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사회과학연구소

[현장] 검찰 정부에 맞서 물류를 멈춰 세상을 바꾸자―화물연대 노동자 파업에 대한 단상

 

조일성 | 보건의료노동자

 

 

일하다 죽지 않고 죽이지 않으려는 절박한 시도가 또 한번 권력에 의해 막히고 있다. 타락한 부르주아지의 자본을 증식시키려는 시도는 노골적으로 자행되고 있음을 다시 한번 목도했다. 노동자들의 단체행동권은 법전에만 있을 뿐, 일하다 죽지 않겠다는 절박한 투쟁도 권력자가 자의적인 ‘법과 원칙’을 내세우며 폭력으로 억압하는 현실에, 작금의 노동조합 지도부는 참담하기만 하다. ‘단체행동권’이라는 게 도대체 뭐란 말인가? 작금의 ‘단체행동권’은 차 포 마까지 떼버린 장기를 두어야 하는, ‘옥쇄를 감행하는 거미줄’로만 보이는 건 나만의 착각일까?

고속도로에서 발생하는 사망사고의 대다수는 화물차와 관련된 사망사고로 나타났다. 2022년 상반기 화물차 사망사고 비율은 64.8%로 다른 차종 사망사고의 2배 이상을 차지했으며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도 유일하게 11% 증가했다. 화물차 운전자들이 마주치고 있는 노동 현장의 위험이 점점 증가함을 보여주고 있다. 그렇지만, 화물차 교통사고의 원인에 대한 언론의 입장은 비슷해 보이면서도 다른 결론을 보여주고 있다.

거의 모든 언론은 지정차로 위반과 안전띠 미착용 등 기본 안전수칙 미준수와 안전운행 불이행(졸음운전 등)이 사고원인의 91.3%를 차지한다고 짚고 있다. 또한, 무리한 적재와 과속을 위한 차량 불법개조, 차량 노후화 등 고장으로 인한 2차 사고, 제동 불량에 따른 정체구간 후미추돌사고 등을 꼽고 있다. 주로, 왜 안전운행을 못하는지를 살피기보다, 안전운행을 하지 않는 운전자의 과실과 안전수칙 불이행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도로공사가 집계한 자료를 보면, 지난 5년간 화물자동차에 의한 고속도로 사망사고의 원인 중 69.8%는 졸음 및 전방주시 태만으로 의한 것으로 되어 있다. 이는 피로에 내몰린 화물차 노동자들이 소모된 노동력을 충분히 재생산하지 못한 상태에서 현장으로 내몰리고 있음을 의미하지 않는가? 노동자의 생명력이 지속적으로 과도하게 지출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비단 운전노동자 본인뿐만아니라 도로 위를 달리고 있는 다른 사람들의 생명도 위협하는 중대한 일이다.

화물연대가 요구하고 있는 ‘안전운임제’는 과로ㆍ과속ㆍ과적 운행을 방지하고 교통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운임을 보장하는 제도이다. 실제로, 2020년부터 부분적으로 시행된 화물자동차 안전운임제는 해당 화물들을 운송하는 화물차의 사고 위험을 줄이는 효과를 보이고 있었다. 제도 시행 이후 어느 정도는 해당 화물노동자가 장시간의 심야노동이나 과적ㆍ과속 등으로 죽지하고 일할 권리를 보장하는 제도적 장치가 되어 주었던 것이다.

그렇지만 윤석열의 현 검찰정부는 안전운임제를 확대하는 것을 단호히 거부하며, 그나마의 것의 연장에 대해서도 애매한 태도를 고수해왔다. 자본의 이윤 증대를 위해 화물노동자의 목숨을 내놓도록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과도하기 그지없는 화물운송 노동을 강요하고 있으며, 화물운송과 관련된 사고의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轉嫁)하는 전가(傳家)의 악습을 답습하고 있는 것이다.

 

그간에 일어난 일련의 사건을 대략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화물연대는 이번 파업과 동일하게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와 품목확대’를 요구하며 지난 6월에도 8일간 파업을 진행한 바 있다. 화물연대와 국토교통부는 다섯 번의 교섭 끝에 6월 14일 “안전운임제 지속추진과 품목확대에 대해 논의한다”고 합의했고, 이에 화물연대는 현장으로 복귀했다. 9월 29일에는 국토건설부가 “안전운임제의 교통안전 개선효과가 불분명하다”는 취지의 보고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이는 국토건설부의 연구용역으로 2021년 12월에 한국교통연구원이 작성한 ‘안전운임제 성과분석 보고서’와는 배치되는 내용이었다. 이후 11월 14일 화물연대는 “6월 파업 이후 국토부가 안전운임제 관련 논의에 나서고 있지 않다”며 “정부와 여당이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와 품목확대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11월 24일 총파업하겠다”고 선언했다. 11월 22일에는 정부와 여당은 ‘품목 확대 없이, 일몰 3년 연장’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11월 24일 0시부터 화물연대 2만 6천여 조합원이 파업에 돌입했다. 11월 29일 대통령이 국무회의를 주재, 시멘트 품목에 화물운송사ㆍ운수종사자에 대한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했고, 공정거래위원회도 화물연대를 노동조합이 아닌 ‘사업자단체’로 보고,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를 조사하겠다고 나섰다. 그러나 업무개시명령은 ‘개인사업자’에 해당하는 화물기사에게 ‘강제노동’을 부과한다는 점에서 ‘위헌’ 논란이 있음은 물론 2004년 제도 도입 이후 지금까지 한 번도 시행된 적이 없던 명령이다.

이후, 공공운수노조와 민주노총은 “업무개시명령은 국제노동기구(ILO) 결사의 자유 협약과 강제노동 협약을 위반”임을 국제노동기구(ILO)에 알리고 ‘개입’을 요청했으며 나흘 만에 국제노동기구가 사무총장 명의의 공문을 통해 개입했다. 정부는 이를 “단순 의견조회에 불과하다”며 간단히 무시해버렸다. 심지어 12월 5일에는 대통령이 참모들과의 회의에서 화물연대 파업을 “핵 위협과 마찬가지”라며 “원칙을 세워야 한다”고 엄포했다.

민주당은 화물연대의 요구에 대체로 부합하는 안전운임제 일몰제를 폐지하고 품목을 확대하는 법안을 발의해둔 상태였다. 그런데 12월 8일 민주당은 파업 전 정부ㆍ여당의 입장이었던 ‘안전운임제 일몰 3년 연장안’을 수용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화물연대는 거듭되는 업무개시명령에 파업 돌입 16일 만에 파업을 철회하고 백기를 들어야만 했다. 이는 전체 조합원 총투표 결과에 따른 결정으로, 투표에 참여한 조합원 중 61.84%가 파업철회에 동의했다. 이에 정부ㆍ여당은 16일간 파업으로 혼란을 초래한 만큼 기존 정부ㆍ여당 안도 아닌, 안전운임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화물노동자는 기존의 권리조차 박탈당하고 있는 것이다.

 

윤석열의 현 검찰정권은 ‘노동조합하지 말라. 파업하지 말라’며 헌법에 명시된 노동기본권마저 무시하면서 노골적으로 자본가의 편을 들어주고 있다. 노동자를 ‘귀족’이라는 시대착오적인 단어로 갈라치기를 시도하고 있으며, 경제위기를 떠들며 대중의 귀를 현혹시키고 있다. 사상 초유로 발동한 업무개시명령은 국가가 드러내놓고 강제노동을 강요하는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이다. 노동, 노동기본권에 대한 천박한 인식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자본의 이윤보다 안전을 강조하는 화물노동자의 투쟁은 끝나지 않았다. 지금도 화물연대 본부는 국회 앞에서 단식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정부는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며 ‘엄정 대응’을 지시했다. 그리고, 스스로 권리를 쟁취하고자 자동차 번호판까지 떼고 들고 집회에 참가한 노동자 34명을 고발했다. 자본가계급의 이윤인가, 노동자의 안전인가? 이를 둘러싼 싸움은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지금도 벌어지고 있다.

행동의 깃발을 들고 연대하는 투쟁이 절실하게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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