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사회과학연구소

[현장: 소성리 소식] 소성리 사드 철거 투쟁

 

박수규 | 자료회원, 사드철회성주대책위대변인

 

 

[편집자주] 지난 12월 16일, 사드반대 투쟁으로 성주·김천 대책위 대표를 비롯한 주민들과 평화지킴이 15명의 재판이 있었습니다. 2021년 1년 동안 68차에 걸친 소성리 아침평화행동에 대해서 집시법 위반 및 형법상 일반교통방해의 혐의로 이석주 이장과 김찬수 대표(사드배치반대 대구경북대책위원회), 박수규 대변인(사드철회 성주대책위원회) 등은 주모자로, 그 외 11명은 적극가담자로 기소하여, 주모자들에 대해서는 징역 2년, 그 외 11명에 대해서는 징역 1년 내지 1년 6개월을 구형했습니다. 연대의 마음을 전하며, 박수규 대변인의 진술서와 당일 진행되었던 기자회견의 모습도 함께 싣습니다. 선거공판은 2023년 2월 3일 예정되어 있습니다.

 

 

사드(THAAD: Terminal High Altitude Area Def ense)라는 무기

 

사드는 중거리, 준중거리 탄도미사일을 종말단계 고고도에서 요격하는 지역방어체계이다. 사드요격미사일의 사거리는 200km, 요격 고도는 40~150km이다. 사드체계의 핵심은 AN/T P Y-2X-밴드레이더로 탐지거리는 종말모드 800km, 전방배치모드 2,000 ~5,000km로 알려져 있다.

 

 

미국 주도 동북아 MD체계

 

MD(미사일방어체계)라는 용어는 사드체계가 방어용으로만 쓰이는 무기로 착각하게 한다. 실제로 사드는 어떤 역할을 하게 될까. 유사시에는 일본의 샤리키와 교카미사키, 그리고 한국에 배치된 사드레이더로 미국 본토와 오키나와 및 괌에 주둔하는 미군기지로 향하는 중국과 북한의 ICBM이나 중거리미사일을 발사-이륙단계에서 조기 탐지할 수 있다. 이후 태평양의 이지스레이더로 탐지, 추적하면서 이지스함 기반의 SM-3와 알래스카, 캘리포니아의 GBI 요격미사일, 종말단계에는 사드와 패트리엇까지 동원해서 미국은 4~5번의 요격 기회를 갖게 된다. 실전에서 요격의 가능성 여부는 별도의 문제이고, 이러한 논리에 따르면 미국은 중국이나 북한의 탄도미사일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지고, 그만큼 보복공격을 두려워하지 않고 적의 기지에 대한 선제공격을 감행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최근 일본의 ‘적기지 공격능력’ 보유를 명시한 안보문서 개정이나 한미연합사의 작전계획5015 등이 상대방의 도발에 대한 반격이 아니라 ‘도발의 징후가 포착되면’ 적기지를 선제공격한다는 것을 기본 개념으로 깔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미국의 MD 구상은 기본적으로 선제공격을 바탕으로 구성된 작전 개념이다. 이를 중국이나 북한의 입장에서 보면 사드는 단순히 방어용 무기가 아니라 공격용 무기가 되는 셈이고, 한국에 배치된 사드는 자국의 “핵심이익”을 제일선에서 침해하는 군사적 위협이 되는 것이므로, 중국이나 북한은 유사시에는 가장 먼저 성주에 미사일을 날려 보낼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사드로 북한의 미사일 공격에 대비한다?

 

오키나와나 괌으로 향하는 북한의 중거리 미사일과 미국 본토로 향하는 ICBM을 조기 탐지하는 데는 한국배치 사드가 아주 유용하다. 그러나 남한의 주요 기지를 방어하는 데는 전혀 쓸모가 없다.

중거리미사일의 목표도달시간은 대체로 10분이고 ICBM은 30분이므로, 탐지에서 요격까지 충분한 시간과 다층방어가 가능하다. 그러나 “한반도는 종심이 짧아서” 북한의 미사일이 남한의 목표물에 도달하는 시간은 3~5분이므로 탐지하고 요격할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더구나 한반도는 산지가 많은 지형이어서 발사단계에는 탐지가 불가능할 뿐 아니라, 수중발사와 회피기동, 단거리미사일 동시대량발사 시에는 속수무책이다. 최근 러시아의 단거리미사일 75발 중에서 우크라이나가 요격에 성공한 것은 41발이었다. 요격에 실패한 34발의 미사일은 어느 땅에 떨어졌을까? 전쟁은 게임이 아니다. 전쟁무기는 군수마피아가 가지고 노는 게임아이템이 아니다.

 

 

불법배치, 불법정상화, 김천 노곡리 그리고 성주 소성리

 

1) 2016년 7월 13일, 성주에 사드를 배치한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도무지 한미합의의 실체가 없다. 국회 비준이 필요한 조약의 형식도 아니고 외교부의 공식적인 협약도 없다. 실무자들끼리 모여서 작성한 [한미공동실무단 운용결과보고서]와 실무자들끼리 발표한 [한미, 주한미군에 사드배치하기로 한 결정]이 전부이다.

 

2) 윤석열은 취임하자마자 사드기지정상화 노래를 부르고, 사드부지 일반환경영향평가를 서두르고 있다. 사드배치 과정에 이미 수많은 불법과 편법, 꼼수가 난무했지만 최근에 드러난 단적인 불법사례가 있다. 환경평가협의회를 구성할 때에는 주민대표가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 성주군이 수차례에 걸쳐 소성리에 주민대표를 추천해달라고 요청했으나, 소성리에서는 끝까지 거부했다. 결국 성주사람 누군가가 주민 ‘대표’ 자격으로 사드부지 환경평가협의회에 들어갔다는데, ‘주민’인 우리는 그 사람이 누구인지도 모르고, 성주군과 국방부는 끝내 밝히지 않고 있다.

 

3) 사드 정면 500-1,000m 거리에 있는 김천 노곡리에서는 작년과 올해 이태동안 100여 명의 주민 중에 12명이 암진단을 받고 그 중 7명이 돌아가셨다. 그럼에도 국방부와 언론은 사드레이더 전자파가 휴대전화 기지국에서 발생하는 전자파보다 적다고 떠벌이고 있다.

 

4) 문재인정부 시절인 작년 5월 14일부터 지금까지 소성리는 전쟁상태이다. 일주일에 2번 혹은 3번씩 수백 명의 경찰이 배치되어 사드기지 출입차량들의 통행을 위해 주민들을 강제로 끌어내는 작전 – 육로병참선확보작전이 계속되고 있다. 여기에 맞서서 주민들은 작년과 올해 이태 동안에만 250여 차례 기지정상화에 저항하는 평화행동을 이어오고 있다.

 

 

덧붙임: 소성리는 위대하다.

 

그 투쟁의 맨 앞자리에 항상 소성리 어머니들이 계신다. 2016년 사드성주배치가 발표되고 군청 앞에서 집회를 할 때도 소성리 어머니들이 맨 앞줄에 앉아 계셨다. 소성리에 사드가 배치되고 소성리가 자주와 평화를 위한 투쟁의 최전선에 서게 된 것은 어쩌면 소성리의 운명일지도 모른다.

소성리는 원불교 창시자 소태산종사를 이어 원불교의 종법 체계를 확립한 정산종사가 태어난 마을이다. 이 분은 일제치하와 해방정국, 한국전쟁을 거치는 혼란한 시기에 이념에 휘둘리지 않고 오직 평화와 공화의 사상을 역설한 큰 스승님이다. 1978년 유신 치하에 성주에서는 처음으로 이 마을에 여성농민운동의 씨앗이 뿌려지고, 그 여성들이 남정네들을 감화해서 농민운동에 나서게 만들어 성주 농민운동의 시발점이 되었다고 한다. 그 분들이 지금 소성리 사드투쟁의 주역이고, 그 분들의 뒷배가 되어주던 분들이 바로 소성리 어머니들이다.

한편으로, 하필이면 소성리에 배치된 것은 사드의 운명이라고 생각한다. 소성리가 아니고 다른 곳이었으면 사드투쟁을 지금까지 끌고 올 수 있었을까, 지금처럼 전국의 평화시민들이 연대해서 함께 싸울 수 있었을까 감히 생각해본다. 미국의 압력과 압도적인 국가폭력 앞에 주눅 들지 않고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싸워서 마침내 이 땅에서 사드를 뽑아내는 것, 그것이 소성리의 운명이고, 소성리에 배치된 사드의 운명이 될 것이다.

 

 

< 진술서 >

 

우리는 국가가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국가가 보장하는 질서 속에서 오늘의 일상을 내일도 안정되게 꾸려갈 것이라는 믿음 위에서, 국가에 세금을 내고 국가가 요구하는 각종의 의무를 부담하고 국법을 준수하며 살아갑니다. 그런데 국가가 어느 날 전혀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나의 삶을 송두리째 뒤흔드는 결정을 하고 반복적으로 끝도 없이 나의 생활을 침해한다면, 나에게 있어서 국가는 내 생명과 재산을 위협하는 강도와 무엇이 다르겠습니까?

 

지금 사드배치로 인해 성주 소성리의 주민들이 겪고 있는 상황이 이와 같습니다. 여기 주권국가 대한민국에서(!) 국가 간의 조약이나 정부 간의 공식적인 협약도 없이 단지 [한미공동실무단 운용결과보고서] 한 장을 근거로 국토의 일부를 외국군대에 넘겨줍니다. 2017년 사드를 배치한 후 사드레이더 전방에 위치한 김천시 노곡리 마을에서는 최근 2년 사이에 100 여명의 주민 중 12명이 암에 걸려서 그 중 일곱 분이 이미 돌아가셨습니다. 사드부지 진출입로가 되어버린 소성리 마을길은 매일 수십 대의 공사차량들과 군용차량, 유류운반차량들이 드나듭니다. ‘사드기지 정상화’는 이미 오래 전부터 그 곳에 살고 있었던 주민들에게는 ‘재난의 일상화’가 되어버렸습니다. 여기 법치국가 대한민국에서(!) 이러한 사태를 초래한 국가의 행위는 ‘정상적’이었습니까?

 

오늘도 소성리 주민들은 새벽 추위 속에 소성리 마을길 위에 앉았습니다. 불법적으로 사드를 배치하고 주민의 삶을 지속적으로 위협하는 주한미군과 한국정부에 대한 최소한의 저항입니다. 경찰이 금 그어준 집회장소를 이탈했다고 죄가 된다고 합니다. 길 위에 나오지 말고 회관 앞 난롯가에 둘러앉아서 집회를 하라고 합니다. 차량도 다니지 않는 이른 새벽 마을길 위에 채 한 시간도 못되게 앉아 있었다고 교통을 방해했다고 합니다. 사드기지로 올라가는 차량들이 늦지 않도록 경찰이 이미 우리들을 다 끌어내었고, 언감생심 차량을 막아서지도 못하고 유유히 올라가는 공사차량들을 눈앞에 지켜보며 분함을 삭일 수조차 없었던 우리가 교통방해의 죄를 지었다고 합니다. 굳이 우리에게 죄를 묻겠다면 그 잘난 국가공권력의 수고를 유발한 죄 정도는 인정하겠습니다. 그러면 성주 소성리와 김천 노곡리 주민들의 삶 자체를 위태롭게 만든 강도들에게는 어떤 죄를 물어야 하겠습니까?

 

우리의 항의행동은 지금까지 평화로웠고 앞으로도 평화로울 것입니다. 이 법정에서 유죄로 판단되든 무죄로 판단되든 우리는 끈질기고 평화롭게 항의행동을 이어나갈 것입니다. 백번 천번을 돌아봐도 우리가 옳기 때문입니다. 십 년이 걸리든 백년이 걸리든, 우리가 수천이 되고 수백만이 되어 우리 땅에서 반드시 사드를 뽑아내고 평화를 되찾아올 것을 믿기 때문입니다. 재판장님께서 현명하게 판단해주실 것을 기대합니다.

 

2022년 12월 16일

이 재판의 피고 박 수 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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