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사회과학연구소

[이론] 위안화를 통한 원유결제와 제국주의 정치

전우재│ 회원

 

 

 

1. 서론 : 중국경제 발전과 노동자계급운동

 

1) 중국경제 부상에 대한 상반된 반응

 

중국의 경제발전에 대한 반응은 두 가지로 나뉜다. 중국의 경제발전이 세계정세에 있어서 세계 노동자계급의 정치적 발전에 유리한 조건을 구성한다는 반응과 그렇지 않다는 반응이다. 전자는 중국의 경제발전에 따른 미국의 패권의 약화가 노동자계급에게 유리한 것이라는 인식에 근거한다. 후자는 미국이 가진 패권적인 힘이 약해져도 제국주의 세계체계 자체가 약해지지 않는다면 노동자계급의 해방에 무용하다는 판단에 근거한다. 중국이 미국을 대신하거나 혹은 대등할 만하게 성장해도, 제국주의 세계질서 자체가 타격을 입지 않는다면 자본주의-제국주의를 무너뜨리고 사회주의를 건설한다는 세계 노동자계급의 근본적 과제의 해결에 좋은 영향이 없다는 생각이다. 이 두 반응은 나름대로 근거가 있다.

 

 

2) 상징적인 사건: 위안화를 통한 원유결제 시도

 

중국의 경제적 발전의 가능성이 쟁점이 되는 시기는 지났다. 중국은 이미 경제적으로 많이 발전했다. 적잖은 통계가 그 발전의 사실을 이미 뒷받침하고 있으나, 다음과 같은 구체적인 사건도 존재한다. 그것은 위안화를 통한 원유결제의 시도이다. 2022년 12월, 중국의 시진핑은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했다. 중국은 통화스왑 협정 등 각국 협력을 논의했다. 중국 언론은 이 회담에서 위안화로 원유결제를 진행하는 안이 논의될지도 모른다고 분석했다. 달러로만 허락된 원유결제가 위안화로도 가능하다면, 미국 일극체제가 중국과 미국의 다극체제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뒤따랐다. 결과는 아직 좋지 않다. 위안화를 통한 원유결제를 2022년에 매듭짓는다는 중국의 도전은 아직 성공하지 못한 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은 중국경제가 수준급으로 발전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3) 쟁점은 위안화를 통한 원유결제가 노동자계급의 궁극적 목적 달성에 어떤 변수냐이다

 

노동자계급이 목표하는 바를 이루는 데 위안화를 통한 원유결제 시도라는 사건은 어떤 변수로 작용하는가? 쟁점은 여기에 있다. ≪환구시보≫와 같은 중국 언론은 이 사건을 다음과 같이 논한다.

 

“아랍에미리트 전략가이자 아부다비 집행부의 전 고문이었던 에브라힘 하셈은 “따라서 석유 관련이든 아니든 무역의 일부 또는 전부를 결제하기 위해 중국 위안화를 사용하는 것은 논리적이고 정상적”이라고 말했다. … 무기화된 달러 주도 금융시스템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 중국 정부 전문가이자 정치학 교수인 나디아 헬미는 “리야드와 중국의 활발한 대화가 사우디아라비아의 대 중국 석유 판매 가격 중 일부를 위안화로 책정하는 데 성공한다면 이는 세계 석유 시장에서 달러화의 지배력을 떨어뜨리는 조치”라고 ≪글로벌 타임스≫에 말했다. … 사우디아라비아의 한 중국기업 대표는 ≪환구시보(環球時報)≫에 “그러나 석유는 오랜 세월 달러화로 표시돼 왔고 달러화의 패권도 쉽게 꺾일 수 없기 때문에 이는 하루아침에 이뤄질 수 없는 장기 프로세스이며 큰 변화”라고 말했다. … ≪월스트리트저널≫ 보도에 따르면 세계 석유 판매량의 80%가 달러화로 거래되고 있으며 사우디는 1974년 이후 닉슨 정부와 국가 안보 보장을 포함한 거래에서 달러화로만 석유를 거래해 왔다.”1)

에브라힘 하셈은 위안화를 통한 원유결제가 논리적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위안화를 통한 원유결제가, 무기처럼 쓰이는(weaponized) 달러 주도 금융시스템을 약화시키기를 기대한다. 나디아 헬미는 원유결제가 위안화로 이뤄진다면 달러 패권이 약해질지도 모른다고 분석한다. 달러 패권, 미국 패권이 약해진다면 세계는 일극 체제에서 다극 체제로 접어들 가능성이 있다. 다극 체제는 무엇이고 앞으로 어떤 결과를 불러오는가? ≪환구시보≫는 다극 체제가 불러올 평화와 중국의 공헌을 이야기한 바 있다. 아래 인용문은 그 내용이다.

 

“전 세계 경제가 쇠퇴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경제의 지구력은 강인하고, 잠재력은 크고, 활력은 넘치고, 장기적 호황의 기본조건은 변함없이 양호하다. 중국은 지속적으로 개방 발전을 심화시키면서도 앞으로 세계경제 회복에 끊임없는 강력한 동력을 제공할 것이다. … 과거 아주 오랜 기간 동안, 지구의 세계화는 서방 국가가 주도해왔다. 그렇지만 미래의 세계화는 다극체제일 수밖에 없다. 앞으로 중국, 미국, 유럽연합 등 국가와 지역이 함께 추진하게 될 것이다.”2)

 

≪환구시보≫는 위안화를 통한 원유결제가 달러 패권을 약화시키며, 중국경제 발전으로 인한 다극 체제가 번영과 평화를 불러오리라고 기대하고 있다. 이 두 주장을 연결하면 “위안화를 통한 원유결제는 달러 패권의 약화를 불러오며, 달러 패권의 약화로 인한 다극 체제 진입은 노동자계급에게 이득이다”는 논리로 정리된다. 이 문장은, 크게 세 종류의 전제로 이루어진 문장이다.

 

1. 위안화를 통한 원유결제가 이루어지면 달러 패권이 약해진다

2. 달러 패권의 약화가 다극 체제를 불러오게 된다

3. 다극 체제가 노동자계급에게 도움이 된다(이는 암묵적인 전제로, 위 주장에는 생략되어 있다.)

 

중국이 이야기했듯, 다극체제가 평화와 번영을 불러온다는 주장이 타당한 주장이 되기 위해서는 다극체제가 노동자계급운동에 기여해야 한다. 자본주의사회 폐절에 유리한 조건을 조성해야 한다. 자본주의사회에서 번영과 평화는 일시적이다. 자본주의사회는 불균형, 공황, 전쟁만이 가득하다. 중국이 말하는 바가 타당하려면, 다극체제가 자본주의 폐절과 그를 위한 운동에 기여해야 한다.

위 주장이 정말 참인지 검토하기 위해서는 중국의 경제발전, 위안화를 통한 원유결제, 위안화의 기축통화화와 같은 사건들이 달러 패권을 약화시키는지를 먼저 검증해야 하고, 달러 패권이 약해졌을 때 다극 체제로 진입하는가 여부를 검증해야 하고, 다극 체제가 노동자계급에게 이익이 되는가를 검증해야 한다.

 

 

2. 본론

 

1) 위안화가 달러 패권을 위협한다는 주장

 

원유를 위안화로 결제하면 달러가 가진 특권은 사라지게 되는가? 이를 검증하기 위해서는 먼저 달러가 가진 특권이 무엇인지 탐구해야 하고, 그 특권이 어디서부터 근원하는가를 알아야 한다.

달러가 특권적인 위치를 차지하게 된 내력은 크게 1기와 2기로 나누어 설명할 수 있다. 먼저 1기는 영국이 금 태환을 포기한 시점에서부터 미국이 금 태환을 포기한 시점까지이며, 2기는 여러 차례 발생한 중동전쟁 이후 사우디와 미국이 페트로-달러 협정을 맺으며 원유결제를 달러로만 하겠다는 합의를 발표한 시점까지를 말한다.

1890년대와 1900년대, 자유경쟁 자본주의는 독점자본주의로 변모하였다. 다음 인용은 미국의 사례를 언급한 것이다. 자본의 집적과 집중이 고도로 진행되어, 자유경쟁자본주의 초기에는 찾아볼 수 없었던 독점자본이 등장한다.

 

“특히 선진자본주의 국가인 영국, 독일, 미국에 있어서 그 발전은 눈부셨다. 이들 나라에서는 기업총수 중 대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총 생산고에서 차지하는 대기업의 비율은 증가하였으며, 노동력과 생산고의 많은 부분이 대기업에 집중했다. 예를 들면 미국에서는 1904년에 전국 제조공장 수의 약 11.2%에 달하는 기업이 근로자 총수의 71.6%를 고용해 총생산고의 79.3%를 생산하고 있다.”3)

 

생산력이 발전하고, 생산을 사회화하라는 요구가, 소기업을 대기업으로, 즉 독점자본으로 만든다. 독점자본은 규모가 클 뿐만 아니라 생산의 범위도 넓다. 한 부문에서 이익을 적게 내더라도 그 부문이 전략적인 부문이 될 수 있다면, 다른 부문에서 얻은 이익으로, 약한 부문을 투자하는 전략적인 결정을 이뤄낼 수 있다. 그러한 까닭에, 이전보다 더 계획적이고 효율적으로 생산을 진행한다. 그러나 개개의 경제 주체는 계획적이고 효율적으로 생산하나, 전체로 볼 때는 무정부성이 더욱 증가한다. 결국 이전보다 더 커진 규모의 공황이 자본을 스스로 파괴하게 한다.

두 번의 세계대전이 끝나고, 서유럽이 파괴된다. 과잉된 자본이 물리적으로 파괴된 것은 좋았지만 미국은 상품시장을 잃고 말았다. 미국은 서유럽에 자금을 지원하여 ‘번영’을 도왔다. 미국 자본가계급 입장에서는 부담이 적었다. 미국은 미국 노동자계급이 낸 세금을 바탕으로 서유럽에 자금을 지원하면서, 서유럽이 미국 자본가계급이 판매하는 상품을 구매하게끔 했다. 서유럽 시장은 이렇게 미국에 종속되었다. 영국을 포함한 여러 국가들은 금 태환을 포기했으나, 미국은 달러를 금으로 바꾸어주는 태환을 계속 진행했다. 이 때문에 달러가 곧 금, 즉 화폐가 되었다.4)

미국이 서유럽과 아시아에 자금을 지원하면, 서유럽과 아시아는 미국이 판매하는 상품, 이를테면 무기와 중화학 제품, 공작 기계를 구매하였다.5) 이 시기는 금을 대리하는 달러가 세계화폐 역할을 하였으나, 아직까지 달러 그 자체에 특권이 있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미국이 막대한 자금지원을 통해 서유럽과 아시아 상품시장을 미국에 종속시켰고, 그 종속의 형태가 달러의 기축통화화로 나타났다고 볼 수 있다.

 

“한편에서는, 유효수요 창출을 통한 과잉생산의 해소라는 효과가 기대했던 대로 나타났지만, 그것은 극히 단기적인 것이었습니다. 불과 10여 년이 지나자 그 모순이 폭발했던 것입니다. 다른 한편에서는, 무상원조 등을 통한 달러 살포는 동시에 미국 독점자본이 원조를 받는 국가로 진출하는 것을 용이하게 하였지만, 이 또한 미국의 경제, 그 독점자본에게는 또 하나의 굴레로 나타났습니다.”6)

 

미국이 꾸준히 서유럽과 아시아에 자금지원을 해준 결과, 서유럽과 아시아에도 독점자본이 생겨난다. 이들은 미국을 상대로는 적자를 보게 되나, 제3국과의 무역에서 달러를 획득하여 적자를 벌충한다. 서유럽과 일본에 달러가 계속 쌓이게 된다. 달러가 적을 때, 즉 달러 수요가 많을 때 달러의 신뢰도는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달러가 과잉 공급되자, 과연 미국이 이 많은 달러를 금으로 바꿔주는 게 맞느냐는 의문이 생겨났다.7) 달러가 부족하면 세계무역이 이루어지지 않고, 달러가 과잉 공급되면 이것을 금으로 바꿔줄 수 있는지, 즉 태환여부에 관한 신뢰도 하락이 발생했다.8) 미국은 베트남 전쟁을 수행하며 전비를 충당하기 위해 많은 달러를 찍어내고는, 결국 금 태환을 포기한다는 일종의 채무 포기 선언을 하였다.9) 미국도 금 태환을 포기하고 관리통화체제로 들어서게 된다.

1971년 미국은 금 태환을 포기한다. 고정환율제에서 변동환율제로 들어선다. 미국에 문제가 발생한다. 미국은 서유럽과 아시아를 미국에 종속시켜 상품시장으로 활용할 뿐 아니라 많은 군사기지를 설치하고 방위조약을 체결하였으나, 서유럽과 아시아가 너무 성장하고 말았다.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가 계속되었고 달러는 과잉 공급되어 달러 신뢰도가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은 곧 길을 찾는다. 사우디아라비아와 협약을 맺고 원유결제를 달러로만 해주는 대신, 안보를 보장해주게 됐다.

 

“이번 중국과 사우디의 협력은 국제관계의 변화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우선 페트로 달러체제에 중국이 공식적으로 도전했다. 페트로 달러체제는 1971년 미국의 고정환율제 붕괴 이후 헨리 키신저가 사우디를 방문해 사우디 왕가의 안전을 보장하는 대가로 석유결제를 달러로만 하도록 만든 결제체제를 의미한다. 이 협약을 통해 미국은 달러를 다시 기축통화의 지위에 올렸다. 여기서 기축통화란 국가 간의 거래에 주로 사용되는 통화를 의미한다. 많은 국가가 자국 화폐도 기축통화가 되기를 원하지만, 기축통화가 되려면 전 세계 거래에 사용될 수 있을 정도로 화폐량 즉 유동성이 풍부해야 한다. 또한 화폐가 갑자기 가치를 상실하는 일이 없어야 하기에 신뢰성이 높아야 한다.”10)

 

미국은 이전에 서유럽을 종속시킨 것과 마찬가지로 중동에서 큰 이익을 얻게 되었다. 사우디는 달러로만 석유를 판매했고 그 대금으로 미국 국채와 무기를 사들였다. 다른 국가들도 다시금 달러가 필요해졌다. 달러가 많으면 달러 신뢰도가 떨어지고, 달러가 적으면 유통이 안 되는 문제도 해결되었다. 달러 수요가 부족할 상황 자체가 해결됐다. 석유를 사기 위해서는 달러가 꼭 필요했기 때문이다. 다음 인용문은 이 상황을 자세히 설명한 내용이다.

“기존 통화체제가 붕괴되는 상황에서 ‘달러 패권’ 시대는 공고히 자리 잡았다. 변곡점이 된 것은 1974년 사우디아라비아와 그 이듬해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의 결정이다. 당시 사우디를 포함한 OPEC 회원국들은 석유거래 대금 결제에 달러만 사용하기로 했다. 반대급부는 미국이 제공하는 안보 제공이었다. … 해당 질서의 작동원리는 단순하다. 석유 구입을 희망하는 국가들은 반드시 달러로 대금을 결제한다. 이를 통해 생산국이 벌어들인 달러 자금은 다시 미국 국채 구매에 투자된다. 각각의 단계마다 달러에 대한 수요가 발생하며, 달러의 최종 종착역은 미국이 된다. 이러한 작동방식이 현재도 세계 통화질서를 유지하는 이른바 ‘달러 환류체제’다. 해당 질서로 달러가 기축통화 역할을 수행하며 발생한 ‘트리핀 딜레마’도 해소했다. 달러가 기축통화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대외거래에서 적자를 발생시켜 끊임없이 유동성을 공급해야 하는데 이 경우, 달러 가치가 흔들릴 수 있다. 반대로 미국이 대외거래에서 흑자상태를 지속하면, 달러 가치는 안정되지만 국제무역과 자본거래를 제약하게 된다. 달러 환류체제는 미국이 지속적인 소비를 통해 세계시장에 달러를 공급해도 각국이 달러 표시 자산을 사들여 가치가 안정적으로 유지되게 만든다.”11)

 

 

2) 달러가 가진 특권: 정책결정의 자율성과 세계무역 통제성

 

그러나, 이 또한 기축통화가 달러이기 때문에 미국이 이득을 보는 상황이라고 해석함도 무리가 없겠으나, 미국이 가진 강력한 힘은 원유에서 미국 화폐로의 결제, 달러의 환류체제로 나타난 면이 존재한다.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핵무기와 항공모함을 가진 군사 대국이고, 중동 국가를 정치적으로 종속시키거나 중동 민중을 탄압하여 사회주의 진영의 침투를 막을 힘이 있었다. 이 힘을 통해 미국은 중동지역을 장악하며 중동에 무기를 판매하고 군대를 주둔시켰다. 마셜플랜을 통해 서유럽에 상품을 판매한 것처럼, 중동에 상품을 판매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제국주의 국가가 영토 재분할과 자본수출 둘 모두를 원활히 달성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 셈이다.

달러가 기축통화이기 때문에 미국이 얻는 이익도 분명 존재한다. 중동을 포함한 여러 국가들은 미국 국채를 구매하는 등 저리로 미국에 돈을 빌려준다. 미국은 그렇게 얻은 돈으로 자본수출을 진행한다. 미국은 타국에 고위험 투자, 이를테면 공장 건설 등을 통해 이득을 얻는다. 저리로 돈을 구해 고리로 돈을 버는 셈이다.

위 과정을 통해 미국은 달러를 기축통화 위치에 등극시켰다. 지금까지의 내용을 정리하면, 미국이 서유럽과 중동을 장악했고, 폭력을 활용하여 독점적인 지위를 확보한 덕분에, 달러는 기축통화처럼 사용되었다. 달러를 기축통화로 만들기 위해서 서유럽과 중동을 장악했다기보다, 서유럽과 중동을 장악한 결과가 달러 기축통화화로 나타났다고 보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미국은, 달러 과잉의 걱정을 덜게 되었다. 이전에는 달러를 적게 찍자니 시장에 대한 개입력이 떨어지거나 상품유통이 원활하지 않은 문제가 있었고, 달러를 많이 찍자니 그만큼 금을 줄 능력이 없거나 금 지급능력의 신뢰성을 의심받게 되는 문제가 있었다. 하지만 미국이 중동을 장악한 결과, 달러가 과잉하면 회수해서 소각하면 그만이 되었고,12) 달러가 부족하면 윤전기에서 찍어내기만 하면 되었다. 이로 인해 미국이 얻은 이익은 정책결정의 자율성이다. 아래 인용문은 트리핀 딜레마를 해결한 미국이 달러 수요를 믿고 마음껏 화폐를 증발하여 경제위기에 대응하였음을 보여주는 내용이다.

 

“이러한 미국만의 능력, 즉 달러 패권은 정부 정책 자율성에 대한 금융 제약이 일반적으로 심화되는 경제위기 시에 잘 드러난다. 최근 팬데믹으로 인해 발생한 위기를 제외한 이전 가장 큰 경제위기인 2001년과 2008년의 경우에서 확인된 바 놀라운 점은 미국 통화당국과 정부가 급진적인 통화정책과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통해 위기에 대응했다는 점뿐만 아니라 위기 한 가운데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각 정부가 추진한 고비용의 핵심 정책들을 전혀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2001년 부시 행정부가 밀어붙인 이라크 전쟁, 그리고 2009년 오바마 행정부의 아프간 병력 증원 및 이후 추진된 건강보험 개혁 정책 모두 경제위기를 거치며 재정적자가 누적된 일반적인 국가들은 감히 추구할 수 없는 값비싼 프로젝트였다. 이러한 미국 정부의 소비 능력은 세계 경제 위기에 직면한 수출 의존적 신흥국들이 스스로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경쟁적으로 추진한 각종 거시경제 정책들이 미국 채권시장을 비롯한 자산시장을 안정시켜 시중금리를 낮추고 달러가치를 뒷받침함에 따라 형성된 것이었다”13)

 

달러는 어디에서도 쓸 수 있지만, 이는 달러에 한한다. 금이나 금을 대리하는 증권은 세계화폐 기능을 수행하나 불태환지폐는 세계화폐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거나 제한적으로만 수행한다. 금은 언제 어디서나 상품으로 교환할 수 있지만 관리통화는 “어디서나”에 제한이 생긴다. 관리통화는 국가 신용도나 통용력에 근거한다. 신용도가 떨어지거나 통용력이 미치지 못하는 곳에서는 힘이 없다. 하지만 미국은 힘이 세다. 신용도가 높고 통용력이 높다. 달러는 어디에서도 쓸 수 있다. 석유를 구매할 때도 쓸 수 있고, 미국 국채를 구입하는 데에도 쓸 수 있고, 다른 국가들과 무역을 하는 데에도 달러가 쓰인다.

세계무역이 달러로 이루어지니 세계무역을 미국이 통제하기 쉽다. 미국의 이익에 위배되는 결정을 한 국가를 제재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그 국가가 달러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14)

달러 패권을 이용한 경제제재가 미국에게 해가 된다는 주장도 존재한다. 어디에서나 사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달러가 기축통화가 되는 것인데, 달러를 사용하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하면 더 이상 기축통화로서 대접을 받겠느냐는 우려이다. 이 주장은 달러가 경제적,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하나의 화폐여야 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그러나 달러는 무차별한 인간노동을 표현하는 금이 아니라, 특정 국가가 정치적 의도로 통용하는 금과 흡사하나 금과는 다른 관리통화이다. 저 주장은 달러가 미국이라는 제국주의 국가의 이해를 위해 활용되는 관리통화임을 고려하지 못한 주장으로 보인다.

미국은 독점자본의 이해를 대변하는 제국주의 국가로, 제국주의 진영 중 특정 독점자본이 얻을 이해를 위해서만 행동한다. 달러가 세계무역에서 주도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현재, 미국은 달러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등 교역을 방해하거나 고립시키는 선택이 가능하다. 미국은 반제국주의세력, 혹은 영토나 경제영토 분할을 두고 대립하는 여타 자본가 집단과 대결할 때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금융제재를 활용한다. 앞서 언급한 기사는 러시아를 제재하는 내용이고, 이북을 제재하여 달러 사용을 금지시키기도 한다.15)

달러는 기축통화로 전 세계에서 쓰인다. 미국은 이로 인해 다음과 같은 이익을 얻는다.

1. 경제적 이익. 각 국가들은 석유거래나 무역거래에 활용하기 위해 달러를 확보하고, 확보한 달러는 미국 국채로, 즉 채권증서 형태로 보관한다. 저리로 자금을 확보한 미국은 자본수출을 진행하여 고리(高利)의 이익을 얻는다.

2. 정치적 이익. 미국은 달러 과잉을 걱정하지 않고 마구 찍어내 경제위기 때 자본가계급의 채무를 소각하거나 임금인상을 무효화시키고, 원하는 재정사업을 벌여 노동자계급 상층부를 매수하는 데 활용한다.

3. 군사적 이익. 미국은 반제국주의진영이나 경쟁상대인 다른 자본주의 국가를 공격하는 데 달러 사용 금지를 활용하여 경제적으로 고립시킬 수 있다.

 

이 셋은 편의상 셋으로 분류되었으나, 불가분의 관계이다. 미국이 얻는 이 세 종류 이익은 단순히 원유결제가 달러로 이루어지기 때문만은 아니다. 미국의 무력이나 생산력에 기반한 타국의 종속이, 달러의 기축통화화로 나타났다고 보아야 한다.

정치적 이익 부문은 달러화를 통한 원유결제에 의존하는 바가 존재한다. 중동이 미국 상품을 구매하고 저리로 미국에 돈을 빌려주면, 석유를 구매하기 위해 중동으로 간 달러는 다시 미국으로 돌아온다. 이 환류구조에 훼손이 생긴다면, 그것은 달러의 패권, 미국의 패권에 문제를 발생시키는 원인이 된다.

 

 

3) 위안화가 기축통화가 된다면

 

위안화를 통한 원유결제는 두 가지 의미를 지닌다. 첫째는 원유를 결제하는 데 위안화가 통용된다는 뜻이고, 둘째는 위안화가 달러화와 같은 기축통화의 위치를 차지한다는 뜻이다. 단순히 원유를 결제할 때 위안화를 사용하는 것은 은행을 통할 때 얼마든지 가능하다. 구매자는 은행에 위안을 입금하고, 판매자는 은행에서 달러가 아닌 다른 통화로 인출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달러 없이도 달러 거래가 가능하다. 물론 이 과정은 위안화가 입금되어 달러로 환전되는 과정이 전산상에 존재해야 하므로, 물리적인 달러는 필요가 없더라도 환전수수료와 미국의 제재 가능성에서 완전히 자유롭다고 보기는 어렵다.

위안화를 통한 원유결제가 의미를 지니기 위해서는 위안화가 기축통화의 위치로 자리매김하여 전 세계에서 널리 쓰이거나, 중동국가들이 다른 통화가 아닌 위안화로만 결제를 받아야 한다. 후자의 경우, 중국이 중동의 안보를 보장한다는 발표를 진행하면 효과는 배가 된다. 중동국가들이 미국이 판매하는 상품이 아니라 중국이 판매하는 상품, 구체적으로는 중국산 무기를 구매하고 중국 채권을 구매하는 위안화 환류 구조가 구축되기 때문이다. 2022년 12월 시진핑은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하며 안보협정과 관련한 논의도 함께 진행했는데, 이는 단순히 원유를 위안화로 결제하겠다는 의미가 아니라 중동에 중국산 무기를 판매하겠다는, 즉 상품시장을 개척하겠다는 의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위안화를 통한 원유결제 및 중국의 중동 안보보장이 아니라 위안화의 기축통화화는 무엇을 뜻하는가? 위안화가 기축통화로 사용된다는 뜻은 다음 조건을 충족한다는 뜻이다.

 

“위안화 국제화와 관련하여 우선적으로 추진했던 정책은 위안화 무역 결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일국 통화가 국제 기축통화로서 인정받기 위해서는 무역결제통화, 투자통화, 준비(비축)통화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아야 한다. … 위안화가 진정으로 국제화되기 위해서는 위안화 무역결제를 넘어서 투자 통화와 준비(비축)통화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아야 할 것이다.”16)

 

특정 국가의 화폐가 국제화가 되었다는 말은 두 전제로 나뉜다. 첫째, 여타 다른 나라와 교역에 사용할 수 있다. 둘째, 자본시장에 투자할 때도 사용할 수 있다. 나아가, 국제화가 된 화폐라면 각 국가들은 지급준비금 계정으로 그 화폐를 비축한다. 위안화가 국제화가 되고 나아가 기축통화가 된다는 말은 위 요구사항을 충족했다는 뜻이다.

현재 위안화는 그다지 국제무역에서 활발히 사용되지는 않고 있다. 무역결제나 자본투자에 원활히 사용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위안화로 결제대금을 받는 입장에서, 위안화를 다시 다른 제3자와 무역을 할 때 활용할 수 있거나, 중국을 포함한 다른 국가에 투자할 때 활용할 수 없다면, 위안화는 환금성이 떨어지는 악성재고나 마찬가지가 되고 만다.

무역결제에 위안화가 널리 쓰이도록 하는 부문은 중국이 공을 들이는 부문이다. 무역결제 액수는 크게 증가하고 있다.

 

“첫 번째 전략은 위안화 무역결제 파일럿 프로그램이다. 위안화 무역결제 파일럿 프로그램은 중국이 타국과 상품 및 서비스 교역을 할 때 달러화 대신 위안화 사용을 허락하는 프로그램으로서 위안화 결제를 촉진하기 위한 정책이다. … 파일럿 프로그램을 통한 위안화 무역결제는 2009년 이 후 급격하게 증가하는 추세를 나타내고 있다. 위안화 결제액은 2009년 약 36억 위안에서 2011년에는 6,000억 위안 규모로 크게 증가하였다.”17)

 

자본투자 부문은 무역결제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소극적이다. 중국 자본시장이 개방된 정도가 적고 안정성이 떨어진다고 투자자들이 여기기 때문이다.

 

“위안화 국제화 수준은 중국 국내 또는 국제정치적 사건에 의해 그 정도가 변화할 수 있다. 국내적으로는 중국 정부가 경제성장을 지속해 나가고 금융 시장을 발전시켜 나가며, 개방성을 포함한 다양한 전선에서 중요한 금융개혁을 지속해서 추진해나갈 필요가 있다. 금융 시장 강화는 중국의 경제 발전과 위안화 국제화 촉진에 있어 공히 중요한 변수이다.”18)

“제한적인 자본거래의 개방 정도와 투자의 국내환류에 대한 제도의 미정비 등을 들 수 있다. 최근, 위안화의 자본거래 자유화 진전에도 불구하고 아직 금융기관의 참가 자격, 심사・인가 프로세스, 투융자규모, 자금 흐름의 방향 등에 대해 엄격한 규제가 존재한다. 또한 자본거래의 직접투자도 엄격히 제한되어 있다. 자본거래의 제한은 중국 본토 위안화 자산의 대규모 대외투자와 해외 위안화 표시자산의 중국 본토시장에 대한 투자가 제한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결국 위안화에 대한 국제통화로서의 역할을 제한하기 때문에 중국내 금융개혁과 위안화의 국제화는 상호 촉진 관계에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19)

 

위의 두 인용문은 위안화가 국제통화로 자리 잡지 못하는 이유와 그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는데, 중국의 자본시장이 더욱 더 개방되어야 위안화의 국제성이 강화되리라고 설명한다. 위안화가 있더라도 사용처가 제한된다면, 사용처가 무제한한 달러에 비해서 국제화의 정도가 적거나 약할 수밖에 없다. 즉, 위안화가 국제통화가 되고 나아가 기축통화가 되기 위해서는 중국 내 자본시장을 개방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라는 주장이다.

위안화가 국제통화가 되고 나아가 달러의 자리를 대신하기 위해서는 무역결제와 자본투자에 널리 쓰여야 하고, 이를 위해 여러 국가들이 준비통화로 위안화를 비축해야 한다. 무역결제와 자본투자에 널리 쓰이기 위해서는 중국 시장, 중국 금융이 지금보다 더 개방되어야 한다.

핵심적인 쟁점은 이것이다. 제국주의 세력을 물리치고 사회주의를 건설하는 데 있어서, 과연 중국의 더 나아간 시장개방이 긍정적인 변수로 작용하는가? 역사적 사건들을 볼 때, 시장개방은 대단히 신중하게 고려하여야 하는 부문인데, 시장개방이 반혁명이나 기회주의로 흘러가는 경우가 쏘련과 중국에서 나타났기 때문이다.

 

“쿠데타 지도자들은(고르바초프와 관료들: 인용자) 생활필수품의 부족을 벌충하기 위해서 소비물자의 수입으로 방향을 돌렸고, 그 결과 경제의 문호가 넓게 개방되어 서방 국가들의 물자가 홍수처럼 쇄도했다. 이러한 문호 개방적인 수입정책은 경이적인 수준의 대외채무와 국제적인 자본주의 은행 및 금융기관에 대한 종속 심화를 야기했다.”20)

 

“중국에서는 그것의 상대적인 후진성과 많은 인구로부터 뻗어 나오는 현존하는 문제들을 국제적인 세력균형의 변화가 악화시켰다. 중국의 공산당은 그 나라가 사회주의 건설의 초급단계에 있다고 평가하면서, 그것의 경제적 및 기술적 발전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서, “개혁들과 외부 세계에 대한 개방”이라는 정책을 선택했다. 외국 자본의 행동은 이 큰 나라에서 그리고 특히 그것의 활동의 지역들에서 불가피하게 자본주의적 관계들의 부문의 출현을 초래하고 있고 사회적 분화와 계층화의 발전을 결과하고 있다. 중국에서 사회주의 건설의 과정을 방해하는 어려움들과 위험들은 더욱 명백해지고 있다.”21)

 

사회주의 국가의 시장개방은 국가의 자본주의적 성격을 강화한다. 중국이 자본주의적 성격을 띠는 부문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국가라는 점이 문제가 된다. 중국은 실업이 존재하고, 공황이 존재하며, 자본의 사적 소유가 빈번하게 나타나 결국 물권법이 구체화되는 상황에 이르렀다.22) 이미 프롤레타리아 국가보다 일반적인 자본주의 국가의 성격이 강해진 상황에서, 시장개방과 금융개혁을 통해 더욱 더 자본주의 사회에 걸맞게 제도를 개혁한다면, 그 개혁은 제국주의 세력을 물리치고 사회주의를 건설하는 데에 긍정적인 변수로 작용한다고 보기 어려워진다.

 

 

4) 다극화와 노동자계급운동, 제국주의

 

중국이 앞서 언급된 과제들을 모두 수행하고, 혹은 일부 수행하여 경제적으로 더욱 성장한 미래를 가정해 보자. 중국이 미국만큼이나 경제적으로 성장한다는 사실은 바람이 아니라 현실적인 예측이다. 그렇다면 미래에는 미국만이 강대국으로 자리매김하는 게 아니라 중국이라는 또 다른 강대국이 자리매김하여 미국과 나란히 서게 된다.

이 다극 체제라는 말은 간편히 규정하기 어렵다. 일반적으로 다극 체제라는 말은 모겐소와 같은 학자들이 말한 세력균형을 설명할 때 사용된다. 각 국가들은 권력투쟁을 하도록 되어 있는데, 그 양상은 양극 체제거나 다극 체제로 나타날 수 있다. 단, 양극 체제와 다극 체제 중 무엇이 더 안정적으로 체제가 유지되고 전쟁이 적게 발생하는가는 논쟁의 여지가 있다. 권력을 장악하기 위해 존재하는 강대국이 두 나라냐, 둘 이상의 서너 나라냐가 쟁점일 때, 다극 혹은 양극 체제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중국은 다극 체제를 고전적인 정의와 다르게 활용한다. 미국 일극체제가 아니라, 여러 국가들이 비슷한 영향력을 주고받으며 평화적인 외교를 하는 상태를 말하는 데 활용한다. 중국은 여러 국가들이 권력을 얻기 위해 투쟁하는 상태를 말할 때 다극 체제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는다. 중국이 말하는 다극 체제는 일극 체제를 극복한 상태다. 구체적으로 중국과 같은 ‘사회주의 국가’와 식민지 수탈 경험이 있는 신흥국들이 한 극을 이루고, 미국과 같은 기존의 제국주의 국가들이 한 극을 이루는 상황을 가정한다.

과거의 다극과 현재의 다극은 전혀 그 성격이 다르다. 미국과 권력투쟁을 벌일 만큼 강대한 국가가 나타난다는 의미에서 다극 체제로의 진입은 타당한 주장이 되겠으나, 비슷한 강대국들이 여럿 생겨 다자 외교를 통한 번영과 평화가 찾아오는 다극 체제로 진입하게 된다는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현재 중국은 사회주의적 원칙보다는 자본주의적 개혁, 개방을 더 많이 하는 것이 현재의 추세라고도 볼 여지가 많다. 금융시장과 자본시장도 점진적으로 개방되어가는 추세에 있기 때문이다. 이 추세에서 중국이 경제적으로 발전하여 미국에 버금가는 강대국이 된다면, 이는 자본주의 강대국이 하나 더 탄생하는 셈이 된다.

자본주의 국가 사이에는 평화와 번영이 불가능하다. 자본주의 국가는 무정부적 생산과 부와 빈곤의 양극화로 인해 공황을 겪거나, 과잉 자본을 물리적으로 청산하는 전쟁의 유혹을 받는다. 공황 때문에 극단적으로 퇴행적인 정치체제가 나타날 위험도 존재한다. 중국 공산당이 기회주의, 수정주의를 청산하지 않는다면, 중국인민들이 생산한 잉여가치를 붉은 자본가가 전유하는 걸 막고 중국인민을 위해 재투자하여 임금이 불필요한 사회로 나아가려는 장기계획을 수립하지 않는다면, 중국은 미래에 자본주의 국가로 완전히 변모하게 된다.

고전적인 의미의 다극 체제를 구성하는 데에는 성공하겠으나, 중국이 새로이 사용한 의미로서의 다극 체제, 즉 평화와 번영을 가져오는 다극 체제로의 진입은 어려워진다.

중국이 세계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더욱 커지기 위해서는 위안화가 기축통화까지는 아니더라도 국제적으로 널리 통용되는 화폐가 되어야 한다. 위안화가 국제적으로 널리 통용되기 위해서는 무역결제와 자본투자에 활발히 사용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중국의 시장개방을 의미하는 말이다. 그리고 이것은 중국의 자본주의화를 가속화하는 결과를 불러오게 된다.

중국의 자본주의화가 가속화된다면, 이는 현재의 제국주의 체계를 타격하기보다는 제국주의 체계로의 적극적인 편입이 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중국이 사회주의적 성격을 보존한 채로 여타 제국주의 국가들과 대립하고, 제국주의 국가에 종속된 신식민지 국가를 해방하는 역할을 수행하여, 해방된 신식민지 국가들과 함께 제국주의 국가들을 포위해가는 다극 체제가 된다면 모르겠으나, 현 상태에서 나타나는 추세 그대로 시간만 흘러서 중국이 강대국이 된다면 앞서 언급한 이상적 상황은 발생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중국의 경제발전과 위안화의 기축통화화, 위안화를 통한 원유결제는 불가분의 관계라고까지 말하기는 어렵겠으나, 필시 서로 상호연관하는 부분이 존재한다. 경제발전을 위해서 위안화의 국제화가 필요하고, 위안화의 국제화를 위해 시장개방과 금융개혁 등 자본주의적 경제개혁이 필요한 까닭에, 중국이 위안화를 국제통화로 하려는 움직임을 더욱 가속화한다면 이 때문에 반민중화와 자본주의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날 수 있다.

 

 

3. 결론

 

위안화가 달러 패권을 위협한다는 주장이 있었다. 미국은 달러를 활용해 노동자계급 상층부를 매수하는 재정정책을 수행하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 국가의 달러 거래를 금지시켜 고립시켰다. 하지만 이는 달러가 기축통화이기 때문이 아니라, 서유럽과 중동을 경제적으로 종속시킨 과거의 역사적 관계가 있었던 덕분이고, 그 종속관계의 표현이 달러의 기축통화화라고 봄이 타당했다.

위안화가 달러를 위협하는 상황은 위안화가 기축통화가 되거나, 위안화로만 원유를 결제하게 되는 두 상황으로 나뉜다. 현재 미국이 사우디아라비아와 맺은 협정과 같이 페트로-위안화처럼 안전보장과 위안화를 통한 원유결제 독점이 함께 진행된다면, 원유를 구매하는 데 사용되는 위안화가 다시 중국의 국채를 사들이거나 중국산 무기를 구매하는 데 쓰일 것이므로 중국에게는 어마어마한 이득이 된다. 이런 상황이 발생한다면 미국의 이익은 침해받는다.

위안화가 기축통화가 되기 위해서는 위안화의 쓸모가 많아져야 한다. 즉, 타국과 무역을 할 때 결제 수단으로 사용되거나 자본투자로 쉽게 사용할 여건이 갖춰져 환금성을 갖추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중국 금융개혁과 시장개방이 필요하다.

중국의 금융개혁과 시장개방이 사회주의 건설과 제국주의 세력 청산에 긍정적인 변수로 작용하는 변수냐는 질문에는 쉽게 대답하기 어렵다. 금융개혁과 시장개방이 자본주의적 성격을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본주의적 성격이 강화된다면 생산의 무정부성과 부와 빈곤의 양극화가 강하게 나타난다. 공황과 전쟁을 강요받는 다른 자본주의 국가와 다를 바가 없어진다.

중국은 중국경제 발전을 통해 평화와 번영의 다극 체제로 진입할 수 있다고 하였다. 중국이 자본주의적 성격이 강해진 상태로 극의 일부가 되어서는 평화와 발전으로 나아가기 어렵다. 제국주의 국가에게 착취와 억압을 당하는 신식민지 국가들을 해방해 제국주의 국가들을 포위하는 형태가 되어야만 평화와 번영의 다극 체제로 진입할 수 있다.

중국이, 과거에는 그러지 않았을 수 있겠으나, 현재는 자본주의 국가가 선택할 만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우려가 있다. 자본주의 국가에서 나타나는 실업이나 산업의 주기적 공황, 부동산 투기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중국 공산당은 할 일이 많다. 잉여가치가 전유되어 엉뚱한 방향을 향하고, 부와 빈곤의 양극화가 심해지는 상황을 타개하지 않으면, 중국의 자본주의적인 성격은 더욱 강해질지 모른다.

위안화를 국제통화, 기축통화의 자리에 등극시키거나, 미국과 대등한 강대국이 되는 게 능사만은 아니다. 사회주의 건설을 위한 과학적인 계획을 수행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노사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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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Yu Jincui 외, “Strengthened China-Saudi ties raise prospects for use of yuan in oil settlement”, ≪Global Times≫, 2022.12.08. <https://www.globaltimes.cn/page/202212/1281416.shtml>

 

2) 왕훼이야오, “다극체제의 세계화를 위한 중국의 신(新)에너지”, ≪통일뉴스≫, 2023.01.23. <https://www.tongil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207117>

 

3) 大崎 平八郞 외, ≪세계경제론≫, 백산, 1985, p. 57.

 

4) 채만수, ≪노동자교양경제학≫, 노사과연, 2015, p. 611.

 

5) 같은 책, p. 614.

6) 같은 책, p. 615.

7) 같은 책, p. 616.

 

8) 양동휴, <트리핀 딜레마와 글로벌 不均衡의 歷史的 眺望>, ≪경제논집, Vol.50 No.1≫, 서울대학교 경제연구소, 2011, p. 12. 

 

9) 채만수, ≪노동자교양경제학≫, 노사과연, 2015, p. 618.

 

10) 신희섭, <신희섭의 정치학-페트로 달러의 위기? : 에너지 공급망 변화의 국제정치>, ≪법률저널≫, 2022.12.16. <http://www.lec.co.kr/news/articleView.html?idxno=741308>

 

11) 김찬호, <강 달러 시대, 미국은 어떻게 국제정치를 지배하는가>, ≪주간경향≫, 2022.08.22. <http://weekly.khan.co.kr/khnm.html?www&mode=view&art_id=202208121333151&dept=>

 

12) <불태환정책>, ≪경제배움e≫, 기획재정부, 2020.08.27. <https://www.econedu.go.kr/mec/ots/brd/list.do?mnuBaseId=MNU0000124&tplSer=4&atcSer=8122b7d1-50de-48a6-a9e7-940bcb86c685>

 

13) <미국 달러 패권의 메커니즘과 중국의 대응전략>, ≪한국동북아논총 2021, vol.26, no.4, 통권 101호≫. p. 62.

 

14) 김윤구, <미국 ‘달러 무기화’ 러시아 제재로 기축통화 위상 훼손 가능성>, ≪연합뉴스≫, 2022.04.04. <https://www.yna.co.kr/view/AKR20220404131400009>

 

15) 함지하, <북한에 담배 수출 인도 기업 제재 위반…30만 달러 벌금 합의>, VOA, 2023.03.02. <https://www.voakorea.com/a/6986129.html>

 

16) 구기보, <위안화 국제화 정책에 따른 시장에서 위안화의 위상에 관한 연구>, ≪중국과 중국학 2021, vol. 42≫, 영남대학교 중국연구센터, 2021, p. 56.

 

17) 현석 외, <[제2013-15호] 아시아 역내 금융환경의 변화 분석 및 시사점: 중국 위안화의 국제화 진전을 중심으로>, ≪BOK 경제연구2013≫, 한국은행, 2013, p. 3.

 

18) 정수현, <중국의 위안화 국제화와 탈-달러화 도전의 전개>, ≪중소연구2022, vol.46, no.3, 통권175호≫, 한양대학교 아태지역연구센터, 2022, p. 32.

 

19) 현석 외, <[제2013-15호] 아시아 역내 금융환경의 변화 분석 및 시사점 : 중국 위안화의 국제화 진전을 중심으로>, ≪BOK 경제연구 2013≫, 한국은행, 2013, p. 25.

 

20) 바만 아자드, ≪영웅적 투쟁 쓰라린 패배≫, 노사과연, 2013, p. 201.

 

21) 그리스 공산당 중앙위원회, <그리스 공산당 테제(1995년) ― 유럽에서 사회주의 체제의 전복을 결정지은 요인들에 대한 생각들>, ≪노동사회과학≫ 3호, 노사과연, 2010.5.1. <http://lodong.org/wp/archives/12845>

 

22) 최원탁, <중국 물권법 제정의 의미>, ≪법률신문≫, 2007.04.05. <https://www.lawtimes.co.kr/Legal-News/Legal-News-View?serial=138456&q=중국%20중국%20물권법%20물권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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