고통스러운 삶은 연장될 것이다. ‘정치방침’ 만큼은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많은 토론과 학습을 통하여 수립하고, 또 그 과정에서 간부들과 조합원들의 정치의식을 높여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윤석열 정권으로 대표되는 자본가 권력의 폭력에 대한 노동자 인민의 투쟁에 시동이 걸렸다. 민주노총의 5월 투쟁과 7월 총파업투쟁 조직화에 만전을 기하자. 기세 있는 투쟁으로 노동자계급이 스스로의 힘을 확인하고 자신감을 갖도록 하자. 노동해방 세상, 평등세상의 새벽은 코앞에 다가와 있다. 새벽을 맞을 주체적 준비에 이 긴 어둠의 시간을 의미 있게 소비하자. 노사과연


1) 2022.12.15. 15차 중앙 집행위원회 결정.

 

2) 소선거구제를 중대선거구제로 전환하는 것이 아니라, 정당의 득표율대로 의석을 배분하는 선거제도의 개혁이라고 설명하고 있음.

 

3) 다수파(NL)에 의한 당권 장악과 그 과정에서 드러난 여러 가지 문제들. 위장전입, 당비 대납, 집단적인 주소이전 등.

 

4) 2005-6년, 북의 핵무기 보유 선언과 1차 핵실험에 대한 당내 정파 간의 입장 차이. ‘일심회’ 사건 등을 둘러싼 당내 고조된 정파 간 갈등을 말함. 이 논쟁에서 드러난 PD파의 ‘반북주의’ 또한 문제가 심각함.

 

5) 2008년 3월, 민주노동당에서 PD성향의 당원들이 탈당하여 ‘진보신당’을 창당한다.

 

6) 2012년 민주노총 15차 중집에서의 ‘토론안’ 결정자료 참고.

 

7) 레닌, <무엇을 할 것인가?>, ≪레닌저작집1≫, 전진출판사, 1988, p. 189.

 

1) 레닌, <무엇을 할 것인가?>, ≪레닌저작집1≫, 전진출판사, 1988, p.212-214. / 강조 표시는 전진출판사 판 번역의 오류를 노동사회과학연구소 채만수 소장이 수정한 부분이다.

 

2) 채만수, <미국의 대선 혹은 민주주의에 대한 단상>, ≪정세와 노동≫ 168호, 노사과연, 2020년 12월, p. 11.

 

3) 채만수, <4.13총선과 노동자계급>, ≪정세와노동≫ 121호, 노사과연, 2016년 3월, p. 15.

 

4) 같은 글, p. 16.

 

5) 레닌, <맑스주의와 수정주의>, ≪레닌저작집 4-3권≫, 전진출판사, 1991, p. 170.

 

6) 사회주의를 강령으로 하는 노동당은 일단 논외로 한다.

 

7) 칼 맑스, 프리드리히 엥엘스. <1850년 3월 동맹에의 중앙위원회의 호소>, 채만수 역, ≪공산당선언≫ 부록, 노사과연, pp. 115-127.

 

8) 김태균, <레닌의 ”제국주의 노동운동론‘으로 바라본 2022년 노동운동의 과제>, ≪노동사회과학≫ 17호, 노사과연, 2022년 5월, pp. 104-105.

 

9) 레닌의 글에서 ‘사회민주주의’는 오늘날 ‘사회주의’를 의미한다.

 

10) 레닌. <무엇을 할 것인가?>, ≪레닌저작집1≫, 전진출판사, 1988, p. 212.

 

11) 레닌. <무엇을 할 것인가?>, ≪레닌저작집1≫, 전진출판사, 1988, p. 224.

 

12) 같은 글, p. 189.

 

13) 민주노총 확대간부 정치의식 설문조사 결과를 참고.

 

14) 레닌. <한걸음 앞으로 두걸음 뒤로>, ≪레닌저작집2-2≫, 전진출판사, 1989, p. 398. 인용문의 강조는 모두 필자에 의한 것이다.

  

15) 레닌. <무엇을 할 것인가?>, ≪레닌저작집1≫, 전진출판사, 1988, p. 251.

 

16) 쓰딸린, <프롤레타리아계급과 프롤레타리아 당>, ≪스탈린선집1≫, 전진출판사, 1988, pp. 28-29

 

17) 같은 글, p.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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