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쏘련 건국 100주년] 1930년대 쏘비에트 민주주의의 작동 방식

쌤 달시(Sam Darcy)

번역: 염태현(회원)

* Sam Darcy, “How Soviet Democracy Worked in the 1930s”, Revolutionary Democracy, Vol. XI, No. 2, September 2005. (이 글은, 조지 그루엔탈(George Gruenthal)이 “Chapter XX”, Sam Darcy Memoirs, pp. 25-31, New York: Tamiment Library에서 옮긴 것입니다.) <https://www.revolutionarydemocracy.org/rdv11n2/darcy.htm>

** 쌔뮤얼 아담스 달시(Samuel Adams Darcy, 흔히 Sam Darcy, 1905-2005). 미국 공산당 당원으로, 뉴욕과 캘리포니아 지역의 주요한 지도자였다. 1930년 뉴욕 실업 행진 및 1934년 서부 해안 부두 파업(쌘프란씨스코 총파업) 등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1927-28년 청년 공산주의 인터내셔널의 집행위원으로 코민테른에 참여하기도 했으며, 1935년 모쓰끄바에서 열린 코민테른 제7차 대회에 참가한 이후, 38년까지 쏘련에 체류하였다.

1936년 12월 러시아 공산당은 연례 간부 선거를 치르기로 되어 있었다. 그때까지 당 간부의 후보 추천과 선거는 항상 공개적으로 이루어져 왔다. 이러한 관례 때문에 권력자들에 반감을 가진 당원들은 권력자의 보복이 두려워 반대를 표현하는 데 한계를 느꼈다. 중앙위원회는 당 지도부 전체를 실제로 당원들이 받아들이는지 시험해 보기로 했다. 공적 과업을 수행할 능력이 있는 간부는 재선될 가능성이 높고, 하는 일 없이 단순히 지위만 차지하고 있는 간부들은 그 자리를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를 위해 중앙위원회는 비밀 투표를 도입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당의 일부 지역에서는 지도부 전원이 직위에서 쫓겨났다. 다른 곳에서는 당 지도부가 전반적으로 강력한 지지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규모의 반대표에 의해 지도부에 대한 엄격한 비판이 있었다. 완고한 관료가 되어 더 이상 평당원들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간부들이 제거되고 새로운 간부들을 선출함으로써 당은 대단한 활기를 띠게 되었다.

쏘비에트 정부 수립 이후, 관료주의에 대한 투쟁은 보다 책임감 있는 쏘비에트 지도자들 스스로가 부과한 주요 임무 중 하나였다. 친족 등용, 편애 등용, 파벌 집단 관행과 같은 문제들은 불건전한 상황을 낳았다. 어떤 산업이나 임무에 책임 있는 지위를 얻게 되면, 이런저런 이유로 자기가 좋아하는 인물을 즉시 데려와 참모로 삼고 가장 좋은 자리를 주는 것이었다. 대부분의 경우에 이런 인물들은 직책에 맞는 자격이 없었고, 자격이 있더라도 권력자의 보호가 있다는 생각으로 인해 게으르고 관료적으로 되어 갔다. 게다가 이런 지도자들은 그들의 친구들을 ‘돌보고’ 싶어 했고 그들의 통제에 있는 직원이 많을수록 큰 영향력을 가진다고 느꼈기 때문에, 사업의 필요 이상으로 직원을 늘리는 경향이 있었다.

그 문제들은 마침내 정부가 대책을 강구해야 할 만큼 심각해졌고, 대책은 1935년에 시작되었다. 어떤 경우에는, 농작물을 수확할 일꾼들이 심각하게 부족하다는 것이 드러났는데 이에 반해 모쓰끄바의 사무실에는 국가 경제의 지속적인 기능에 전혀 필요하지 않은 적어도 25,000명이 넘는 노동자가 배치되어 있던 것으로 추정되었다. 교육 캠페인이 끝난 이후, 각각의 정부 기관에 농업 노동자로 보내야 할 사무직 노동자가 할당되었다. 그리고 적절한 선발을 통해 25,000명의 사무직 노동자들이 모쓰끄바에서 생산지로 이동하였다.

한편으로 반대파가 의도적으로 도입하려고 시도했고 그 자체로 관료주의적 경향인 은밀한 기능 마비에 맞서 경계를 늦추지 않기 위한 국가적 전투는 1935년[원문대로 적지만, ‘1936년’이 맞음: 옮긴이 조지 그루엔탈] 12월에 새로운 쏘비에트 헌법을 채택한 전 연방 쏘비에트 대회의 대중적 선거에서 특히 엄격하게 진행되었다.

그 선거를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쏘비에트 민주주의에 대한 모든 토론과 그것의 다른 나라 민주주의 관행과의 비교에서 사람들이 인민의 민주적 표현 방식이 새로운 선거 과정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거의 이해하지 못했다는 게 의아했다.

이것을 3,000마일 건너에서 바라봤을 때는 그저 하나의 선거 용지가 있고, 사람들은 그것에 ‘찬성인지 아닌지’ 투표할 기회만 주어지는 것처럼 보인다. 이 모습이 나치 독일의 선거에는 완전히 사실이지만, 쏘련에 적용하는 경우에는 전혀 잘못된 것이 된다.

우선, 쏘련에서 정치와 선거는 정당만의 특별한 업무가 아니다. 이것을 이해할 수 없으면 다른 모든 것도 이해하기 힘들 것이다. 공직에 대한 추천은 정당만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공산당은 많은 후보들을 내세우지만 노동조합들도 공직에 독립적인 후보들을 추천한다. 협동조합, 문화 단체, 과학 아카데미, 청년 단체, 여성 단체, 그리고 다른 모든 단체나 기관도 마찬가지이다. 간단히 말해서 우리나라[미국: 역자]에서 정당에서만 나오는 공천은, 쏘련에서는 가능한 모든 인민의 조직에서 나온다.

쏘비에트 선거에 대해 이해해야 할 두 번째 사항은 쏘비에트 민주주의를 특별히 민주적이게 하는 것이 최종 투표가 아닌 후보 선출에서 나온다는 점이다.

나는 내가 살고 일했던 지역의 후보 추천과 선거를 처음부터 끝까지 관찰할 수 있는 특권이 있었다. 내가 언급하는 특정한 선거는 전 연방 쏘비에트 대회 대의원 선출을 위한 전 연방 선거로, 이는 우리가 워씽턴에서 미국 하원의원을 선출하는 것과 같다. 내가 거주하며 일했던 대회 선거구의 각 기관은 인민회의를 열어 후보를 추천했다. 회의들은 공장, 모쓰끄바 대학, 레닌 대도서관, 그리고 그곳에서 운영하던 모든 협동조합들에서 열렸다. 레닌 대도서관은 후보자를 발표하기 위해 직원회의를 열었다. 그곳에서 운영하던 모든 협동조합들, 노동조합 단체들, 공산당, 청년 단체들 등도 마찬가지였다. 매 회의마다 많은 후보자들이 추천되었다. 각 후보자들의 절차는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의 생애와 자신이 추천되거나 추천될 수 없는 이유를 간단히 밝히는 것이었다. 후보자가 그 절차를 따르지 않는 것은 시민적 책임의 부재로 받아들여졌다. 만약 그가 선출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되면 연단에 서서 그의 삶에 대한 간략한 생애를 제공하고, 그를 받아들이면 안 되는 이유를 제시하는 것이 의무였다. 이 절차를 위해 꼬박 2주일이 주어졌다. 어떤 단체들은 매일 밤에 만나 후보자로 추천된 수천 명의 사람을 조사했다. 각 후보자들은 회의 참가자의 질문에 응해야 했다. 그 시간이 끝날 때, 한 명 혹은 한 명 이상의 후보들이 그들을 선택한 기관의 승인을 받아 선거구 전체 후보로 추천되었다

후보자를 내는 것 외에도 각 그룹은 대회 선거구 협의회에 비례 대표로 다수의 대의원을 선출했다. 대회 선거구 협의회도 약 2주간 열렸다. 후보들은 그 단체에 추천되었다. 이 과정도 동일한 절차를 거쳤다. 각 후보자는 심사를 받았고, 그들의 자격은 다른 후보자와 비교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최종 선택을 위한 위임된 단체에 의해 선출되었다.

그 단체들은 종종 한 명의 후보자가 아닌 두 명, 세 명 혹은 그 이상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 이 후보자들은 엄격한 검증 과정을 거친 후 최종적 표결은 유권자들에게 물었다. 그래서 유권자들은 대중적 다수에 의해 전 연방 쏘비에트 대회에서 그들을 대표하기를 원하는 대회 선거구의 후보 중 한 명을 결정했다.

이를 통해 이 과정이 민주주의가 부족하기는커녕 매우 민주적인 과정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과정은 일반인들이 추천된 사람에게 매우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우리 자신의 선거 씨스템을 통해 후보자의 선택이 결국 모든 선거에서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내가 목격한 선거에서 나는 이것이 우리나라에 적용된다면 후보자들이 매우 건전한 방식으로 ‘시련을 거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들의 공헌과 사회봉사, 공직에 대한 그들의 관심, 사심 없는 업무 기록, 그들 자신의 학교 교육과 훈련, 그들이 자기 계발과 사회적 개선에 공헌한 정도 등이 모두 고려되었다. 자신을 후보로 내세운 개인적이고 도덕적 행실이 나쁜 사람들은 그들의 이웃들, 친구들, 그리고 그들을 잘 아는 동료 노동자들과 연단에서 바로 토론하게 했다. 그것은 어떤 면에서는 1억 7천만 명이 참여하는 거대한 규모의 뉴잉글랜드 타운 미팅이었다. 이 과정은 사회봉사와 사회공헌에 대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그들 나라 전체 사람들에게 공공복지에 대한 관심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그 선거에서 전 연방 쏘비에트 대회의 이전 의원들 중 약 절반이 재선되지 않았다. 많은 거물들을 포함한 많은 공산당원들은 선거 운동이 끝나자 자신들을 원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놀랐다. 정치에 아무 관심도 없었으며 심지어 공산당원도 아니지만 직장과 봉사 기관, 업무에서 공익에 대한 순수한 헌신으로 대중의 이익에 잘 봉사한 많은 사람들은 자신이 최고 통치 기구인 새로운 쏘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 연방 대회^[1][편집자 주] 원문은 “the new Congress of the Union of Soviet Socialist Republics”인데, ‘쏘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 연방 최고 쏘비에트(The Supreme Soviet of the Union of … Continue reading의 일원이 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그것은 새로운 형태의 민주주의이고 나는 그것이 그들에게 매우 도움이 된다고 말하고 싶다.

모든 세대는 자신의 자유에 대해 조금도 방심하면 안 된다. 어떤 사람들도 다음 세대의 자유를 보장할 수 없다. 자유는 다시 잃을 수도 있는 것이다. 따라서 단순한 기계적인 선거 조직 자체가 인민의 자유를 안정적으로 보장할 수는 없다. 그러나 어떤 정치 구조는 인민 감정과 요구에 가장 잘 조응할 수 있다. 쏘련은 그 방향으로 큰 진전을 이루었다고 말하고 싶다.

그러나 우리가 끊임없이 상기했듯이, 쏘련조차도 진공 속에서 살고 있는 고립된 실체가 아니었다. 그것은 현실 세계의 일부였다. 서유럽과 아시아는 제2차 세계 대전의 첫 번째 전투로 소용돌이쳤다. 궁지에 몰린 스페인 국민들, 나치 지배 국가들에서의 지하 운동, 나치에 대항하는 민주주의 국가들에서의 인민전선 운동의 추진, 중국에서 성장하고 있는 항일 세력들을 돕기 위해 해야 할 일들이 있었다.

나의 주 관심사는 물론 미국이었다. 그러나 미국 또한 진공 상태 속에서 고립되어 살고 있지 않으며 우리나라의 미래는 유럽과 아시아에서 적지 않게 결정되고 있었다. 수천 명의 다른 미국인들처럼 나는 내가 유용할 수 있는 곳에 도움을 주기로 했다. 나는 운 좋게도 거의 자유로운 선택을 할 수 있었다.

노사과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