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사회과학연구소

[편집자의 글] “깨어 있으라 그때가 언제인지 알지 못함이라”

 

김해인 | 편집출판위원장

 

 

이번 호는 ‘3ㆍ8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표지>를 선정했습니다. <자료>에는 ‘2023 국제 부인데이 3ㆍ4 도쿄 집회 실행위원회’의 “2023 국제 부인데이 34 도쿄 집회 연대사를 요청하며”와 운영위원회의 “<2023 세계 여성의 날 34 도쿄 집회 연대사> 보다 계급적인 여성 운동으로 전진하는 38 여성의 날을 위하여”를 실었습니다.

<정세>에는 모두 3편의 글, 채만수 소장의 “깊디깊은 우물 안 우물들의 개혁 타령”, 김뚝딱 동지의 “건설현장에 찾아온 윤석열 대통령”, 박문석 연구위원의 “윤석열 정권의 공안 탄압”을 실었는데,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고 있는 저들의 공세와 그것의 본질을 폭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권두시>로, 예나 지금이나 추악하기 그지없는, 저들이 노는 행태를 풍자하고 있는 김지하의 담시(譚詩) “오적”을 원문 그대로 옮겨 실었고, 독자 여러분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각주를 꼼꼼하게 달았습니다.

<현장>에는 소성리 사드 철거 투쟁 현장의 모습을 담고 있는, 은영지 동지의 “고마해라, 마이 묵었다”를 실었습니다.

이어지는 <번역>에는 3편의 글이 실려 있는데, 이오씨프 쓰딸린의 “보고서 우리 당의 사회민주주의 경향에 대하여에 관한 토론의 결론”은 이번 호로 6회에 걸친 연재가 끝났습니다. 다음으로 그리스 공산당 중앙위원회 위원이자 국제 관계 부문의 장인 엘리세오스 바게나스의 “사회주의를 위한 투쟁에서 쏘련의 귀중한 경험”과 쏘련의 철학자 예발트 일리옌꼬프의 “지식과 사고”를 실었습니다. 이론지 ≪노동사회과학≫을 통해, 일리옌꼬프의 “맑스의 ≪자본론≫에서 추상과 구체의 변증법”이 현재까지 총 4회에 걸쳐서 번역ㆍ연재되고 있는데, ≪정세와 노동≫의 지면을 통해서도, 일리옌꼬프의 글들을 자주 번역ㆍ소개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회원마당>에는 예상호 동지의 “노동자 교양경제학을 읽으며”와 김은혜 동지의 “20232월 이달의 언론, 그 속의 화제”가 이어집니다. 이번 호에서는 각각 ‘한국에서의 자본주의적 사회구성의 성립과 사회구성체 논쟁’, ‘상생임금위원회’를 다루고 있습니다.

<자료>로, 청년위원회 집행부가 작성한 문건 2편, “2023년도 청년위 조직 사업 및 이데올로기 사업에 관하여노동사회과학연구소 청년위원회 사업 기조”와 “노사과연 청년위원회 집행부 결정문”을 실었습니다. “지금까지 진행되었던 무계획적인 사업 풍토를 지양하고, 본 회의의 결정 이후로 조직의 사업을 계획적으로 수립ㆍ추진한다”는 결정을 밝히고, 청년위의 조직 및 이데올로기 사업의 기조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청년위가 보다 성장ㆍ발전할 수 있도록, 회원ㆍ독자 여러분들의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려 봅니다.

끝으로, 고 김용균 노동자 사망에 따른 사법부 2심 판결에 대한 공공운수노조의 성명서, 공안 탄압ㆍ노동 탄압에 맞선 전농, 건설노조 경기중서부건설지부, 금속노조 거통고조선하청지회의 성명서를 실었습니다.

 

*          *          *

 

작용이 있으면 반작용이 있습니다. 가하는 힘이 강할수록 받는 힘도 강해집니다. 이것은 자연의 물리적 법칙입니다. 인간 사회에서도 억압은 반드시 반발을 불러옵니다. 엥엘스는 “공산주의의 원리”에서 “거의 모든 문명국에서 프롤레타리아트의 발전이 폭력적으로 억압되고 있으며 공산주의의 반대자들은 그렇게 함으로써 혁명을 목표로 전력투구하는 셈”이라고 말했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의 모순들은, 노동 조건의 악화, 구조 조정, 해고, 실업, 부익부 빈익빈, 공황, 전쟁 등등의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고, 인민대중들로 하여금 더 이상 이대로 살아갈 수 없게, 결국에는 폭발할 수밖에 없게 만듭니다. 이것은 인간 사회의 법칙입니다.

엥엘스는 같은 문단에서, 이것이 필연적인 것이라며 이렇게 말합니다. “혁명들은 의도적으로 또 자의적으로 일으켜지는 것이 아니며, 언제 어디서나 개별적인 당파들이나 계급 전체의 의지 및 지도에는 전혀 의존하지 않는 정세의 필연적인 결과”이다. “억압받는 프롤레타리아트가 마침내 혁명으로 내몰리게 된다면, 우리 공산주의자들은 행동으로써 프롤레타리아들의 과업을 옹호할 것”이다. 이 말은 혁명이라는 것은, 누가 하고 싶다고 하고, 안 하고 싶다고 안 하는 것, 심지어는 계급 전체에게도 그러한 것이라는 것을 말하고 있는 것이지, 공산주의자들이 그러한 폭발적 상황 전까지 손을 놓고 있으라는 것이 아닙니다. “두드려라 그러면 열릴 것이다”라는 말처럼, 공산주의자들은 자본가계급의 탄압과 착취에 맞서, 노동자계급의 의식을 일깨우고, 그들을 정치적ㆍ조직적으로 결집시키며, 자신의 목표―자본가계급 지배의 전복, 노동자계급에 의한 정치권력의 장악, 사적 소유의 폐지―를 달성하기 위해 끊임없이 나아갑니다. 이러한 공산주의자들의 활동 역시, 자본주의의 모순을 반영한 인간의 활동이고, 그 필연적인 결과 속에 있는 것입니다.

자본주의의 위기가 심화될수록, 저들의 탄압과 착취는 더욱 가혹해지고 있습니다. 이에 비례해, 인민대중의 삶은 더욱 비참해지고, 폭발적 상황은 임계점에 다다르고 있습니다. 레닌은 ≪공산주의에서의 ‘좌익’ 소아병≫에서, 인민대중들이 더 이상 예전의 방식으로 살아갈 수 없고, 착취자들이 더 이상 예전의 방식으로 지배할 수 없을 때, 바로 그때에야 비로소 혁명은 승리할 수 있다며, 피착취자와 착취자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는 전국적인 위기가 없이 혁명은 불가능하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러면서, 혁명이 일어나기 위한 필수적 조건을 다음과 같이 정리합니다.

 

첫째, 노동자 대다수(혹은 의식이 있고 생각이 깊으며 정치적으로 적극적인 노동자 대다수만이라도)가 혁명이 필요하다고 완전히 깨닫고 혁명을 위해서 죽을 각오를 하는 것이다. 둘째, 지배계급들이 통치의 위기를 겪어야 한다는 것인데, 이 통치의 위기는 가장 후진적인 대중들까지도 정치에 끌어들이고(모든 진정한 혁명의 징후란, 정치 투쟁을 전개할 능력은 있지만 지금까지는 잠잠하였던 억압받는 근로대중의 지도자들이 그 규모에 있어서 십 배, 아니 백 배까지도 급속하게 증가되는 것이다), 정부를 약화시킴으로써 혁명가들이 그 정부를 빨리 타도할 수 있도록 한다.

 

그런데 여기에 더해, 그 혁명을 승리로 이끄는 데 필수불가결한 또 하나의 조건이 바로 노동자계급의 당입니다. ≪공산당 선언≫에서는 그 당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일국적 투쟁들에 있어서 국적에 상관없는 프롤레타리아트 전체의 공동 이해를 내세우고, 언제나 운동 전체의 이해를 대표하는, 그래서 실천적으로는 가장 선진적이고 단호한, 끊임없이 운동을 추동해 나가는 당이며, 이론적으로는 프롤레타리아 운동의 조건들, 진행 및 일반적 결과들을 통찰할 수 있는 당. 이러한 노동자계급의 당이, 적들과의 끊임없는 투쟁과 운동의 부침 속에서 계급대중과 함께 호흡하며, 실천적ㆍ이론적으로 검증되고, 정치적ㆍ사상적ㆍ조직적으로 단련되면서, 과학적 노선에 기초한 실천적ㆍ이론적 지도력, 정치적ㆍ사상적ㆍ조직적 지도력을 바탕으로 광범위한 대중적 신뢰와 지지, 영향력을 획득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당과 함께할 때에만, 혁명은 강철 같은 대오를 유지하며, 흔들림 없이 올바른 노선으로 나아갈 수 있고, 물러서지 않는 투쟁 끝에 종국에는 승리를 거둘 수 있습니다.

이러한 과정이 현재 우리 운동에 절실하게 요구되고 있습니다. 러시아의 볼쉐비끼 당은 1905년의 ‘예행연습’에서 배웠고, 1917년 10월 혁명의 순간까지(그리고 10월 혁명 이후에도 또 다른 여러 형태―내전, 사회주의 건설 등―의 과정 속에서) 끊임없는 투쟁과 운동의 부침 속에서 이러한 과정을 거치며, 단련되었고 성장했습니다. 그리고 러시아 혁명을 승리로 이끌었습니다.

“깨어 있으라. 그때가 언제인지 알지 못함이라.” 그때가 “저물 때일지, 밤중일지, 닭 울 때일지, 새벽일지” 모릅니다. 그래서 항상 깨어서, 그때를 준비해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때를 위해, 같은 말이지만, 그때로 가는 과정에서, 무엇을 어떻게 준비하고 있습니까? (러시아의 그것과 여러모로 다르기는 하지만,) 우리는 지난 시기―가장 최근에는, 박근혜 정권 퇴진 촛불 투쟁―를 통해, 무엇을 배웠습니까? 그 교훈 위에서 무슨 준비를 어떻게 하고 있습니까?

예전에 <편집자의 글>을 통해, 한번 인용한 적이 있는데, ≪중용≫에 이르길, “예즉립 불예즉폐(豫則立 不豫則廢)”, 즉 “예비되어 있으면 이루어지고 준비가 없으면 실패한다”라고 했습니다. 엄혹한 정세, 이 문구를 다시금 떠올리며, 이번 호를 마감하고 다음 호를 준비합니다.

 

김해인 편집출판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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