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사회과학연구소

[현장] 내 일터는 내가 지킨다

 

정혜진 | 세종호텔 해고노동자

 

* 이 글은, 지난 4월 18일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진행되었던, ‘세종호텔 여성노동자 인권침해 행정대집행 국가인권위원회 진정 기자회견’에서 발언했던 내용을 약간 보완한 것입니다.

 

 

 

저는 세종호텔에서 26년 동안 식음료사업장에서 일하고 억울하게 부당해고된 정혜진입니다. 4월 4일에 이어 7일에 잔혹하게 이루어진 행정대집행 경과를 말씀드리겠습니다.

 

4월 7일, 오전 8시 20분경, 아침선전전 하던 중 정보관 차림의 3명이 농성장을 보며 이야기를 한 뒤 호텔 안으로 들어갔고, 무전기를 착용한 걸 보았습니다.

8시 25분경, 호텔 뒤편에 경찰병력이 와 있는 걸 확인했습니다. 급한 대로 당장 필요한 이불, 집회의자, 물품 몇 가지 등을 주차장에 옮겼습니다.

8월 45분경, 100여 명의 경찰병력이 호텔 주차장 앞 길목에 집결했습니다.

8월 50분경, 중구청 직원 수십 명이 행정대집행을 하러 왔습니다. 행정대집행 영장통지 공문을 제 손에 밀어 넣더니 미친 사냥개를 풀어놓은 것처럼 수집 명의 남자들이 흉측한 가위와 커터 칼로 무지막지하게 천막을 부수기 시작했습니다.

 

무서웠습니다. 극한 공포심과 수치심을 느꼈습니다. 두려웠습니다. 저는 당당하게 앉아서 항의하다가 드러눕게 되었고, 제 몸 위를 남자들이 넘어 다니며 커터 칼로 천막을 계속 부쉈고, 도로변에 수많은 경찰병력들은 동물원 원숭이 지켜보듯 폭력이 이루어지는 상황에서도 저를 그저 보고만 있었습니다.

 

누군가가 또 “여경들 불러”라고 두 차례 소리 지르고, “여직원들 와”라고 저를 들고 나오라는 소리도 들렸습니다. 저는 내 몸 건드리지 말라고, 손대지 말라고, 울부짖으며 계속 소리쳤습니다. 긴박하게 플라스틱과 매트 등을 찢고 잡아끌고 빼는 과정에서 제 머리가 바닥에 “” “탕 탕” 두서너 차례 세게 부딪쳤습니다.

내 눈앞에서 일어나는 끔찍한 모습들, 소름끼치는 소리들, 너무나 무서웠습니다. 내 일터를 지키겠다고 항의하는 나의 안전은 전혀 신경도 쓰지 않고 커터 칼로 천막을 자르고, 뜯고, 내가 누워 있는 바닥에 깔린 플라스틱 매트를 수십 명이 팍팍 빼고, 갈기갈기 찢는 소리들, 신발 신고 내 위에서 천막을 부수는 그 모습들이 지금도 생생하고 소름 끼칩니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영혼이 갈기갈기 찢기는 기분이 듭니다.

 

 

그렇게 짧은 10분 동안 처참하게 농성장은 뜯겨 강제철거되었습니다.

오전 11시경, 조합원들과 연대동지들은 김길성 중구청장에게 강제철거, 행정폭력을 항의하러 중구청으로 갔으나 중구청장은 만나지 못했습니다.

오후 12시경, 고진수 위원장, 인권네트워크 바람의 명숙 님, 그리고 피해자인 저 이렇게 해서, 도로건설과장과 면담을 하러 중구청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자기 입장만 고집하던 도로건설과장은 끊임없는 사과요구에 인격적으로 존중받는 진정성은 느껴지지 않았으나, 여성조합원 항의에 안전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강제철거에 대해 사과했습니다.

오후 2시경, 저는 동네병원에서 방사선 촬영 후, 물리치료를 받고, 약 처방을 받았고, 현재는 통증이 심해져 다리까지 내려와 주사까지 병행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저는 그날 완전 하루를 잃어버렸습니다. 그렇잖아도 투쟁하면서 집안일 하면서 시간을 쪼개어도 부족한데, 이젠 병원치료도 받아야 합니다. 두 번째 기습적인 행정대집행이 이루어진 다음 날은 시아버님 화장을 하는 중요한 가족행사가 있는 날이었습니다. 그래서 4월 7일은 해야 할 일이 너무나 많았습니다. 오전 8시 호텔 앞에서 아침선전전을 하고, 오전 10시 15분에는 부당해고ㆍ부당휴업 건 재판도 있었습니다. 가족행사에 필요한 경비 준비를 위해 은행창구도 가야하고, 친지들 드실 음식 준비로 시장도 봐야 하고, 아이들 밥도 준비해야 하고, 할 일들이 난 너무너무 많은데 이젠 내 몸도 챙겨야 하나, 소중한 시간을 고통스럽게 낭비하고 내 영혼까지 엉망진창으로 만든 중구청에 분통이 터집니다.

 

하루가 완벽하게 망가졌습니다. 저는 괜찮지 않습니다.

왜 이렇게 서글픈지 이 악물고 무서웠던, 공포스러웠던, 짧고 폭력적이었던 그날 이후로 저는 잠들기가 무척 힘이 듭니다. 두통과 온몸의 통증들이 저를 괴롭힙니다. 지나가는 경찰차만 봐도 긴장이 됩니다. 잘못도 없는데 주변을 살핍니다. 임시로 만든 은박지 매트 위에 혼자 앉는 것도 무섭습니다. 그럼에도 투쟁은 멈출 수 없기에 참으며 매트 옆에 의자를 놓고 않고 있습니다.

2차 행정대집행이 있은 다음 날에 공무직 직원이라며 아침선전전을 하고 있는데 임시 설치한 천막에 사진을 여러 장 찍으며, 윗선에 보고하고 공유한다며 말하고 갔습니다.

 

정말 무섭습니다. 폭력에 맞서 싸우지만, 갈수록 상황은 해고노동자들에게 자본을 위한 희생만을 강요하고, 노동자들은 보호받지 못하는 현실이 정말 힘이 듭니다.

 

아까운 내 청춘을 바쳐 새벽일에도, 주말이면 15시간 공짜 연장근무가 일상이었어도, 행복했었던 일터를 다시 찾고 싶어 희망을 갖고 억울해도 긴 아픈 시간 참아가며 싸우고 있는데, 중구청은 회사와 공조하며 두 번이나 치밀하게 기습적으로 폭력적인 강제철거를 하고, 내 몸을 다치게 하고 내 맘도 갈기갈기 찢어 놓나 싶어 분통이 터집니다.

 

하지만 지옥 같은 이런 상황에서도 나는 여전히 잘 감당해야 하고, 선물 같은 우리 쌍둥이 잘 성장하도록 책임감 가지고 잘 보살펴야 하는 엄마이기에 약하지만 좌절하지 않고 억울함을 동력 삼아 앞만 보고 밀고 나가려 합니다. 기필코 이기고 싶습니다!

 

저는 중구청장님께 묻고 싶습니다.

충성의 행정대집행 기습적으로 폭력적으로 두 번이나 하시니, 해고자들이 거슬리는 탐욕스러운 주명건 주인인 세종호텔에 이제 좀 체면이 서십니까?

조금이라도 뜨끔했다면 이런 끔찍한 철거 다시는 하지 마십시오!

저도 존중받아야 할 사람입니다. 아내이고 엄마이고 며느리이고 막내딸이고 중구에서 일하다 코로나를 핑계로 경영악화라는 이유로 부당하게 정리해고된 해고노동자입니다.

불법 적치물이 아닙니다. 잔혹했던 그날의 폭력적인 일들, 진정성 있는 사과해 주십시오.

그리고 세종호텔 정리해고도 중구에서 일어난 일이니 저희들 억울함 귀 기울여 해결되도록 실천해 주세요!

 

2023년 4월 18일

노사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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