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사회과학연구소

[현장: 소성리 소식] 사드 뺄 때까지 투쟁은 계속된다

 

구자숙 | 자료회원

 

* 이 글은, 지난 4월 22일(토)에 있었던, ‘사드 철거! 기지 정상화 중단! 한미일 군사동맹 반대! 사드 1차 반입 6년 즈음한 14차 범국민평화행동’ 현장을 담은 것입니다.

 

 

 

아직 우리 투쟁은 끝나지 않았다. 사드가 철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조금 늦게 도착했더니 벌써 사전 공연이 끝나고 민중의례 중이었다. 4월 28일이 대각개교절이라고 원불교에서 떡을 해서 한 장씩 나눠주고 있었다. 맞아. 꼭 원불교 행사가 있을 때마다 그들은 이곳 소성리를 짓밟았지. 처음 사드 발사대 반입날도 대각개교절을 하루 앞둔 날이었지. 공사장비 차량이 대거 들어가던 날도 마찬가지고. 자리를 찾아 앉을 무렵은 소성리 상황실 대변인 강현욱 교무가 경과보고를 하는 중이었다.

 

이제는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할 때, 오늘 투쟁의 삼주체인 김천, 성주, 원불교에서 대표자들의 여는 발언이 있었다.

박태정 사드 레이다가 바라보이는 가장 가까운 김천 농소면 노곡리 이장이자 사드배치반대 김천시민대책위 공동위원장이 먼저 발언했다.

“국방부는 우리 주민을 기만하며 요식행위로 진행한 일반환경영향평가가 오는 7월이면 마무리된다고 한다. 그러나 이미 미군과 국방부는 불법적인 기지공사에다 방위비 분담금을 불법적으로 사용해왔음이 드러났다.

사드배치 소식이 들린 이래 우리는 사드가 한반도 평화를 해치며 사드전자파는 인근 주민 건강을 해친다고 외쳐왔다. 파면당한 박근혜 정권과 촛불 정권이라는 문재인 정권은 우리 목소리를 철저히 외면해 왔고 윤석열 대통령은 기대도 하지 않았지만 대놓고 사드 기지를 정상화한다고 날뛰고 있다.

이제 우려는 현실이 되어 [노곡리] 주민 12명이 암에 걸려 이미 7분이 돌아가셨다. 앞으로 기지 정상화가 되면 더 큰 위험에 노출될 것이다. 주민들이 안심하고 살 수 있도록 주민 생활 정상화가 먼저여야 한다.

소성리도 연로한 주민들에게 경찰과 국방부가 폭력을 자행하고 있어 일상생활을 어렵게 하고 있다. 경찰은 국방부와 미군의 불법을 조사하고 사드를 철거해서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게 법을 올바르게 집행하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일본과 미국에게 할 소리도 제대로 못하며, 굴욕적 외교로 제 나라 국민, 노동자, 서민을 힘들게 하고 있다.

사드도 마찬가지다. 무엇이 진정한 한반도 평화를 위한 길인지 올바르게 생각하고 고민한다면 사드 철거가 시발점이 되어야 한다. 우리는 주민의 생존을 위해 전쟁 없는 한반도를 위해 어렵고 힘들지만 이 평화의 발걸음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함께해 달라.”

골수 한나라, 새누리당 지지자였다는 박태정 위원장. 박근혜를 위해서라면 자다가도 일어나 오토바이를 타고 동네를 누비며 사람을 모았다는 이분을 반미의 길에 돌아서게 한 것은 바로 어떻게 하든 자신들을 찍으리라며 얕잡아 본 박근혜 정권의 횡포 때문이다. 믿었던 문재인조차 자신들을 위해 아무것도 해주지 않고 오히려 경찰을 동원해서 공사 차량과 미군 유류차 출입을 거듭하는 것을 보면서 이 어르신은 확고하게 ‘미국 놈’의 멸망을 기원하게 되신 것이다.

 

우리 국군이 사드 앞에서 경비를 선다는 사실에 누구보다 분노하신 원불교 성주성지수호 비대위 추도엽 교무의 발언이 이어졌다. 원불교의 인과[원인과 결과]의 진리를 가지고 말씀을 시작했다.

“이렇게 모여 있는 것은 결과이다. 그럼 이 행위의 원인은? 사드가 들어온 것이다. 사드의 주인은 미군이다. 미군이 이 땅에 들어온 것은? 일본이 [미국과의] 전쟁에 져서 그 식민지였던 우리나라를 이어받아 식민 통치하려고 한 것이다. 미군이 첫 번째로 한 일은? 성조기를 달고 식민통치 부역자였던 친일파들을 원대복귀시켰다. 그래서 이 땅에 친일파들은 그대로 남아 있다. 그러니 어쩔 수 없이 그들과 전쟁해야 한다. 잠깐만 방심하면 그들에게 정권이 넘어가는 것이다.

6년 전 사드가 들어올 때 온전히 북핵 방어용이라 했다. 새빨간 거짓말이다. 중국과 대결하기 위한 미국의 사전작업이었다. 한미일 동맹도 마찬가지로 중국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다. 한미일 동맹이 완성되면 이 땅에 우크라이나와 같은 새로운 전쟁이 일어나게 하는 시발점이고 따라서 사드 반대를 하는 우리는 한미일 동맹을 반대하는 것이다. 이 땅에 다시는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 되기에 우리는 끝까지 사드가 뽑힐 때까지 포기하지 않고 투쟁했으면 한다.

일제 강점기 독립운동은 못했으나 평화를 지키는 운동은 함께했으면 좋겠다.”

 

매번 걸쭉한 비유와 찰진 욕으로 투쟁을 즐겁게 만드는 이종희 사드철거 성주대책위 공동위원장은 “6년 전 광화문에서 ‘새벽에 사드를 반입하는 것은 점령군의 모습이다. 빨리 떼서 나가라’ 했고, 사드배치를 강행하면 침략군이라 했다. 그때는 심하다 했지만 지금은 다들 동의한다”고 말을 이어나갔다.

“작금 윤석열 모습은 예견했는 모습이다. 나라와 민족을 위해 산화하신 분을 열사라 한다. 대신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서 민족에게 아픔을 가져다주는 것은 매국노, 역적이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주인인 국민을 섬기고 국민의 뜻을 따라가야 하는 것이 대통령이다. 지지율은 아랑곳없이 미국, 일본 뜻을 따라 한반도를 암울하게 만들고 있다. 민주공화국에서 대통령은 국민을 좇아가야 하는데 이 자석은 여론이 틀렸다고 한다. 아마 곧 나갈 것 같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아니고 미국 첩자인 것 같다. 미국 이익을 좇아서 대한민국 세금을 받아먹는 건 대통령이 아니다. 윤석열에게 있어 공정 정의는 사드배치에선 적용되지 않는다.

그러나 대안이 있어야 한다. 우리는 윤석열 욕만 해서는 안 된다. 그를 대통령으로 만든 당사자이기 때문에 책임을 져야 한다. 그 어느 때보다 우리 민중이 연대해야 할 때이고 올바른 방향으로 가야 할 때이다.

윤석열은 그걸 겁내고 있다. 연대하는 시민이 겁나고 연대하는 노동자가 겁이 나니 장부를 보자고 하는 거다. 헌법을 초월한 시행령으로 말장난하는데 야당은 속수무책이다. 사드배치는 어느 날 온 것이 아니다. 주권자가 잠자고 있으니 이런 참담한, 일상을 빼앗는 일이 생기는 것이다. 우리 민중들이 연대의 힘으로 강하게 결집해야 한다. 박근혜 탄핵 국면을 맞이하고서 사드가 곧 나가는 줄 알았다. 그러나 그 믿음은 아직도 유효하다.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 지치지 않고 저네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는 한 반드시 이기리라 믿는다. 언론이 조금만 바르게 하면 될 것이다. 언론은 침략군을 침략군이라 하면 된다.

사드는 미국의 전략자산이다. 지금 이 한반도에 필요한 게 아니다. 평화가 필요하다. 안보는 현실적, 잠재적 위협을 효과적으로 제거하는 것이다. 잠재적 위협을 불러들이고 중국, 러시아와 척을 지게 한다. 미국은 침략국이지 동맹이 아니다.

동맹도 내가 있어야 한다. 도청하고 반도체를 뺏아가는 데도 동맹이라고 괘안타[괜찮다] 하면 이건 역적이 아니라 진짜 빨갱이다!”

 

오늘의 사회자 김덕기 전 YMCA 사무총장이 “제약회사 사원은 자기 회사 약을 판매하는데 윤석열은 대한민국을 팔고 있다. 대한민국을 팔기 전에 내려와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건강이 나빠져서 오래 집회장을 떠나 있었는데 지난 김천촛불 900회를 계기로 다시 돌아왔다.

 

자주 김천, 성주와 함께 노래로 연대하는 민중가수 박성운 님의 ‘어머니’.

 

사람 사는 세상이 돌아와

너와 내가 부둥켜안은 채

모순덩어리 억압과 착취

저 붉은 태양에 녹아버리네

아~ 우리의 승리

죽어간 동지의 뜨거운 눈물

아~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두려움 없이 싸워나가리

어머니 해맑은 웃음의 그 날 위해

 

어머니의 손

어머니 그 두 손에 바람이 불어와

두 손을 가를 때

어머님의 맺힌 그 한이 가슴 속에 사무친다

살아오신 그 땅에 물기마른 그 자리에

가뭄 들고 찬 서리지는 시린 그 바람을

어머니 아시네

 

노래를 부르고 ‘독립군가’를 불렀다.

 

나가 나가 싸우러 나가

나가 나가 싸우러 나가

독립문의 자유종이 울릴 때까지

싸우러 나가세

 

열렬한 재청 요구가 있었다. 시간이 없지만 그래도 괜찮다며 요청하니 ‘광야에서’를 한 곡 더 불렀다.

 

찢기는 가슴 안고 사라졌던

이 땅의 피울음 있다

부둥킨 두 팔에 솟아나는

하얀 옷의 핏줄기 있다

해뜨는 동해에서

해 지는 서해까지

뜨거운 남도에서

광활한 만주 벌판

우리 어찌 가난하리오

우리 어찌 주저하리오

다시 서는 저 들판에서

움켜쥔 뜨거운 흙이여

 

투쟁 발언 시간. 첫 번째는 오미정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평통사) 연구소 연구원이다.

“다음 주 한미정상회담에서는 북한 미사일 정보공유 방안을 논의하며 여기에 일본을 참여시켜 미국과 일본이 실시간 정보를 공유하겠다고 한다. 주한, 주일 미군을 통해 연계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한미일 MD(미사일 방어망) 체계를 구축해 온 미국이 한국을 더욱 깊숙이 끌어들이는 것이다. 그러나 그 정보가 우리나라를 방어하는 정보가 아니라 북중 장거리 탄도미사일 정보를 미일에 실시간 바치고자 하는 것이다.

중러를 겨냥한 한미일 동맹 구축 가속화에 한국은 얻을 것이 없다. 신냉전 대결이 더욱 격화되고 한국은 미일 방어 전초기지가 될 따름이다. 지난 3월에 이곳 소성리에서 원격발사대가 나가서 전개 훈련을 했다. 하지만 사드로 북한 미사일을 막지 못한다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사드는 한국 안보에 필요 없고 오히려 한국 안보를 위태롭게 하는 것이 사실이다.

사드 기지에 소위 상업전력 설치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한국전력 전기를 끌어들여 사드체계에 공급하는 게 공사 내용이다. 사드 발전기 전력은 불안하고 소음이 심하며 폐기물 문제가 있어 상업전력 설치공사를 하려고 한다. 전진배치 안전을 위한 것이다. 이것은 사드배치 목적이 미일 방어에 있음을 입증하는 것이다. 더구나 이 공사에는 써서는 안 될 방위비 분담금을 불법적으로 쓰고 있다.

여름이 되면 더 많은 미군차, 유류차, 공사차가 소성리 마을 앞길을 드나들어 불법 사드를 배치하려 할 것이다. 법적 근거도 없이 배치된 사드, 주민들을 배제한 채 우리 안보를 위태롭게 만드는 사드를 그냥 둘 수 없다. 이런 불법 사드 공사를 허용할 수 있겠는가.

사드 철거투쟁은 한반도, 동북아 평화 상생을 위한 투쟁이다. 한미일 동맹이 구축되면 동맹의 속성상 그 끝은 전쟁이다. 따라서 현 정세 가장 핵심적인 투쟁인 이 땅의 목숨을 살리는 투쟁이기에 포기할 수 없다. 우리 생명의 저항이다. 윤석열 정권에게 우리 삶과 생명을 맡길 수는 없다.

우리 주민들 손을 잡아 달라. 매일 아침마다 경찰의 폭력에 시달리면서도 끝끝내 평화를 일궈가는 소성리 주민들과 함께해 달라. 평통사도 그 길에 함께 하겠다.” 감동의 박수.

 

김은형 민주노총 부위원장이자 통일위원장, 민중행동 자주평화통일위원회 대장의 발언이 이어졌다. 일제 강제징용노동자에 대한 굴욕해법 규탄과 후쿠시마 핵오염수 방류 규탄 집회로 불가피하게 충북권 중심으로 이남 지역 조합원만 참여했다고 미안하다 했다.

“대한민국이 자랑스러운가? 부끄럽다. 이제는 대통령 입이 무섭다. 저 입에서 어떤 말이 쏟아져서 우리 삶이 어떻게 파탄 날지 전쟁이라도 일어나지 않을까 생각 들지 않는가? 우리 해방을 갈구하며 싸웠던 항일전사들이, 우리 민중들이 꿈꾸었던 나라가 이 모양인가?

처음부터 단독정부 수립 반대, 분단 반대하는 민중을 살해했던 정권이다. 하지만 우리 민족은 굴복하지 않았다. 박근혜 정권을 무너뜨렸던 한국이다. 스스로 촛불 정권이라 자칭했는데 윤석열 정권을 탄생시켰다. 이제 곧 북으로 갈 수 있을 것 같았고, 평화협정이 체결될 것 같았고, 조금만 더 있으면 통일을 꿈꿀 수 있고 사드가 뽑히리라 생각했다. 그리하여 우리 소성리 아버님 어머님이 일상을 되찾고 평화를 되찾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이제 우리가 주인으로 나서야 한다는 걸 똑똑히 알았다. 미국을 위해 일본 군국주의와 한반도 재침을 위해 날개를 달아주는 윤석열, 그가 대한민국 대통령이라 말할 수 있는가? 일본이 패망하기 직전 제주도 전체 도민을 총알받이하려는 ‘결오 작전’이 있었다. 몰락하는 제국주의가 우리 민중을 학살하려 한 걸 지금 재연하는 것 같은데, 전쟁의 불구덩이로 몰고 가는 그들에게 굴복하는 윤석열 정권을 두고서 우리의 평화는 없다. 우리 일상은 없다. 우리의 민주주의는 숨 쉴 수가 없다.

절대 사드가 뽑히고 평화를 만들고 우리 어머니들에게 일상을 돌려드리는 그 길에, 민주노총은 그 어떤 탄압을 받더라도, 빨갱이 집단이라 공안 몰이당하더라도 당당히 걸어가겠다.”

 

김재하 민중행동 공동대표가 말을 이었다.

“조만간 윤석열이 미국 가고, G7 초청을 받아 일본을 간다. 입만 벙긋하면 사고 치니…

여기 모인 여러분들이 그렇게 외친 사드 뽑고 평화 심자, 한미일 군사동맹은 우리 평화와 삶을 앗아가는 주범이란 게 이제 여실히 증명되는 시국이기 때문에 이 투쟁은 전 국민에게 확산되리라 확신한다. 6년 만이다. 소성리 사드투쟁이 얼마나 정당한 투쟁인지, 그 어려운 조건에서도 투쟁하는 여러분들 투쟁이 이 나라 평화와 전체 국민의 삶을 위한 소중하고 고귀한 투쟁인지 만천하 모든 국민이 알게 되었다.

미국과 우크라이나에 155mm 포탄 50만 발을 준단다. 일부는 벌써 우크라이나에 가고 있다 한다. 확인해 봐야겠지. 러시아는 대한민국을 교전 당사국이라 이야기했다. 미국과 대만, 중국의 분쟁에서 윤석열은 미국과 대만의 손을 들었다. 중국은 불에 타 죽을 것이라고 공식적으로 이야기했다. 한미일 동맹, 군사 기지 설치, 이 모든 것이 주권을 잃고 평화를 해치고 민중의 삶을 해친다는 것이 여실히 증명된 요즈음 전 국민은 한미동맹 반대, 자주와 평화의 길을 택하리라. 그러면 사드가 뽑히고 미군을 물리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오늘 집회가 새로운 도약의 출발이 될 것이다. 자부심을 갖고 스스로 박수 쳐도 좋을 것이다. 이 땅의 평화와 삶을 위한 투쟁이니 전 국민적 투쟁으로 확산시키자.

도청사건을 해명하는 걸 들으니 이럴 거면 차라리 대통령실 회의에 미 CIA 요원을 배석시키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땅이 중미, 미러 전쟁에 들어가고 있고 군사물자가 우크라이나에 들어가고, 교전당사국이 되어가는데, 국회는 국방위를 열어 진상을 따져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는다. 국힘은 물론 야당도 사드배치 공범이다. 미국에 대해선 한마디도 못 하는 공범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나서야 한다. 함께해 보자. 윤석열은 전 국민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자주 평화와 우리의 삶을 위해 투쟁한 그 길에 전 국민이 주체로 나서 소성리를 모범으로 따라가자. 그러면 사드는 뽑힐 것이다.”

 

투쟁은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니고 늘 긴장해서만 살 수도 없는 일, 누구보다 앞에서 미군들의 유류차를 막아서고 경찰 폭력에 시달리면서도 일상생활을 영위해 나가려는 우리 소성리 어머니들이 틈틈이 연습하고 노래를 부른다. 이름하여 ‘민들레 합창단’ 그 어머니들이 무대에 섰다. 먼저 부녀회장이 이야기했다.

“올해 봄은 어느 해보다 가장 길고 힘든 봄이다. 건강에 빨간 불이 켜져 있다. 병원에 입원해 있거나 치료 중이시다. 여러분이 가장 큰 힘이시다. 끝까지 두 손 맞잡고 함께 나가자.”

 

개사곡 ‘사드야 가라’

 

사드야 가라 사드야 가라… 오늘이 사드 뽑는 날

 

그리고 ‘민들레 청춘’

 

사드 빼! 사드 빼! 민들레 청춘

 

신나는 노래에 한 젊은 남자가 춤을 춘다. 왠지 슬프고 눈물이 난다. 이 고단한 싸움(쉽게 말하지만 얼마나 피 말리는 싸움인가! 요즈음 미군은 시도 때도 없이 들어온다. 그나마 예전엔 밤늦게나 새벽 주민들 눈을 피해 들어왔으나, 이제 미군들은 대낮이건 아침이건 아랑곳하지 않고 공사 차량에 슬쩍 끼어서 또는 당당하게 들어오고 나가며, 미군 유류차는 경찰 버스의 호위를 받고 주민들을 밀어내고 들어간다)에 그래도 노래와 춤을 추며 여유로운 마음을 잃지 않으려는, 인간성이 피폐해지지 않으려는 눈물겨운 노력에 마음이 아린다.

노래가 있으니 춤도 있어야겠지. ‘소야몸짓패’가 나와서 ‘불나비’ 율동을 했다. 시작 율동을 보지 못했는데 이제야 신입회원(?)인 희림 님이 보인다.

 

불을 찾아 헤매던 불나비처럼

밤이면 밤마다 자유 찾아서…

 

마지막으로 세 주체인 김천, 성주, 원불교에서 각각 나와서 결의문을 낭독했다.

 

이제 행진을 시작했다. 행진하기 전에 경찰이 잔뜩 옆을 지나쳐 올라간다. 기분이 살짝 나빴는데 행진을 하려니 막아서 잠시 다툼이 있었다. 어쨌든 행진을 시작하는데 질서 유지선을 들고 한쪽 차선으로 밀어 부쳐댔다. 아니, 차도 없는데 왜 한 차선만 이용하라는 거냐? 가파른 길이라 헉헉거리면서 한편으로는 경찰에게 밀지 마라 항의도 하랴 더 힘이 들었다. 한 남자가 항의를 하니 “야 채증해!” 하고 채증조를 불러대니 둘이서 채증 카메라를 각각 들고 쫓아왔다. 화가 나서 나도 카메라를 들고 그들이 어떻게 한 차선을 점령하고 있는지 찍었다.

 

 

드디어 사드기지 앞 경찰 저지선 앞에 이르렀다. 여기서 “겟아웃 양키!” 등을 외쳤는데, 한국말로도 외쳤다. 그들도 그만큼 오래 그곳에 또아리 틀고 있었으면 뭔가 한국인들이 자기들을 비난하고 있다는 걸 알겠지.

 

마무리 집회를 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진보연대 젊은이의 발언이 끝나고 고은광순 님이 발언을 했다. 마지막에 김찬수 대구 평통사 대표가 연대를 강조했다.

고은광순 님은 70대라고 했다. 그런데 아직 70년이 넘도록 우리나라는 분단 상태라고 한탄했다.

“분단의 원흉은 미국인데 우리 은인이라고 합니다. 제가 귀촌한 곳에선 할머니들이 윤석열이 잘 생겼다고 찍어주었습니다. [모두 웃음] 노후에 다시 길에 서게 되었습니다. 반미투쟁을 본격화할 기회입니다. 우리는 니들이 안 지켜주어도 돼! 강한 안보는 공멸일 뿐. 미군을 내보내자!

7월 27일은 목요일입니다. 덥지만 방학입니다. 모입시다.”

<7.27 평택미군기지 인간띠잇기> 행사를 위해 5월 4일 여성들이 모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는다고 한다.

 

우크라이나에 무기 지원을 하겠다는 대통령을 보고서 우리는 비로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전쟁을 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을 대신해서 우크라이나가 전쟁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우크라이나 국민들 고통을 끝내는 길은 무기 지원이 아니라 평화협상을 하는 것인데, 미국은 전혀 그렇게 할 생각이 없다. 그 일이 우리 땅에서 일어나지 않으리라 어찌 보장할 것인가?

사드 반대 투쟁의 길에서 우리는 미국의 정체를 알았고, 소성리만이 아니라 곳곳에서 미군들의 점령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하지만 여전히 우리 땅을 되찾기 위해 투쟁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생각해보면 사드를 소성리에 배치한 것은 절묘한 작전이었다. 성주에선 사람이 백여 명 남짓 되는 성주에서 가장 떨어진 곳이니 갈등 없이 외면할 수 있고, 김천에선 사실상 피해를 입는 곳이긴 하나 성주 땅이니 어쩔 수 없다고 체념하는 걸 정당화할 수 있는 곳이니 말이다.

그러니 여전히 남아있는 이들은 과격하거나 좌파 골수분자로 낙인찍히고 있다. 누구보다 건전보수라 스스로 생각하는 나 역시 그렇게 사상이 편향되었다 욕 얻어먹고 있다. 그러나 이제 4월이 더 이상 그 옛날의 4월이 아니듯 저 강변공원에 촛불 들고 나갔던 그때 나는 더 이상 예전의 내가 아니다. 시장이나 시의원을 비롯한 관변단체들이 떨어져 나가던 그때 그 자리에 여전히 남아 있던 나는 더 이상 예전의 내가 아니다. 이 길 끝에 무엇이 있을지 불안하고 좌절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오늘 여기서 이 길을 여전히 뚜벅뚜벅 가보려고 한다. 그러기에 오늘의 기록을 여기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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