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사회과학연구소

[정세] 2022 이딸리아 정세: 부상하는 파씨즘

 

임장표 | 회원

 

 

코로나 대유행이 끝이 나기도 전에, 또 다른 치명적인 전염병이 유럽을 휩쓸고 있다. 바로 파씨즘이라는 질병인데, 그 증상으로는 노동계급과 진보적 인텔리에 대한 전면적 탄압, 노동계급의 독자적인 정치적 발전에 대한 노골적인 국가 차원의 테러, 최소한의 민주주의적 권리 박탈, 착취의 심화 등이 있다. 이 질병을 일으키는 병원균인 파씨스트들은 주로 역사적 수명을 다한 부르주아 질서 내에서 서식하며, 사회가 낡으면 낡을수록, 그 질서가 썩어가면 썩어갈수록 더더욱 기승을 부린다.

 

최근 이딸리아에서 바로 이 무시무시한 전염병이 창궐하고 있고, 파씨스트 병균들이 점차 나라를 잠식해가고 있다. 올해 이딸리아 총선에서 ‘이딸리아 형제들’, ‘동맹’, ‘전진 이딸리아’ 등의 극우 정당의 연합인 우파 연합은 압승을 거두었다. 그 중 ‘이딸리아 형제들’이 제1당의 지위에 올라섬에 따라 ‘여성 무솔리니’라는 섬뜩한 별칭을 가진 조르자 멜로니 당 대표가 이딸리아의 총리 자리를 타고 앉았다. 바야흐로 파씨스트 병균들이 이딸리아 의회와 행정부를 장악한 것이다.[1]신기섭 기자, “이딸리아 극우 정당 집권… EU ‘반푸틴’ 대오에 균열 그림자”, <한겨레>, 2022.09.26. … Continue reading 이것이 이딸리아, 세계 자본주의, 그리고 진보적 인민에게 무엇을 시사하는지 살펴보기 전에, 먼저 제1당으로 등극한 ‘이딸리아 형제들’이라는 파씨스트 병균 아종에 대해 더 자세히 살펴보자.

 

 

‘이딸리아 형제들’ — 역사적 기원과 정치적 성격

 

‘이딸리아 형제들’은 2012년도에 결성되었지만, 그 [역사적] 기원은 2차 세계 대전 직후로 거슬러 올라간다. 무솔리니의 동조자들 — 그들 중 대부분은 1946년 무솔리니의 이딸리아 파쑈 정권의 최후 형태였던 이딸리아 사회공화국의 성원이었다 — 은 ‘신나치 이딸리아 사회 운동’(Movimento Sociale Italiano, MSI)을 이끌었다. 1995년에 MSI는 주류 우파 분자들과 결합해 ‘민족동맹’(Alleanza Nazio nale, AN)을 이루었고, 이들은 공개적으로 파씨즘으로부터 거리를 두었다. 이후 AN은 2009년도 베를루스코니의 중도 우파 자유민중당에 흡수되었지만, 2012년에 현 ‘이탈리아 형제들’ 대표 조르자 멜로니를 포함한 기존 AN 지도자들이 주를 이룬 파생 그룹이 ‘이딸리아 형제들’을 결성하기 위해 [자유민중당을] 떠났다… ‘이딸리아 형제들’은 반이민, 반동성애, 전통가족 친화적이며, 조르자 멜로니는 “하느님, 국가와 가정”을 수호하기 위한 “여성, 어머니, 기독교인”으로 자신의 대외 이미지를 구축해나가고 있다… 2022년 총선 기간, 멜로니는 자신의 소셜 미디어 계정에서 수차례 “이딸리아로의 불법 체류”를 막기 위한 “해상 봉쇄”…를 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2]엘레인 알라비, “Political cheat sheet: Understanding the Brothers of Italy”, <The Local>, 2022.09.06. … Continue reading

 

해당 기사에서 지적하는 것처럼, ‘이딸리아 형제들’은 베를루스코니의 자유민중당의 극우 분파를 주축으로 결성되었고, 이는 당의 정치사상적 내용에 반영되고 있다. 당 대표인 멜로니는 이민자들에 대한 반감을 불러일으키고 민족배외주의를 고취시키기 위해 “해상봉쇄” 같은 흉측한 망언을 서슴없이 내뱉어대고 있으며, “하나님과 국가, 가정”의 수호자를 자처한다. 멜로니를 위시로 한 당의 지도부와 핵심 성원들은 대외적으로는 파씨즘과 선을 긋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파씨즘적 사고를 공유하고 있다. 이들 ‘이딸리아 형제들’은, 비록 아직까지 자신의 파쑈적 성격을 노골적으로 드러내지는 못하고 있지만, 당의 골간의 인적 구성 및 당이 담지하고 있는 사상적 내용을 보았을 때, 파쑈 무리에 다름 아닌 것이다.

 

2022년 9월 25일 이딸리아 총선에서 극우 정당 이딸리아 형제들(FdI)이 주축인 우파 연합이 유효투표의 43.8%를 얻어 승리했다. 네오파씨즘(신파씨즘)을 공공연히 표방하는 이딸리아 형제들은 단일 정당으로도 1위(득표율 26%)에 올랐다. 2018년 총선 득표율이 겨우 4%를 넘긴 군소정당에서 불과 4년 만에 수권 정당이 됐다. 중도좌파 민주당이 2위를 차지한 것을 빼고는 오성운동, 동맹, 전진 이딸리아 등 우파 포퓰리즘 정당들이 득표율 상위를 차지했다. 코로나19 장기화,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경기침체와 최악의 인플레이션, 이에 편승한 반이민 정서와 가족주의 같은 보수적 가치로 표심을 파고든 게 주효했다. 낙태 금지, 정부 지출 확대, 대규모 감세도 공약했다.[3]조일준 선임기자, “’신 나치’ 유령이 유럽을 떠돌고 있다”, <한겨레21>, 2022.10.10. https://h21.hani.co.kr/arti/world/world_general/52685.html

 

위 기사에서도 지적하듯이, ’이딸리아 형제들’은 처음 결성되고 나서 오랜 기간 매우 저조한 정치적 성과를 거두었다. 이들은 결성 초기에는 지지율이 얼마 되지 않던 군소정당이었고, 나름 의회 내 지분을 넓힌 2018년도에도 득표율이 겨우 4%를 넘겼지만, 2022년에는 득표율 26%에 달하는 기염을 토하며 집권당으로까지 되었다. 4년 전까지만 해도 군소정당에 불과했던 ‘이딸리아 형제들’이 이 정도로 성장할 수 있었던 원인은 무엇인가?

 

 

2020 – 2022 이딸리아 경제 정세

 

이딸리아 또한 자본주의 나라로서, 세계적인 경제위기의 여파를 피할 수 없다. 다른 여느 나라와 마찬가지로, 이딸리아 경제는 파탄나(고) 있다.

 

이딸리아에서 작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코로나19) 여파로 40만 개가 넘는 일자리가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1일(현지시간) 이딸리아통계청(ISTAT)에 따르면 작년 한 해 전체적으로 총 44만4천여 개 일자리가 줄었다. 코로나19 확산 피해가 본격화한 작년 2월 이후로만 보면 총 42만6천여 개 일자리가 증발했다. 지난 한 달간 사라진 일자리만 10만1천 개에 달했다.

여성들의 실직 피해가 특히 컸다. 작년에 사라진 44만4천여 개 일자리 가운데 여성 몫이 31만2천여 개로 70%를 차지했다. 지난달만 보면 98%(9만9천 개)로 절대다수였다. 이는 많은 여성이 관광·요식업 등 고용 안정성이 떨어지는 직종에 종사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다. 저임금 비정규 여성 노동자가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셈이다.

지난달 기준 이딸리아의 실업률은 9.0%로 집계됐다고 ISTAT은 전했다. 특히 청년 실업률은 29.7%에 달했다. 유럽에서 가장 먼저 코로나19 타격을 받은 이딸리아에서는 10주간의 전국적인 고강도 봉쇄를 비롯해 작년 내내 크고 작은 방역 제한 조처가 이어지며 요식·숙박업 등을 포함한 관광산업이 궤멸적인 타격을 입었다. 국내총생산(GDP) 13% 비중을 차지하는 관광산업이 무너지며 국가경제의 뒷걸음질도 가속화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발표한 세계 경제 전망(World Economic Outlook) 보고서를 통해 작년 이딸리아 경제가 9.2% 역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4]전성훈 기자, “작년 이딸리아서 일자리 44만개 증발 … 실직 피해 70%가 여성”, <연합뉴스>, 2021.02.02. https://www.yna.co.kr/view/AKR20210202005500109

 

2020년 코로나 시기 발발한 공황으로 인해 이딸리아에서는 “총 44만 4천여 개 일자리”가 사라졌고, 그중 요식업, 숙박업이 “궤멸적인 타격을 입었다”. 실업률 또한 “9.0%로 집계[되었고]”, 청년 실업률은 29.7%에 달했다. 다만 실질 실업률, 또는 상대적 과잉인구의 증대는 위 기사에서 인용한 이딸리아 통계청의 실업률에 대비해 훨씬 극적이라고 볼 수 있다. 부르주아 경제학에서의 실업률은 소위 ‘경제활동인구’ 중 실업자가 차지하는 비율을 의미하는데, 이 ‘경제활동인구’는 생산가능인구, 또는 노동인구 중 전업주부, 학생 등의 집단과 ‘구직단념자’(!)를 제외한 것이다. 저들이 일컫는 ‘구직활동’을 지속하지 않으면 실업률에 반영 자체가 되지 않는다! 또한 단기간 고용 또한 고용으로 산정됨을 생각하면, 저들이 말하는 실업률이라는 것은 실제로는 더 높은 실질 실업률, 또는 더 높은 전체 노동인구 대비 상대적 과잉인구의 비율을 은폐하고 있는 것이다. 저들이 떠들어대는 ‘일자리’ 또한 단기간, 불안정 고용형태 모두 포함한 일자리로서, 사실 제대로 된 일자리로 볼 수 없는 단기간 고용도 일자리로 취급한다. 자본주의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인 실업과 일자리 문제를 은폐하기 위한 학계 차원의 통계 조작인 것이다. 어쨌든 저들의 통계로도 실업률이 증대했으니, 2020년 당시 이딸리아의 경제 정세는 실로 심각했다고 볼 수 있다. 실업률의 증대는 노동인구의 상당수가 실직해 산업예비군으로 전락했음을 의미한다. 자본은 생산수단의 가치, 또는 생산수단을 이루는 자본부분인 불변부분과 노동력의 가치, 또는 노동력으로 전화되는 임금총액으로서의 자본부분인 가변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공황으로 자본의 가치파괴가 발생하고, 자본부분인 가변자본이 파괴되면, 임금총액이 줄어들고 노동력에 대한 수요가 감소하며 실업자의 수는 늘어난다. 따라서 자본의 가치파괴가 거대한 규모에서 발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발등에 불이 떨어지자 이딸리아 부르주아지는 급해빠져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다른 여느 나라의 부르주아지와 마찬가지로 국가적 차원에서의 개입을 시도했다. ‘구제금융’, ‘양적 완화’, ‘코로나 지원금’ 등의 놀음이 바로 그것이다. 발전된 자본주의 나라에서 총자본의 재생산과정은 개별자본 사이의 신용관계에 의해 매개되어 있으며, 어떠한 계기가 발생하여, 얽히고 설켜 있는 신용관계가 붕괴되면, 즉, 채무불이행이 발생하면 곧바로 은행 및 다른 기업들에 그 여파가 확산되어 줄도산으로 이어진다. 즉, 공황이 터지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채무불이행을 조기에 방지하고, 공황의 격화를 억제하기 위해 국가가 개입한다. 이딸리아 또한 관광산업으로부터 시작된 대량의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줄도산을 막기 위해 손을 썼다. 다음을 보자.

 

이딸리아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불황을 극복하고 중장기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334조원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가동한다.

ANSA 통신 등에 따르면 마리오 드라기 총리는 29일(현지시간) 내각 회의를 열어 2천481억 유로(약 334조3천569억원) 규모의 ‘코로나19 회복 계획’을 승인했다.

애초 유럽연합(EU)에서 제공하는 회복기금 1천915억 유로와 자체 예산 306억 유로를 합쳐 2천221억 유로로 구성됐으나, 최종 단계에서 특정 프로젝트를 위한 260억 유로가 추가돼 총 2천481억 유로로 확정됐다.

정부가 승인한 최종안은 30일 EU에 제출된다. 현지에서는 코로나19 사태가 초래한 당장의 불황 탈출을 넘어 저성장 장기 침체로 ‘잃어버린 20년’을 경험한 이딸리아 경제를 본격적인 성장 궤도에 올려놓을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기대하는 분위기다.[5]전성훈 기자, “”국가 운명이 여기에”… 이딸리아, 334조원 규모 경기부양 가동”, <연합뉴스>, 2021.04.30. https://www.yna.co.kr/view/AKR20210430154700109

 

334조원도 모자랐는지, 이딸리아 정부에서는 또 한 차례의 경기부양책을 시행했다.

 

이딸리아가 코로나19로 인한 극심한 경기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42조 원대의 추가 경기부양책을 시행합니다.

이딸리아 상원과 하원은 현지 시간으로 21일 정부가 제출한 320억 유로, 약 42조6천793억원 규모의 경기부양안을 각각 승인했습니다. 이번 경기부양안은 코로나19의 확산 이후 5번째 조치로 그동안 승인된 액수만 총 2천억 유로, 대략 267조원에 달합니다.[6]정희석 기자, “이딸리아, 42조원 규모 추가 경기부양책 시행”, <MBC News>, 2021.01.21. https://imnews.imbc.com/news/2021/world/article/6065715_34880.html

 

이렇듯 이딸리아 정부는 공황의 격화를 억제하기 위해 334조원, 그리고 추가적으로 42조원 가까이 되는 자금을 쏟아부었다. 이러한 자금은 정부지원 대출, 보조금 등 온갖 명목하에 이딸리아 내 독점자본의 수중에 들어가 지불준비금을 이룬다. 그런데 이딸리아 정부가 이렇게 시중에 334조원 + 42조원, 그러니까 376조원 가까이 되는 규모의 자금을 시중에 공급하면 유통되고 있는 통화량(불환지폐)이 상승해 인플레이션이 발생한다. 이 376조원 규모의 자금은 땅에서 솟아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는 가치 이전의 표현이다. 이에 대해 권정기 전 소장은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통화가 1조 원만큼 있다고 치자. 이제 한국은행에서 1조 원을 추가로 공급해서, 유통에 투입되었다고 하자. 다른 조건이 동일하다면 “통화 가치”는 반으로 감소한다. 내가 1000만 원을 은행에 저금해 두었다면 이제 실제로는 500만 원이 된다. 그러면 500만 원은 어디로 갔을까. 한국은행이 가져간 것이다. 물론 그 500만 원은 새로 투입한 1조 원의 부분이고, 새로운 돈으로 1000만 원이다. 결국 인플레이션이란 정부가 국민의 돈을 도둑질하는 것이다. 반면 빚이 많은 개인과 기업은 이익을 본다. 그래서 빚을 내서 투기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난다.[7]권정기, “부자천국 인민지옥”, ≪정세와 노동≫ 제180호, 2022. 4월. http://lodong.org/wp/archives/16819

 

위에서 지적된 바와 같이, 자금이 투입되고 이에 따라 시중에 통화가 추가로 유통되어서 인플레이션이 발생한다면, 사실상 사람들로부터 정부/중앙은행으로의 가치 이전이 발생하는 것이 된다. 376조원이 추가로 공급되어 유통에 투입된다면, 보유하고 있던, 또는 저금해놓은 자금의 “통화가치”가 감소한다. 이 감소분은 사실상 국가가 가져가는 것이다. 예시에서 나온 것처럼, 그 감소분은 실제로는 새로 투입한 376조원의 부분을 이루게 된다. “결국 인플레이션이란 정부가 국민의 돈을 도둑질하는 것이다.” 얼핏 보기에는 우리와 아무런 상관도 없어 보이는 ‘코로나 경기부양책’ 따위의 놀음은, 사실상 안 그래도 얇은 우리의 지갑에서 돈을 더 빼가고, 인민대중을 수탈해 독점자본에게 퍼주는 범죄다.

 

아무렴 어떤가? ‘경제부양’에만 성공했으면 다 아닌가? 우리 주머니에서 돈이 빠져나가 이미 돈 많은 양반들 주머니에 들어가게 된다고 해도, 경제만 살리면 모두에게 좋은 것 아닌가?

 

2021년도 이딸리아 경제는 코로나19의 피해에서 벗어나 급격한 회복세로 전환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딸리아 통계청(ISTAT)에 따르면, 이딸리아의 2021년 GDP는 6.3%로 추정해 전년도 -8.9%의 역성장에서 벗어나 이딸리아 경제가 회복세를 넘어서 성장세로 접어들 수 있음을 시사했다.[8]유지윤 밀라노무역관, “이딸리아 2022년 경제 동향”, <KOTRA 해외시장뉴스>, 2022.02.08. … Continue reading

 

이딸리아 통계청은 이딸리아 경제가 성장세로 접어들 수 있다고 자신한다. ‘코로나 경기부양책’이 효과를 본 것인가? 상황은 그렇게 간단하지만은 않다.

 

이딸리아 경제가 우크라이나 전쟁 등 여파로 1분기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딸리아통계청(ISTAT)은 1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 분기 대비 0.2%(계절 조정·잠정치) 줄었다고 29일(현지시간) 밝혔다.

분기 기준으로 경제성장률이 뒷걸음질 친 것은 2020년 4분기 이후 처음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물가 상승, 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악재가 겹친 데 따른 것이다.[9]전성훈 기자, “’우크라 전쟁 유탄’ 이딸리아 경제 1분기 마이너스 성장”, <한국경제>, 2022.04.29. https://www.hankyung.com/international/article/202204293267Y

 

이딸리아 통계청은 마치 경제가 호전될 것처럼 호들갑을 떨었지만, 돌아오는 결과는 2022년도 1분기 마이너스 성장률이었다. 물론 GDP 통계는 그 이론적 배경에 의해서든, 국가 기관의 의도적 조작에 의해서든 일종의 날조에 불과하지만, GDP의 감소 및 ‘마이너스 성장률’은 부르주아 경제학의 기준으로 부르주아지 자신이 내온 통계 상에서조차도 경제 위기가 드러난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다. 따라서 ‘마이너스 성장률’은 실제적인 경제적 위기를 간접적으로나마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엄청난 량의 통화가 유통된 결과로, 또 세계 각국이 공급하는 통화의 여파로 물가 또한 치솟고 있다.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현상 속에 이딸리아의 식품 가격이 속속 인상되면서 서민들의 시름이 깊다.

이딸리아 소비자권익보호협회(Assoutenti)는 작년 12월 기준 식품 가격이 전년 동월 대비 2.9% 상승했다고 17일(현지시간) 밝혔다. 금액으로 치면 연간 217유로(약 29만원)가 추가 지출된 것이라고 이 단체는 설명했다. 전기·가스요금을 포함한 전반적인 물가 상승이 가속하면서 ‘장바구니 물가’도 직격탄을 맞은 셈이다.

푸리오 트루치 협회장은 생필품 가격이 지속해서 상승하면서 일반 가계의 생활비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최근 많은 이딸리아인은 실생활의 인플레이션을 체감하고 있다. 커피 가격 상승이 단적인 예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올해 들어 시중의 바(bar)나 카페에서 판매되는 에스프레소 한 잔 가격이 기존 1유로(약 1천351원)에서 1.1유로(약 1천486원)로, 카푸치노는 1.4유로(약 1천892원)에서 1.5유로(약 2천27원)로 각각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고 해당 협회를 인용해 전했다.

이 협회에 따르면 전국 16만여 관련 업소 가운데 76%가 커피 가격을 올린 것으로 집계됐다. 커피 원두와 코코아, 설탕 등 원재료값이 일제히 상승한 데 따른 것이다.

이 상태가 지속하면 이딸리아인이 일상적으로 아침에 즐기는 에스프레소 가격이 1.5유로에 도달해 서민에 큰 부담을 주게 될 것이라고 협회 측은 내다봤다.[10]전성훈 기자, “파스타에 에스프레소까지…이딸리아 서민 물가 ‘흔들’”, <연합뉴스>, 2022.01.20. https://www.yna.co.kr/view/AKR20220120178600109

 

공황기에는 산업자본이 채무를 이행하고, 만기가 돌아오는 어음을 막기 위해 필요한 지불금을 확보해야만 하고, 이로 인해 대부자본에 대한 수요가 상승한다. 대부자본의 가격이 바로 이자율, 또는 금리인데, 이 가격은 공급과 수요에 의해 결정되며, 따라서 대부자본에 대한 수요의 상승은 곧 시중금리의 인상으로 이어진다.

 

이자낳는자본, 혹은 대부자본, 즉 금리생활자에게 지불되는 이자입니다. 이 이자는 대부자본의 사용료이면서, 말하자면, 그 대부자본의 가격인데, 경제학적으로 고찰이 되어야 하는 것은 그 이자율이 어떻게 결정되는가 하는 것입니다. 혹시, 이자는 이윤의 일부이기 때문에 그 이자율은 이윤율에 의해서 규정된다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이자율은 결코 이윤율에 의해서 규정되지 않고 대부자본의 수요­공급관계에 의해서 규정됩니다. 대부자본의 공급은 많은데 그에 대한 수요가 부족한 경우 이자율은 내려가고, 거꾸로 공급은 부족한데 수요가 많은 경우 그것은 올라가는 것입니다.[11]채만수 소장, <노동자 교양경제학>, 노사과연, 2015년 제6판 2쇄, pp. 257.

 

통상적인 경우에 이자율은 평균이윤율에 의해 결정된다. 이자는 이윤의 일부이기 때문에, 이자율이 높다는 것은 이윤율도 높다는 것이다. 그러나 예외적인 경우도 있다. 산업 및 상업자본을 포함한 자본의 평균이윤율이 하락해도 이자율은 상대적으로 상승할 수 있다. 바로 공황기에 이러한 현상이 발생한다. 공황기에는 자본이 지불수단으로서의 화폐를, 또는 대부자본을 수중에 넣기 위해 허덕이기 때문에, 이윤율의 전반적인 저하에도 불구하고 대부자본에 대한 수요가 폭증해 이자율이 올라가는 것이다.

 

다만 여기서 중앙은행과 같은 국가기관이 기준 금리를 낮게 책정한다면 중앙은행으로부터 민간은행으로 통화가 흘러들어가게 되어 시중금리가 기준금리 수준에 영향을 받아 낮아진다. 사실상 더 많은 통화가 시중에 유통되는 것과 다름없는 것이다. 그리하여 공황이 폭발하면서 발생하는 신용경색은 완화되지만, 불청객 인플레이션이 발생한다. 이를 다시 억제하려면 기준금리를 높여야 한다. 경제위기가 재격화되고 있는데 심각한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고 있다. 부르주아 국가는 기준금리를 높여 경제위기의 대폭발인가, 초저금리를 유지하여 인플레이션을 동반한 완화된 경제위기인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만 한다.

 

9월 8일 유럽중앙은행(ECB)이 기준금리를 0.5%에서 1.25%로 0.75%포인트 인상했다. 2016년 3월부터 제로금리를 유지하던 ECB는 7월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했고, 두 달 만에 자이언트 스텝을 결정했다. 이는 2002년 유로화 도입 이후 사상 처음 있는 일로 국제사회에 적잖은 충격을 안겼다. ECB의 이 같은 조치는 최근 러시아가 발트해 해저를 통해 독일 등 유럽으로 수출하는 천연가스 공급을 일부 중단하자 유럽 내 에너지난으로 인한 고물가 현상이 가속화되고 곡물 수입이 안정화될 기미가 보이지 않은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유로존의 8월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9.1% 뛰어 1997년 통계 개시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프랑스나 독일 등 주요 국가들의 소비자물가가 6∼8% 상승하는 데 그친 반면 라트비아, 에스토니아, 리투아니아 등 발트 3국의 경우 20% 넘게 치솟았다. ECB는 추가 인상도 고려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9월 8일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기준금리를 계속해서 올리기로 결정했다”며 “물가상승률이 중기 목표치인 2%로 복귀하기에는 기준금리 수준이 한참 떨어져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12]정혜연 기자, “유럽발 자이언트 스텝에 얼어붙은 글로벌 경기”, <신동아>, 2022.09.20. https://shindonga.donga.com/3/home/13/3644689/1

 

이미 어음을 막으려고 지불금을 얻기 위해 허덕이고 있는 기업들에게 기준금리 인상은 청천벽력 같은 소리다. 이제 대량의 채무불이행, 그리고 기업의 줄도산은 막을 수 없게 되었다. 진짜 위기는 이제 시작이다.

376조원이라는 거금 투입에도 불구하고, 이딸리아 정부의 ‘경기부양’은 하나의 광대극으로 끝났다. 동화책 속에서처럼 결과가 항상 긍정적이라면 좋겠지만, 우리는 동화 속에 사는 것이 아니라 피 튀기고 살점 베여나가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고 있다. 부르주아 국가가 ‘경기부양’을 하기 위해 그 아무리 날뛴다고 해도, ‘경기부양’이 실제로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공황은 자본주의적 생산양식 아래서는 필연적이며, 그 필연성은 절대적이다. 조선의 임금이 아무리 기우제를 지낸다고 해서 가뭄이 멈추게 되는 건 아닌 것처럼, 온갖 ‘경제전문가’들과 학자들, 국가와 막대한 자금이 경제 위기를 막는데 투입된다고 해도 공황이라는 불청객은 우리의 자본가들을 반드시 재방문한다. 단, 지난번보다는 더 격화되고 흉악한 형태로 말이다.

 

 

경제적 위기의 정치적 위기로의 전화

 

주지하는 것처럼, 경제 위기는 인민대중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 공황기에 노동자들은 한순간에 길거리에 나앉게 되고, 삶의 터전은 파괴되며, 가정 또한 생활고에 허덕이다 파탄을 면치 못한다. 먼저, 자본의 가치파괴가 발생하면 노동력으로 전화되는 자본부분인 가변자본 또한 파괴된다. 이는 곧 전 사회적 범위에서의 임금총액의 감소로 이어진다. 임금총액의 감소는 곧 노동력으로 전화될 노동기금이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하고, 이는 노동력의 수요의 감소로 이어진다. 노동력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게 되면, 상대적 과잉인구가 증대하고, 실업자들의 증대는 고용된 노동자들에 대한 압박으로 작용한다. 이들을 대체할 인력이 많아져, 임금수준이 하락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공황기에 자본가들은 낮아진 이윤율을 올리기 위해 실질임금을 떨어뜨리고, 노동시간을 연장시키며, 노동강도를 늘리는 등 갖은 수단을 동원해 착취율을 올리려 든다.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치솟는 물가 또한 노동계급과 광범위한 인민대중을 빈곤의 구렁텅이에 빠트린다.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물가가 올랐는데도 불구하고, 노동력 재생산비인 임금 수준이 동결된다면, 인플레이션을 언제나 매우 잘 반영하는 조세, 연금, 사회보험료, 이자비용 등 비소비지출금액을 공제한 처분가능소득이 줄어들고, 이 남은 돈으로 살 수 있는 생필품도 물가 상승으로 인해 이전에 비해 줄어들고, 사람들의 생활 수준은 폭락한다. 생활고는 심화되어 가족과 자신을 먹여살릴 수 없는 수준에까지 이르게 되고, 이를 견디지 못한 노동자들은 투쟁에 떨쳐나선다. 경제 위기로 말미암아 자본가계급과 노동계급 간 계급대립이 첨예화되는 것이다.

실제로 2020년부터 올해까지 이딸리아 각지에서는 노동자들의 파업이 광범위하게 전개되었다.

 

10월 23일(현지시각) 이딸리아 로마 캄피돌리오 광장에는 알리탈리아(Alitalia)항공에서 구조조정이 된 승무원 50여 명이 부당 해고와 임금 삭감 등에 항의하며 시위를 벌였는데요.

유니폼 차림으로 광장에 나와 재킷과 스커트, 하이힐까지 차례로 벗은 승무원들은 속옷 차림으로 서서 “우리는 알리탈리아”를 외쳤습니다.[13]왕지웅 기자, “유니폼도 하이힐도 벗었다. 알리탈리아 해고 승무원 속옷 시위”, <연합뉴스>, 2021. 10. 25

 

이딸리아 로마의 레오나르도 다빈치 국제공항 한쪽에서 여행객들이 잠자고 있다. 휴가철 성수기인 이날 저가항공사 직원과 항공 관제사들이 4시간 동안 파업에 들어가 항공기 수백 편이 결항했다.[14]이딸리아 공항 4시간 파업, 여행객 불편 겪어”, <뉴시스>, 2022. 07. 18. https://newsis.com/view/?id=NISI20220718_0001043933

 

노동자들의 광범위한 투쟁에 더불어 소상공인들도 생활난과 정치경제적 위기에 동요하고 있다.

 

11일(현지시각) 이딸리아 토리노에서 상인들이 에너지 가격 급등에 따른 생계비 인상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면서 공공요금 고지서를 불에 태우고 있다.[15]“요금 고지서 태우며 시위하는 이딸리아 상인들”, <뉴시스>, 2022.10. 20. https://newsis.com/view/?id=NISI20221011_0001104253

 

이 투쟁은 이딸리아에서, 그리고 더 나아가 유럽과 전 세계에서 격화되고 있는 투쟁의 극히 일부만을 보여준다. 이딸리아도 세계적 대공황의 여파를 피하지 못했으며, 국내 경제 위기는 곧 자본가계급과 노동계급 간 계급대립을 심화시키고, 소부르주아 대중의 동요를 불러일으켰다. 이 뿐인가. 제국주의 나라 간 분쟁이 가일층 격화되면서 이딸리아 또한 전화의 위협 속에 휩싸이게 되었다.

 

이러한 총체적인 위기 상황에서 부르주아지는 자신들의 통치를 영속화하기 위해 국가의 독재 기능을 강화시킨다. 부르주아 의회정치의 끝자락에 찌그러져 있던 파쑈 무리를 끄집어내 집권당으로 만드는 과정이 그것이다.

 

 

파씨즘과 ‘이딸리아 형제들’

 

‘이딸리아 형제들’은 이러한 정세 속에서 집권당으로 등장했다. 이들 파쑈 무리의 집권은 이딸리아의 기성 부르주아 정당들이 인민대중의 지지를 잃었음을 의미한다. 원래 이딸리아 대중에게 ‘이딸리아 형제들’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던 한줌의 파쑈 찌꺼기들이었지만, 대중이 기성 부르주아 정당의 정치사상적 포섭으로부터 벗어나기 시작하자, ‘이딸리아 형제들’이 각종 미사여구, 참주선동을 통해 이들을 ‘쟁취’해낸 것이다. 디미트로프는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파씨즘의 대중에 대한 영향력의 근원은 무엇입니까? 파씨즘은 데마고기적으로 대중의 가장 시급한 필요와 요구에 호소하기 때문에 그들을 끌어들일 수 있습니다. 파씨즘은 대중 속에 깊게 새겨져 있는 편견들에 불을 지필 뿐만 아니라, 대중의 정의감과 어쩔때는 심지어 혁명전통 등의 고결한 사상감정도 이용합니다.[16]디미트로프, “The Fascist Offensive and the Tasks of the Communist International in the Struggle of the Working Class against Fascism”, Georgi Dimitrov Selected Works Sofia, Volume 2, 1972, … Continue reading

 

실제로 ‘이딸리아 형제들’은 이딸리아 대중의 가장 저급한 편견들인 인종주의, 여성천시사상 등에 불을 지피고 있고, 저들 자신을 “반기득권”으로 포장하면서 자신들이 권력을 잡는 것이 이딸리아 사회의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오고 사회를 개선할 것 마냥 떠들어댄다. 대중은 이러한 파쑈적 선동에 미혹된 것이다. 하지만 ‘이딸리아 형제들’의 선동은 인민대중의 근본이익에 위배되는 사상적 내용을 반영하고 있다. ‘이딸리아 형제들’은 어디까지나 가장 반동적인 독점자본 분파를 대변하는 정치집단이며, 이들의 집권은 곧 노동계급과 진보적 인텔리, 그리고 민주주의적 제 세력에 대한 광범위한 탄압의 불길한 전주곡이다.

다만, 파쑈 무리로 이루어진 당이 집권당이 되었다고 해서, 이딸리아에 파씨즘 체제가 자리잡게 된 것은 아니다. 부르주아 민주주의가 파씨즘에 의해 대체되려면, 이들 파쑈 집단과 독점자본의 극우 분파를 중심으로, 그리고 타 자본 분파와 노동계급의 계급적 요구를 어떤 수준에서든지 반영하고 있는 모든 정치세력을 배제한 채로, 부르주아 국가의 통치 체계가 재편성되어야 한다. 이는 지배계급 내의, 그리고 지배계급과 노동계급 간의 치열한 정치투쟁을 수반한다. 이들이 자신들의 발톱을 드러내고 파씨즘적 선동을 대외적으로 진행하고, 부르주아 민주주의를 부정해 나서며, 자신들을 중심으로 국가의 재편성을 전면적으로 요구해 나서는 데까지는 노동계급, 부르주아 민주주의자, 그리고 심지어는 파쑈 분파의 일부와의 첨예한 투쟁이 필요하다.

 

동지들, 파씨즘의 권력 장악은 금융자본의 위원회 같은 곳에서 어느 날에 파쑈 독재를 세우려고 결정하는 것과 같이 단순하고 매끄러운 형태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실제로는 파씨즘은 어떤 때에는 심각한 형태를 띠는 기성 부르주아 정당들과의 상호투쟁 속에서, 혹은 그 정당들의 특정 부분과의 투쟁 속에서, 그리고 심지어는 파쑈 진영 내부의 투쟁 속에서 권력을 쟁취합니다 — 이 투쟁은 독일, 오스트리아, 그리고 다른 나라들의 경우에서 보았듯이 무력 충돌로 이어지기도 합니다.[17]디미트로프, 같은 책. P3

 

파씨즘으로의 이행은 부르주아 계급 지배의 한 형태인 부르주아 민주주의에서 노골적인 테러적 독재로의 이행이며, 계급 독재 형태가 대체됨을 의미한다. 만일 가능성으로서만 존재하는 파씨즘을 실재적인 파씨즘으로 혼동하거나, 반대로 실재적인 파씨즘을 부르주아 민주주의로 혼동한다면, 혁명운동의 발전에서 제기되는 중심고리가 무엇인가를 올바로 파악할 수 없고, 따라서 그 중심고리를 풀기 위해 최대한 많은 근로인민대중을 발동시킬 수 없다. 이딸리아에서는 아직 독점 부르주아지의 노골적인 테러적 독재로서의 파씨즘이 확립되었다고 볼 수 없다. ‘이딸리아 형제들’을 위시로 한 파쑈 무리들이 자신들을 중심으로 권력을 재편성하고 파씨즘을 현실화하는 데 있어서는 더 많은 장애물들이 서 있다. 이들은 무력 충돌까지 무릅쓰며 목숨을 바쳐야 ‘보국안민’을 실현할 수 있다. 그렇다고 가만히 앉아 관망하라는 이야기를 하자는 것은 절대 아니다.

 

…파쑈 독재의 확립 전에 부르주아 정부들은 여러 예비 단계들을 밟아나가고 반동적 조치들을 도입하며, 이는 파씨즘의 권력 장악을 직접적으로 허용합니다. 그 누가 파씨즘의 예비 단계에 부르주아지의 반동적 조치와 파씨즘의 장성에 반대해 싸우지 않는다면, 그는 파씨즘의 승리를 방지할 수 있는 역할을 놀고 있지 않으며, 오히려 그 승리를 가능케 합니다.[18]디미트로프, 같은 책. P3

 

아직 파씨즘 체제가 확립되지는 않았지만, 파쑈 무리들이 집권하고, 이들이 여러 예비적인 ‘반동적 조치’들을 예고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딸리아는 파쑈화의 단계를 착실히 밟아나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딸리아에서는 앞으로 파씨스트 진영과 민주주의 진영 사이 더 큰 정치적 대립과 충돌이 발생할 것이다. 파씨스트들의 승리를 미연에 방지하지 않고, 파쑈화에 대한 경각성을 높여나가지 않는다면, 파씨즘은 승리할 것이고, 그 책임은 온전히 선진 노동자들과 인텔리, 그리고 민주주의적 제 세력에게 있을 것이다.

이딸리아에서의 일련의 정치적 사태는 세계의 진보적 인민에게, 그리고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제국주의 열강 간의 대립이 첨예화되어 군사적 충돌로까지 발전하고 있고, 세계 자본주의가 전반적 위기에 빠져 계급대립이 심화되어가는 오늘날, 만일 선진분자들이 올바른 역할을 수행하지 않는다면, 파씨즘은 승리하게 될 것이며, 우리는 그 참혹함에 있어서 2차 세계대전을 훨씬 능가하는 야만적 탄압, 대량학살, 인명 도륙과 전쟁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노사과연

 

References

References
1 신기섭 기자, “이딸리아 극우 정당 집권… EU ‘반푸틴’ 대오에 균열 그림자”, <한겨레>, 2022.09.26. https://www.hani.co.kr/arti/international/international_general/1060143.html
2 엘레인 알라비, “Political cheat sheet: Understanding the Brothers of Italy”, <The Local>, 2022.09.06. https://www.thelocal.it/20220906/political-cheat-sheet-understanding-the-brothers-of-italy/
3 조일준 선임기자, “’신 나치’ 유령이 유럽을 떠돌고 있다”, <한겨레21>, 2022.10.10. https://h21.hani.co.kr/arti/world/world_general/52685.html
4 전성훈 기자, “작년 이딸리아서 일자리 44만개 증발 … 실직 피해 70%가 여성”, <연합뉴스>, 2021.02.02. https://www.yna.co.kr/view/AKR20210202005500109
5 전성훈 기자, “”국가 운명이 여기에”… 이딸리아, 334조원 규모 경기부양 가동”, <연합뉴스>, 2021.04.30. https://www.yna.co.kr/view/AKR20210430154700109
6 정희석 기자, “이딸리아, 42조원 규모 추가 경기부양책 시행”, <MBC News>, 2021.01.21. https://imnews.imbc.com/news/2021/world/article/6065715_34880.html
7 권정기, “부자천국 인민지옥”, ≪정세와 노동≫ 제180호, 2022. 4월. http://lodong.org/wp/archives/16819
8 유지윤 밀라노무역관, “이딸리아 2022년 경제 동향”, <KOTRA 해외시장뉴스>, 2022.02.08. https://dream.kotra.or.kr/kotranews/cms/news/actionKotraBoardDetail.do?SITE_NO=3&MENU_ID=410&CONTENTS_NO=1&bbsGbn=242&bbsSn=242&pNttSn=193138
9 전성훈 기자, “’우크라 전쟁 유탄’ 이딸리아 경제 1분기 마이너스 성장”, <한국경제>, 2022.04.29. https://www.hankyung.com/international/article/202204293267Y
10 전성훈 기자, “파스타에 에스프레소까지…이딸리아 서민 물가 ‘흔들’”, <연합뉴스>, 2022.01.20. https://www.yna.co.kr/view/AKR20220120178600109
11 채만수 소장, <노동자 교양경제학>, 노사과연, 2015년 제6판 2쇄, pp. 257.
12 정혜연 기자, “유럽발 자이언트 스텝에 얼어붙은 글로벌 경기”, <신동아>, 2022.09.20. https://shindonga.donga.com/3/home/13/3644689/1
13 왕지웅 기자, “유니폼도 하이힐도 벗었다. 알리탈리아 해고 승무원 속옷 시위”, <연합뉴스>, 2021. 10. 25
14 이딸리아 공항 4시간 파업, 여행객 불편 겪어”, <뉴시스>, 2022. 07. 18. https://newsis.com/view/?id=NISI20220718_0001043933
15 “요금 고지서 태우며 시위하는 이딸리아 상인들”, <뉴시스>, 2022.10. 20. https://newsis.com/view/?id=NISI20221011_0001104253
16 디미트로프, “The Fascist Offensive and the Tasks of the Communist International in the Struggle of the Working Class against Fascism”, Georgi Dimitrov Selected Works Sofia, Volume 2, 1972, pp https://www.marxists.org/reference/archive/dimitrov/works/1935/08_02.htm
17, 18 디미트로프, 같은 책. 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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