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사회과학연구소

[정세] 건설현장에 찾아온 윤석열 대통령

 

김뚝딱 | 회원,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

경기중서부건설지부 법규부장

 

 

요즘 건설노조에 대한 윤석열 정권의 탄압이 거침없다.

윤석열을 대통령으로 만들어 준 공로를 인정받아 국토부를 꿰찬 낙하산 장관 원희룡은 한 건설현장을 둘러보더니 이렇게 말했다.

“없는 법이라도 만들어서 건설노조의 불법을 뿌리 뽑겠다.”

대체 윤석열 정권, 특히 윤석열과 원희룡 이 두 사람은 어쩌다가 건설노조에 꽂힌 것일까? 그들이 말하는 건설노조의 불법이라는 게 대체 무엇일까?

 

 

건설노조의 죄: 채용강요, 협박, 금품갈취

 

그들은 건설노조가 건설현장을 돌며 채용을 강요하고 협박하며 때에 따라선 금품도 갈취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말만 들어도 무시무시한 혐의들이다.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건설노조가 무슨 어마어마한 조폭 집단인 줄 알겠다. 그런데 정말 그런가?

그들이 가장 대표적으로 꼽는 건설노조의 불법 행위 중 하나는 바로 채용강요이다. 건설노조가 건설회사들을 상대로 우리 조합원을 쓰지 않으면 회사를 망하게 해 주겠다며 위협하고 집회 등의 여러 가지 방식으로 괴롭혀 이에 견디다 못한 건설회사들이 건설노조 소속의 조합원을 채용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다는 거다.

그래서 이 정부는 김성태나 권성동이 같은 사람들을 잡아넣으라고 만든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채용절차법)”을 거꾸로 이용하여 건설노조가 조금이라도 조합원 채용을 강요한 것 같다 싶은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건설노조 간부들에게 1,500만 원씩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건설노조의 고용요구 및 관련된 일련의 투쟁들에 대해 문제를 삼았던 건 비단 윤석열 정권뿐만은 아니었다. 물론 윤석열 정권이 가장 저열하지만. 역대 박근혜 정권, 문재인 정권에서도 똑같은 방식으로 건설노조를 괴롭혔다. 특히 채용절차법을 이용해 돈으로 노조를 죽이자는 발상은 문재인 정권 때 처음으로 시도되었다. 윤석열 정권은 단지 문재인이 시도해 본 여러 가지 방법들을 더욱 적극적이고 창의적으로 계승하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역대 정권의 탄압에도 불구하고 건설노조는 조합원의 고용을 요구하며 투쟁하기를 멈추지 않았다. 싸우지 않으면 건설노동자들은 다시 최악의 환경에서 인간 이하의 취급을 강요받으며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인력시장’이라는 말만큼 자본주의의 특징을 잘 담아내는 단어는 없을 것이다. 인간의 노동력이 상품으로 등장한다는 다소 추상적인 말을 ‘인력시장’이라는 직관적인 단어로 요약할 수 있다. 쓰이는 단어가 보여 주듯이 지금 이 나라의 건설현장은 자본주의의 가장 퇴폐적이며 사악한 부분을 숨김없이 보여 주는 곳이다.

건설노동자는 채용공고를 보고 면접을 통해 건설현장에 입사하지 않는다. 그저 아는 사람, 동료, 오야지의 연줄을 통해 현장을 찾아다닌다. 그렇다 보니 경력이 짧거나 연줄이 없는 사람은 일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 이런 사람들은 이른바 새벽 인력시장에 나가 자신을 구매해 줄 사람을 기다려야 한다. 정치인들이 자기 지지율이 아쉬울 때면 보여 주기식 쑈를 하기 위해 종종 찾곤 하는 남구로 인력시장이 가장 대표적인 예이다. 새벽 인력시장에 나가 조건이 맞으면 전국 각지로 팔려 간다. 보통 처음 건설현장에 뛰어드는 사람들의 경우 하루 일당은 11만 원에서 13만 원 정도인데 여기서 소개비로 10%를 떼이고 나면 대략 10만 원 언저리의 돈을 손에 쥐게 된다. 물론, 구직에 성공했다면 말이다.

이렇게 일을 하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그 불안감은 느껴 보지 않고는 실감하기 어려운 것이다. 그래서 건설노동자들은 자신들을 노가다, 막장인생으로 자조한다.

더는 이런 불안한 삶을 살기 싫은 사람들이 모여서 만들어진 것이 건설노조이다. 그렇기 때문에 건설노조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고용안정이며 건설노조는 이를 쟁취하기 위해 조합원의 고용을 요구하며 싸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건설노조가 고용안정 투쟁을 벌여 나가기 시작하면서 건설현장의 정말 많은 것들이 바뀌었다. 가장 크게 개선된 것이 악성적인 체불 문제이다. 건설노조가 있기 전에는 중간 오야지나 팀장이 임금을 들고 날라 버리는 일이 부지기수였기 때문에 건설노동자에게는 일을 구하는 것만큼이나 돈을 받으러 다니는 것도 중요한 일이었다. 얼마나 심각한 정도였는지 초창기 건설노조 활동가들은 추석이나 설 명절이 다가오면 ‘5분 대기조’를 꾸려 체불임금 전담 대응을 해야 할 정도였다.

그러나 건설노조의 활동이 활발해지고 건설현장에 안착함에 따라 건설현장에 만연했던 체불임금은 거의 사라지게 되었다 ― 물론 완전히 없어지지는 않았지만. 국토부와 노동부 공무원들이 나 몰라라 내팽개치고 해결하지 않던 문제를 건설노조가 해결한 것이다.

또 다른 중요한 변화는 청년 건설노동자들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건설현장은 체계적인 임금체계나 일정한 채용절차가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나 건설노조가 고용을 요구하고 임단협을 통해 임금체계가 확립되자 건설노조를 통해 수많은 청년들이 건설노동자로서의 삶을 당당히 시작하게 되었다. 정부와 정치인들이 청년들의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며 백날 말로만 떠들었던 일들을 건설노조는 현실에서 만들어 낸 것이다.

그런 건설노조에 상은 주지 못할망정 못 잡아먹어 안달을 하는 정권의 행태는 배은망덕의 극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윤석열과 원희룡은 다시 예전처럼 건설노동자들이 극빈의 삶 속에서 죽지 못해 살기를 바라는 걸까? 요즘 저들의 행태를 보면 정말 그렇게 바라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윤석열과 원희룡이 단순히 노조를 때려잡고 지지율 좀 올려 보자는 속셈만으로 이렇게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그 배경에는 건설자본의 끊임없는 로비가 있었고 이면엔 한국 건설산업에 드리운 위기의 그림자가 있다.

 

 

자본주의 위기와 공안 탄압

 

역사적으로 건설노조에 대한 공안 탄압은 크게 세 차례 있었다. 2003년부터 2006년까지 이어진 1차 공안 탄압과 2016년 박근혜 최순실 정권이 행한 2차 공안 탄압, 그리고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이 3차 공안 탄압이다.

1차 공안 탄압은 전임비 문제로 불거졌다. 건설노조가 사용자가 아닌 원청을 상대로 교섭을 하고 노조 전임비를 받은 것이 위법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이로 인해 전국적으로 수많은 활동가들이 구속되었고 건설노조의 활동이 크게 제약되었다.

2차 공안 탄압은 지금과 양상이 거의 비슷했는데 이때 역시 건설노조가 조합원 고용을 강요하고 건설현장을 돌며 금품을 갈취한다는 혐의를 들어 노동조합 사무실과 상근 활동가들의 휴대전화를 압수수색하는 일이 있었다. 당시 최순실의 비자금을 관리하고 있던 모 회사를 상대로 건설노조가 강경한 투쟁을 이어 갔던 것이 그분의 심기를 건드려 벌어진 일이라는 후일담이 있기는 하지만 그것이 대대적인 탄압으로 이어진 데에는 자본의 요구가 크게 작용했다.

1차, 2차, 3차 공안 탄압 모두 공통적으로 건설자본의 직접적이고 끈질긴 요구가 있었기에 벌어진 일이었다. 이번 3차 공안 탄압 역시 2018년부터 대한건설협회와 대한전문건설협회가 지속적으로 정부에 요청한 결과이다.

그런데 시기가 참으로 공교롭다. 건설노조를 부디 없애 달라는 건설자본의 청원이야 상수로 둔다고 치더라도 정부가 발 벗고 나서서 건설노조 때려잡기를 시작한 해에는 언제나 건설업 부진, 아파트 가격 하락, 경제 위기 등의 뉴스가 등장한다.

윤석열 정권이 건설노조 탄압에 유독 열을 올리기 시작한 시점도 전국 아파트 가격 폭락과 이에 따른 건설업계 부진의 시기가 딱 맞물린다. 실제로 요즘 건설현장에서는 소규모 건설회사는 물론이거니와 중견 건설업체들도 까딱 잘못하면 자빠진다는 말을 심심찮게 들을 수 있다.

상황을 종합하여 보았을 때, 경기 하강의 압박이 강화될 때에 이를 타개하기 위해 언 발에 오줌이라도 누는 심경으로 일단은 건설노조부터 약화시키고 보자는 게 건설자본과 정권의 속내가 아닐지 추론하게 된다. 자기들 입장에서야 인플레이션에 따라 높아지는 원자재 가격과 이미 과잉생산되어 적체되고 있는 악성 미분양을 어찌할 순 없는 노릇이니 건설노조에 의해 높아지는 인건비 상승이라도 막아 보자는 것일 수 있다. 할 수 있는 게 이것밖엔 없으니까.

하지만 저들의 바람은 하나도 이루어질 수 없는 발악에 불과하다. 전체 건설원가의 13% 남짓을 차지하는 인건비 중 건설노조로 인한 인건비 상승분 고작 몇 %를 줄인다고 이미 엄습한 건설자본의 위기, 나아가 자본주의의 위기를 타개할 수는 없으며, 그들의 바람처럼 건설노조 7만 조합원이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지는 일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사라지는 건 개별 건설사와 임기 5년짜리 ―다 채울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정권이지 않겠는가.

정권과 자본이 그들에게 위기가 엄습한 시점에 건설노조를 탄압하다 보니 이 탄압은 공교롭게도 매번 싸움을 걸어온 정권과 자본의 패배로 끝이 났다.

2016년에서 2017년으로 이어진 2차 공안 탄압은 일시적으로 건설노조를 긴장하게 만들긴 했지만 결국엔 건설노조를 단결하게 만들었으며 분노한 건설노동자들이 단두대를 만들어 박근혜 정권에 헌정하는 일까지 있었다. 건설노동자들이 가장 선두에서 싸운 끝에 결국 박근혜는 탄핵당했고 최순실은 여전히 감옥에 있다. 그야말로 정권의 완벽한 패배였다. 투쟁을 거치면서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은 급격히 성장하게 되었는데 이 때문에 우리는 박근혜를 건설노조의 ‘비밀 조직부장’이라고 부르곤 한다.

그렇다면 이번 3차 공안 탄압은 어떻게 끝이 나게 될까? 물론 이번엔 저들도 많이 준비한 태가 난다. 하기야 탄핵까지 경험한 정권인데 백척간두에 선 비장한 심경이지 않겠는가? 박근혜가 노동조합을 그저 깜깜이 탄압으로, 정말 물리적으로 부수고 없애려고 했던 것과는 달리 이 정권은 가용한 모든 수단을 총동원하고 있다. 원희룡은 “저놈들[건설노조]은 구속되면 자랑스러워하는 것들이니 돈으로 죽여야 한다”고 공연히 떠들고 다니면서 한국노총을 팔아 고용노동부 장관이 된 이정식이와 합작하여 1,500만 원짜리 과태료를 남발하는가 하면, 공정거래위원회를 통해서는 건설기계 특수고용노동자들의 임금 인상 요구를 사용자의 담합 행위로 규정하여 과징금 5억 원을 때려 버렸다. 거기에 경찰청에는 오더를 내려 건설노조 간부들의 목에 마치 현상금을 걸듯 1계급 특진을 걸고 없는 혐의라도 만들어 내어 잡아넣으라고 아우성이다. 이럴 때 보면 진짜 깡패가 누구인지 눈이 휘둥그레지고 ‘법비(法匪)’들의 창의력에 감탄이 나올 지경이다.

 

그러나 사마귀가 아무리 날고 기어도 역사의 수레를 거스를 수는 없는 법이다. 어차피 한두 번 당해 본 일도 아닐뿐더러 우리 입장에서야 회유와 기만책으로 노동조합을 분열시키는 민주당 세력보다야 우리를 하나의 투쟁으로 똘똘 뭉치게 해 주는 극우깡패정권이 싸우기에는 훨씬 편하다. 조합원들 사이에서 ‘윤석열은 조직부장, 원희룡은 조직차장’으로 임명해 주자는 말이 괜히 나오겠는가? 우리는 이미 윤석열을 많이 귀여워해 줄 준비가 되어 있다. 이미 캐릭터 상품도 대기 중에 있다!

 

▲ 건설노동자들의 망치자루 아래에서 벌벌 떨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

 

그러나 건설노동자들의 진짜 시련은 따로 있다. 경제 위기는 이미 진행 중에 있으며 신규 건설현장이 가뭄에 물 빠지듯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또한 임금조차 지급하지 못해 도산하는 업체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겠는가? 정권과 자본에 맞선 투쟁과 아울러 건설노동자들이 꿈꿀 수 있는 자본주의 너머의 전망이 너무나도 절실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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