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사회과학연구소

[정세] 한국경제 동향: 공황의 재격화, 그리고 신용경색

 

권정기 | 편집위원

 

 

공황의 폭발이 연기되다

 

지난 2020년 이른바 “코로나 공황”이 발발했다. 이것에 모두 동의한다. 부르주아 통계에서 이를 확인해 보자. 국내총생산(GDP)의 증감을 보면, 전년에 비해 2020년 –1.1%, 2021년 4.9% 증가하고 있다. 2022년에는 전년동기대비 1분기 4.0%, 2분기 4.5% 증가하고 있다[1]한국개발연구원에서 발간하는 <2022년 10월 KDI 경제동향>에서 발표한 수치임.. 통계에서만 보면 공황을 단숨에 극복한 것처럼 보인다.[2]채만수, ≪노동자교양경제학≫. 노사과연, 2015년 제6판 2쇄, pp. 397-398. “공황 혹은 위기란, 사회적 재생산의 급격한 중단이고, 과도하게 팽창한 생산이 … Continue reading

그런데 공황이란 무엇인가? 공황이란, 빈곤한 대중의 소비는 제한되고, 이에 반해 생산은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생산과 소비가 충돌하는 현상이다. 과잉생산된 자본이 파괴되는 과정이다. 이 부분을 ≪노동자교양경제학≫의 서술에서 확인해 보자.

 

자본의 가치파괴

여기에서 우리는, 그렇다면 경제공황, 혹은 경제위기는 자본주의적 생산이 지속되는 데에서, 혹은 그것이 지속되게 하는 데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 역할이란 다름 아니라 자본이 이윤율을 회복하여 그 축적과 재생산을 새롭게 전개할 수 있는 조건들을 창출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러한 조건들은 어떻게 해서 창출되겠습니까?

다름 아니라 바로 자본 자신을 파괴함으로써, 그리고 수많은 노동자들을 거리로 내몰고, 그리하여 임금을 삭감함으로써 그러한 조건들이 창출되는 것입니다. 우선 자본의 가치파괴에 대해서만 말한다면, 과잉축적되고 과잉생산된 자본을, 그 자신의 가치를 파괴하는 것입니다.

어떻게? …

수많은 자본이 부도를 내고 도산해서, 공장과 기타 생산시설이 멈추고, 폐기되고, 수많은 상품이 정상적인 가격―생산가격―이하로 투매되고, 창고에 쌓여서 후락(朽落)해가고, 하는 등등이 모두 자본의 자기가치파괴이고, 그 파괴란 바로 그런 형태로 벌어지는 것…

아무튼 이렇게 자본은 자신의 가치파괴를 통해서 과잉생산을 해소하고, 그리하여 바로 그 공황을 일으켰던 원인을 해소시킵니다. 그리고 과잉생산에 따른 이윤율의 저하로 치열한 경쟁전이 벌어지고 투매가 벌어지면서, 그리고 경쟁전으로 임금이 일시적으로 상승하면서, 다시 이윤율이 더욱 낮아졌는데, 이제 과잉생산이 해소되고 경쟁이 완화된 만큼 상품의 투매도 멎게 되고, 이윤율도 회복되게 되며, 또한 수많은 노동자들이 길거리로 내쳐져 임금이 폭락하면서 그 역시 이윤율을 끌어 올리게 됩니다.

공황은 이렇게 과잉자본과잉생산을 파괴함으로써 그 자체로써 생산을 축소하고, 자본과 자본 간의 경쟁을 완화하여, 그리고 실업을 증대시켜 임금을 삭감함으로써 이윤율을 회복시키는 것입니다.[3]채만수, <노동자교양경제학>. 노사과연, 2015년 제6판 2쇄, pp. 496-498. (이하 강조는 모두 인용자)

 

“자본은 자신의 가치파괴를 통해서 과잉생산을 해소”하고, “생산을 축소”시킨다. 이것이야말로 “바로 그 공황을 일으켰던 원인을 해소”시키는 과정이고, 이른바 “공황을 극복”하는 과정이다.

그러면 지난 2020년 한국에서 생산은 얼마나 축소되었을까. 공식적으로는 GDP –1.1%로 표현되지만,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먼저 기업의 부도(파산)를 보자. <한국경제신문>은 “코로나19 위기에도 낮은 부도율”이 유지되고 있다고 보도한다.

 

코로나19 위기에도 낮은 부도율, 어떻게 읽어야 하나

 

경기침체를 겪고 나면 ‘높아진 부도율’이 상흔처럼 남기 마련이다. 1998년 외환위기 때 그랬고,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번 코로나19 위기는 어떨까. 2020년 실질 경제성장률이 1998년 -5.1% 이후 20여 년 만에 마이너스(-1.0%)를 기록했다. 아주 혹독한 경기침체를 겪은 해였다. 그런데 놀랍게도 당사가 지난해 초 신용등급(무보증 선순위 회사채 기준)을 부여한 370개 기업 가운데 부도(광의부도)를 낸 곳은 한 곳도 없었다. 1998~1999년 연평균 10.5%, 2008~2009년 연평균 3.3%였던 부도율과 대비된다.
당사의 사례가 특이한 건 아닐까 싶어 다른 신용평가사의 부도율도 엿봤다. 금융감독원 공시자료로 추정컨대, 한국기업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의 부도율도 1%에 못 미쳤다. 회사채 시장이 주로 대기업 위주로 구성돼 있어 그런 게 아닐까. 대기업은 호황인데 중소기업은 어려운, 이른바 비대칭 회복(K-shaped recovery) 때문이 아닐까. 그래서 소규모 기업도 많이 이용하는 어음의 부도 상황을 찾아봤다. 어음의 씀씀이가 달라져 과거 수치와 직접 비교하기 어렵지만, 2020년 어음 부도 건수는 292건에 그쳤다. 전년의 414건보다 오히려 줄었다. 역대급 태풍이 지나갔는데 길거리에 잔해가 거의 없는 셈이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 조심스럽게 낮은 부도율의 배경 요인을 다음과 같이 추정해본다.
우선 정부와 중앙은행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금융시장이 크게 출렁이지 않았다. 코로나 사태가 터진 후 금융시장이 잠시 위축되기도 했지만 △기준금리 인하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 △회사채 신속인수 △대출 만기 연장 등 전방위적인 금융정책에 힘입어 금방 안정을 되찾았다. 기준금리는 역대 최저인 연 0.5%로 인하됐고, 위기 때마다 출렁였던 신용 스프레드(금리 격차)는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됐다. …
마지막으로 정부가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펼쳐 위축된 민간의 역할을 대신했던 점이 주효했다. 2020년 본예산 기준 정부의 통합재정 규모는 국내총생산(GDP)의 25%를 웃돌았다. 여기에 네 차례의 추경으로 약 67조원의 예산을 추가 편성했다.[4]양진수 한국신용평가 평가기준실장, “코로나19 위기에도 낮은 부도율, 어떻게 읽어야 하나”, <한국경제신문>, 2021.07.05. … Continue reading

 

위의 인용문에서 제시한 그림 “한국신용평가 연간 광의부도율”에서 보면, “전체 부도율”이 다른 경제위기 시기에는 10.5%(1997년), 3.3%(2007년)이지만, 2020년에는 0%가 나온다. 이는 기타기간(일상적 기간)의 1.3%에도 못 미치는 수치이다. 그 원인은 “정부와 중앙은행의 적극적인 개입”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결국 정부의 개입으로 과잉생산자본이 폐기되지 않았다고 결론을 내릴 수 있다.

 

 

과잉생산의 축적

 

정부의 개입으로 과잉생산자본이 폐기되지 않았으므로 생산은 유지될 것이다. 생산은 노동자가 하는 것이므로, 취업자수의 변화로 생산의 증감[5]국민총생산수치는 거의 믿을 수가 없다. 취업자수는 이보다는 양호하다고 생각된다.을 보다 구체적으로 추측해보자[6]한국개발연구원, <2022년 10월 KDI 경제동향>, p. 8..

그림 “주요산업별 취업자수(한국개발연구원)”에서 그 변화를 살펴보자, 서비스업[7]인쇄된 책을 읽는 독자는 색을 알 수가 없을 것이다. 큰 폭으로 상하로 변화하는 것이 전산업과 서비스업 취업자 수이다.에서 큰 폭으로 변화가 있다. 대부분 상업, 소규모 자영업에 고용된 노동자 등, 비생산적 부분의 단기직 노동자이다. 이들의 변화가 “전산업 취업자 수”의 변화를 초래하고 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생산적 부분인 제조업과 건설업 노동자이다. 양 부분의 취업자는 2020년에도 큰 변화가 없다. 즉 공황 시기에도 생산의 감소가 미미했다는 의미이다. 건설업(점선)에서는 2020년 하반기에 미미하지만 증가하기까지 한다.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통화를 증발하지만, 이 돈이 부동산투기에 몰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부동산거품(과잉생산)이 벌써 발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반면 이 시기 제조업 노동자수는 약간 줄어들고 있다. 건설업 노동자는 2021년에도 증가한다. 부동산거품이 축적되고 있다. 그러다가 2022년 후반기에 감소가 시작되고 있다. 거품의 붕괴가 시작된 것이다. 제조업에서는 2022년 하반기가 되어서야 증가한다. 과잉생산이 다시 발생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8]공황을 극복하고, 다시 침체기를 넘어서 중위의 호황으로 상승하고 있다는 해석도 추상적으로는 가능하다. 하지만 “금융위기”가 이미 유행어가 된 … Continue reading

제조업에서 과잉생산이 다시 발생하고 있음은, 그림(제조업 출하지수 및 재고지수[9]한국개발원, 같은 책, P. 34. )의 수치에서 추측할 수 있다.

“출하지수”란 생산된 상품이 팔리는 정도를, “재고지수”란 팔리지 않고 창고에 쌓여있는 정도를 표시한다. 그림에서 2022년 들어 제조업에서 재고지수가 큰 폭으로 상승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과잉생산이 가장 심각한 곳은 당연히 건설업이다. “미분양이 급증”하고 있다는 <조선일보>의 기사를 보자.

 

미분양 급증, 대출금리·자재값 급등… 휘청이는 건설업계

PF대출 문턱 높아져 사업 난항. “금융 위기때처럼 도산할 수도”

 

주택 수요 감소로 미분양이 급증하는 추세다. 국토교통부가 집계한 7월 전국 미분양 주택은 3만1284가구로 작년 12월(1만7710가구)보다 70% 넘게 늘었다. 대구에서 아파트를 짓는 한 건설사는 입주 시점이 임박한 상황에도 분양률이 20%대에 그치자 당분간 분양을 포기하고 미분양 물량을 임대주택으로 운영하기로 했다.[10]정순우 기자, “미분양 급증, 대출금리·자재값 급등… 휘청이는 건설업계”, <조선일보>, 2022.09.29. … Continue reading

 

그림에서 보면, 전국 미분양 주택수는 2021년 9월 13,842가구에서 2022년 7월 31,284가구로 약 2.5배 증가하고 있다. 기사는 미분양의 원인, 즉 과잉생산의 원인을 “주택 수요 감소로” 보고 있다. 일종의 “과소소비론”이다.

결론은 이러하다. 생산과 소비의 충돌, 이로 인한 과잉생산자본의 파괴, 즉 부도를 정부재정지출확대와 한국은행의 통화증발로 일단은 막아냈다. 덕분에 생산은 감소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대중의 소비력(구매력)이 획기적으로 증진된 것도 아니다. 대중은 여전히 가난하다. 예외적으로 구매력이 획기적으로 증진된 곳이 있기는 하다. 부동산이다. 너도나도 빚을 내서, 부동산을 구매했다. 그래서 건설업은 생산을 늘렸다. 그러나 빚은 무한히 증가할 수는 없다. 위험을 감지한 한국은행은 2021년 하반기부터 금리를 올리고 대출을 조였다. 그 결과 과잉생산이 바로 여기서 폭발하고 있다. 아파트 미분양이 급증하고, 건설사는 자금압박을 받고, 이를 눈치챈 은행들은 대출을 꺼리고, 이자율이 올라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신용경색

 

위에서 소개한 <조선일보>의 같은 기사이다.

 

부동산 개발 사업은 통상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로 사업비를 조달하는데, 최근 PF 대출이 막히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부동산 경기가 한풀 꺾이고 PF 대출 연체율이 작년 말 0.18%에서 올해 6월 기준 0.5%까지 오르면서 금융사들이 대출을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권 PF 대출은 사실상 중단됐으며, 증권사·보험사도 연 10~20%에 달하는 고금리를 요구하는 상황이다. 한 시행사 대표는 “이자 외 각종 수수료까지 얹어 30%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며 “이런 상황에선 사업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11]정순우 기자, 같은 기사.

 

“은행권 PF 대출은 사실상 중단됐으며, 증권사·보험사도 연 10~20%에 달하는 고금리를 요구”하는 상황은 건설업에서 신용경색이 이미 심각하다는 의미이다.

건설업에서 시작된 신용경색은 점차 퍼져나가고 있다. 최근 불거진 춘천의 테마파크 건설사업인 “레고랜드 부도사태”와 건설업 전체에 약 “150조원 대출”을 가지고 있는 금융권이 대출을 축소하고 있다는 상황을 보도하고 있는 <조선일보>의 기사를 보자.

 

금리가 급등하면서 빌린 돈을 갚지 못하는 부동산 개발 사업이 늘어나고, 지방 중소 건설사들이 부도 위기로 몰리는 등 부동산발(發) 경제 위기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부동산 개발 사업에 돈을 댔던 증권사 등 금융사들로 부실이 옮아붙을 가능성이 커지는 중이다. 금융권이 움츠러들면서 시중 단기 자금이 말라, 멀쩡한 회사들까지 대출난을 겪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2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금융권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잔액은 지난 6월 기준 112조원에 달한다. 만기가 짧은 PF 유동화증권 등까지 합치면 150조원대로 불어난다.

◇ 커지는 부동산PF발 위기론…150조 부동산PF 부실 터지나

최근 발생한 춘천의 테마파크 ‘레고랜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미상환 사태는 시장의 불안감에 불을 질렀다. 이 사업을 담당한 강원도 산하 강원중도개발공사(GJC)는 사업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특수목적법인(SPC·아이원제일차)을 설립하고 2,050억원 규모의 ABCP를 발행했다. 강원도가 지급 보증을 서면서 국고채 수준으로 대우받았다.

그러나 강원도는 지난달 29일 만기가 다가오자 기관들에 대출채권 상환 불가 입장을 밝히고, 법원에 중도개발공사 회생을 신청하겠다고 발표했다. 아이원제일차의 신용 등급은 한순간에 ‘A1′에서 ‘C’로 강등됐고, 2,050억원의 ABCP는 지난 6일 최종 부도 처리됐다. 지자체가 보증한 어음까지 부도가 나는 상황이 닥치면서 ‘돈값’은 더 가파르게 치솟았다.

2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날 기업어음(CP·91일물) 금리는 4.1%로 마감했다. 4%를 넘은 것은 금융 위기 당시인 20091월 말 이후 처음이다. 신용스프레드(회사채와 국고채 금리 차이)도 올 초 대비 2배로 벌어져, 일반 기업들의 차입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3분기 신용 등급 A 회사채 중 매각되지 않은 것이 58%에 달한다. 작년 같은 기간에는 이 비율이 1%였다.

부동산 시장이 호황일 때 개발 사업에 돈을 대주고 짭짤한 수익을 얻던 금융사들은 패닉에 빠졌다. 이번에 부도가 난 레고랜드 ABCP에도 10개 주요 증권사가 빠짐없이 투자했다. 20일 국내 주식시장에서 19개 증권사를 모아놓은 ‘코스피 증권’ 지수는 3.43% 하락했다. 올투자증권(-9.1%), 키움증권(-8.26%), 유진투자증권(-7.27 %) 등의 낙폭이 컸다.

충남 지역 6위 종합건설업체 우석건설이 최근 1차 부도가 나고, PF 우발채무 때문에 롯데건설이 18일 2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실시하는 등 부동산발 도미노 위기 우려도 커지면서 이날 태영건설(-6.67%), 금호건설(-5.52%), 동부건설(-4.65%) 등도 두드러진 하락세를 보였다.[12]김은정, 김효인 기자, “레고랜드 부도 패닉… ‘150조 대출’ 금융권이 떨고 있다”, <조선일보>, 2022.10.21.

 

“10월 20일 현재, 금융 위기 당시인 2009년 1월 말 이후 처음으로 기업어음(CP·91일물) 금리가 4.1%로 마감했다.” “신용 등급 A 회사채 중 작년 같은 기간에는 매각에 실패한 비율이 1%였던 것이, 올 3분기에는 58%에 달한다.” 이는 “부동산발 도미노 위기”, 즉 건설업체들이 위기에 빠지고, 이들에게 대출을 해주었던 “10개 주요 증권사”가 부실해지면서,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올리면서, 전 산업 부분으로 위기가 퍼져나가고 있음을 보여준다[13]류정, 임경업 기자, “대기업마저 3대 돈줄 막힌다”, <조선일보>, 2022.09.29. 회사채 금리 폭등, 은행은 대출 거절, 증시마저 얼어붙어/ 자금 급한 … Continue reading.

 

 

공황을 폭발시킬 가계부채

 

과잉생산은 이윤의 압박을 낳고, 기업은 빚을 갚을 수가 없다. 부도가 증가하고 은행을 타격한다. 은행은 대출을 조이고 금리가 오른다. 신용경색이 발생한다. 이제는 은행이 실물경제를 타격한다. 전방위적으로 타격을 받겠지만, 가장 빚이 많을수록 가장 위험하다. 가계가 가장 위험해 보인다. 그 실태를 살펴보자.

 

가계 숨은빚 1000조 육박…고금리에 한국경제 시한폭탄

가계부채 합치면 3천조 훌쩍/고금리에 위기 뇌관 될 수도

 

기준금리가 10년 만에 3%대에 진입하며 빚 부담에 시달리는 취약가구 붕괴 우려가 커진 가운데 가계부채 통계에서 빠진 숨은 부채가 1000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

이날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가계부채는 2191조6000억원(자금순환통계 기준)으로 사상 처음 2000조원을 돌파했다. 올해 1분기는 2213조7000억원으로 부채가 더 늘었다. 숨어 있는 부채인 전세보증금까지 더하면 지난해 총가계부채는 31874000억원으로 3000조원을 훌쩍 넘어선다. 가계부채가 지난해 명목 국내총생산(GDP·20715000억원)보다도 53.9%나 더 많은 것이다. … 조사 대상 43개국 가운데 1위로 뛰어오른다.[14]김정환 기자, “가계 숨은 빚 1000조 육박…고금리에 한국경제 시한폭탄”, <매일경제 & mk.co.kr>, 2022.10.17.

 

가계빚은 공식적으로는 2191조6000억원이다. 여기다 사실상 빚인 전세금을 더하고, “사업자 대출”로 취급되어 기업의 빚으로 통계에는 잡히지만 사실상 가계빚인 영세자영업자의 빚을 합치면 3187조4000억원에 이른다. 부채수준은 세계 1위이다. 국내총생산(GDP·2071조5000억원) 대비 153.9%이다. 미국(78.0%), 일본(68.8%), 독일(56.8%), 중국(61.6%) 등 주요국과 비교해 보면 그 심각성을 알 수 있다.

국민 1인당 부채는 6천3백748천원(3187조4000억원/5천만명), 4인 가구라면 2억 5,500만원의 빚이 있는 셈이다. 이자율이 5%라면, 159조3700억원을 매년 이자로 지급하게 된다. 국민 1인당 연간 약 320만원을 이자로 지급하게 된다. 4인 가구라면 한 달에 107만원을 이자로 내야 한다. 만약 이자가 10%라면 월 214만원이다. 이는 대중의 소비를 더욱 축소시켜서, 소비와 생산의 모순을 심화시키고, 공황을 고통스럽고 길게 끌고 갈 것이다. 가계부채는 근본적으로 대중의 빈곤의 징표이고, 주요 부분은 주택 구매 비용이다. 따라서 향후 예견되는 대규모 가계부실과 파산은 건설업계 부도와 동전의 양면을 이룬다. 빚으로 쌓아올린 소비와 생산의 붕괴이다.

 

 

미국의 기준금리인상과 이른바 “양털깎기”

 

올해 들어 미국이 기준금리를 급격히 인상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경제위기의 원인이라는 주장들이 있다. 다음 기사에서 그 내용을 알아보자.

 

[한국경제 위기인가] ③美연준이 최대 뇌관…가계빚·부동산도 위태

“과거 미국이 금리를 빠르게 올린 시기마다 대체로 몇 년 뒤 아시아 외환위기, 미국 서브프라임발 금융위기 등이 터졌다.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이번에도 만약 경제 위기가 우리나라까지 닥친다면 진원지는 다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일 것”

정부 한 관계자의 말처럼, 현재 상황에서 가장 유력한 경제위기 시나리오는 미국의 급격한 금리 인상 여파로 외국인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원/달러 환율은 치솟고, 물가가 더 뛰면서 금융 위기의 불씨가 실물경제로 옮겨붙는 것이다.

◇ 연준 금리 인상 뒤 외환위기·금융위기…가장 강력·위험한 변수

과거 1990년대 이후 대표적 미국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기는 ▲ 1기 1996년 6월∼2000년 5월 ▲ 2기 2004년 6월∼2006년 6월 ▲ 3기 2015년 12월∼2018년 12월 세 차례 있었다.

1기의 끝부분과는 아시아 외환위기, 닷컴 버블 붕괴가 겹치고, 2기 직후에는 미국 서브프라임 부실 사태에 따른 글로벌 금융위기가 도래했다. 이보다 앞서 1980년대 초에도 고유가로 치솟은 물가에 대응하기 위해 연준이 금리를 서둘러 올린 때가 있었는데, 이것이 이후 1982년부터 시작된 라틴아메리카 외채 위기를 촉발했다는 분석도 있다.

시기마다 상황과 변수는 조금씩 다르지만, 기본적인 충격의 전파 경로는 대체로 비슷하다.

미국 연준이 국내 물가 등을 잡기 위해 금리를 인상하면, 달러 가치가 오른다. 하지만 미국 외 다른 나라에서는 자금이 빠져나가고 자국 통화 가치가 떨어져 결국 해당 국가의 대외 신인도가 타격을 입는다. 다른 나라들이 금리 격차 확대와 통화 절하를 막기 위해 미국을 따라 금리를 올리기 시작하면, 고환율(달러대비) 환경에 고금리까지 겹쳐 수입업체나 소비자 등 경제 주체들은 고통을 받고, 결국 소비 위축 등으로 실물 경제까지 흔들리기 시작한다.

간단히 말해 미국이 돈줄을 강하게 죄기 시작하면, 글로벌 경제에서 가장 취약한 부분이 드러나면서 위기가 닥치는 구조다. 심지어 (2008년 : 인용자) 금융위기 당시에는 미국의 통화 긴축으로 기준금리가 5%를 훌쩍 넘어서자 다른 나라도 아닌 자국 내부에서 가장 부실한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주택담보대출)의 환부가 터졌다.[15]신호경 기자, “[한국경제 위기인가] ③ 美연준이 최대 뇌관…가계빚·부동산도 위태”, <연합뉴스>, 2022.10.02.

 

 

“이번에도 만약 경제위기가 우리나라까지 닥친다면 진원지는 다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일 것”이라고 한다. ”연준 금리 인상 뒤 외환위기·금융위기“가 발생했다고 한다. “과거 1990년대 이후 대표적 미국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기는 ▲ 1기 1996년 6월∼2000년 5월 ▲ 2기 2004년 6월∼2006년 6월 ▲ 3기 2015년 12월∼2018년 12월 세 차례 있었다.” 그 결과로 각각의 금리인상기에 “아시아 외환위기(1기), 닷컴 버블 붕괴(1기)” “미국 서브프라임 부실 사태에 따른 글로벌 금융위기(2기)가 도래했다”고도 한다. 즉, 미국의 금리인상이 경제위기(공황)의 원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위의 그림“한미 기준금리 역전기”에서 미국의 기준금리를 보자. “2기 2004년 6월∼2006년 6월”까지 미국은 기준금리(정책금리)를 지속적으로 올리고 있다. 그리고 2007년 경제위기(공황)이 발생했다. 이후 신용경색이 초래되고 시장금리가 일시적으로 치솟았을 것이다. (위의 그림에서는 물론 보이지 않는다) 정부는 급격히 기준금리를 인하하고 통화를 풀어(“양적완화” 등등) 신용경색을 완화한다. 이를 현상적으로 보아서, 2006년까지 “기준금리가 5%를 훌쩍 넘어서자 다른 나라도 아닌 자국 내부에서 가장 부실한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주택담보대출)의 환부가 터졌다”고, 즉 2007년의 대공황의 원인이 기준금리인상이라고 인식하게 된다.

그러나 이는 원인과 결과를 혼동하는 것이다. 경제위기가 와서 금융위기가 오는 것이지, 그 역은 아니다. 정책금리의 인상이 금융위기를 초래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면 왜 정책금리를 인상하는 것일까? 라틴아메리카 같은 약소국들의 “외채 위기를 촉발”하고, 한국의 1997년 같은 “외환금융위기”를 촉발시켜서, 제국주의 금융자본이 약소국들을 약탈하기 위한 것인가? 이른바 “양털깎기”를 하려는 것인가?

관리통화제 하에서 정책기준금리는 시장금리[16]여기서 시장이자율에 대한 <자본론>에서의 맑스의 서술을 보자. “그러므로 이자율에 표현되는 대부자본의 운동은 대체로 산업자본의 운동과는 … Continue reading에서 자유롭지 못하다.[17]이 부분은 필자의 생각이다. 비판적 논의를 기대한다. 경제위기 시에 신용경색이 오고 시장금리가 폭등하면, 이를 완화하기 위하여 기준금리를 내려야 한다. 공황에 이어지는 침체시기에는 시장금리는 최저수준이다. 이때에도 낮은 정책금리를 유지해야 한다.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서는 돈줄을 조여서는 안 된다. 경기가 다음 국면 “중위의 호황(활기증진기)”가 되면 시장금리는 약간 상승하지만 여전히 높지는 않다. 그러나 경제가 활력을 찾았으므로, 정부는 그동안 방출한 통화를 거두어들이기 위해서, 금리를 인상할 수가 있다. 번망기에, 특히 그 말기에 이르면. 투기적으로 사업 확장이 발생한다. 시장금리가 오르게 된다. 계속 낮은 정책금리를 유지하면, 은행들은 더 많은 돈을 중앙은행에서 빌려갈 것이다. 이는 기업과 가계의 과도한 부채를 초래하여, 경제가 위험해진다. 더구나 이 시기에는 이제까지 공급된 통화를 회수하여야 한다. 그래야만 다음번 공황 때, 인플레이션을 줄이면서, 다시 통화를 팽창시킬 수 있다. 그래서 경기가 좋아지면 기준금리를 인상하여야 한다. 이러한 과정은 공황 직전까지 금리를 인상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이것은 금리인상이 공황을 유발한 것이라는 생각을 유포시킨다.

금리의 인상과 인하, 즉 신용의 수축과 팽창은 공황의 원인이 아니라 그 징후일 뿐이다. 맑스는 이렇게 얘기한다.

 

경제학의 천박성은 특히, 산업순환의 시기 변동의 단순한 징조에 불과한, 신용의 팽창과 수축을 그 원인으로 간주하는 데에서 나타난다. 일단 일정한 운동에 내던져진 천체가 끊임없이 동일한 운동을 반복하는 것과 전적으로 마찬가지로, 사회적 생산도, 그것이 일단 저 번갈아 일어나는 팽창과 수축의 운동에 내던져지자마자 끊임없이 그 운동을 반복한다. 결과들이 다시 원인들이 되어, 그 자신의 조건들을 끊임없이 재생산하는 전체 과정의 부침은 주기성의 형태를 취한다.[18] 칼 맑스, <자본론> 제1권, 제4분책, 채만수 역, 노사과연, 2020, p. 1049.

 

지금 진행되고 있는 미국의 급격한 금리인상은, 미국 정부도 인정하는 것처럼, 2007년 대공황 이후 지속된 거대한 통화 증발로 발생한 (초)인플레이션이 그 원인으로 보인다. 또한 다른 국가들에 비해 경기가 덜 나쁜 것도 금리인상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이에 비해 중국과 일본은 통화완화정책을 지속하고 있는데, 경기가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미국은 지금 달러를 거두어들이지 않으면 “달러가치”가 폭락하고, 기축통화의 지위가 크게 흔들릴 것이다. 곧 발생할 수 있는 경제위기에 대응할 수도 없어진다. 계급투쟁도 격화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달러가 미국으로 회귀하면서, 약소국에서 “외환위기”가 발생하고 있다. 이들 국가에서 부동산, 주식, 채권 등의 자산 가치는 폭락할 것이다. 이 기회를 이용하여 초국적 금융자본은 헐값에 이것을 사들일 수 있다. 즉 “양털깎기”가 경제위기의 결과로 발생한다. “양털깎기”를 하기 위해, 경제위기를 유발시키거나 기준금리인상을 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이 과정을 더욱더 폭력적으로 진행하여, 더욱 많이 약탈하는 힘은 초국적 금융자본이 가지고 있을 것이다.

 

지금 한국에서는 신용경색이 발생하고 있다. 공황이 재격화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경제는 중국과 긴밀하게 맞물려 있다. 그래서 중국처럼 금리를 인하하여야 할 시기이다. 그런데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달러가 빠져나가고 환율이 폭등하고 있다. 이를 제어하기 위해서, 한국은행은 오히려 금리를 인상하고 있다. 신용경색을 악화시키고 공황의 폭발을 자극하고 있다. 그렇다고 만약 금리를 내린다면 환율이 더 폭등하고, 이른바 “외환위기”의 형태로 공황이 촉발될 수도 있다. 이래도 저래도 위기의 폭발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노사과연

 

References

References
1 한국개발연구원에서 발간하는 <2022년 10월 KDI 경제동향>에서 발표한 수치임.
2 채만수, ≪노동자교양경제학≫. 노사과연, 2015년 제6판 2쇄, pp. 397-398. “공황 혹은 위기란, 사회적 재생산의 급격한 중단이고, 과도하게 팽창한 생산이 경련을 일으키면서 축소‧수축되는 국면이기 때문입니다. … 근대 자본주의 경제는 대체로 ‘중위의 호황(활기증진기)→번망기→공황(위기)→침체→중위의 호황→……’의 순환을 거듭하는 것입니다. 물론 그 순환이 거듭될수록 더욱 거대하고 격렬한 그것으로 ‘성장’하면서, 그리하여 이윽고 종국적인 파국을 맞을 때까지.
3 채만수, <노동자교양경제학>. 노사과연, 2015년 제6판 2쇄, pp. 496-498.
4 양진수 한국신용평가 평가기준실장, “코로나19 위기에도 낮은 부도율, 어떻게 읽어야 하나”, <한국경제신문>, 2021.07.05. https://www.hankyung.com/economy/article/202107022634i
5 국민총생산수치는 거의 믿을 수가 없다. 취업자수는 이보다는 양호하다고 생각된다.
6 한국개발연구원, <2022년 10월 KDI 경제동향>, p. 8.
7 인쇄된 책을 읽는 독자는 색을 알 수가 없을 것이다. 큰 폭으로 상하로 변화하는 것이 전산업과 서비스업 취업자 수이다.
8 공황을 극복하고, 다시 침체기를 넘어서 중위의 호황으로 상승하고 있다는 해석도 추상적으로는 가능하다. 하지만 “금융위기”가 이미 유행어가 된 현시기의 상황으로 판단할 때, 어불성설이다.
9 한국개발원, 같은 책, P. 34.
10 정순우 기자, “미분양 급증, 대출금리·자재값 급등… 휘청이는 건설업계”, <조선일보>, 2022.09.29. https://www.chosun.com/economy/real_estate/2022/09/29/NLC3FZ5ARVFGZMKXFA5RJKKAYE/?utm_source=naver&utm_medium=referral&utm_campaign=naver-news
11 정순우 기자, 같은 기사.
12 김은정, 김효인 기자, “레고랜드 부도 패닉… ‘150조 대출’ 금융권이 떨고 있다”, <조선일보>, 2022.10.21.
13 류정, 임경업 기자, “대기업마저 3대 돈줄 막힌다”, <조선일보>, 2022.09.29.

회사채 금리 폭등, 은행은 대출 거절, 증시마저 얼어붙어/ 자금 급한 스타트업은 투자자 못 찾아… “이러다 줄도산”/ 회사채 발행 62% 급감, 대형투자 줄줄이 연기

회사채 시장은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1~23일 회사채 발행액은 전년 동기 대비 62% 감소한 2조8214억원에 그쳤다. 코로나 영향이 컸던 2020년 같은 기간(5조9579)의 절반도 안 된다. 회사채 금리는 고공 행진 중이다. 지난 23일 신용등급이 AA-인 기업의 무보증 회사채 3년물 금리는 연 5.12%, BBB-인 기업은 연 11.04%까지 오르며 연고점을 기록했다.

14 김정환 기자, “가계 숨은 빚 1000조 육박…고금리에 한국경제 시한폭탄”, <매일경제 & mk.co.kr>, 2022.10.17.
15 신호경 기자, “[한국경제 위기인가] ③ 美연준이 최대 뇌관…가계빚·부동산도 위태”, <연합뉴스>, 2022.10.02.
16 여기서 시장이자율에 대한 <자본론>에서의 맑스의 서술을 보자.

“그러므로 이자율에 표현되는 대부자본의 운동은 대체로 산업자본의 운동과는 반대의 방향으로 나아간다. 최저수준 이상이지만 아직 낮은 수준의 이자율이 공황 후의 호전과 신뢰의 증대와 함께 나타나는 국면(활기증진기: 인용자), 그리고 특히 이자율이 평균수준—최저수준과 최고수준 사이의 중간—에 도달하는 국면(번망기: 인용자), 이 두 개의 국면만이 풍부한 대부자본과 산업자본의 대팽창이 공존하는 국면일 뿐이다. 산업순환의 최초 국면(침체기: 인용자)에서는 낮은 이자율과 산업자본의 수축이 함께 나타나며, 산업순환의 최종국면(공황: 인용자)에서는 높은 이자율과 산업자본의 과잉이 함께 나타난다.” (강조는 인용자) [칼 맑스 저, 김수행 역, <자본론> 제3권(제5판), 비봉출판사, 1995, pp. 598-9.]

17 이 부분은 필자의 생각이다. 비판적 논의를 기대한다.
18 칼 맑스, <자본론> 제1권, 제4분책, 채만수 역, 노사과연, 2020, p.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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