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사회과학연구소

[현장: 소성리 소식] 고마해라, 마이 묵었다

 

은영지 | 회원

 

* 이 글은, 지난 2월 16일(목)에 있었던, 2021년 5월 이후 276번째 ‘사드 기지 완성과 육상 통행로 확보를 위한 군경 작전 저지 평화 운동’ 현장을 담은 것입니다.

 

 

2월 16일 오늘 새벽, 원불교 강 교무님이 평화 기도회를 주관하다가 쓰러지셨다. 햇수로 8년째 접어든 소성리 투쟁을 이끌던, 달마산처럼 듬직한 청년인 교무님이 얼마나 힘들면 쓰러졌을까 가슴이 먹먹하고 아팠다. 교무님뿐만 아니라, 일흔, 여든 되신 우리 할머니들과 주민들, 지킴이들도 다 쓰러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이렇듯 사드와 전쟁광 미군이 우리 모두의 건강권, 생존권, 행복 추구권까지 빼앗아 간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힘들고 죽을 지경이어도 사드와 미군 뽑아내기 전까진 쓰러질지언정 죽지 않는다는 각오로 오늘도 찬 바닥에 주저앉았다. 병원으로 후송된 강 교무님의 무사함을 기원하며 눈물을 머금고 또다시 사드 반대와 평화를 외쳐야 했다.

 

이 땅의 평화와 자주를 열망하는 주민을 짓뭉개고 미국 눈치 보기에 정신 팔린 윤석열 미제 총독 정권은 소성리 사드 기지 완성화 작업에 극악을 떨고 있다. 농사와 생곗일도 손 놓고 사드 반대 평화 운동을 하는 주민과 지킴이 수십 명을 도로교통법과 공무집행 방해로 법정에 끌고 가 범법자로 만드는가 하면,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사드 기지 운용을 위한 유류차와 미군들을 백주 대낮에 버젓이 들여보내고 있다. 연대자들 활동이 뜸한 낮 시간에 교묘히 들어오니, 할매들이 밥 먹다가 들에서 일하다가 달려오셔서 막아야 했다.

 

더욱 분기탱천할 일은, 지난 2월 9일 서울 행정법원이 사드 배치 인근 지역 주민이 청구한 ‘사드 배치 사업의 전략환경영향평가 부작위 위법 확인 소송’에 대해 각하 결정을 내린 것이다. 이에 성주대책위, 김천대책위를 포함한 6개 사드 반대 투쟁 주체가 서울 행정법원의 각하 결정을 강력히 규탄하는 성명서를 내기도 했다.

 

사드 배치 사업은 2017년, 2022년 두 차례에 걸쳐 주한 미군에 총 73만㎡의 부지를 공여한 국방ㆍ군사시설 사업으로 명백히 전략환경영향평가 대상이었다. 그동안 국방부 측은 “주한 미군 사업이기 때문에 국방부 장관의 승인을 받지 않아도 된다”라고 주장했지만 이는 새빨간 거짓말이다. 또한 국방부는 “국방부 장관 승인 대상이어도 공여 부지는 70만㎡ 이상이지만 실제 사업 부지는 33만㎡ 이하이기 때문에 전략환경영향평가 대상이 아니다”라고도 주장했으나, 현재 주한 미군이 사드 부지를 활용하고 있는 현황을 인공위성 사진, 구글 지도 등으로 살펴보면 73만㎡의 골프장 부지 전체를 사용하고 있어 사업 부지와 공여 부지를 나눌 수 없기에 이 또한 거짓이라고 주민들은 분노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사드 배치 사업은 국방시설사업법에 따라 국방부 장관의 사업 승인을 받아야 한다. 동법 제2조에 외국 군대의 시설도 국방시설 사업에 해당하고, 제4조에 그 면적이 33만㎡이 넘으면 승인 대상임이 명시되어 있다. 하지만 미군 사업이라는 이유로 대한민국 법률에 정해진 행정 절차를 전혀 실시하지 않았다. 그러나 2015년 환경부가 발간한 ‘전략환경영향평가 업무 매뉴얼’에서도 대한민국에 주둔하는 외국 군대의 부대시설 등을 국방ㆍ군사시설로 보고 있어 사드 배치 사업은 명백히 전략환경영향평가를 받아야 하지만 법원은 이러한 불법에 교묘히 눈을 감은 것이다.

 

강현욱 교무가 쓰러지기 전인 지난 14일(화요일) 집회 때 한 발언을 정리한다.

 

이 모든 자료와 지도를 제공했음에도 불구하고 재판부는 이를 잘못됐다 잘됐다 판단도 내리지 않고 그저 ‘각하’했다는 사실이 기가 막힙니다. 6년이나 끌어왔고 주민들의 목숨이 달린 사안이면 적어도 그 판결에서 재판장이 어떠한 말을 하는 게 책임 있는 자세 아닌가요? 그런데 고민도 하지 않고 제대로 된 말 한마디 없이 각하한다고 하며 끝냈다는 게 몹시 허탈합니다. 행정 재판은 문제의 행정 행위가 일어났을 때 그것에 대해 잘못됐다 잘됐다라고 판단해야 하는데 사드 배치에 있어서는 ‘행정적 행위가 일어나지 않았다’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냥 외교적 협상에 의해서 배치됐다라는 거죠. 동맹 관계라는 구실로 밀어붙였다면 명백한 불법 행위일 뿐만 아니라 주권 국가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며 재판부가 역사적인 결정을 책임 있게 내리지 않았어요. 적어도 제대로 된 재판장, 헌법을 수호하는 재판장이라고 하면 법률에 따라서 옳다 그르다 판단을 내려야 하는 거 아닌가요? 그러면 우리가 그것에 대해서 항소를 하든 뭘 하든 할 수 있는데 아예 책임을 회피해 버린 거 정말 비겁한 짓입니다.

 

이번 건 말고도 주민대책위가, 미국에 부지를 공여하는 건 우리 재산 특례 제약법을 위반한 것이라며 행정부에 부지 공여 무효 소송을 낸 바 있지만 재판부가 원고 배상 부적격이라고 판단하며 주민의 소송을 각하, 묵살한 일도 있다.

 

사드 배치로 인해 7년간 외교적, 경제적으로 국가에 큰 피해를 주고 인근 지역 주민의 삶이 파괴되고 있지만 재판부는 제대로 된 법리 검토조차 하지 않았던 것이다. 행정법원의 결정은 형식 논리에 숨어 국가의 커다란 위법 행위를 용인해 준 비겁한 결정이 아닐 수 없다. 이에 대책위는 이번 행정법원의 각하 결정을 결코 인정할 수 없으며 법원의 결정에 대해 강력히 규탄하며 곧 나올 판결문을 확인하고 즉각 항소할 계획이다.

 

박석민 김천대책위 자문위원의 발언도 이와 궤를 같이하고 있다.

 

전략환경영향평가와 관련해서 부지 무효 소송을 걸었는데도 정부와 재판부가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내용도 없고 딱 두 글자 ‘각하’를 시켰죠. 화가 많이 났어요. 당연히 화를 내고 분노해야 합니다. 우리나라 사법부가 어떻게 이럴 수 있나 얘기하는 게 정당한데도 불구하고 현실에서는 지난번 백창욱 목사님이 얘기하신 대로 동물의 왕국 얘기 기억나시죠? (네.)

 

동물의 왕국에서 질 수밖에 없는 관계인 얼룩말이 사자에게 잡아먹히고 있는 새끼 구하려고 사자를 물리치는 얘기… 어차피 이놈의 대한민국 정부와 경찰이 미국 종노릇이나 하고 있는 것처럼 얼룩말이 자기 운명대로 그냥 사자에게 잡아먹히는 게 아니라 뒷발길질을 해서 위기에 처한 새끼를 구하고 맞서 싸워서 이기는 것처럼 우리도 이 현실에 굴하지 않고 싸워야만 이 현실을 바꿀 수 있고 우리의 자존심을 지킬 수 있다는 말씀에 감동을 받았어요.

 

우리나라 데모의 역사가 어떻게 시작됐는지 아세요? 옛날 양반과 종, 상놈이 있는 계급 시대 때 나라와 양반이 없는 사람들을 너무 혹독하게 괴롭히고 땅도 집도 다 빼앗아 가니 이 사람들이 거지가 돼요. 그래서 살 수가 없으니까 거지 떼가 되어 양반들에게 쳐들어간 거죠. 밥 좀 먹고 살 수 있게 하라고 거지 떼가 떼거지를 쓴 거야. 그래서 이 거지 떼의 떼거지가 언제 끝난다? (…)

밥이 나와야 끝나지. 밥이 나와야 끝나는 거야.

 

모두들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발언은 계속되었다.

 

우리가 지금 싸우고 있는 이 사드 반대 투쟁도 언제 끝난다? (사드가 나가야 끝나요.) 예~ 우리가 옳으므로 우리의 이 싸움은 사드 빼야 끝납니다. ‘끝까지 싸운다’가 정당하고 옳은 겁니다. (이하 발언은 생략.)

 

백창욱 목사의 절절한 기도로 개신교 평화 기도회가 시작되었다.

 

하나님!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비통합니다. 오랜 세월 사드 투쟁하느라 우리의 심신은 피로해지고 지쳤습니다. 그래서 오늘 같은 돌발적인 일도 일어났습니다. 떨리는 가슴, 치솟는 분노를 어찌해야 할까 호흡만 크게 합니다.

하나님! 언제까지 우리가 이 시련을 겪어야 합니까? 언제까지 우리가 이 나라 공권력이 미제 새끼들 종노릇하는 거 보면서 그들의 물리력에 우리가 수모를 겪어야 합니까? 하나님! 진실로 미군 없는 세상에서 맘 편히 살고 싶습니다.

 

소성리에서 반드시 사드를 철거시키고 다시 일상의 평화를 누리고 싶습니다. 밥 먹다가도 뛰어나와야 하고 잠도 자지 못하고 몸으로 막아야 하고, 하나님 이게 도대체 무슨 일입니까? 이 나라 권력은 어째서 제 나라 시민들에게 이런 모진 일을 겪게 합니까? 제대로 심판하고 제대로 정의가 이루어지게 하소서. 진정 70년이 넘었으면 이젠 된 거 아닙니까? 기어이 우리가 사드 철거 투쟁에 성공해서 이 땅이 자주독립의 나라로 가는 밑돌이 되게 하소서. (아멘.)

 

제가 어제께 미제 차량 막는 영상을 봤는데요. 이놈들이 강 장로님 차를 막더라고요. 미제 규탄 차량 선전을 못하게 하려고…

 

경찰에게 물어봅시다. 그거는 무슨 법에 근거가 있는 겁니까? 경찰이 그렇게 한 사람 통행을 못 하게 막는 건 무슨 근거가 있는 거예요? 맨날 여기서는 우리가 집회할 때 무슨 도로교통법 무슨 법 몇 조 몇 항 이거 위배되는 것이니 즉시 해산하라 막 이러면서…

서장님, 어제께 그렇게 장로님 차량 통행을 막은 건 무슨 근거가 있는 거예요? 경찰이 공무 집행하는 건 그냥 자기들 마음이에요. 자기들 마음… 이놈들이 우리가 ‘겟아웃 양키’ 방송하는 거 못 하게 하려는 거 아니에요?

 

왜 법에도 없는 초법적인 그런 공권력을 행사할까요? 미군 새끼들이 전화를 했겠죠. ‘그거 방송 못 하게 해라. 우리 불편하다.’ ‘아! 옛썰~ 알아서 모실게요.’ 그런 거 아니에요? 나쁜 놈들!!

아니 그렇게 할 하등의 이유가 없는 거 아니야?

 

제가 사드 철거 투쟁의 근원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도대체 미국은 우리에게 무엇인가요? 여러분 맥아더가 이 땅에 진주해서 포고령을 발표하잖아요. 거기에 미군이 어떻게 이 땅에 들어왔다고 말하냐면 ‘점령했다’고 합니다. 세상에! 우리는 미군을 해방군으로 알았고 그들이 우리의 자유를 열어 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점령했다고 말해요. 그 포고문 읽어 보면 말투가 굉장히 오만합니다.

 

40년 동안 일제에게 식민살이하면서 탈탈 발가벗겨진 우리 조선에 대해 위로나 격려 그런 말은 단 한 마디도 없어요. 그런 나쁜 놈의 새끼를 왜 동상까지 세워 주고 추모를 하는지 모르겠는데 이놈은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서 원자폭탄도 막 쏘자고 했던 놈이거든요. 미국의 항공 폭격기들이 북한을 쑥대밭으로 만든 아주 폭력적인 인간이거든요. 맥아더 이놈이… (ㅜㅜ)

 

그래, 점령군으로 왔다고 하는 그 미군이 70년 이상 지난 지금 그 점령군의 성격이 변했습니까? 손님이면 우리가 손님을 잘 대접해야 하는 그런 보편의 원칙대로 정말 잘 대접하겠어요. 그런데 손님이 아니에요. 손님이라고 쳐도 안방까지 진주해 와서 이렇게 70년 이상 있는 손님을 우리가 그냥 내버려 둬야 합니까? 이제는 정말 성서에 ‘때가 찼다. 하나님 나라가 가까이 왔다. 회개하고 복음을 믿어라.’ 이런 말씀이 있거든요.

 

때가 찼다. 정말 우리도 이제 때가 찼어요. 그렇죠? 해방부터 지금까지 70년이 넘는 세월을 미군이 이 땅에 점령군으로 있었으므로 이젠 영화 ≪친구≫의 ‘고마해라, 마이 묵었다’라는 대사처럼 이제 그만할 때가 됐잖아요. 이제는 우리가 미군 없이 자주해서 살 때가 되지 않았습니까? (맞아요.)

 

때가 찼습니다. 차고도 넘쳤습니다. 이제 물줄기 하나만 구멍을 내면 그 구멍이 폭포수처럼 터져서 노도와 같은 물결이 될 겁니다. ‘지금 정국이 이렇게 어려운데 과연 그렇게 될까?’ 생각하는 분이 있어요. 여러분!! 새벽이 오기 전이 가장 어두운 거 아시죠? 그런데 그때가 지나면 여명이 틉니다. 금을 캐는 노다지… 노터치가 노다지가 됐다는데 그 금맥을 발견하기 바로 직전까지 무수한 실패와 좌절을 겪은 뒤에 노다지를 발견하는 거잖아요. 여러분 70년이 넘었으면 이제는 된 거잖아요. ‘이제 미제 새끼들 그만 좀 너희 나라로 가라, 그냥 우리끼리 살겠다.’ 이렇게 할 때가 되고도 남잖아요.

 

이렇게 미제 새끼가 한 나라를 이렇게 오랜 세월 주둔하고 있는 걸 천국이라고 할 수 있습니까? 난 결코 그런 천국 원하지 않아요. 여러분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자주와 주권 국가로 사는 나라가 천국에 가깝습니다. 밥 먹다가 미제 새끼들 막으려고 뛰어나오는 게 천국입니까? 이건 지옥에 가깝죠. 이런 거 없고 사드 없는 세상이 훨씬 더 천국에 가깝습니다. 그러니까 그 천국을 위해 강력한 의지로 저항해야 합니다. 기필코 우리가 승리할 때까지 물러서지 않고 버터야 합니다. 그러면 우리가 진정 원하는 그런 날을 맞이할 것입니다.

 

 

목사님의 연설이 끝나고 우리도 하나둘 길 밖으로 들려 나와 내동댕이쳐졌지만 절망하지는 않았다. 사드와 미군 뽑아내고 자주와 평화를 되찾아 올 것이라는 희망이 있었으므로… 평화 집회가 마무리될 즈음 강 교무가 괜찮으시다는 소식을 들어 기뻤다. 다들 안도하며 아침밥을 먹었다. 김주휘 동지가 정성스레 마련해 보낸 연잎밥으로 빈속을 채웠다.

 

우리가 밥 먹고 쉬는 동안 미군 차량이 대형 트럭 뒤에 숨어 사드 기지 안으로 들어갔고 백창욱 목사님이 호통치며 뒤쫓아 갔다. 정말 쥐새끼라는 욕으로도 분이 풀리지 않았다. 소성리에서 미국과 윤석열 정권의 폭력은 하루가 멀다 하고 벌어진다. 이렇듯 우리 앞에 놓여진 현실이 ‘갈수록 태산’이지만, 그래도 울지 않고, 쓰러지지 않고, 분노를 토해 내고 또 그 마음을 평화와 동지애로 달래며 가야 한다는 걸, 소성리에 갈 때마다 터득한다. 소성리는 늘 옳았고 희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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