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사회과학연구소

[정세] 신년사를 대신하여: 자본의 공세 격화와 노동자계급

 

채만수∣소장

 

 

더 아주 ‘어그레시브’한 투쟁을 강요하는 윤석열 검찰 정부

 

노동자계급, 특히 민주노총을 비롯한 투쟁하는 조직노동자들에 대한 윤석열 검찰 정부의 적대ㆍ적의는 애초부터 예상됐던 바이고, 무엇보다도 “길거리에서 죽고 싶지 않다”고 절규하는 화물연대 운전자들의 파업을 ‘업무개시명령’이라는 강제노동 명령을 통해 압살했을 때 새삼 확인했던 바이다. 그런데 금년부터는 저들은 노동자계급을 “더 적극적으로, 더 아주 어그레시브(aggressive)하게[1]정아란ㆍ이동환 기자, “‘척결 대상 3대부패’ 노조 첫 순서 거론한 尹대통령 “적폐 청산”(종합)”, <https://www.yna.co.kr/view/AKR20221221083051001>. … Continue reading 적대ㆍ억압하고 나설 기세다. 달리 말하면, 노동자들에게 “더 적극적으로, 더 아주 어그레시브(aggressive)하게” 투쟁을 강요하고 나설 기세다.

어느 신문ㆍ방송이나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나섰지만, 그 가운데 구랍(舊臘) 21일에 ≪연합뉴스≫가 띄운 기사 하나를 들여다보자면,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올해 마지막 주재한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적폐 청산’과 ‘노동조합 부패 척결’을 강조했다.

수출 드라이브와 스타트업을 통해 경제위기 극복에 나서겠다며 “2023년엔 더 적극적으로, 더 아주 어그레시브(aggressive)하게 뛰자”라고도 제안했다. …

[회의에는: 인용자] 한덕수 국무총리와 관계 부처 장관, 대통령실 참모, 여당 관계자들이 참석했으며 민간에서도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SK그룹 회장), 구자열 한국무역협회장 등 경제 단체장 2명이 참석했다.

 

◇ “노조부패, 3대 부패 중 하나”…‘적폐청산’ 첫 언급

윤 대통령은 회의에서 “노조 부패도 공직 부패, 기업 부패와 함께 척결해야 할 3대 부패 중 하나”라며 “엄격하게 법 집행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노조 활동도 투명한 회계 위에서만 더욱 건강하게 발전할 수 있다”며 ‘노조부패’를 막기 위한 방안으로 노조 회계 감사를 꼽았다. …

집권 2년 차를 맞아 3대 개혁과제(노동ㆍ교육ㆍ연금개혁)를 중심으로 개혁 드라이브에 강한 의지를 밝히며 노동개혁이 최우선임을 재차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이제 성장과 발전을 가로막는 잘못된 제도, 이런 적폐를 청산하고 제도 개선을 하기 위한 개혁을 가동해야 한다”며 “노동ㆍ교육ㆍ연금 개혁이 인기가 없더라도 미래 세대를 위해 반드시 해내야 하고 2023년은 개혁 추진의 원년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김은혜 홍보수석은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 “3대 개혁, 특히 노동 개혁을 우선 주문한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견제받지 못한 조직은 부패하기 마련”이라고 강조했다.

척결(剔抉)할 첫 번째 대상으로 노조 부패를 꼽은 것이다. …

◇ “수출ㆍ스타트업으로 위기돌파…더 어그레시브하게 뛰자”

윤 대통령은 이날 우리 경제 대외 여건이 녹록지 않음을 강조하며 “2023년엔 더 적극적으로, 더 아주 어그레시브(aggressive)하게 뛰자”고 주문했다.

특히 “수출드라이브로 경제 상황을 정면 돌파하려고 하는데 여기에 ‘스타트업 코리아’를 얹어 강력한 기치로 내걸고 뛰어야 한다”며 “수출드라이브와 스타트업코리아라는 2개 축으로 어려운 경제 여건을 돌파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

지난 15일 국정과제 점검회의에서와 마찬가지로 “내년에 더 적극적으로 (다주택자) 세제 감면을 추진해야 한다”며 주거비 부담 경감을 목표로 한 세제 감면 추진도 재차 부각했다. …

윤 대통령은 또 “집안이 어려워도 아이들을 잘 가르치고 길러야 하듯이 아무리 경제가 어렵더라도 미래 전략산업에 대한 투자와 지원을 조금이라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며 국가 정책적 지원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 규제의 본래 의미는 ‘거번먼트 인게이지먼트’(government engagement)라며 “아주 효율적인 시장이 되도록 공정한 경쟁 체제를 만들어주는 것이 정부의 방향”이라고도 설명했다.

연구ㆍ개발(R&D)에 대해서도 같은 개념에서 접근하며 “기술산업 증진을 위해 정부가 재정지원을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2]같은 기사.

 

자본의 정신을 대변하는 한 마디 한 마디 귀중한 말씀의 맥락을 살려 인용하려다 보니까 무척 길어졌다.

아무튼 내용을 보자면, 무엇보다도 우선, 이른바 “노동ㆍ교육ㆍ연금 개혁”[3]참고로 말하자면, 노동이란 “우선 인간과 자연 사이의 과정, 즉 인간이 자기 자신의 행위에 의해서 자신과 자연 사이의 물질대사(物質代謝)를 … Continue reading이라는 “3대 개혁” 운운하시면서, 그 중에서도 “특히 노동 개혁을 우선 주문한 것”, 그러면서 서슬 퍼렇게 “척결(剔抉)할 첫 번째 대상으로 ‘노조 부패’를 꼽은 것”이 두드러지게 눈에 띈다. ‘노조 부패’라니 무슨 부패를 말하는 것인지 증거를 대라고 민주노총도 요구했지만, 실로 아무런 증거제시 없이 그렇게 ‘꼽은 것’, 혹은 “노조 부패도 … 척결해야 할 … 부패 중 하나”라며 “엄격하게 법 집행을 해야 한다”고 나서는 것이 두드러지게 눈에 띄는 것이다.

다름 아니라, 이는 노동자계급을, 그리고 특히 민주노총을 비롯한, 투쟁하는 조직노동자들을 “더 적극적으로, 더 아주 어그레시브(aggressive)하게” 억압하겠다는, 그리하여 저들의 소위 ‘노동 개혁’을 자신들의 의지대로 해내고 말겠다는 다짐이요 엄포다.

두 번째로 눈에 띄는 것은, “수출드라이브와 스타트업코리아라는 2개 축으로 어려운 경제 여건을 돌파하길 바란다”면서, “아무리 경제가 어렵더라도 미래 전략산업에 대한 투자와 지원을 조금이라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거나, “성장과 발전을 가로막는 잘못된 제도, 이런 적폐를 청산하고 제도 개선을 하기 위한 개혁을 가동하여,아주 효율적인 시장이 되도록 공정한 경쟁 체제를 만들어주는 것[4]“성장과 발전을 가로막는 잘못된 제도, 이런 적폐를 청산하고 제도 개선을 하기 위한 개혁을 가동”하여, “아주 효율적인 시장이 되도록 공정한 … Continue reading이 정부의 방향”이라거나, “기술ㆍ산업 증진을 위해 정부가 재정지원을 하는 것”이라고 “강조하는 것” 등등, 자본에 대한 지원, 특히 재정적 지원을 다짐하고 나선 것이다.

그리고 이와 관련해서는, “한덕수 국무총리와 관계 부처 장관, 대통령실 참모, 여당 관계자들이 참석”한 정부의 ‘비상경제민생회의’에 “민간에서도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SK그룹 회장), 구자열 한국무역협회장 등 경제 단체장 2명이 참석했다”[5]다행스럽게도 ‘노동자 대표(들)’은 참석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자못 흥미롭다.

노동자계급ㆍ노조에 대한 공격ㆍ엄포나 자본에 대한 적극적 지원 의지 따위야 모두 지배계급의 지배 도구로서의 국가의 역할에 “더 적극적으로, 더 아주 어그레시브(aggressive)하게” 복무하겠다는 다짐이니 으레 그러려니 하지만, 두 ‘경제 단체장’의 그 자리 참석은, 그러한 계급적 이해관계를 넘어, 저들 간에 모종의 인적ㆍ사적인 이해관계도 “더 적극적으로, 더 아주 어그레시브(aggres sive)하게” 도타워지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들게 하기 때문이다. 여러 ‘공적 자산’을 ‘민영화’하겠다는 윤석열 정부의 정책도 그렇고. ― 뭐, 서로에게 좋은 일 아니겠는가!

그건 그렇고, 노동자들의 권리를 더욱 억압ㆍ유린하여 잉여노동ㆍ잉여가치, 이윤을 더욱 증대시키려는 저들의 이른바 ‘노동 개혁’ 혹은 ‘노동시장 개혁’의 내용과 그것들을 둘러싼 논쟁ㆍ갈등에 대해서는 여기에서 새삼 논의할 필요조차 없을 것이다.

여기에서는 다만 그러한 ‘개혁’을 ‘전문적’으로 뒷받침ㆍ권고하고 나선 ‘미래노동시장연구회’의 명단, 고용노동부에 의하면, “노동시장 개혁의 우선 추진과제인 근로시간 제도 및 임금체계 개편을 집중적으로 논의하는 기구”로서, 그것을 “구성할 때 △인사조직ㆍ노동법 등에 조예가 깊은 전문가 △새로운 시각을 제시할 수 있는 신진 학자 △근로자 건강권 보호 등 보완 대책을 논의하기 위한 보건 전문가 등을 포함하는 등 균형 잡힌 논의가 가능하도록 안배했다”는, “학계를 중심으로”[6]박수원 기자, “‘미래노동시장연구회’ 출범, 노동시장 개혁 첫발”, <http://www.sisaweek.com/news/articleView.html?idxno=155021>. 구성한 ‘미래노동시장연구회’ 총 12명의 빛나는 고명들[7]‘미래노동시장연구회’ 명단: 권순원(숙명여대 경영학과), 권혁(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김기선(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김상호(경상대 법학과), … Continue reading을 각주에 드러내 드리는 것으로 만족하자.

 

 

왜 노동자계급에 대한 억압을 강화하고 나서는가

 

노동자계급, 특히 조직노동자들에 대한 자본과 그 국가의 억압은 문제의 성질상 일상적인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본과 윤석열 검찰 정부가 억압ㆍ공세를 특히 강화하고 나서는 것은, 오늘날 자본주의 세계경제가 극심한 위기 속에 있어 국내외를 막론하고 노동자들의 투쟁이 빈발하고 있고,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빈발하고 있고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노동자들의 투쟁을 제압하기 위해서인 것이다.

비근하게 이는, 윤석열 검찰 정부가 노동자계급을 “더 적극적으로, 더 아주 어그레시브(aggressive)하게” 공격하겠다고 선언하고 나선 다음 날인 지난 섣달 22일자의, 자본의 전투적 대변지 ≪조선일보≫의 지면을 봐도 짐작할 수 있다. 대통령 각하의 말씀을 받아 제1면과 제3면에서, “거대 노조 파업에 경제 직격탄”[8]노동자들의 파업은 바로 경제, 즉 자본에 직격탄을 가하여 그 착취ㆍ횡포를 억제하기 위한 것이다!이니, “년 1000억 조합비, 내역 안 밝혀”[9]여러 사람들이 지적한 것처럼 금액이 터무니없이 과장되었을 뿐 아니라, 노동조합의 조합비 회계 내역은 조합원들에게 공개하면 됐지, 왜 정부에, 즉 … Continue reading니, “차별 키우는 노동시장 이중구조, 비정규직 임금 등 처우 개선돼야”[10]여기에 이르면, 노동시장의 이중구조ㆍ차별을 조장하고 키우는 자가 누구인지, 최저임금 등 비정규직 임금을 억압하는 게 누구인지 새삼 묻지 않을 … Continue reading 하느니 하면서 노동조합, 노동자 투쟁에 대한 온갖 적의를 맘껏 드러냄과 동시에, 제2면과 제4면에서는 “올해 무역적자 500억 달러 육박 … 금융위기 후 첫 ‘마이너스 성적표’”니, “경제한파 밀려온다 … 역대 최대 540조 투입해 경기부양 총력전”이니 하고 대서특필하고 나서고 있지 않은가?

경쟁에 영혼을 파는 자본의 대변지답게 한국 경제, 즉 한국의 자본이 처한 상황을 주로 떠들고 있지만, 여타 자본주의 국가의 상황도, 물론 서로 다소 양태를 달리하면서도, 심각한 위기, 거대하고 장기간의 공황ㆍ침체에 빠져들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세계적으로 비등하고 있는 인플레이션도, 각국 정부의 연이은 금리 인상도 다 그 때문이다. 실업이 증대하고 노동자 인민의 빈곤과 고통이 심화되면서, 이른바 ‘핑크 타이드’로 유명한 라틴 아메리카는 물론이요, 미국이나 유럽 국가들과 같은 ‘발달한’ 자본주의 국가들에서 좌ㆍ우 포퓰리즘이 극성을 부리고 있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며, 그러한 상황의 표현이다. 그리고 특히 우끄라이나에서 벌어지고 있는 제국주의 전쟁도 사실은 그러한 심각한 경제위기 때문이다.

사실상 모든 나라에서 노동자계급의 투쟁이 빈발하고 격화될 수밖에 없고, 실제로도 여러 나라가 이미 그러한 투쟁 국면에 들어가 자본 즉 국가권력과 노동자계급 간에 크고 작은 공방이 벌어지고 있고, 제국주의 간에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누구와 더불어 어떻게 싸울 것인가

― ‘국제노동기구(ILO)’는 노동자계급의 국제기구인가

 

어느 싸움ㆍ전투ㆍ전쟁에서나 피아를 착각하면, 그 결과는 뻔하다. 노동자들의 투쟁에서도 당연히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 노동자들은 투쟁하면서 이따금 피아를 착각하는 것 같다. 그 대표적인 예 가운데 하나가 ‘국제노동기구(ILO)’에 대한 관점이다. 과거에도 종종 그러했지만, 이번 화물연대 파업을 윤석열 정부가 ‘법과 원칙’을 들먹이며 억압하고 나서자 민주노총이 이를 ILO에 ‘제소’하고 나선 것도 그 한 예이다.

과연 ‘국제노동기구(ILO)’는 노동자계급의 국제기구이며, 노동자계급의 편일까?

결코 아니다. ‘국제노동기구(ILO)’는, 노동자계급의 이익을 위한 노동자계급의 국제기구가 아니라, 제국주의 독점자본의 국제기구이며, 그들의 노동자 관리기구이다.

‘국제노동기구(ILO)’가 제국주의 독점자본의 국제기구라는 사실은 그 창설 주체와 과정 등 여러 측면에서 입증할 수 있지만, 모두 차치하고, 무엇보다도 그 헌장 제3조 1항이 정하고 있는 ‘회원국 대표 총회’의 구성을 보자.

이렇게 규정되어 있다. ― “총회는 각 회원국 대표 4인으로 구성되며, 그 중 2인은 정부의 대표로, 나머지 2인은 각 회원국의 고용주(employers) 및 근로인민(workpeople)을 각각 대표하는 자로 한다.”

그리고 그 헌장 제7조 1항이 정하는 이사회(Governing Body)[11]총회, 이사회와 더불어, 헌장 제2조의 규정에 의한 3대 기관(organs)의 하나인 ‘국제노동사무국(International Labor Office)’은 “이사회의 통제”를 받는다.의 구성을 보자면, ― “이사회는 다음 56인으로 구성된다. 정부를 대표하는 28인, 고용주를 대표하는 14인, 노동자(workers)를 대표하는 14인.”

총회도, 기구의 운영 주체인 ‘이사회’도 이렇게 구성된다. 그렇다면, 자본의 대표자와 노동자의 대표자 비율은 3대 1이다!

이런 기구가 어떻게 노동자들의 기구일 수 있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독점자본의 국제기구의 간섭조차 껄끄러워 대한미국 정부는 1991년 말에야 ILO에 가입했고, 그나마 189개 협약 중 29개만을 비준하고 있다. 그리하여, ≪나무 위키≫[12]https://namu.wiki/w/국제%20기구.에 의하면,

 

“ILO 핵심협약 체결 이후에도 국제기준에서의 단결권, 단체협상권에 미달하는 한국의 노동 상황의 주요 예시는 다음과 같다.

* 학습지 교사나 택배기사 등 특수고용직 노동자에 대해 노동 3권을 보장하지 않는 것,

* 파견ㆍ용역 등 간접고용 노동자에 대해 노동 3권을 보장하지 않는 것,

* 교사ㆍ공무원의 노동 3권을 보장하지 않는 것,

* 주요 방위산업체 종사 노동자의 단체행동권을 보장하지 않는 것,

* 필수공익사업장의 필수유지업무제도로 해당 노조들의 단체교섭권과 단체행동권이 제한되어 있는 것,

* 노조의 파업에 대해 업무방해죄로 처벌하는 행위,

* 노조 지도자의 구금, 단체협약 간섭 등,

* 복수노조 간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

* 정부가 입법적으로 간섭하여 노사 간에 자율적 교섭을 가로 막는 현행 근로시간 면제 제도,

* 노동자들의 사회경제적 지위 향상을 위해 정부 정책을 바꾸 어내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파업, 구조조정에 맞서는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하는 조항.

 

결국, 우리 사회에서 노동자의 눈에조차 ILO가 노동자의 편인 것처럼 보이고, 그리하여 정부의 탄압에 항의하여 ILO에 제소하는 것은, 우리 사회에서는 노동자들의 권리, 노동조건이 위와 같이 ILO가 정한 ‘국제기준’에조차 훨씬 못 미치고, 그만큼 열악하기 때문인 것이지, ILO가 노동자들의 국제기구이기 때문이 결코 아니다.

한국의 노동조건이 이렇게 그 국제기준에 현저히 못 미치고, 이번 화물연대 파업에 대한 억압에서 보듯이 노동자들의 ‘제소’에 따른 ‘권고’를 정부가 무시하기 일쑤인데도, 그런 나라의 외교부 장관 출신이 당당히 사무총장에 출마하기도 하고, 그런 나라의 대통령이 초청을 받아 총회에서 연설을 하기도 하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그것이 바로 ILO다.

ILO 헌장 전문(前文)에 규정되어 있는 ILO의 목적도 흥미롭다.

 

세계의 항구적 평화는 사회정의에 기초함으로써만 확립될 수 있으며, 세계의 평화와 화합이 위협을 받을 만큼 커다란 불안을 가져오고 수많은 사람들에게 불의ㆍ고난 및 궁핍 등을 주는 노동조건이 존재하며, 이러한 조건은, 1일 및 1주당 최장 노동시간의 설정을 포함한 노동시간의 규정, 노동력의 공급조절, 실업의 예방, 적정생활급의 지급, 직업상 발생하는 질병ㆍ질환 및 상해로부터 근로자의 보호, 아동ㆍ청소년 및 여성의 보호, 고령 및 상해에 대한 급부, 자기 나라 외의 다른 나라에서 고용된 노동자의 권익 보호, 동등한 가치의 노동에 대한 동일 보수 원칙의 인정, 결사의 자유 원칙의 인정, 직업교육 및 기술교육의 실시와 다른 조치들을 통하여, 시급히 개선되는 것이 요구되며, 또한 어느 나라가 인도적인 노동조건을 채택하지 아니하는 것은 다른 나라들이 노동조건을 개선하려는 데에 장애가 되므로, 체약 당사국들은 정의 및 인도주의와 세계의 항구적 평화를 확보하고자 하는 염원에서 …”

 

모두 다 근사한 말들이다.

그러나 저들이 “확보하고자 염원”하는 “세계의 항구적 평화” 혹은 “세계의 평화와 화합”이란 무엇일까? 다름 아니라, 착취로부터의 해방을 위한 노동자들의 투쟁으로 “위협을 받을 만큼 커다란 불안을 가져오”지 않는 노자관계, 즉 자본에 의한 노동자들의 영원한 ‘안정적’ 착취체제이다. 물론 저기에서 말하는 “사회정의”라는 것도 바로 그러한 ‘안정적’ 노자관계ㆍ착취관계이다. 즉, 노동자들을 영원히 임금노예 상태에 묶어두기 위해서 적당히 떡밥을 던져주는 것이 ILO의 목적인 것이다.

그러므로 노동운동은 ILO가 정한 국제기준에도 못 미치는 한국의 노동조건을 폭로할 수는 있지만, ILO가, 혹은 ILO에 ‘제소’해서 무언가 노동조건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환상을 가져서는 안 된다.

그리고 이는, 자타가 인정하는 ‘선진 노동자’ 중 상당수가 무언가 헛된 기대를 품고 선거 때만 되면 ‘차악’인 민주당에 표를 던지지만, 그래서는 안 되는 것과 마찬가지다.[13]이번 화물연대 파업을 분쇄한 윤석열 정부의 무기가 된, 화물운송사업법의 ‘업무개시명령’은, 당시 국회의 의석도 여당이 다수였던 노무현 정부의 … Continue reading

노동조건의 의미 있는 개선도, 임금노예의 지위에서의 해방도 노동자계급 자신의 투쟁에 의해서만 가능하다.

따라서, ‘차악’을 택하여 민주당 등에 헛된 기대를 할 것이 아니라, 노동자들 자신의 단결과 투쟁을 강화하며 노동자계급 자신의 혁명적 정치부대를 창건해야 한다.

국제 독점자본의 노동자계급 관리기구인 ILO에 헛된 기대를 할 것이 아니라, 노동자계급의 국제주의를 강화하는 데에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 외국의 노동자 투쟁에, 가능하면 연대파업을 포함한, 여러 형태ㆍ방법의 연대를 표하고, 또 우리의 투쟁에 그러한 연대를 호소하지 않으면 안 된다. 말과 구호로만이 아니라 전투적 행동으로 노동자 국제주의를 실천, 강화하지 않으면 안 된다.

또한 사실상 제국주의의 허수아비에 불과한 국제노동조합연맹(ITUC, 과거의 ICFTU)이 아니라, 노동조합의 자주적인 국제조직인 세계노동조합연맹(WFTU)과 연대하지 않으면 안 된다.

새해 2023년을 한국의, 나아가 세계의 노동자계급 운동이 뿌리깊은 경제주의와 정치적 무능ㆍ무기력을 극복하고, 량적으로뿐만이 아니라, 질적으로도, 정치적ㆍ사상이론적으로도 성큼 발전하는 해로 만들자.

어그레시브(aggressive)하게 가해오는 자본의 공세를 밀리턴트(militant)하게 반격하면서!

노사과연

 

References

References
1 정아란ㆍ이동환 기자, “‘척결 대상 3대부패’ 노조 첫 순서 거론한 尹대통령 “적폐 청산”(종합)”, <https://www.yna.co.kr/view/AKR20221221083051001>. (밑줄은 인용자. 이하 동일.) 법무부 장관을 임명하실 때에도 ‘영어 실력’을 주요하게 고려하던 대통령 각하답게 역시 “어그레시브(aggressive)”라신다! 사전을 찾아보니, “공격적인”이라는 뜻이란다. 저 아래를 보면, “정부 규제의 본래 의미는 ‘거번먼트 인게이지먼트’(government engagement)”라고도 하신 모양인데, 그렇다면 그렇게 알 수밖에! “수출드라이브”니, “스타트업” 혹은 “스타트업 코리아”니 하시는 것 등도 물론 마찬가지다.
2 같은 기사.
3 참고로 말하자면, 노동이란 “우선 인간과 자연 사이의 과정, 즉 인간이 자기 자신의 행위에 의해서 자신과 자연 사이의 물질대사(物質代謝)를 매개하고, 규제하며, 통제하는 과정”(K. 맑스, ≪자본론≫, MEW, Bd. 23, S. 192; 채만수 역, ≪자본론≫ 제1권, 제2분책, p. 298.)인데, 저들이 무슨 신기(神技)로 그러한 ‘노동’을 개혁하겠다는 것인지 사뭇 궁금하다.
4 성장과 발전을 가로막는 잘못된 제도, 이런 적폐를 청산하고 제도 개선을 하기 위한 개혁을 가동하여,아주 효율적인 시장이 되도록 공정한 경쟁 체제를 만들어주는 것”? ― 이 역시 노동자들을 무권리 상태로 억압하여 자본ㆍ자본가들이 그야말로 맘껏 활개 치도록 만들어주시겠다는 뜻 아니겠는가?
5 다행스럽게도 ‘노동자 대표(들)’은 참석하지 않았다!
6 박수원 기자, “‘미래노동시장연구회’ 출범, 노동시장 개혁 첫발”, <http://www.sisaweek.com/news/articleView.html?idxno=155021>.
7 ‘미래노동시장연구회’ 명단: 권순원(숙명여대 경영학과), 권혁(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김기선(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김상호(경상대 법학과), 김인아(한양대 보건대학원), 박철성(한양대 경제학과), 송강직(동아대 법학전문대학원), 엄상민(경희대 경제학과), 이상민(한양대 경영학과), 이정민(서울대 경제학과), 전윤구(경기대 법학과), 정승국(중앙승가대 사회복지학과). ― 위 박수원 기자의 기사에 의함.
8 노동자들의 파업은 바로 경제, 즉 자본에 직격탄을 가하여 그 착취ㆍ횡포를 억제하기 위한 것이다!
9 여러 사람들이 지적한 것처럼 금액이 터무니없이 과장되었을 뿐 아니라, 노동조합의 조합비 회계 내역은 조합원들에게 공개하면 됐지, 왜 정부에, 즉 자본 측에 밝혀야 한단 말인가?!
10 여기에 이르면, 노동시장의 이중구조ㆍ차별을 조장하고 키우는 자가 누구인지, 최저임금 등 비정규직 임금을 억압하는 게 누구인지 새삼 묻지 않을 수 없고, 저 파렴치한 적반하장에 새삼 놀라지 않을 수 없다.
11 총회, 이사회와 더불어, 헌장 제2조의 규정에 의한 3대 기관(organs)의 하나인 ‘국제노동사무국(International Labor Office)’은 “이사회의 통제”를 받는다.
12 https://namu.wiki/w/국제%20기구.
13 이번 화물연대 파업을 분쇄한 윤석열 정부의 무기가 된, 화물운송사업법의 ‘업무개시명령’은, 당시 국회의 의석도 여당이 다수였던 노무현 정부의 작품이다!

채만수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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